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45
45화 재능 발화의 장(1)
『 무성(無星)등급 칭호 : ‘마계의 재앙(災殃)’을 획득합니다. 』
『 1. 필드 ‘마계(魔界)’에서 마(魔)속성 대상으로 1000%의 데미지
2. 마도 – 제약 무시 5% 』
“미, 미쳤네.”
나도 모르게 말이 바깥으로 새어나왔다.
“혹시 상처가 악화된 거에요?”
윤서현이 걱정스런 눈으로 다가왔다. 확실히 두드려 맞아서 그런지 몸 상태가 안 좋기는 한데.
나는 손을 저었다.
“괜찮습니다.”
보상 이펙트는 나에게만 보인다. 오해한 윤서현이 인벤토리에서 포션 한 병을 더 내밀었다.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이거 먹어요.”
그런 걱정을 할만큼 내 꼴이 엉망이긴 했다. 방어구는 너덜너덜해져서 떨어지기 일보 직전에, 찢어진 옷 군데군데에는 피가 배어 있다.
『 상급 체력 포션 』
고급스런 병에 담긴 붉은 액체. 이거 엄청 비싼 건데. 뭐, 준다고하니 사양하진 않겠다.
“감사합니다.”
『 스킬 ‘포션 체질’이 대량의 경험치를 얻습니다. 』
고급 포션을 마셔서 그런가 스킬 ‘포션 체질’의 레벨이 쭉쭉 올라간다. 나는 입가를 슥 닦고서 다시 진지한 눈으로 메시지를 살폈다.
‘무성 등급 칭호 마계의 재앙.’
무성 등급 같은 건 들어 본 적 없는 단계다.
그건 그렇다쳐도 효과가 의문이다.
‘필드 마계?’
이런 식의 설명은 처음이다. 그래도 뉘앙스는 알겠다. 마계에 가야지만 발휘할 수 있는 거란 뜻이겠지.
데미지 10배.
말만 들어도 미친 효과다.
근데, 마계에 갈 일이 있으려나?
여전히 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보상이란 느낌.
그래도 마지막만큼은 의미가 있었다.
‘제약 무시 5%.’
불가능한 효과.
현 시대에 이런 효과를 가진 아이템이나, 스킬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선 그렇다.
마족의 제약은 시스템에 의해 결정된 일종의 법칙이다.
SSS급 영웅도, 심지어는 마족 본인조차 종속되는 규칙.
‘그 누구도 제약에서 벗어날 순 없다는 게 정설인데······. ‘
이 칭호의 효과는 그 법칙을 무시하게 해준단다. 5%지만 앞으로 칭호를 얻어서 늘어날 수도 있단 걸 감안하면.
사기 그 자체다.
이번에 마족 앞에서 신태양이 힘을 못 쓴 것도 제약 때문이었으니까.
쥐고 있던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따지고보면 고작 최하위 마족 하나 잡았을 뿐.
더욱더 강해져야만 한다.
그때였다.
스르르······.
『 게이트가 붕괴하여 본래의 세계로 돌아옵니다. 』
주변의 풍경이 새하얗게 변하더니 경기장으로 변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모여 있었다.
“나, 나왔다!”
“헌터들이 돌아왔어!”
“몇 명이야?!”
“부상자는?”
응급 의료진들과 은빛의 날개 관계자들. 양복을 걸친 협회 관계자들도 보인다. 의외로 기자들은 한 명도 없다.
“서현아!”
가장 먼저 다가온 건 윤지은 헌터였다.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동생 윤서현에게 달려갔다.
“왜, 왜 그래.”
“다행이다. 다행이야.”
윤지은이 그대로 윤서현을 꽉 껴안았다. 갑자기 끌려 들어 갔다고 했으니, 바깥에서 걱정을 할만도 하다.
옆을 보니 수호 길드 사람들도 전부 달려와서 신태양의 몸을 살핀다.
“야, 임마! 갑자기 뛰어들면 어떡하냐!”
“아니, 괜찮다니까요! 자, 잠깐만요! 스, 스승······. 형님!”
녀석은 강제로 들것에 실려서 끌려나갔다. 신태양이 나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래도 스승님이라고 부르지 말랬다고 착실하게 형님이라 부른다. 그건 기특하네.
“세아야! 다친 데 없니?”
“아, 아빠. 뭐, 별 일 없었어.”
마지막으로 진세아까지. 중후한 중년의 남성이 녀석을 꼭 껴안았다. 진세아가 부끄러운 듯 내 눈치를 살핀다.
진세아의 아버지를 확인하는 내 눈이 가늘어졌다.
‘잠깐만, 저 사람 하이텍트사 회장이잖아.’
헌터 용품 산업의 최정상에 있는 회사 ‘하이텍트’. 얼마전 이용했던 트레이닝 센터의 훈련 도구들도 싹 다 하이텍트 제품이었다.
이번 은빛의 날개 채용 시험의 후원사도 하이텍트고.
회장 얼굴 정도는 인터넷에서봐서 알았다지만, 설마 하나 있다는 딸이 진세아일 줄이야.
‘알면 알수록 이해가 안가네.’
환세의 도둑 진세아.
미래에서 왜 그러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아니, 대강 그려지기는 한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은 잃을 것도 많은 법이란 건가.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그때,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던 진세아가 나를 가리켰다.
“저 오빠가 있어서 괜찮았어.”
내 얼굴을 확인한 회장이 내게로 다가왔다. 회장치고는 상당히 젊지만, 얼굴에서 왠지 모를 관록이 느껴진다.
“고맙네. 하나 뿐인 딸이라······. 이번 시험에 참가한 헌터인 것 같은데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사례를 싶어서 그러는거니, 사양 말고.”
사례라. 딱히 진세아를 구하려고 한 일은 아닌데. 주겠다면 받기야 하겠지만.
“이······.”
어라, 그런데.
‘으응?’
눈 앞이 점점 어두워진다.
“자네······. 괜찮······.”
걱정스런 표정의 회장 얼굴이 보인다. 포션까지 마셨는데 왜 이러는 거야.
마족과의 전투가 그렇게까지 치명상이었나.
그런 생각을 마지막으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 * *
은빛의 날개 비공식 채용 시험 도중 일어난 게이트 발생 사고.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이상한 일이 많았다. 협회와 은빛의 날개에서 자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지만.
사건의 진상에 완벽히 다가가기엔 주어진 단서가 너무 부족했다.
그럼에도 사건의 진상을 아는 이들은 존재했다.
당연하게도 마족들이다.
우진형이 마기의 원천을 사용해 이득을 취하려다 실패했다. 그 사실이 하위 마족들 사이에서 알려지고 있었다.
권속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마족은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쯧, 천한 출신의 최하위 마족답군. 인간에게 토벌 당해? 마족 이름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언짢은 표정으로 와인을 음미하는 존재.
기록의 마족이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프로젝트 마기를 담당하고 있는 하위 마족이기도 했다.
고작 최하위에서 한 단계 높을 뿐이지만 거느리고 있는 권속이나 힘의 차이는 극명했다.
“이걸로 마기의 원천을 두 개나 잃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하나?”
본래 국내에 존재해야 할 세 개의 마기의 원천.
하나는 인간에게 맡겼다가 어이없게 던전을 공략 당하면서 사라졌고.
다른 하나는 최하위 마족에게 운반을 맡겼다가 이 사단이 났다.
사실 빼앗긴 마기의 원천은 하나가 더 있었다. 황금 고블린 자볼이 가지고 있던 마기의 원천. 이는 본래 해외로 반출 될 예정이었기에 지금의 기록의 마족이 알 방도가 없었다.
어쨌든 국내에 남은 건 하나 뿐이다.
“대답해라.”
기록의 마족이 내뱉은 노성에 눈 앞의 남자가 바닥에 엎드린 채 벌벌 떨었다. 거의 알몸의 남자는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중얼거렸다.
“기, 기회를······. 한 번만 더 기회를······!”
인류의 배신자 김상욱이었다.
그는 첫번째 마기의 원천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죄로 끌려와 갖은 고문을 당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빌런 길드 ‘흑결’의 길드장이었던 그였으나, 임무에 실패한 대가는 너무도 컸다.
뻐억.
기록의 마족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상욱의 배를 찼다.
“크허억.”
김상욱은 고통스런 신음과 함께 바닥을 굴렀다.
그 또한 A급 헌터였지만 하위 마족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했다. 그 주위에 서 있던 다섯의 권속들이 김상욱을 바라보며 조소했다.
기록의 마족의 미간을 좁혔다.
‘이제 대한민국에 남은 마기의 원천은 단 하나다.’
대체 왜 이렇게 일이 꼬인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치 누가 방해라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러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족 내에 스파이가 있을 리도 없다. 인간에게 협력하는 마족이라니, 웃기지도 않는다.
그러니 정보가 새나간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
‘설마 권속 중 하나가?’
그로 인한 이득이 없다. 그런 짓을 했다간 100% 죽을텐데, 무슨 이유로 배신을 하겠는가.
‘차라리 이 인간 놈에게서 새어나갔다고 보는 게 낫다.’
눈 앞의 김상욱은 나름 정성들여 키운 인간.
흐름의 마족의 눈빛에 김상욱이 몸을 떨었다.
“기록의 마족이시여, 제발 용서를······!”
한참을 김상욱을 내려다보던 기록의 마족이 시선을 올렸다.
‘그런 뻔히 들킬 일을 했을 리가.’
큰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모든 명령을 잘 수행해 온 꼭두각시다. 기록의 마족은 김상욱의 탐욕스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용서라, 그래. 특별히 기회를 한 번 더 주마. 대신 이번일이 수틀리면 네 녀석이 의식의 제물이 되어야 할거야.”
“가, 감사합니다.”
하나 남은 마기의 원천으론 프로젝트 마기를 진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충분한 제물과 마기를 불어 넣어 의식을 치르면 어떻게든 비슷하게 흉내낼 순 있었다.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지만, 지금의 기록의 마족에겐 방법이 없었다.
‘운이 더럽게 없군. 하필이면 내가 담당한 나라에서 이딴 일이 일어나다니.’
그게 당장의 결론이었으나, 기록의 마족은 끝까지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라는 게 있으니 확인은 해 볼 필요가 있겠지.’
헌터 협회에 심어 놓은 최하위 마족이 존재한다. 그들을 이용하면 꽤 쓸만한 정보를 모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쯧, 윗 존재들만 아니었어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을텐데.’
기록의 마족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상위 마족들은 모든 일이 조용히 진행되기만을 원하고 있다. 조그마한 나라 하나에서 일어나는 일이 뭐가 중요하냐는 듯한 태도.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의 사활은 그에게 있어 포기할 수 없는 것.
‘여차하면 내가 직접 나서서라도 해결해야겠어.’
설사 자신의 행동이 윗존재들의 방향성과 어긋난다고 해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걸리적거리는 놈들은 전부 치워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야.’
기록의 마족이 붉은 눈을 번뜩였다.
* * *
새하얀 천장.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나는 병원 안이었다.
‘쓰러졌던건가.’
아무래도 누적된 데미지가 상당했던 모양이다. 치료를 받아서 그런건지, 한숨 잘 자고 일어나서 그런건지 몸이 상쾌하다.
‘뭐야, 되게 좋네.’
근데, 이전에 있었던 다인실 병동이 아니다.
고급스런 인테리어의 1인실 VIP룸.
그 한쪽 벽면으로 화환이 보인다.
– 스승님의 무사쾌유를 빕니다. 전 열심히 수련에 매진하겠습니다.
누가 보냈는지 이름은 적혀 있지 않지만, 알 것 같았다.
‘뭐야, 며칠이나 지난거지?’
근처에 있을 스마트폰을 찾아 뒤적였다. 스마트폰은 서랍 위에 충전된 상태로 놓여 있었다.
날짜를 확인하니 3일이 지나있었다.
‘3일 동안 쓰러져 있었단 말이야?’
자연회복에 포션까지 마셨는데도 이 정도라는 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부상이 심각했었나본데.’
마기에 의해 상당한 내상을 입었던 게 분명하다. 맷집과 불굴의 정신 스킬 덕에 움직일 수 있었던 것 뿐이고.
스마트폰에는 문자가 와 있었다.
– 백묵 : 몸은 괜찮으신가요? 일어나시면 연락주세요. 직접 만나서 드릴 말씀이 있어요. 물론 지난번 최유정 사건에 대해서도 보상하고 싶고요.
그러고보니 우진형의 뒷조사를 부탁했었다. 그가 보내준 서류는 한 번 훑어보고 말았지만, 마족과 관련된 실마리를 조금 잡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쓰러진 것까지 알고 있네. 설마 채용 시험에 왔던건가?’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이건 나중에 전화하고.’
– 멋진 세아님 : 오빠, 깨어나면 말해요. 울 아빠가 할 말있대요.
핸드폰을 가져갔을 때, 이름을 이렇게 저장해 놓은 모양. 나는 표시된 이름을 진세아로 바꿔적었다.
– 신태양 : 스승님, 끝까지 옆을 못 지켜드려서 죄송합니다. 이번 전투에서 제 부족함을 크게 느꼈습니다. 한동안······.
이 녀석은 무슨 장문의 문자를 보내놨다. 대충 훑어보니 열심히 수련한다는 의미였다. 마족한테 한 대 맞고 나가떨어졌으니 충격일만도 하다.
그렇게 메시지를 확인하는 도중이었다.
벌컥.
병실의 문이 열렸다.
“어머, 일어나 계셨네요? 몸은 어때요?”
윤지은이었다. 얼굴 위로 퀭한 다크서클이 보인다. 은빛의 날개에서 사건이 터졌으니, 그걸 뒷정리하느라 정신이 없겠지.
“괜찮습니다.”
“다행이네요. 의사분들도 몸은 회복 됐다고 하더라구요. 당장 퇴원하셔도 괜찮다네요. 다만······.”
윤지은이 뒤쪽을 슬쩍 바라봤다.
“협회에서 묻고 싶은 게 있다고 하시네요.”
“협회면 윤서현 헌터입니까?”
“아뇨, 상황이 꽤 중요해서 관리국 팀장 분이 오셨어요. 잠깐 괜찮으신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몸도 회복 되었는데, 안 될 것도 없다. 그만한 사건이 있었으면 조사는 피할 수 없는 거고.
윤지은 헌터가 병실 안으로 들어오자, 뒤에 있던 양복 차림의 남성이 뒤따라 들어왔다.
순하게 생긴 인상의 남성.
“처음뵙겠습니다, 헌터 협회 게이트 관리국 마성철 팀장이라고 합니다.”
그는 날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건에서 큰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몇가지 확인을 좀 하려고 하는데요.”
마성철을 바라보는 내 눈이 가늘어졌다.
나는 이 자가 누군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