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42
42화 마기의 원천 회수(3)
아무도 예상치 못한 사고였다.
폭발하듯 경기장을 뒤덮는 검은 연기.
그 전조는 있었다.
다크 라이온의 폭주.
채용 시험을 그르치고 싶지 않다는 소환사의 독단적 판단에 그 전조는 묻혀 버렸다. 그렇기에 뒤이어 연기가 터져나왔을 때도.
“무슨 일이······.”
은빛의 날개 길드원들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
“어떻게 된거야?”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원래 이러는 거야?”
관중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그것이 시험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의 깊게 이지한을 바라보고 있던 신태양만큼은 달리 생각했다.
‘뭔가 이상해.’
며칠 전, 게이트에서 마주했던 기분 나쁜 기운.
그것이 경기장을 완벽히 뒤덮고 있었다. 이건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였다. 생각은 길지 않았다.
신태양은 경기장 안으로 뛰어 들었다.
“스승님!”
“야, 무슨 짓이야!”
수호 길드 선배가 말릴 새도 없이 연기 속으로 신태양이 뛰어들었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윤서현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건······.’
이전에 마주했던 불길한 느낌. 심상치 않은 검은 연기에 그녀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이상해. 언니한테 확인을······.’
B등급에 오르며 새롭게 배운 스킬 순간이동.
그게 있다면 확인은 쉽다.
윤서현은 먼저 윤지은에게로 이동했다.
심사위원석도 한바탕 난리였다. 윤지은이 윤서현을 확인하고선 달려왔다.
“서현아!”
“언니, 어떻게 된······.”
“부탁할게!”
“응.”
이야기는 길지 않았다. 윤서현은 윤지은과 함께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배경이 경기장으로 바뀌었다.
“이게 대체······.”
그 불길한 기운에 윤지은이 미간을 찌푸리는 순간이었다.
『 마(魔)를 따르는 자의 권역에 진입하셨습니다. 』
『 마기의 원천 : 특수 계약에 의거하여 제약이 발생합니다. 』
『 근처 B등급 이하의 존재를 게이트 내부로 끌어들입니다. 』
푸쉬이!
갑작스레 검은 연기가 미친듯이 줄어 든다. 시간을 역으로 돌리듯 순식간에 수축하는 연기. 그것이 사라진 자리가 휑하니 비었다.
“서현아?”
윤지은이 주변을 살폈을 때, 윤서현은 사라져 있었다.
S랭크인 윤지은과 몇 A급 헌터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을 뿐. 상정 외의 상황에 윤지은의 눈동자가 미친듯이 흔들렸다.
그리고 관중석 구석에서 그 모든 걸 지켜보던 남자.
“호오.”
백묵이었다. 선글라스를 벗는 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전대미문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그것은 백묵의 관심 밖의 일이었다.
처음부터 이지한 이외에는 관심도 없었기에.
‘이거야 원.’
경기장 외벽에 부딪힌 채 쓰러진 다크 라이온. 찰나에 불과한 순간이었지만 백묵은 정확히 보았다.
창 하나가 날아와 소환수의 머리를 꿰뚫는 것을.
그가 봤던 영상 속 이지한이 사용하던 창이었다.
– 현재 상황을 파악 중에 있습니다. 길드 관계자 분들은 일단 자리에서······.
은날 관계자들이 속속히 경기장 내부로 뛰어들고,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수선한 경기장을 바라보는 백묵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알면 알수록 재밌는 사람.’
줄곧 이지한의 움직임만을 쫓았던 백묵이기에 알 수 있었다.
검은 연기가 치솟은 발원지는 한 헌터였다. 그런데 이지한은 처음부터 그 원인이 되는 우진형만을 마크하고 있었다.
지난 며칠, 이지한의 요청에 의해 우진형에 대한 정보를 캤었다.
‘분명히 뭔가 있단 말이야.’
S급 헌터인 자신조차 감지하지 못한 사고였다.
재능? 그런 것을 초월한 범주의 능력이었다. 천재? 그런 말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짐작하기도 어려운 무언가가 이지한에게는 있다.
‘이지한. 이거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흥미로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 생각하는 백묵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 * *
마족.
간단히 말하자면 그들은 모든 생물의 정점.
인류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위치한다면, 마족은 인류의 머리 위에 위치하는 셈이었다.
정점.
그 두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시스템을 손에 넣은 헌터들조차 마족의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숱한 천재들조차 마족들이 가져 온 멸망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마기를 사용해 게이트를 주무르고, 마수들을 강화하여 조종한다.
그리하여 누군가가 말했다.
어쩌면 이 시스템은 마족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듯이.
마족이란 종족은 모든 차원을 손에 넣을 자격을 가진 게 아닌가.
그러니 포기하고, 순리에 따르자고.
예언가라도 되는 양 소리쳤었다.
‘난 전혀 동의하지 않았지만.’
멍청한 소리다. 마족이라 해도 전지전능한 건 아니다. 인류에겐 그들의 침략을 막을 기회가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그 기회 중 하나가 지금 내 손에 쥐어졌다.’
불길한 기운이 맴도는 어두운 하늘.
마족이 점유하는 마(魔)의 권역.
나는 그 아래에 있다.
우선은 스무명 가량의 헌터들의 얼굴을 다시 확인했다.
‘역시 우진형은 없군.’
게이트로 넘어오는 것과 동시에 마족 우진형은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시작 지점 자체가 다른 거다. 마기의 원천은 마족에게 있어 성유물과 같다. 게이트의 지배권이 대부분 그에게 있다고 봐야한다.
“게이트? 제약? 이것도 시험인건가요?”
“뭐가 어떻게 된 거에요.”
“은빛의 날개 관계자 계신가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헌터들이 각자 소리쳤다. 그런 그들의 주의를 불러 모으는 문주명 헌터.
그는 상황 파악이 빨랐다.
“다들 정신차리세요! 이건 시험이 아닙니다. 저흰 지금 게이트에 끌려 들어 온 겁니다!”
소환수와 싸울 때도 중심이 되어서 다른 헌터들을 이끌었던 자였다. 그가 통솔력 있게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이리로 모이세요. 최대한 빠르게 게이트를 공략해야 합니다.”
그의 말에 헌터들이 정신을 차리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반대 방향으로 오는 사람이 있었다. 정확히는 내 쪽으로.
“왠지 오빠랑 있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은 기분.”
“스승님, 이 꼬맹이는 뭡니까? 스승님한테 왜 친한 척을······.”
“꼬, 꼬맹이? 저기요, 아저씨. 나한테 죽고 싶어요?”
진세아와 신태양이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윤서현 헌터도 은근슬쩍 내게로 다가왔다.
“큰일이네요. 갑자기 끌려 들어올 줄은 몰랐어요.”
나를 포함한 4명이 따로 떨어져 나오게 됐다. 그걸 아니꼽게 바라보던 문주명이 소리쳤다.
“거기 뭐하는 겁니까? 이리 오라니까요. 한시라도 빨리 뭉쳐서 게이트를 공략해야 해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그들 전부가 날 바라본다.
‘맞는 말이다. 여기가 평범한 게이트였다면 말이지.’
일단 모여 있는 건 좋은 판단이다. 하지만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나는 잠깐의 고민 뒤에 입을 열었다.
“저흰 따로 가겠습니다.”
“정말입니까? 나중에 후회하셔도 소용 없습니다.”
일반적인 게이트라면 나도 그 무리에 합류했을 거다.
그러나 여긴 변칙 게이트. 그 중에서도 마족이 존재하는 게이트다. 20명이 넘는 헌터들과 함께 움직이는 건 오히려 독이다.
나는 내게로 보여든 이들의 얼굴을 살폈다.
“생각났다. 수호 길드 느끼남! 오빠, 이 사람은 신경쓰지말고 저쪽으로 가죠!”
“느, 느끼남? 이 꼬맹이가······. 스승님, 정말 데려가실겁니까?”
“저기, 여러분. 일단 싸움은 멈추죠. 지금 심각한 상황이거든요?”
공간술사 윤서현, 환세의 도둑 진세아, 미래의 검성 신태양.
이 3명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조합이라면······.’
그때였다.
“저, 저게 뭐에요? 뭔가가 나와요!”
“몬스터?”
헌터들이 가리킨 방향에서 수십, 아니 수백 개의 땅이 들썩이고 있었다.
덜그럭, 덜그럭.
뼈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초원을 가득 메운다. 땅을 파고 나온 수백 기의 해골 병사들이 천천히 진군하기 시작했다.
‘일반 스켈레톤 병사가 아니군.’
놈들의 뼈를 이룬 색깔은 회색. 그것으로 미루어 보건데 일반 스켈레톤보다 높은 등급이다.
해골 병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헌터들의 안색이 굳어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B급 헌터 문주명이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일단은 진형을 갖추고 무기를 들어요!”
그 말에 헌터들이 각자 인벤토리에 소지하고 있던 냉병기를 꺼내들었다. 20명이 넘는 헌터.
“수에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의 전투력이 더 뛰어나니까요.”
등급은 다양했지만 평균적으로 C등급이 넘는 헌터들이 이 자리에 있다. 본래 게이트 공략에 필요한 5명을 훌쩍 넘겼으니.
전력상으로는 우위가 맞다.
문제는 이곳에 마족이 존재한다는 것.
『 마도(魔道) – 계약에 의거하여 제약이 발생합니다. 』
『 고착화 금지 : 게이트 내부의 모든 존재는 동일 종류의 무기를 3초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
마기의 원천과 더불어 두 개의 제약이 이 게이트 내부에 존재한다.
“으윽! 뜨거워!”
“이게 뭡니까?”
고착화 금지 제약이다.
헌터들이 손에 쥔 무기가 벌겋게 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듯한 작열감에 몇 헌터들이 무기를 떨어뜨렸다.
처음 겪는 상황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크윽!”
침착하던 문주명조차 당황하며 무기를 떨어뜨렸다. 그러는 사이 해골들의 무리가 지척까지 다가왔다.
덜그럭, 덜그럭.
놈들의 손에 무기는 없었다. 그러나 회색의 해골들은 많은 수만으로도 충분히 위압적이다. 그냥 두고 볼 순 없다.
나는 신태양에게 말했다.
“저것 좀 막아봐.”
“네, 3초면······. 충분하겠네요.”
신태양이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해골들 사이로 뛰어든 녀석의 발이 땅에 닿는 순간.
파아아!
푸른 실선이 일대를 뒤덮었다. 누에 고치를 연상케하는 그 속, 무수하게 방사된 청색의 선이 해골 병사들을 남김 없이 조각냈다.
콰아앙!
산산조각이 난 채로 솟구치는 백기의 해골 병사들. 공중으로 치솟은 뼛조각이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불러 일으키는 기술이었다.
“와우.”
진세아가 짦게 놀랐다.
신태양은 검을 납도하고선 내가 있는 쪽으로 가볍게 착지했다.
‘고착화 금지라.’
잠깐 생각해보면 극복하기 어려운 제약은 아니다.
나는 문주명을 향해 말했다.
“다들 순서대로 번갈아가며 무기를 들면 됩니다. 그러면 막을 수 있을 겁니다.”
“큭, 그 정도는 저도 알았습니다. 근데 그쪽은 그래서 어쩌겠다는 겁니까?”
해골 병사들은 땅을 뚫고 끊임 없이 솟아나온다. 여기서 농성하는 것엔 의미가 없다.
“저희는 보스를 잡고 오겠습니다.”
“하, 저 놈들을 전부 뚫고요? 그럴 바에는 같이······.”
“아뇨, 바로 갈겁니다.”
나는 윤서현 헌터의 어깨를 잡았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해골 병사들을 사냥하며 체력을 낭비할 이유는 없다. 나 혼자였으면 무식하게 뚫었겠지만.
지금 나는 혼자가 아니다.
공간이동이 가능한 윤서현이 있는데, 뭐하러 그러겠는가.
“저 멀리 보이는 성으로 가죠. 우리 네 명은 이동할 수 있죠?”
“물론이죠.”
윤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 동료 윤서현이 스킬 ‘공간이동 Lv.3’을 발휘합니다. 』
벌레처럼 우글대는 해골 병사의 군세를 넘어 우리는 단숨에 성 앞에 도달했다. 새삼 공간이동이 사기 기술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와, 언니. 공간이동 직접 해보는 건 처음이에요. 멋져요.”
“그래? 고마워. 세아라고 했지?”
여자 둘은 쿵짝이 잘 맞나보다. 나는 마족이 있을 장소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폐허가 되다시피한 오래된 성채.
벽에는 커다란 금이 가있고, 군데군데 이끼로 가득하다.
“그러면 이제 어쩌죠?”
윤서현, 진세아 그리고 신태양의 시선이 내게로 모였다.
“대충 각자의 역할은 알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신태양의 검술, 윤서현의 공간이동.
“이 꼬맹이는 왜 데려온건데요?”
신태양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진세아는 도둑이다.”
“앗, 그걸 말하면 어떻게 해요!”
“미안. 근데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목숨이 걸려 있어서 어쩔 수 없거든. 그리고 이 사람들은 믿을만 해.”
이 앞에 있는 건 마족이다.
각자 무슨 능력이 있는지도 설명하지 못한 채로 들어갈 수는 없다.
“간략하게 설명할테니 잘 들어.”
우리의 목적은 마기의 원천 회수와 마족 처치.
더불어 이 내부에 있는 게 평범한 보스가 아니란 걸 설명했다.
진세아와 신태양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 그러면 진짜 큰일에 휘말린거잖아요.”
“마기라······. 그런 거였군요.”
이 정도 정보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지금까지 만났던 그게 다 마족이란 거에요?”
윤서현의 눈이 커졌다. 이때까지의 일들이 하나로 연결 된 거겠지. 나는 담담히 말했다.
“네, 맞습니다.”
다만, 마족의 침략이나 그들의 야욕에 대해서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선 시기 상조다. 무엇보다 그걸 증명할 방법도 없으니까.
다들 묻고 싶은 게 한가득인 표정이었다.
그래도 일단은 움직여야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가면서······.”
투둑.
성에서 돌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왔다. 자연스레 고개를 들어 바라본 성의 끝자락. 거대한 뱀 하나가 혓바닥을 낼름 거리고 있었다.
스르륵.
거대한 뱀은 성의 첨탑 사이를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순식간에 성을 타고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
“저, 저거······. 바실리스크 아니에요?”
윤서현 말대로 단순한 뱀이 아니었다. 날개는 없지만 드래곤이 가지는 특징을 빼다 박았다.
진짜 바실리스크는 아니다. 그 열화판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충분히 강하겠지.
그때였다.
거대 뱀이 아가리를 쭈욱 벌리고, 우리를 향해 미친듯이 돌진해왔다.
“성 안으로 뛰죠.”
가능하면 무의미한 전투는 피하는 게 좋다. 마족과의 전투 이전에 힘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저걸 제압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고.
“으아아아!”
콰아앙!
진세아가 요란스럽게 비명을 지르기는 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성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후우, 죽는 줄 알았네.”
진세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성 내부는 미로처럼 복잡하게 이어진 복도다.
나는 일행에게 설명했다.
“이곳에서 마족의 방을 찾아야 합니다. 마기의 원천과 마족 둘 다 그 방에 있을 겁니다.”
인류의 배신자였던 김상욱의 말을 떠올렸다.
– 마족의 성. 멸망 직후에 곳곳에서 많이 봤지? 이건 일종의 사령탑인데, 마족이 게이트를 제어하고 마수들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장소야.
이 성의 양식 자체는 멸망한 직후에 존재하는 것과 똑같다.
– 상위 마족이면 몰라도 최하위 마족은 그 안에 있는 마력 제어실에서 벗어날 수가 없단 말이야. 그러니, 제어실만 찾아내서 마족을 죽이면 끝. 어때 쉽지?
김상욱은 뻔뻔한 얼굴로 자신이 아는 정보를 늘어놓았다.
– 그래, 우진형 그 놈은 진짜 미친 마족이었지. 최하위 마족 주제에 힘을 얻고 싶어서 그리 큰 사고를 벌였으니까. 근데, 최하위엔 이유가 다 있는 법.
– 멍청하게 제어실에 마기의 원천이랑 틀어박혀 있다가, 다른 마족들에게 제압 당하는 게 그 놈의 최후였단 말이지.
김상욱의 설명에 따르면 최하위 마족인 우진형은 마기의 원천에서 멀리 떨어질 수 없다.
본래 가진 마기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
‘결론은 제어실만 찾으면 된다는 건데.’
그걸 찾으려면 이 넓은 성을 전부 돌아다녀야 할 판이다.
“스승님, 그 마기의 원천이란 건 결국 응축된 마기인거죠? 그렇다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리 말하는 신태양의 주변으로 푸른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 동료 신태양이 스킬 ‘초감각 Lv.7’을 발휘합니다. 』
“일반적인 마력과는 다른 기운이 확실하게 느껴져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래.”
자꾸 잊게 되는데 이 녀석은 검성의 자질을 타고났었다. 가지고 있는 능력도 재능도 일반적인 예측을 뛰어넘는다.
‘생각보다 쓸모 있네.’
신태양을 따라 움직이려는데, 불안한 표정으로 뒤를 바라보고 있던 진세아가 입을 열었다.
“빨리 가요! 저 마수 여기로 들어 올 것 같아요.”
“훗, 꼬맹아. 뱀 머리가 입구보다 훨씬 큰데 들어 올 리가 없지 않나?”
신태양이 조소하듯 말했다. 이것 또한 그냥 지나치기 힘든 발언이다. 진세아는 뛰어난 위기감지 스킬이 있다.
나는 일행을 재촉했다.
“아니, 진세아말대로니까. 빨리 뛰어.”
“네? 그게 무슨?”
쿠우웅!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성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뱀이 억지로 성 안으로 머리를 들이 밀었다.
쿠구구구!
복도를 부숴가면서도 억지로 복도를 비집고 돌진해온다. 그 진동에 발 밑이 떨려 온다.
“이런 억지가······.”
“그쵸, 내 말이 맞죠?”
“지, 지금부터 달릴게요! 모두 잘 따라오세요!”
신태양이 앞장서서 달려 나갔다. 우리는 그 뒤를 따랐다. 복잡한 복도에서 좌우로 꺾기를 수십 차례.
바실리스크 아종 녀석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우리를 따라왔다. 놈이 한 번 지나간 길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한 번이라도 길을 잘못 들면 도망갈 길은 없단 의미.
“제,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아요?”
“거 쫑알쫑알 시끄러워. 맞으니까 조용히 하고 따라오기나 해!”
투닥거리는 진세아와 신태양을 뒤로하고, 나는 윤서현에게 물었다.
“공간이동은 쿨타임은 얼마나 남았습니까?”
“적어도 15분은 기다려야 돼요. 아, 순간이동, 순간이동도 있어요!”
“그건 몇 명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까?”
“두 명이요! 꺄악!”
치이익!
뱀의 아가리에서 뿜어져 나온 독액이 바닥을 녹였다. 맞은 사람은 없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꽤 많이 가까워져 있었다.
“스승님, 저기에요!”
동시에 제어실을 발견했다.
검은색 바탕에 붉은 문양으로 덧칠 해진 기이한 문.
신태양이 가장 먼저 앞으로 뛰어나가 문을 밀었다.
덜컹, 덜컹.
그러나 열리지 않았다. 단단하게 잠겨 있다.
“큭.”
“비켜요!”
진세아가 주머니에서 락픽을 꺼내들었다. 자물쇠나 열쇠구멍을 해제할 때 쓰는 아이템이다.
“내가 열어 볼게요.”
달칵, 달칵.
“시간, 시간이 좀만 더······.”
단번에 열리지 않는다. 옆에 있던 신태양이 검으로 문을 쳐내지만 꿈쩍도 않는다. 마족 최후의 보루이니, 쉽사리 열리지 않는 게 당연하다.
거대 뱀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
“순간이동으로도 안 넘어가져요.”
윤서현이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쿠구구구!
복도를 죄다 부수며 돌진해오는 뱀 대가리. 바실리스크 아종. 놈의 이빨이 독액으로 번뜩였다.
신태양이 검집에 있는 검을 뽑아들려는 찰나.
내가 그 앞을 막아섰다.
“여긴 내가 한다.”
성 내부로 억지로 비집고 들어오느라, 바실리스크 아종의 움직임은 제한되어 있었다.
해볼만 할지도 모른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동그란 환약 하나를 꺼내 삼켰다.
『 재능환(5년급)을 사용하셨습니다. 』
두번째 마기의 원천을 회수하고 얻은 아이템.
이걸 쓸 때가 왔다.
『 일시적으로 5년에 한 번 탄생하는 천재의 재능을 부여 받습니다. 』
궁금하기도 했다.
5년급이라곤 해도, 천재는 천재.
줄곧 내게 없었던 그 재능.
그 재능이 경험치 10만배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윽.
나는 인벤토리에서 회수의 창을 꺼내 움켜쥐었다. 제약에 의해 붉게 달아오르는 창. 그것을 뱀의 아가리를 향해 힘껏 던졌다.
투화악!
동시에.
『 특성 무재조정(無材調整)을 발휘합니다. 』
무수한 홀로그램 창이 내 시야를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