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46
46화 재능 발화의 장(2)
마성철은 한껏 진지한 태도로 나를 응시했다.
그의 손에 들린 수첩과 펜.
‘이번 사건은 팀장이 나올 정도란 건가.’
협회의 게이트 관리국에서 팀장은 높은 직책이다. 특히 게이트 관리국은 이번 사건과 같은 게이트 내부의 사건을 총괄하는 곳이다.
“우진형이라는 헌터의 행방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그곳에서 유일하게 사라진 사람이거든요.”
이번 사건에서 죽은 사람은 본래 마족이었던 우진형 뿐이다. 내 손으로 죽였지만, 당연히 나는 모르는 일이다.
이번 사건의 내 위치는 어디까지나 사건에 휘말린 피해자다.
그저 최선을 다해 게이트를 공략했을 뿐이다.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군요. 다른 분들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여서요. 아마, 운이 없으셨던 거겠죠. 종종 게이트 시작 지점이 다른 경우가 있거든요. 참 안됐습니다.”
그리 말하고선 수첩에 뭔가를 끄적였다.
“아, 그리고 혹시 보스를 상대하시면서 뭔가 다른 점은 없었나요?”
“무진장 쎄던데요. 그거 빼곤 모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마상철은 수첩을 펜으로 툭툭 두드렸다. 고심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의 질문은 없었다.
‘다들 내 말대로 입단속을 해줬나본데.’
진세아와 윤서현, 신태양에게는 분명히 말해뒀다. 마족에 대한 건 비밀에 해달라고. 의문스러운 표정을 하긴 했지만 다들 그러려니 해줬다.
‘언젠가 설명을 하긴 해야 할텐데.’
그 덕인지 마족과 마기의 원천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도 없다. 새어나가는 것도 각오는 하고 있었는데, 왠지 고마운 기분이다.
“크흠. 잠깐 실례.”
잠시 헛기침을 한 마상철이 내 쪽으로 다가와서 종이 쪽지 하나를 건네었다. 나는 그걸 받아들었다.
“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몸조리 잘하시길.”
마상철은 나와 윤지은에게 고개를 숙이고선 병실을 나갔다.
“별로 물어보는 건 없네요.”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상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되게 강압적이었는데.”
윤지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저 사람은 백묵의 부하였다. 멸망한 세계에서 백묵의 측근으로 있던 사람이다.
아무래도 협회의 정보는 저 사람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모양.
‘그걸 내게 말해주고 싶었던 건가.’
쪽지에는 호라이즌 길드의 심볼이 적혀 있었다. 협회의 정보도 어느 정도는 백묵에 의해 통제되고 있단 의미다.
‘협회에도 마족이 있으니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순 없다.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들어봐야겠지.’
나는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저는 가보겠습니다.”
“정말로 좀 더 안 쉬셔도 괜찮으시겠어요? 병원비는 저희쪽에서 전부 부담하는 거라 걱정 안하셔도 돼요.”
윤지은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호사스런 고급 병실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벌써 3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 C급 상위가 되었으니 할 수 있는 일의 폭이 늘어났다. 가만히 누워 있기엔 아까운 시간이었다.
나는 커튼을 치고 환자복에서 내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렇게 병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바깥에서 기다리던 윤지은이 봉투를 건넸다.
거기엔 내가 사용하던 장비가 담겨 있었다.
“감사합니다.”
윤지은이 물끄러미 날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진짜 고마워요.”
“뭐가 말입니까?”
“동생한테 들었어요. 보통 일이 아니었다고. 이지한씨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는 안 끝날 사건이었다면서요.”
그건 맞는 말이다. 원래대로였다면 대부분의 헌터가 게이트 내에서 죽었을 거다.
“그래서 말인데······.”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저희 은빛의 날개 길드에 가입하는 거 어떠세요? 최대한의 지원을 받으실 수 있도록 할게요.”
약간은 간절한 목소리였다. 이번 시험이 비공식적이었다고는 하나, 길드 관계자들이 전부 지켜보고 있었던 자리.
은날의 추락은 어쩔 수 없는 일······.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하이텍트의 입김이 불었는지 몰라도 대중한테 퍼지지 않을 정도로 사건은 축소된다.
정의로운 가치관을 가진 윤지은과는 확실히 반대되는 상황이다.
길드장과의 불화설이 그래서 생겼던 거였나. 나도 멀리서 본 입장이라 자세히는 모른다.
‘그래도 사건은 실제로 별 피해 없이 끝났다.’
윤지은의 어깨에 걸리는 부담도 훨씬 줄어들 터.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아뇨, 힘들 것 같습니다.”
거듭 말했다시피 길드에 소속되는 건 지금의 내겐 별로다.
“아······. 혹시 수호 길드를 노리시는 건가요? 계약 조건은 더 좋게 해드릴 수 있어요.”
“그런 것도 아닙니다. 당분간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그녀의 제안은 확실히 달콤하다. 이번 일에 대한 보상으로도 충분하다.
대한민국 2위 길드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하겠다는 걸로 봐서 계약금도 백억원대는 가뿐히 넘지 않을까.
창창한 미래가 보장된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길드에 들어가지 않을 거다.
길드 속박 되어선 내 목적을 이룰 수 없다.
나는 아쉬운 눈빛을 보내는 윤지은에게 말했다.
“대신 사람을 하나 추천 드리겠습니다.”
“다른 사람이요?”
“네, 그때 가서 직접 확인하시고 선택하시면 됩니다. 아마, 후회 안하실거에요.”
후회 안하는 수준이 아닐 거다.
깜짝 놀랄 거다.
내가 추천할 사람은 세간의 인식을 뛰어넘은 천재거든.
수호 길드를 언급하는 건 신태양 때문이겠지. 신태양이 확실히 대단하기는 하다. 그걸 알고 수호 길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거고.
‘신태양 생각은 조금도 안 날 거다.’
아직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조만간 백묵이 찾아낼 그 사람.
천성호.
최후의 5인 중에서도 가장 강했다고 평가 받는 영웅.
실질적인 대한민국 마지막 리더.
천재라는 수식어조차 그를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다.
그 사람을 은날에 추천할 생각이었다.
* * *
나는 집에 돌아왔다.
익숙한 단칸방.
오면서 사온 음식을 바닥에 두었다. 백묵이나 진세아에게 연락하기 전에 확인해 둘 게 있었다.
‘이번 전투에선 얻은 게 많다.’
D랭크 40레벨을 벗어나 C랭크 60레벨이 되었다. 1.3배로 올라간 능력치 배율을 합산하면······.
사실상 B랭크 상위의 능력치.
거기에 스킬을 더하면 내 전투력은 폭발적으로 올라간다.
‘이번에 얻은 스킬만해도.’
총 여덟 개나 된다.
일반스킬은 투창, 명중, 판단 이렇게 세 가지.
판단은 원래 가지고 있던 간파, 인지 스킬과 합쳐져 ‘통찰’이 되었다.
『 스킬 정보 』
– 이름 : 통찰 Lv.11
– 효과 : 간파, 인지, 판단의 통합스킬
– 추가 효과 : 다른 존재의 등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등급 확인이라. 좋은 추가효과가 붙었군.’
상대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스킬은 귀중하다. 전투전 상대의 전투력을 파악하고 아니고는 큰 차이니까.
레어스킬은 날카로운 눈, 거인의 힘, 불굴의 정신, 포션 체질, 중급 해체.
다섯 가지를 단번에 손에 넣었다.
재능환이 큰 역할을 했다.
‘재능이 있다는 게 이렇게까지 큰 차이일 줄이야.’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구할 수 없으려나. 어쩌면 인과역전의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제 진짜 보상을 확인해야겠지.’
새로 얻은 스킬 확인을 끝낸 뒤 나는 다른 상태창을 열었다.
이계의 규율이 준 보상은 시작에 불과하다.
진짜는 특성 ‘무재조정:한계돌파’에 있다.
『 D등급 한계 돌파 퀘스트 클리어 보상을 지급합니다. 』
『 보상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1. 레벨당 능력치 증가량 1.3배
2. 지정 스킬 한계 레벨 2증가
3. 인과역전 상점 NEW 카테고리 개방
4. 특성 무재조정 신(新) 특수효과 개방
쏟아지듯 보여지는 클리어 보상들. 많기도 하다.
첫번째 능력치 증가량 1.3배는 이미 받았다.
『 2. 지정 스킬 한계 레벨 2증가 』
『 퀘스트 클리어 당시 소유하고 있던 스킬에 한해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
한계 레벨 2증가.
‘새로운 스킬을 얻을 때까지 기다릴 순 없단 건가.’
그렇다면 고민할 것 없이 일자베기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 중에서 활용도나 파괴력면에서 이걸 뛰어넘는 건 없다. 레벨을 올리기 쉽다는 것도 한몫한다.
‘전수자인 신태양이 근처에 있으면 더 빨리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으니까.’
신태양 녀석이 불쌍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12레벨, 13레벨을 순수한 내 재능으로 올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도달하지 못할 경지라는 것도 존재하니.’
순수한 성장의 한계.
나는 그 부분까지 고려해야 했다.
특히 12레벨이나, 13레벨은 본래대로라면 다다를 일 없는 레벨이다. 어쩌면 평생에 걸쳐 수련해도 다다르지 못하는 경지겠지.
‘그러니 더더욱 일자베기다.’
나는 일자베기를 선택했다.
『 일자베기의 최대 한계 레벨이 13이 되었습니다. 』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11레벨만으로도 굉장한 위력인데 13레벨에선 도대체 무슨 능력이 튀어나올지. 그걸 확인하는 건 나중의 일이 되겠지만 충분히 기대가 된다.
다음 보상을 받기 위해, 상태창을 누르는 순간이었다.
파직, 파지직!
······또 이런다. 이계 규율 때문인가?
‘근데 따지고보면 처음에도 이랬지.’
무재조정이란 특성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시스템의 오류는 어디 물어볼 곳도 없다.
애초에 시스템이 결함을 가지고 있단 이야기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파지직.
노이즈를 일으키던 상태창이 돌연 메시지를 띄웠다.
밀려 있던 메시지가 한 번에 출력되는 느낌이다.
『 마기의 원천을 전부 회수하셨습니다. 』
『 C등급 최대 레벨 40을 달성하셨습니다. 』
『 기존의 보상을 강화합니다. 』
『 보상을 지급합니다. 』
파아아!
홀로그램 창 전체가 빛으로 변하더니 폭죽처럼 퍼져나갔다. 그렇게 뻗어나간 빛의 입자들이 한바탕 바닥으로 쏟아졌다.
그 현란함에 감탄이 터져 나온다.
‘와.’
이내 순식간에 내 앞으로 모여든 빛은 붉은색을 띄고 있었다. 유니크급 아이템.
이제 익숙해져서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그렇게 나온 아이템의 형태가 범상치 않았다.
이전과는 다른 붉은색 호리병.
꿀꺽.
나는 침을 삼키고서 메시지를 읽었다.
『 인과역전 재능 획득의 물약(유니크)을 획득합니다. 』
‘유니크급 재능 획득 물약이라고?’
물약의 효과는 두 번이나 체험 해봤다.
재물과 재능.
그리고 그 두 번 다 효과는 대박이었다. 그때 먹었던 물약의 등급은 전부 일반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유니크란다.
두근. 두근.
나도 모르는 사이 심장이 거세게 뛰고 있었다.
‘정말로 이걸 준다 이 말이지.’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이었다.
퐁!
호리병의 뚜껑이 제멋대로 열리더니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길쭉하게 늘어진 붉은 빛깔의 액체가 내 몸을 휘감는다.
잠깐 당황했지만, 금방 재능 초월의 영역에 갔었던 것을 떠올렸다. 굳이 저항할 이유가 없다.
“좋아, 와라.”
나를 집어 삼킨 붉은 액체.
그에 따라 붉게 물든 단칸방의 배경이 순식간에 바뀌기 시작한다.
거센 진동이 느껴지며.
세상이 뒤바뀐다.
그 과정에서 몇 번이고 무언가가 나를 잡아 끄는 느낌이 났다. 나는 저항 없이 그 힘에 끌려 갔다. 이전과 다르게 난폭하다.
“윽.”
중력이 연달아 반전되며 몸의 감각이 뒤틀렸다. 시야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안전장치가 없는 놀이기구에 탄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검은 땅 위로 떨어졌다.
* * *
“크으윽······.”
이게 무슨 난리냐. 나는 허리를 붙잡고서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체 뭘 하려고 이렇게까지 요란스러운 건지.
“어······.”
문득 고개를 드는 내 입이 슬쩍 벌어졌다.
나는 완전히 다른 장소에 있었다.
붉은 하늘.
그곳을 흘러가는 검은 구름.
저 멀리 보이는 산과 검게 변한 땅들.
‘······.’
변해버린 주변을 바라보는 내게 불길한 감정이 엄습했다.
『 해당 아이템이 인과를 역전하여 재능 발화의 장을 열었습니다. 』
『 제한 시간 내에 조건을 만족시켜 보상을 받으십시오. 』
『 일자베기의 레벨을 1 올리기 ( 0 / 1 ) 』
『 제한 시간은 일주일입니다. 』
저물어가는 노을 아래로.
바위에 앉아 있는 한 남성의 모습이 보인다.
헤져가는 검은 도복을 걸친 그의 입가에 긴 상처가 보인다.
그가 뒤를 쓱 돌아보며 내게 말한다.
“여어, 제자야. 일어났냐?”
“시, 신태양······.”
“응? 뭐라고?”
눈썹을 일그러뜨리는 신태양.
그러나 내가 아는 그 앳된 얼굴이 아니다. 왠지 모를 노련함이 더 해진 얼굴.
그렇다.
여기는 미래였다.
내가 바꿔야했던 미래이자.
버려두고 온 과거.
마족에 의해 망해버린 세계.
나는 그곳으로 돌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