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37
37화 드래곤 슬레이어(2)
그건 한 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의 도끼였다.
회백색의 도끼의 머리 부분에는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 아이템 정보 』
– 이름 : 정령 파괴자 (성장형)
– 등급 : 유니크
– 레벨 : 0 / 100 ( 0% )
– 효과 : 공격력 30 ( + Lv당 0.3 )
– 추가효과 : 잠김
그 능력치는 압도적이다.
당장은 공격력이 30이지만, 무기 레벨 100을 달성하면 공격력이 무려 60이 된다.
‘거의 레전더리 등급 수준의 공격력이잖아.’
회수의 창이 45, 영혼 포식자가 42인걸 감안하면 엄청난 강력함이다. 성장만 시킨다면 내가 가진 무기 중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와.’
거기에 더해 잠겨 있는 추가 효과까지. 이건 아이템 레벨이 100이 되면 개방되는 거겠지.
성장치를 최대로 만드는 건 경험치가 10만배인 나에겐 어렵지 않은 일이다.
‘무기는 100레벨이 됐을 때 스킬이 꽤 사기적인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성장형 무기는 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 된다. 이걸 파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앞으로 있을 마족의 ‘제약’을 생각하면······.
내가 쓰는 게 백 배는 낫다.
100레벨이라는 경험치를 단숨에 채울 수 있기도 하고.
그때였다.
띠링.
– C급 게이트 공략 정보
백묵으로부터 메시지 하나가 날아왔다. 사흘 뒤에 공략할 게이트에 대한 정보였다.
‘오.’
– 출현 마수 : 나무 정령 마수 ‘엔트’, 목재 골렘
그 정보를 살피는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도끼와 나무라니, 이것보다 좋은 조합이 있을 수가 있겠는가.
* * *
사흘 뒤, 나는 사전에 공지된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어느 한적한 공사장이다. 그곳에 놓인 폐건물이 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무런 방어구 하나 없었던 이전과 달리, 가죽이 덧대어진 메탈 아머를 둘렀다. 갑옷보다는 보호구 같은 느낌이다.
방어력뿐만 아니라 기동성도 우수하다.
‘예정보다 김건한테서 방어구를 빨리 받아서 다행이야.’
멸망한 세계의 또라이 제작자 김건.
그렇게 아이템을 못 만들겠다고 땡깡 부리다가도, 막상 불이 붙어선 홀린듯 이틀만에 장비를 내놨다.
듣자하니 어제까지 한숨도 안 자고 밥도 제대로 안 먹은 채로 아이템을 만들었단다.
나는 그걸 어제 하루 동안 소나무 마력 진액에 담궈 성장형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 특별한 금속제 방어구(성장형) 』
– 부위 : 목걸이, 흉갑, 각반, 팔 보호대
– 레벨 : 0 / 100 ( 0% )
– 등급 : 일반
– 효과 : 방어력 + 10 ( + Lv당 0.20 )
그 성능 또한 출중하여 100레벨이 되면 30의 방어력을 가지게 된다.
‘거의 유니크 수준이구만.’
엄청난 가성비다. 유니크 아이템으로 방어구를 맞추려면 몇 십억이 가볍게 날아가니까.
이제 남은 건 게이트에 들어가서 사냥을 하는 것 뿐.
다음 헌터 채용 시험을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채용 시험에서 있을 마족 우진형과의 전투를 대비해야 한다.’
놈은 채용 시험에서 일을 벌일 거다. 그 계획을 저지하는 것과 동시에 놈에게서 마기의 원천을 회수해야 했다.
‘이것들만 전부 최대 레벨까지 올리면 방어력은 부족하지 않겠지.’
거기에 무패의 반지의 방어력 25를 더하면 왠만한 공격은 가볍게 받아낼 수 있다.
근처 철근에 걸터 앉아, 사람들을 기다리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또 보네요.”
“그래.”
환세의 도둑 진세아였다.
지난번 게이트를 공략한지 딱 3일 됐다. 녀석도 뭔가 게이트를 돌아야하는 사정이라도 있는 건가 싶다.
“와, 방어구 맞췄어요?”
진세아는 거리낌 없이 다가왔다. 내 방어구를 슥슥 훑어보더니 멈칫하곤 굳어진다.
뭐, 보이는 게 있나.
참고로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의 정보는 타인이 볼 수 없다.
근데 그런 게 아니었나보다.
“설마, 원래는 방어구도 안끼고 있었던 거에요?”
진세아는 경악스런 표정으로 날 올려다 봤다. 그러고보니 제대로 된 방어구 없이 다니긴 했다.
나는 대답하는 대신, 진세아를 살폈다.
“그러는 너는 뭘 그렇게 치렁치렁 두르고 있는거야?”
3일 사이에 못보던 장신구가 좀 늘었다. 팔찌나, 목걸이 반지 같은 것들. 디자인이 심플해서 위화감은 없었지만.
내 지적에 진세아가 흠칫하면서 물러났다.
“도, 돈 주고 사, 산거거든요?”
말까지 더듬으면서 당황해 한다.
‘절대강탈이었지.’
진세아 자신도 모르던 능력의 쓰임새를 내가 알려줬다. 그 덕에 어디선가 아이템을 구해 온 모양.
설마 진짜로 훔친 건 아니겠지.
나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냥 물어본건데.”
“윽······. 하여튼 제 능력은 비밀이니까, 말하지 마요.”
“그래, 그래.”
범죄와 관련된 스킬들은 보통 좋은 이야기를 못 듣는다. 무슨 일이 생겨도 금방 의심 받기 쉽상이다.
‘진세아가 가진 도둑의 능력은 더더욱 그렇겠지.’
진세아와 대화를 하고 있자니 백묵에게 고용된 다른 헌터들이 도착했다. 먼저 온 건 김강민이었다.
그는 머리에 낡은 투구를 쓰고 있었다. 눈을 제외하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철제 투구였다.
‘얼굴에 큰 화상을 입었더랬지.’
스킬로도 지워지지 않는 화상. 그런 게 있다고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모르지만 마족에게 당한 상처일 거다.
마족의 존재는 아직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피해자가 없는 건 아니다.
“김강민입니다.”
그는 몸을 살짝 돌려 등에 매고 있는 커다란 대검을 보여줬다. 투구와 무기까지 확인했으니 확실하다.
이 사람이 바로 미래의 드래곤 슬레이어다.
뭐, 그런 사실이 중요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김강민이 가진 스킬.
‘이 사람한테서 배워야 하는 스킬이 있다.’
그 스킬의 이름은 ‘데몬 헌트’다.
일시적으로 마기를 가진 대상에게 추가 데미지를 주는 기술이다. 미래의 영웅들이 모두 김강민에게서 스킬을 익혔을 정도로 중요도가 높은 기술이다.
‘그러려면 김강민에게 호감을 얻는 게 중요하겠지.’
데몬 헌트는 현시점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는 기술이다. 때문에 잘만 하면 큰 대가 없이 배울 수 있을 거다.
그걸 위한 계획도 생각해왔다.
“이지한입니다.”
“진세아예요.”
각자 자신을 소개하고 자신의 주무기를 보여줬다. 나는 도끼를 꺼냈다.
“엥, 도끼?”
의아해 하는 진세아. 대충 대답했다.
“바꿨어.”
이걸로 각자의 포지션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근데 아직 안 온 사람이 하나 있었다.
“죄송해요! 늦었죠?”
원거리 딜러 최유정이었다.
“최유정이라고 해요.”
그녀는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서 지팡이를 보여줬다.
‘이런.’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내 눈이 가늘어졌다.
‘이 사람 빌런이잖아······.’
어김없이 빌런 하나를 끼워주는 백묵의 선택이 참으로 감탄스러웠다.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설마 했건만, 얼굴을 보니 확실히 기억난다.
미친 악령 조종사 최유정.
그녀는 정령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걸 사람을 죽이는 방향으로 사용하다보니 악령까지 다루게 됐다나.
‘사람을 죽일수록 강해지는 빌런이었던가.’
빌런 중에서도 악질인 사람이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억눌렸을 것들이 헌터가 되며 개방되는 탓일까.
하여튼 조심해야 했다.
‘지난번에 만났던 빌런들보다 악질이니까.’
이 여자는 진짜 사이코패스다.
“전부 오셨으니 출발하겠습니다.”
가볍게 다시 한 번 자기소개를 나눈 뒤 우리는 게이트를 향했다. 파티원들이 모두 들어가고 나서 나는 의심스런 눈으로 다시 게이트를 살폈다.
이런 건 확실히 해둬야지.
‘······이번에는 평범한 게이트 같다.’
마기에 의한 변질도 없어 보이고.
내가 할 일은 명확하다.
아이템들의 레벨업을 하고, 김강민에게서 스킬을 배워오면 된다.
마지막으로 바깥을 살핀 나는 게이트 안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청량한 공기가 느껴지는 숲 속.
찌르르.
풀벌레 소리와 함께 반딧불이가 날아다닌다.
『 게이트에 입장하셨습니다. 』
『 1스테이지 – 엔트의 숲 』
『 공략 조건 : 나무 정령 엔트 40마리 사냥 ( 0 / 40 ) 』
이번 게이트는 스테이지형.
미션을 클리어해야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갈 수 있다. 보스를 만나기 위해선 미션을 달성해야만 한다.
“그럼 가시죠.”
김강민이 대검을 맨 채로 앞장섰다.
* * *
유난히 거대한 나무가 많은 지형이었다. 이 안에 나무의 모습을 한 마수 엔트가 숨어 있을 거다.
엔트는 나무의 형상을 한 마수다. 나무랑 비슷해서 숨어 있으면 찾기 힘들다.
“혹시 엔트 상대법 알아요?”
두리번거리며 따라오던 진세아가 내게 물었다.
“때려 잡아야지.”
“약점 같은데 없어요?”
“글쎄.”
나도 직접 상대해 본 적은 없다. 월간 헌터나 인터넷에 떠도는 공략법을 알고 있을 뿐이고.
앞을 보며 걷고 있지만, 내 주의는 최유정에게 향해 있었다. 그녀는 활동 시기가 상당히 이른 빌런이었다.
잘 나아가나 싶던 그때였다.
쿠구구구······.
나무 한 그루가 거대한 몸을 움직여 우리를 마주했다. 느릿하지만 확실하게 우리쪽으로 다가온다.
“뭐가 저렇게 커······.”
진세아나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런 생각을 하는 듯하다.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면 나부터 가볼까.
나는 인벤토리에서 새로 얻은 무기인 ‘정령 파괴자’를 들어 올렸다.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이다.
이걸 사용해 보고 싶었다.
“진짜 그거 쓰게요?”
진세아가 진심이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조용히해라. 다른 사람들이 괜히 불안해 하잖아.
타앗.
땅에서 뛰어 단숨에 도끼를 엔트의 머리에 박아 넣었다.
콰득!
도끼 머리가 엔트의 머리를 깊숙히 파고 들었다. 나무 그 자체가 움직이는 거다보니, 도끼가 효과가 좋다.
콰앙! 콰앙!
두 발을 더 먹여주고 엔트가 팔을 휘두를 때에 맞춰 뒤로 물러났다. 큰 상처는 아니지만 도끼 찍힌 자국이 두 개 생겼다.
“······어설프군요.”
내 모습을 지켜보던 김강민이 그리 말했다. 틀린 평가는 아니었다. 도끼를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김강민이 대검을 들어 올렸다. 검날 위로 회색빛의 기운이 감돌았다.
콰득! 쩌저적!
그가 휘두른 대검이 엔트의 몸통에 적중했다. 거목이 갈라지며 나무 쪼개지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엔트도 만만치 않았다.
놈은 김강민의 대검을 움켜 쥐었다.
“크윽.”
당황한 김강민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 엔트와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엔트는 뿌리를 땅에 단단히 박더니 김강민을 끌어 당겼다.
끌려나간 김강민이 바닥을 굴렀다.
크어어어!
대검을 던져 버린 엔트가 괴성을 토해냈다.
‘엔트가 김강민을 이긴단 말이야?’
뒤이어 진세아가 단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엔트의 어그로를 끄는 건 성공했지만 나뭇가지만 잘라낼 뿐 별다른 데미지는 못 주고 있었다.
‘잠깐 어쩌면······.’
불현듯 떠오른 생각.
콰직!
나는 도끼를 들고 옆에 있는 나무를 강하게 찍었다. 연거푸 그 짓을 반복했다.
“뭐, 뭐해요!”
뒤를 돌아 본 진세아가 경악했다. 최유정도 어이 없단 표정을 짓는다.
나도 굳이 이러고 싶진 않지만.
만약을 대비하자면 필요한 일이다.
아직 상대는 엔트 한 마리. 그래도 여유가 있다. 그리고 구경만하는 건 최유정도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은근슬쩍 묻어가네.’
쓰러졌던 김강민이 대검을 집어들고선 다시 전투에 가세했다.
‘······확실한 위기 상황일수록 스킬을 얻기가 쉽다는 거.’
나는 진지하게 도끼를 휘둘러 나무를 찍었다.
콰악!
좀 더 완력을 실어서, 나무를 베어내겠다는 느낌으로.
그렇게 수차례 시도하던 순간이었다.
내 앞으로 다수의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 스킬 ‘벌목 Lv.1’를 획득합니다. 』
『 스킬 ‘벌목 Lv.2’를 획득합니다. 』
『 스킬 ‘벌목 Lv.3’를 획득합니다. 』
···
..
.
『 스킬 ‘벌목 Lv.10’를 획득합니다. 』
예상했던 대로였다. 곡괭이로 마정석을 캐내면 그게 채굴이듯, 도끼로 나무를 패면 그게 벌목이지.
‘좋았어.’
나는 곧바로 도끼를 들고 엔트를 향해 달려나갔다.
“으아아!”
다리를 붙잡힌 진세아가 엔트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또 이러네 이 녀석.
촤아악!
도끼를 휘둘러 그 줄기를 잘라냈다. 저항감 없이 줄기가 싹둑 잘려나갔다. 그 깔끔함에 속이 시원할 정도다.
“오오······.”
진세아의 감탄을 뒤로하고 나는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콰앙!
그대로 엔트를 향해 도끼날을 내려찍었다. 놈이 뒤로 물러서며 팔을 들어 올렸지만 어림 없다.
쩌저저적!
내려찍은 곳에서 균열이 생기더니, 놈의 팔이 장작처럼 시원하게 쪼개졌다.
더 이상 어설픈 도끼질이 아니었다.
나는 바로 엔트에게 달려 들어 도끼를 연거푸 내리찍었다.
콰앙! 콰앙!
도끼가 휘둘러 질 때마다 엔트의 몸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만들었다. 나는 미친듯이 도끼를 내리쳤다.
“후우······.”
엔트가 거의 목재 수준으로 분해되고 나서야 나는 도끼질을 멈췄다.
『 21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 이계규율 : ‘칭호 – 초성장(超成長)’의 효과로 경험치를 두 배로 획득합니다. 』
『 특별한 금속제 방어구가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평균 Lv. 45 』
『 방어력이 9.0 만큼 추가 됩니다. ( 10 + 9.0 ) 』
『 정령 파괴자가 압도적인 양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Lv. 36 』
『 공격력이 10.8 만큼 추가 됩니다. ( 30 + 10.8 ) 』
뭐가 많이 뜨긴 했는데.
요약하면 아이템 레벨이 올랐다는 것.
엔트 한 마리를 잡았을 뿐인데 아이템 레벨이 이만큼이나 올랐다. 나쁘지 않았다. 근데 아이템이 많으니 경험치가 분산되는 것 같다.
‘후우, 이거 좋네.’
정령 파괴자를 들어 올렸다. 도끼 날이 날카롭게 살아 있다. 특히 벌목 스킬과의 상성이 압도적으로 좋다.
“······내가 잘못 봤던 것 같군요. 이거 미안합니다.”
내 활약을 지켜본 김강민이 멋쩍은 듯 말했다. 내 도끼질을 보고 어설프다고 한마디 했던 게 마음에 걸렸나보다.
“솔직히 갑자기 나무를 칠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만, 이유가 있는 행동이었다니. 예열이 필요한 기술이었던 거군요. 한 수 배웠습니다.”
처음엔 농담인가 했는데, 아무래도 진지하게 하는 말인 것 같다. 오해를 너무 거하게 하시는데.
어쨌든 결과가 좋으니 모든 행동이 용서 받는 느낌.
“인상적인 도끼질이었습니다. 혹시 무슨 기술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별 거 아닙니다.”
“그러지 말고 알려주시면······.”
그냥 벌목이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
“궁금하시면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내 입장에선 오히려 김강민이 엔트에게 쉽게 쓰러진 게 의외였다. 실력 문제는 아닐 거다. 상성 차이겠지.
그때였다.
“저, 저게 뭐죠······?”
쿠구구구······.
주변의 나무들이 일제히 흔들리고 있었다. 저 멀리에 있는 나무들도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대지 위로 미약한 진동이 느껴진다.
다수의 엔트들이 다가오고 있단 증거였다.
“왜 갑자기 몰려 오는거지?”
대검을 주워든 김강민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쓴 투구 너머로 보이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럴만하다. 엔트 하나를 상대하는 데에도 그만큼 고전했으니.
‘확실히 이상하네.’
엔트들은 개별 행동이 기본이다. 이렇게 많은 엔트들이 한 번에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다.
나는 뒤에서 잠자코 있는 최유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동료 최유정이 스킬 ‘정령 세뇌 Lv.5’을 사용합니다. 』
『 근처에 존재하는 정령형 마수들을 움직입니다. 』
11레벨 인지 스킬의 효과로 떠오른 메시지.
이럴 줄 알았다.
“어, 어떻게 해요? 저희가 저 놈들을 한 번에 상대할 수 있을까요? 너무 위험해요.”
당황한 척까지 하는 최유정.
헛웃음이 나오는 걸 참느라 힘들었다.
『 스킬 ‘간파 Lv.10’을 발휘합니다. 』
『 대상 최유정의 발언에 거짓이 섞여 있습니다. 』
‘엔트도 나무 정령이었지.’
그리고 최유정은 정령 조종이 가능한 빌런이었고.
그녀가 의도적으로 엔트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우리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뭔가 해보겠다는 심산인 것 같은데.
나는 태연히 대답했다.
“그런가요? 그럼 다 없애 버리면 되겠네요.”
내 도끼는 엔트를 잡을수록 강해진다. 아직 벌목의 스킬 레벨은 10. 더욱 성장할 수 있단 의미다.
몰이 사냥을 하게 해준다면 고마울 뿐이다.
“그, 그게 가능할까요?”
불안한 척하지만, 일순 최유정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난 봤다.
나는 도끼를 어깨에 올린 뒤, 씩 웃으며 대답했다.
“네, 가능하죠.”
몰아준 몬스터들은 내가 잘 받아 먹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