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4
4화 경험치 10만 배(3)
『 EX급 특성 ‘무재 조정’을 획득합니다. 』
『 지금부터 당신의 경험치가 10만 배가 됩니다. 』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그대로 눈만 깜빡였다.
내가 뭔가 잘못 이해 한 건가?
10배도 아니고 100배, 1000배도 아니다.
10만 배.
정말 내가 제대로 메시지창을 이해 한 걸까?
촤르르륵!
그런 내 생각을 반박이라도 하듯이 순식간에 푸른 메시지창이 내 앞을 가득 채웠다.
『 심각한 데미지를 받으셨습니다. 』
『 스킬 [ 맷집 Lv.1 ] 을 획득합니다. 』
『 해당 스킬에 관한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
살아생전 이렇게 많은 양의 메시지를 보는 건 처음이다.
본래라면 평생에 걸쳐도 볼까 말까 한 메시지가.
일순간에 쏟아졌다.
『 스킬 [ 맷집 Lv.2 ] 획득 』
『 스킬 [ 맷집 Lv.3 ] 획득 』
『 스킬 [ 맷집 Lv.4 ] 획득 』
…
『 스킬 [ 맷집 Lv.10 ] 획득. 』
『 ‘맷집’ 스킬이 최대 레벨에 도달했습니다. 』
내 눈이 전에 없이 커졌다.
믿기질 않는다.
평생 동안 내가 획득한 스킬이라곤 ‘근력 Lv1’이 전부였다. 사실은 그것조차 안간힘을 써서 얻은 것이었다.
그랬던 내가 단숨에 최고 레벨의 스킬을 습득했다.
『 받는 피해 25% 감소, 피해에 대한 고통 감소 30%, 이제 치명적인 데미지를 받아도 행동할 수 있게 됩니다. 』
온몸을 억죄고 있던 고통스런 감각이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후들대던 다리가 단단하게 고정되고, 아슬하게 검을 그러쥐었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스윽.
나는 입가에 흘러내리던 피를 닦아냈다.
‘몸이 움직여진다.’
피해가 전부 없었던 게 되는 건 아니었다.
고통은 남아있고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
여전히 상황은 불리했다.
하지만 발악은 해볼 만한 상태가 됐다.
“키륵?”
내 눈빛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 걸까.
쿠훌렌 녀석도 머리를 갸웃거리더니 자세를 고쳐 잡았다.
철컥.
놈의 검집 두 개가 부딪히며 금속음을 냈다. 그러나 쥐고 있는 건 검은 하나뿐이다. 나를 여전히 얕보고 있단 뜻이다.
‘그렇게 나와주면 나야 고맙지.’
목숨을 건 승부에서 자존심이 중요하던가?
그건 고고한 천재들한테나 먹히는 이야기다.
나같이 살아남는 게 전부인 놈한테는 뭐가 되든 상관없다.
적이 방심하고 있다면 오히려 땡큐지.
타악!
땅에서 풀과 흙이 튀어 올랐다.
그와 동시에 쿠훌렌이 쏘아지듯 내 쪽으로 날아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카아앙!
다시 한 번 녀석의 검을 받아내는 순간.
촤르르르륵!
알림이 미친 듯이 출력된다.
『 스킬 [ 검술 Lv.1 ] 을 획득합니다. 』
『 스킬 [ 검술 Lv.2 ] 획득 』
『 스킬 [ 검술 Lv.3 ] 획득 』
…
『 스킬 [ 검술 Lv.10 ] 획득. 』
쿠훌렌의 검이 만들어낸 강한 풍압이 몰아치지만, 오히려 기분이 상쾌할 지경이다.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난다. 기가 막힌 일이었다.
경험치 10만 배.
이 의미는 내 생각보다 넓었다.
레벨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었다. 스킬 경험치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검 한 번을 맞댄 걸로 십만 배에 달하는 경험을 축적한다.
『 ‘검술’ 스킬이 최대 레벨이 도달했습니다. 』
그렇게 쌓인 경험은 형태를 갖추어 스킬이 되고, 레벨이 오른다.
‘검을 쥐는 감각 자체가 달라졌어.’
본래라면 절대로 뛰어넘지 못했을 간극이 단숨에 메워졌다.
검을 잡고 있는 손가락 하나 하나가 살아있는 기분이다. 팔꿈치부터 발끝까지 어설프게 위치하던 신체 부위들이 온전한 제자리를 찾았다.
마구잡이로 들어올린 검이 탄탄한 기반을 잡은 검술의 일부가 되었다.
‘정말로 해볼 만할지도 몰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모든 게 달랐다.
양측의 검이 힘을 겨루고 있는 가운데, 내가 흘려보내야 할 검의 방향이 물 흐르듯 연상된다.
카가각.
검날이 맞닿은 위치에서 붉은 불똥이 튀어올랐다. 나는 녀석의 검을 흘려내고 있었다.
“크륵······?”
단순히 흘려내는 게 끝이 아니다.
놈의 힘을 그대로 이용해서 땅바닥으로 내리꽂는다면······.
“키륵!”
역시 눈 앞의 적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내 의도를 눈치챈 쿠훌렌이 힘을 실어 날 밀쳐냈다. 강한 반동이 밀려왔다.
쿵!
“큭!”
나는 무게중심을 잃고 뒤에 있는 나무에 등을 부딪쳤다. 나를 밀쳐냄과 동시에 뒤로 물러난 쿠훌렌이 검을 고쳐 잡았다.
“키르륵!”
쿠훌렌은 내 모습이 재밌는지 비웃음을 흘렸다.
연달아 공격을 해왔다면 위험한 순간이었다.
나는 자세를 가다듬고 집중했다.
‘빌어먹을.’
나는 10만 배에 달하는 경험치를 단숨에 얻을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녀석을 잡아 삼켰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눈 앞의 고블린은 상식을 벗어난 존재였다.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아직도 녀석과 나의 격차는 압도적이었다.
‘뭘 해야 놈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지?’
놈이 쌓아 올린 재능을 뛰어넘을 방법은 없는 건가?
‘생각해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는 것조차 힘겹다.
‘우선은 놈의 움직임을 살피자.’
고수의 반열에 오른 존재들은 상대가 움직이기 전부터 그 강함을 읽어낸다고 했다.
실제로 고등급의 헌터들 또한 그러했다. 상대의 수를 읽고, 더 좋은 수로 대처하기 위해 움직이지 않은 채 대치한다.
나는 놈의 작은 움직임 하나까지 눈에 넣을 생각으로 집중했다.
상대의 움직임과 주변의 상황을 인지한다.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시작할 터였다.
그러자.
촤르륵!
『 스킬 [ 인지 Lv.1 ] 을 획득합니다. 』
『 스킬 [ 인지 Lv.2 ] 획득 』
『 스킬 [ 인지 Lv.3 ] 획득 』
….
..
.
『 스킬 [ 인지 Lv.10 ] 획득. 』
『 ‘인지’ 스킬이 최대 레벨이 도달했습니다. 』
‘미친…’
놀랍게도 새로운 생각이 또 다른 활로를 열었다.
인지 스킬이 생겨났다.
그것도 1레벨에서 단숨에 10레벨로 점프.
시야 안에 들어오는 정보량의 차원이 달라진다.
본래 인지하지 못했던 상대의 세세한 움직임이 감각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내가 존재하는 공간에 대한 감각도 한층 새로워진다.
‘이게 인지 스킬의 힘이구나.’
내 뒤에 있는 나무나, 근처를 채우고 있는 식물들의 위치가 정확하게 이해된다. 과장되게 말해서 나뭇잎의 움직임이 느껴질 정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부터가 기존의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쿠훌렌 녀석은 이미 이런 단계쯤은 진작에 뛰어 넘었을 거다.
‘이러니까 아무리 기를 쓰고 발버둥쳐도 이길 수가 없지. 보는 세계 자체가 다른데.’
파앗!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쿠훌렌이 쏘아져 온다.
방금 전과 다르게 녀석의 손에 들린 검이 휘둘러지는 공간이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궤적이 보인다.’
충분히 막을만한 공격이었다.
발을 땅에 고정한 채, 안정적인 자세로 검을 휘두른다.
스킬을 통해 몸에 익혀진 검술이 자연스레 발현되고 있었다.
그대로 녀석의 검격을 받아냈다.
카앙!
금속이 부딪히는 청명한 소리가 고막을 울린다. 알고, 보고, 느끼고 막으니 어려울 것도 없었다. 이어서 쏟아지는 공격도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었다.
거대한 벽으로 느껴졌던 쿠훌렌의 검이 이제는 눈에 훤하다.
수십 차례의 공방이 오가고, 이대로라면 뭔가 밀어낼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키륵.”
돌연 쿠흘렌이 낮은 울음 소리를 냈다. 그 순간 녀석의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
스으윽.
녀석이 쥔 검이 불가해한 움직임을 취했다. 잔상을 흩뿌리며 기이한 선을 그린다. 내가 가진 검술론 이해할 수 없는 궤적이었다.
“?!”
해괴, 독특 그런 단어로밖에는 표현되지 않았다.
기존의 법칙을 무시하는 기이한 궤도로 쿠훌렌 검이 날아왔다.
‘이런!’
정확하게 녀석의 검을 향해 칼날을 들이댔음에도, 두 검이 만나는 일 없었다.
쿠훌렌의 칼날은 그대로 내 목을 노리고 날아 들어왔다.
‘막기에는 너무 늦어.’
이건 막을 길이 없었다.
막을 길이 없다면.
피하는 수밖에 없다.
‘딱 한 걸음만······!’
인지 능력이 전에 없이 높아진 상태였기에 가능한 판단이었다. 어설프게 다시 검을 휘둘러 막을 바에는 피하고자 움직여야 했다.
‘한 발만······.’
나는 가까스로 반걸음을 뒤로 내디뎠다.
“!”
그러자 신세계가 펼쳐졌다.
『 스킬 [ 보법 Lv.1 ] 을 획득합니다. 』
『 스킬 [ 보법 Lv.2 ] 획득 』
….
..
.
『 스킬 [ 보법 Lv.10 ] 획득. 』
『 ‘보법’ 스킬이 최대 레벨이 도달했습니다. 』
“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순식간에 거리가 벌려졌다.
엉겁결에 하기는 했는데 나조차 원리를 모르는 방식이었다.
부웅! 팍.
허무하게 허공을 가른 쿠훌렌의 검이 바닥에 박혔다. 고개를 든 녀석이 놀랍다는 듯 나를 쏘아본다.
“크륵…”
그 표정에선 비웃음이 사라져 있었다.
놈에 대한 건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힘, 체력, 속도… 기본적인 능력치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원래대로라면 내가 쿠훌렌을 이기는 일은 없었을 거다.
원래대로라면 말이지.
나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스슷!
이번에는 쿠훌렌이 높이 뛰어올랐다. 이어서 하늘에서부터 쏟아지는 연격.
불과 몇 분 전까지는 하나를 받아내는 것도 힘들었지만 이젠 아니다.
카앙! 카앙! 카앙!
내 모든 신경을 쏟아 부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인지 스킬로 궤도를 읽고 미리 대응하면 부족한 힘과 속도를 보충할 수 있다.
심지어 보법과 함께 사용하니 막을 수 있는 간격에 여유가 생긴다.
‘이번에야말로······!’
그리고 그 여유에 내 공격을 욱여넣으면…
촤악!
예상하지 못한 내 공격에 쿠훌렌이 휘청였다. 수차례의 공방 끝에 내 철검이 쿠훌렌에게 닿은 것이다.
“어떠냐.”
나는 비릿한 미소와 함께 녀석을 바라봤다.
쿠훌렌의 볼가로 얇은 상처가 생겨났다. 희미한 붉은 피가 묻어나왔다. 정말 얕은 상처였지만, 놈의 자존심을 건드리기엔 충분했다.
“키륵…”
놈의 눈에 흐르는 푸른 안광이 더욱 진해졌다.
* * *
게이트의 바깥.
헌터 협회 건물에서 헌터 한 명이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C급 헌터 윤서현.
그녀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에 소리쳤다.
“아니, 어떤 바보 같은 놈들이 F급 게이트에서 조난을 당해요? 가봤자 아무 일도 없다니까요.”
이 여자가 진오 길드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구조대였다.
스마트폰 너머에서 나오는 대답은 상투적이었다. 시간이 초과 되었으니 무조건 가봐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무슨 벽이랑 이야기하는 것 같네. 네, 네. 알겠어요. 알았다니까요.”
실제로 F급 게이트 내에서 오래 머무는 건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폐쇄적인 게이트 내부인만큼 범법적인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초보 길드는 사소한 사고에도 잘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에 협회의 관리가 필수적이란 이야기였다.
『 스킬 ‘공간이동 Lv2’를 사용합니다. 』
쏟아지는 잔소리를 대충 흘려 넘긴 윤서현은 자신의 스킬을 사용해서 공간을 이동했다.
주위가 잠시 일렁이더니 문제가 발생한 F급 게이트가 시야에 들어왔다.
협회에서 그리 먼 장소도 아니었다. 한적한 산 부근이었다.
‘대체 뭐하고 있길래, F급 게이트에서 시간을 끄는 거야.’
진오 길드라고 했던가.
관련 기록을 확인하니 멀쩡한 길드였다. 문제없이 잘 사냥하는 평범한 초심자 길드였다.
그러니 이런 귀찮은 일은 정말 다른 사람을 시켰으면 좋겠다. 협회 소속 헌터라는 게 그렇다.
‘안에서 술판이라도 벌이고 있는 거 아냐? 그런 일이 한두 번이어야지..’
일을 많이 한다고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 자유로운 길드 소속 헌터들과 비교하면 신세가 많이 처량한 편이 아닐까.
언니 추천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때려쳤을 거다.
그런 불평을 하며 윤서현이 게이트 내부로 진입했다.
“읍.”
윤서현이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움켜쥐었다.
들어가자마자 입구에서부터 혈향이 가득했다.
고블린의 시체가 난잡하게 굴러다니고 있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입구부터 성대하게도 해놓으셨구만.”
그중에 사람의 시체가 섞여 있을 거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소리치면서 나아갔다.
“진오 길드 여러분! 어디 계세요?”
게이트 내부로 더 들어가자, 이상한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근처의 나무들이 전부 베여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있었던 장소가 숲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잘려 있었다.
마치 공터처럼 일대가 휑했다.
그제서야 윤서현이 멈춰 섰다.
‘뭔가 이상한데…’
심상치 않았다. 보고 받은 게이트의 내부하고는 모습이 너무 달랐다.
‘잠깐, 저건…’
푸른 눈을 가진 고블린과 그 앞에 서 있는 남자 헌터.
고블린은 어울리지 않게 긴 검을 들고 있었는데 팔 하나가 없었다.
머리를 크게 다친 건지 눈도 하나뿐이었다.
휘익.
그 고블린이 윤서현을 바라봤다.
“…?”
윤서현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했다.
고작 고블린을 보고 겁먹다니.
뭔가 이상했다.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다시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린 고블린이 말을 한 것이다.
“키륵… 내 이름은… 쿠훌렌이다.”
거친 쇳소리와 함께 고블린의 입에서 사람의 말이 나왔다.
윤서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더 기가 막힌 건 고블린과 마주보고 있는 남성의 반응이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
윤서현은 눈 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고블린이 말을 한다고? 그 사나운 고블린이?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건가?’
고블린이라고 한다면 지성과는 거리가 먼 생물이었다. 괴성을 지르며 인간을 습격하는 게 윤서현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고블린에 대한 이미지였다.
눈 앞의 고블린은 그런 것들과는 달랐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포심이 들었다.
고블린은 남자의 무미건조한 대답에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었다.
“하… 키륵, 기억해라. 나도 널 기억할 테니.”
이어서 고블린은 자신이 들고 있던 검 하나를 높이 치켜 들더니, 바닥으로 세게 내리꽂았다.
콰아앙!
흙먼지가 치솟으며 고블린이 있던 자리를 뒤덮었다.
“!”
남자가 뒤늦게 녀석을 잡으려고 뛰쳐나갔지만, 고블린은 사라진 뒤였다.
윤서현이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할 일은 해야 했다.
“저기요, 진오 길드 맞으시죠? 이제 나오셔야 해요.”
윤서현은 헌터로 보이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의 몸 상태도 정상은 아니었다. 몸 이곳저곳에 베인 상처와 흘러내리는 피로 엉망이었다.
남자는 이미 눈이 반쯤 감긴 상태였다.
그는 윤서현을 쳐다보다니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내가 당신을 살렸어. 기억하쇼.”
“네? 그게 뭔…”
스륵.
남자는 그대로 쓰러졌다.
애초에 서 있는 게 이상하다 싶을 정도의 상처였다.
“하…”
윤서현은 잠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자신이 본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