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38
38화 드래곤 슬레이어(3)
악령 조종사 최유정.
그녀는 모든 상황을 자신의 손 안에 넣는 것을 좋아했다. 파티의 움직임을 쥐락펴락할 수 있단 지배감과 전능감이 그녀의 에너지였다.
‘후후, 이번 게이트는 내 무대나 다름없겠어.’
특히나 이번 게이트의 출현 마수는 엔트.
엔트는 나무 정령이었다.
정령 세뇌 스킬을 가진 그녀가 판을 짜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자, 와라. 우선은 파티원들을 궁지로 몰아 넣는거야.’
그들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한 틈을 타, 하나 둘 씩 목숨을 빼앗는 게 그녀의 목적이었다.
‘사령을 다루려면 좀 더 많은 목숨을 빼앗아야 하니까.’
최유정은 다른 헌터를 살해할때마다 정령을 다루는 힘이 강해지는 걸 느꼈다. 최근에 마수를 조종할 수 있게 된 것도 그 덕이다.
얼마전 새롭게 얻은 힘.
음습하면서도 끈적한 기운.
그걸 받아들인 후부터 그녀의 재능은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꺼림칙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건 자신의 본성이나 마찬가지니.
어쨌든, 정령 세뇌 능력 덕에 이번 공략은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계획대로 흘러갈 줄 알았건만······.
‘뭐야? 저 놈?’
도끼를 쥐고서 엔트 하나를 박살 내는 남자. 이지한을 바라보는 최유정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저게 저렇게 쉽게 당할 게 아닌데?’
정령 세뇌를 통해 강화한 엔트다. 기존의 엔트보다 지능이나, 힘, 능력이 월등히 강하다.
더군다나 직접 조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움직임이 차원이 달랐다. 그 탓에 김강민이나 진세아도 제대로 된 힘을 못내고 있었다.
‘다른 둘은 꼼짝도 못하고 당했는데, 저 남자는 뭐야?’
콰아앙!
엔트의 팔이 바닥을 후려쳤다. 이지한은 가볍게 피하더니, 엔트를 밟고 올라가 대가리를 찍었다.
쩌저적!
엔트가 장작처럼 일시에 쪼개졌다. 최유정의 입이 저도모르게 벌려졌다.
‘어떻게 된거야. 진짜 D급 맞아?’
백묵에게 받은 팀원 정보엔 분명 그리 나와 있었다. 이지한은 D급이라고.
솔직히 처음만해도 그런 것 같았다. 그의 행동은 허접했으니까.
엔트를 앞두고 갑자기 주변 나무를 베다니?
그 멍청한 행동에 웃음이 터져나오는 걸 참느라 힘들었다.
‘참나, 준비운동이라도 했단거야?’
그런 놈이 손에 도끼를 쥐더니 돌연 엔트의 머리를 단번에 쪼갰다.
‘빌어먹을, 엔트는 C급이라고, C급!’
자신이 직접 조종하니 아무리 못해도 C급 상위는 될텐데, 그걸 단번에 죽이다니. 분노로 입술을 깨문 최유정이 다시금 정령 세뇌를 발동시켰다.
“언니? 괜찮아요?”
“아, 응.”
아차, 표정 관리를 못했다. 진세아의 물음에 최유정이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의 입가가 파르르 떨린다.
‘그래도 수를 늘리면 못 당하겠지.’
스스스······!
최유정의 정령 세뇌가 게이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멀리 떨어져 있던 엔트들이 이곳을 향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다를 거다.
“엔트들이 전부 여기로······! 어, 어떻게 해요?”
“도망가야하지 않을까요?”
최유정은 불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파티를 게이트 안쪽으로 몰아갈 계획이었다.
이후에 갈래갈래 찢어 놓으면 일이 수월해질 거다.
“아뇨. 잡죠.”
그걸 방해한 건, 또 이 남자 이지한이었다.
“네? 미쳤어요? 스무 마리나 되는 엔트를 어떻게 한 번에 처리해요?”
“스무 마리요? 숫자가 파악이 되시나봅니다.”
“대, 대충은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번에는 가만히 멍 때리지말고, 좀 도와주시죠.”
말실수를 한 최유정을 향해 이지한이 비웃음을 흘렸다. 적어도 그녀에겐 그렇게 보였다.
‘큭······. 좋아. 기왕 이렇게 된 거. 여기서 죽여주마.’
마수를 조종할 수 있다는 건 큰 메리트다. 누군가를 죽여도 마수탓이 되니까.
다수의 엔트들이 숲을 너머 진격해 왔다. 이만한 수를 세세하게 컨트롤하는 건 불가능해도, 물량으로 커버가 될 거다.
쩌억! 쩌억!
수가 많아졌는데도, 이지한은 그 사이를 바람같이 휩쓸고 다니며 엔트들의 머리를 찍어댔다.
그 움직임과 파괴력이 어쩐지 더 늘어난 느낌이다. 그 뒤를 진세아와 김강민이 빠르게 따라 붙어 엔트의 목숨을 끊는다.
한 번 연계적인 플레이가 시작되자, 사냥은 불 붙은 듯 가속되었다. 그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이게 아닌데.’
불꽃 정령을 소환해 엔트를 공격하는 척 하는 최유정.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건 오히려 게이트 공략을 수월하게 도와준 꼴 아닌가. 몰이 사냥도 이런 몰이 사냥이 없었다.
그녀가 이를 악물던 그때였다.
콰앙!
수 앞에선 장사 없다고 했던가. 주변을 둘러싼 엔트 중 하나의 팔이 이지한에게 직격했다. 정통으로 후려친 공격이었다.
‘그래! 이거지!’
이지한은 땅에 격하게 튕긴 뒤 나무에 쳐박혔다. 그가 부딪힌 자리에 흙먼지가 치솟아 오르고 나무가 꺾일 정도로 강한 공격이었다.
“이지한씨!”
“오빠!”
당황한 파티원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최유정은 속으로 조소했다. 꼴 좋다. 말도 안되는 무리를 하니까 그리 되는 거다.
‘멍청한 놈.’
그런데.
벌떡.
나무에 쳐박혔던 이지한이 단숨에 일어났다. 몸을 툭툭 털고선 아무렇지 않게 도끼를 집어 들었다.
“후, 역시 템빨이 좋다니까.”
뭐, 템빨? 겉보기엔 별로 대단해보이지도 않는 아이템들 뿐인데, 무슨 템이 저런 방어력을······.
타앗.
다시금 뛰쳐나가 엔트의 머리를 쪼개고 다니는 이지한. 그 거침없는 손놀림 앞에 엔트들이 통나무처럼 쓰러져나간다.
‘대체 저게 어떻게 D급이라는거야?’
최유정의 얼굴이 경악으로 굳어졌다.
* * *
『 특별한 금속제 방어구(성장형)의 레벨이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
『 해당 방어구의 방어력 : 30 ( 10 + 20 ) 』
『 총 방어력 : 55 』
나는 흡족스런 표정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무패의 반지랑 방어구를 합쳐서 55의 방어력.’
거의 유니크급 방어구를 둘러야만 얻을 수 있는 방어력이었다. 그 효과도 이번에 확실히 봤고.
‘만족스러운 사냥이었어.’
최유정 덕분에 몰이 사냥 한 번 제대로 했다.
『 도끼 정령 파괴자(성장형)의 레벨이 76에 도달했습니다. 』
『 현재 공격력 : 52.8 ( 30 + 22.8 ) 』
도끼의 레벨도 상당히 올랐다.
‘이건 유니크 아이템이라 확실히 경험치를 더 많이 먹긴하나보네.’
다른 장비와 경험치를 나눠먹기도 했고. 그래도 단 한 번의 사냥으로 이만큼의 성장이었다.
『 스킬 ‘벌목 Lv.11’을 획득합니다. 』
『 추가 효과 : 목재 파괴력 25% 증가 』
특히 벌목 같은 경우는 전투 스킬이 아닌데도 큰 도움을 받았다. 체인지 웨펀과 병합해서 사용하니 엔트들이 마른 장작처럼 부숴졌다.
『 1스테이지 클리어 ( 엔트 사냥 40 / 40 ) 』
『 잠시 후 2스테이지로 향하는 포탈이 생성됩니다. 』
“후, 어떻게든 되기는 됐습니다.”
김강민이 근처의 그루터기에 걸터 앉으며 말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투구는 벗지 않는다.
진세아도 지친듯 바닥에 주저 앉았다.
대부분 내가 치명타를 날리긴 했어도, 일행도 치열한 전투를 펼쳤다. 김강민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순수하게 감탄했습니다. 백묵씨가 사람 보는 눈은 확실히 뛰어나군요. 그래도 이렇게까지 압도적일 줄은 몰랐습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드래곤 슬레이어보다 활약할 줄은 나도 몰랐다.
“오빠, 도끼질은 언제 배운거에요?”
“몰라.”
“설마 원래 직업이 나무꾼?”
“그렇게 치면 넌······.”
“쉿! 그거 비밀이라니까요.”
진세아와 이야기를 나누며 최유정을 슬쩍 봤다. 손톱을 잘근잘근 씹는 최유정.
“뭐, 무슨 문제라도?”
“아뇨. 딱히? 문제 없어요.”
내가 묻자, 그녀가 억지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마수를 조종할 수 있으니 거리낄 게 없단 건지.
덕분에 사냥은 잘했다.
하루는 걸릴 엔트 사냥이 몇 시간만에 끝났다.
‘엔트들은 원래 각자 영역을 지키느라 뭉칠 일이 없는데.’
그걸 최유정이 한 곳에 모아줘서 공략이 빨라졌다.
‘그러면 다음 스테이지로 가볼까.’
우우웅······.
다음 스테이지로 향하는 게이트가 우리 앞에 생성되었다.
* * *
『 2스테이지 – 다크 엔트 』
『 공략 조건 : 보스 다크 엔트 처치 ( 0 / 1 ) 』
“일단은 휴식을 좀 취할까요?”
나는 숲을 조금 나아가다 멈춰섰다.
어쩌다보니 내가 앞장 서서 가고 있었다. 전투 끝나고 보니 자연스레 리더가 됐다.
한 번 쯤은 쉬어야했다.
보스와 싸우려면 힘을 제대로 비축해 놔야 한다. 나는 괜찮아도, 팀원들의 체력을 생각해야 했다.
우리의 적은 보스 하나가 아닐 수 있거든.
근처에 널린 게 나무였다. 나는 도끼로 나무 하나를 쓰러뜨렸다. 적당히 다듬어서 앉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
“와우.”
“재주가 많으시네요.”
모닥불까지 피우니, 완전히 캠핑장이다. 불을 싫어하는 엔트의 특성상 보스가 다가오진 않을 거다.
“받아 온 도시락이 있는데 드시겠습니까?”
김강민이 배낭에서 주섬주섬 도시락을 꺼내줬다. 차가운데다가 맛도 없다. 게이트니까 어쩔 수 없이 먹는거다.
다른 사람들도 깨작깨작 도시락을 삼키고 있다.
그때였다.
줄곧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던 최유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시락은 먹지도 않고 내버려둔 채다.
“전 잠시 주변을 살피고 올게요.”
“아, 예.”
그러던가 말던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모양인데, 본색을 드러내주면 나야 좋다. 이 유정은 숲 너머로 사라졌다.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가져온 배낭에서 캠핑 용품을 꺼냈다. 지난번에 산 마법 배낭이라 큰 물건도 담을 수 있었다.
달칵.
모닥불 위에 삼각대를 놓고 냄비를 달자 주변의 시선의 집중됐다. 도시락이 맛 없으니 더욱 관심이 갈만하다.
“뭔가 만드시는겁니까?”
“네, 한 번 해보려고요.”
냄비에 가져온 물을 부은 뒤 기다린다.
보글보글.
물이 끓기 시작할 때, 배낭에서 라면을 세 봉지 꺼냈다. 그냥 먹고 싶어서하는 게 아니다. 나름의 계산이 있다.
‘게이트에서 요리를 한다면 어떨까.’
대부분의 행동이 게이트에서 높은 경험치를 받는다. 상황이 열악할 수록 스킬을 얻기가 쉬웠다.
그런 원리로 요리 스킬을 얻어보려는 요량이었다.
“라면?”
멀찍이 있던 진세아가 다가왔다. 라면이란 말에 김강민도 투구 너머로 두 눈을 떼지 않고 날 바라본다.
드래곤 슬레이어 김강민은 라면을 좋아한다. 그에게 ‘데몬 헌트’ 스킬을 배우러 갔던 영웅들의 손에 라면이 하나씩 있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
끓는 물 위에 면을 넣고 스프를 풀자, 증기가 모락모락 올라온다.
동시에 메시지창이 쏟아졌다.
『 스킬 ‘기초 능력 Lv.11’을 발휘합니다. 』
『 일반 스킬의 획득 확률이 상승합니다. 』
『 스킬 ‘요리 Lv.1’을 획득합니다. 』
『 스킬 ‘요리 Lv.2’를 획득합니다. 』
『 스킬 ‘요리 Lv.3’을 획득합니다. 』
···
..
.
『 스킬 ‘요리 Lv.10’을 획득합니다. 』
희미한 금빛 기운이 라면 속으로 스며들었다. 신들린 듯 젓가락을 움직여 면발의 꼬들함을 살뒤, 적절한 시기에 그릇에 덜어냈다.
타이머를 사용하지 않아도 그 타이밍이 느껴진다.
“와······.”
그걸 지켜보던 진세아가 감탄을 흘렸다. 내가봐도 대단하다. 그냥 라면일 뿐인데 CF에 나오는 것 같은 완벽한 자태다.
‘이게 스킬의 힘인가.’
라면의 향기가 침샘을 자극한다.
그대로 진세아에게 그릇을 건네기 직전, 조용히 말했다.
“저 사람 조심해. 최유정 헌터.”
“왜요?”
덩달아 심각한 표정이 된 진세아가 물었다. 이유는 빌런이니까인데.
“하여튼 조심해. 이제 먹어봐.”
“근데 저 라면 별로 안 좋아하는데.”
“······.”
“그래도 잘 먹을게요.”
배는 고팠는지 그릇을 가져갔다.
후릅.
“!”
한 젓가락을 넘긴 진세아의 눈빛이 변했다.
후릅, 후르릅.
내 눈치를 보면서 계속 맛을 본다. 라면 싫어하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다.
“안좋아한다면서.”
“······. 이상하네. 왜 이렇게 맛있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열심히 먹는다.
꿀꺽.
어디선가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김강민이었다.
‘아차.’
나는 재빨리 그릇에 라면을 담아 그에게 내밀었다. 살짝 퍼진 듯 보였던 라면에 내 손이 닿자 면발이 다시 탱글탱글해진다.
“감사합니다.”
김강민이 투구 속으로 젓가락을 넣어 라면을 한 입 맛본다. 멈칫.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설마 뭐가 잘못 됐나.
“뭔가 이상한가요?”
“아닙니다. 허······. 너무 맛있습니다.”
김강민은 허겁지겁 라면을 입에 집어 넣는다. 순식간에 한그릇을 해치우고선 고개를 들었다.
들뜬 목소리였다.
“제 평생 먹어본 라면 중에 최곱니다. 어떻게 끓이신겁니까?”
뭔가했는데, 그냥 감동한거였구만. 리액션이 좋으니 만들어 준 보람이 느껴진다.
근데 그렇게 맛있나. 슬쩍 한 숟가락 퍼먹어 봤다.
‘와, 씨. 미친.’
이건 라면이 아니다. 예술 작품이다. 내가 끓였단 게 믿기지 않는 극상의 맛. 여운에 젖어 있는데 김강민이 내게 그릇을 내밀었다.
“저······. 혹시 한 그릇 더.”
그 시선이 남아 있는 라면으로 향했다.
나는 한국자를 더 퍼서 그에게 건넸다. 그러다 우뚝 허공에서 손을 멈췄다.
그냥은 안된다. 라면을 끓인 목적은 스킬말고도 하나 더 있었다.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얼마든지 드리죠. 대신 부탁할게 있습니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
* * *
“데몬 헌트 말인가요? 있기야 있습니다. 근데 대단한 스킬이 아닙니다.”
라면을 순식간에 해치운 김강민이 한결 친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데몬 헌트.
마족을 상대할 때 추가적인 데미지를 입히는 스킬이다. 마족과 싸울 예정이라면 반드시 익혀두는 게 좋은 기술이다.
처음부터 익히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어딨는지를 몰랐으니.’
그래서 이번 만남을 기회로 삼는 거다.
“저도 얼떨결에 습득한 스킬이라서요. 적용되는 범위도 많지 않고······.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알려드리죠.”
그 점을 노렸다. 알려줘도 크게 쓸모 없는 스킬이니 선뜻 라면하고 바꿔먹을 수 있는 거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김강민이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 말했다.
“대신······. 라면 비법만 확실히 알려주시죠.”
“아, 예. 물론이죠.”
당연히 알려줘야지. 내가 끓인 맛이 나올진 모르겠지만.
나는 검을 쥐고 김강민의 앞에 섰다. 대검을 들어 올린 김강민이 물었다.
“그런데 제가 데몬 헌트 스킬을 가지고 있단 건 어떻게 아신건가요?”
그 질문을 할 줄 알았다. 이럴 땐 대충 둘러대면 된다.
“지인한테 우연히 들었습니다. 제가 관련 던전을 공략해야 할 것 같아서요.”
“흐음, 그렇군요. 친절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배우기가 어렵지는 않거든요. 마력을 다룰 수만 있으면요.”
아하, 그런 조건이 붙는구나. 다행히 체인지 웨펀을 사용하면 마력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다.
그렇게 김강민이 대검을 후웅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저기요······.”
사라졌던 최유정이 돌아왔다.
“자그마한 문제가 생겼는데.”
그녀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의 눈치를 살폈다.
“혼자서는 안될 것 같아서요. 세아야 같이 갈래?”
“아녀. 라면 아직 다 안 먹었는데······.”
“그러지말고, 여자끼리 할 말이 있어서 그래.”
“······그러죠, 뭐.”
진세아가 마지못해 최유정을 따라갔다. 나는 슬쩍 뒤돌아 본 진세아와 눈빛을 교환했다.
‘조심해라.’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진세아 정도면 그냥 당하진 않을 거다. 미리 언질도 줬고, 최상급 위기감지 스킬도 있을테니.
진세아가 최유정을 따라가고, 김강민과의 수업이 시작 됐다.
“그러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를 따라해보세요. 우선은 검에 마력을 얇게 도포한다는 느낌으로.”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검에 마력을 부여하려면 무기를 바꿔야 한다. 체인지 웨펀의 효과가 마력 부여였으므로.
김강민이 흥미로운 눈으로 보긴하지만, 별 다른 말은 안 했다. 이미 싸우다말고 나무를 찍는 기행을 벌여서 그런가.
“네, 바로 그거에요. 그 상태에서 몸에 힘을 빼고 저와 똑같은 자세를 취해주시면 됩니다. 눈 앞의 거대한 악을 쓰러뜨리겠다는 일념으로요.”
자세와 마력의 운용 그리고 의지의 표명.
“맞아요. 그 느낌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30분째.
검 위로 새까만 기운이 코팅 되며 퍼져나갔다. 석유가 얇게 발린 것 같은 모양새.
『 레어 스킬 ‘데몬 헌트 Lv.1’을 전수 받습니다. 』
『 마(魔) 속성의 대상에게 3%의 추가 데미지를 입힙니다. 』
‘됐다!’
다행이었다. 경우에 따라 지난번에 얻었던 재능환을 사용하려 했는데 의외로 금방 획득했다.
‘재능 초월의 공간 덕인가.’
거기서 얻은 기초 능력의 효과였다.
그 덕에 일자베기보다 수월하게 스킬을 전수 받았다.
‘일단 배우는 건 끝났고.’
다만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건 어렵다. 더불어 체인지 웨펀의 효과로 희미한 마력이 덧씌워졌을 때만 효과를 누릴 수 있다.
『 스킬 ‘데몬 헌트 Lv.1’을 발휘합니다. 』
‘일단 한 번 스킬이 됐으면, 그 이후부터는 의식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
스르륵
다시금 영혼 포식자가 검은색의 기운으로 코팅됐다. 이때 공격을 가하면, 마족에게 큰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네, 바로 그겁니다.”
김강민은 의외로 가르치는 재주가 있었다. 신태양 녀석은 가르치는 재주는 영 꽝이다.
『 스킬 ‘데몬 헌트 Lv.2’를 획득합니다. 』
검은색 코팅을 유지한 채로 눈 앞의 나무를 베어냈다.
이어서 마력을 불어 넣을 때마다 코팅의 색이 진해졌다.
스륵!
희미했던 색에 칠흑 같은 어둠이 깃들어간다. 맹물 같았던 기운이 검은 물감을 탄 듯 빠르게 진해지는 게 느껴진다.
전수자가 근처에 있을 때 경험치가 압도적으로 빨리 오르는 탓이다.
『 스킬 ‘데몬 헌트 Lv.10’을 획득합니다. 』
그렇게 집중하다보니 순식간에 10레벨을 달성.
코팅의 색이 눈에 띄게 선명해졌다.
“······어떻게 하신겁니까?”
김강민이 멍한 표정으로 내 검을 바라봤다.
이런, 레벨을 올리는 것만 생각다보니 김강민을 신경 못썼다.
뭐라 말할까 고민하는데, 반쯤 벌려진 그의 입에서 한마디가 나왔다.
“천재······.”
“······.”
살다보니 천재소리를 다 듣네. 생전 처음 듣는 말이다.
하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긴 하겠다.
김강민은 진심으로 궁금한 표정을 짓더니 내게 물었다.
“이지한씨 정도 되는 분이 왜 길드에 안들어가시고 용병 생활을 하시는겁니까?”
“거기엔 사정이······.”
적당히 얼버무리려고 하는 그때.
콰아아앙!
숲 뒤편에서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동시에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숨어 있던 엔트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뭐, 뭐죠?”
김강민과 내가 숲 너머를 바라보는 순간.
“사, 살려줘요!”
진세아가 울상을 지으며 이쪽을 향해 달려온다. 근데 녀석의 손이랑 목에 처음보는 장신구가 치렁치렁 달려있다.
그 뒤를 쫓는 건 최유정이었다. 체면이고 나발이고 한껏 분노한 상태였다.
“이 빌어먹을 도둑년이! 죽여버리겠어!”
최유정의 지시에 화염 정령이 불을 내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