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48
48화 황금왕의 보물창고(1)
멸망한 세계에선 고블린 한 마리를 상대로도 방심할 수 없다.
마수의 광폭화.
한낱 잡스러운 몬스터에 불과했던 고블린이 B급 헌터와 맞먹을 정도의 신체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건 마수들에게 있어선 일종의 축복이었다.
반대로 인류에게는 절망스런 일이었다.
키르륵······.
섬뜩한 붉은색 눈을 한 고블린 열 마리가 나와 신아람을 포위했다.
“다, 당장이라도 도망치면······!”
신아람이 인벤토리에서 무슨 구슬 같은 걸 꺼내들었다. 나름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던 것 같다.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나는 옆에 있는 고블린을 향해 달려 들었다.
『 스킬 ‘데몬 헌트 Lv.11’을 발휘합니다. 』
체인지 웨펀으로 마력을 끌어 올린 대검.
그 위로 검은 막이 얇게 도포 되었다.
키륵!
고블린들이 내 움직임에 대응해 단검을 치켜 들었다. 옆에 있던 동료 고블린들도 몸을 낮추고 단검을 뻗어 온다.
난잡하지만 어떤 면에선 놈들의 움직임이 나보다 낫다.
그럼에도 내가 놈들을 쓰러뜨릴 수 있는 건.
『 칭호 ‘마계의 재앙’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
『 마(魔)속성 대상에게 10배의 데미지를 가합니다. 』
콰드드득!
이계규율에게로부터 얻은 칭호가 사기이기 때문이다.
육중한 대검의 날이 고블린 세 마리를 단숨에 짓이겨 버렸다. 들고 있는 단검을 무시하고 피육을 집어 삼키는 참격.
마족 학살자가 사정없이 놈들의 몸을 갈라버렸다.
『 마(魔)속성 대상을 상대할 때, 마족 학살자의 공격력이 40증가합니다. 』
나는 대검에 묻은 고블린의 피를 털어내고서, 뒤를 돌아봤다.
키, 키륵.
당황한 고블린 놈들이 슬금슬금 물러난다. 나는 위압 스킬을 발휘했다. 마력이 담긴 위압에 고블린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촤아악!
대검으로 두 마리를 한꺼번에 처치했다. 남은 5 마리의 고블린들이 뒤늦게 발악해보지만 소용 없다.
나는 놈들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잘려나가는 고블린들. 그야말로 파괴전차가 된 기분이었다.
‘태양의 발걸음을 익혀야 한다.’
놈들을 베어내면서도, 계속해서 신아람이 보여줬던 보법을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그간의 경험으로 전투 중에 스킬을 습득할 확률이 높아진단 건 알았으니까.
샤아아.
일순 희미한 빛이 내 발 위에 머무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빛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조금만 더 하면 감을 잡을 것도 같은데.’
촤악!
반으로 나뉜 고블린의 시체가 바닥을 뒹굴었다. 아쉽지만 마지막 고블린을 잡을 때까지도 스킬은 얻지 못했다.
“와아우.”
짝짝.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뜬 신아람이 손뼉을 쳤다.
“후, 후배. 굉장한 사람이었구나.”
바닥에 널부러진 고블린과 나를 번갈아 바라본다. 그러더니 풀 죽은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히 선배라고 우쭐댔네······.”
“그래도 제가 후배는 맞습니다. 검성이 가진 보법이랑 검술을 못 익혔으니까요.”
“으음, 그런가.”
멸망한 세계의 마수들에게 마정석은 없다. 나는 놈들의 시체를 뒤적이다가 물었다.
“이런 습격이 자주 일어납니까?”
“응? 아아, 보통은 이렇게 많이 몰려다니지는 않는데 말이야.”
“위험할 뻔 했네요.”
내 말을 들은 신아람이 고개를 들었다.
“아하, 그건 괜찮아. 연막탄도 있고, 도망치는 건 자신 있거든.”
보법 태양의 발걸음을 사용해서 슥슥 뒤로 움직인다. 그녀의 모습이 순식간에 멀어졌다가 가까워진다.
······저러면 나는 못 도망쳤을 것 같은데.
“하여튼, 굉장하다. 이번 일은 스승님한테 꼭 말해 둘게. 너한테 이런 잠재력이 있었다는 건 스승님도 알아야 할 부분이니까.”
그러더니 자기만 믿으라는 듯 가슴을 콩콩 친다.
보면 볼수록 멸망한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답지 않다. 어디 나사 하나가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생각나는 얼굴은 아니다.
“그럼 다시 출발하자.”
우리는 다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식재료를 팔고 있는 제 4 거점이 목적지였다.
* * *
해는 완전히 저물었지만 아직 거점의 건물 간판에는 불이 들어와 있었다. 문명의 빛이었다.
발전기를 돌리거나, 마정석을 사용해서 제법 도시의 느낌도 난다. 물론 건물들 대부분이 반쯤 무너져 있거나 금이 가 있어 세기말의 느낌이 섞였다.
아직은 인류가 아직 완벽히 무너지지 않은 시점.
그나마 사람 사는 곳 같다.
“나는 이제 식료품점에 갈 건데. 혹시 따로 들리고 싶은 곳 있어?”
“아, 저는······.”
대답하려던 그때였다.
“도둑, 도둑이야! 저 년 잡아!”
“저 미친년 진짜!”
후라이팬과 밀대 등의 주방 용품을 든 사람들이 우루루 가게에서 뛰쳐 나왔다. 그런 사람들을 농락하듯 달빛 아래로 검은 인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입에 바게트 빵을 물고 있는 도둑.
그 정체는 진세아였다.
후드를 뒤짚어 쓴 녀석은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건물 너머로 사라졌다.
“저거 어떻게 안되나?”
“내비둬, 영웅들도 뭐라고 안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해.”
“에이씨, 진짜. 더러워서.”
사람들은 궁시렁대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신아람이 얼굴을 찡그렸다.
“어휴, 아직도 저런 나쁜 사람이 다 있네. 힘든 세상일수록 사람끼리 도와야하는 건데 말이야. 그치?”
맞는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진세아에게 도둑질을 당한 적이 있는 피해자로써 백 번 공감한다.
“그래서 난 식료품점에 가려고하는데, 넌 어떻게 할래? 수련한다고 오랫 동안 거점에 못 내려왔잖아.”
“그러면 잠깐 사람 하나 만나고 오겠습니다.”
“그래, 그래.”
안 그래도 말을 하려 그랬는데 선뜻 먼저 말을 꺼내줬다. 거점에 온 이상 나도 해야할 일이 있었다.
‘기왕 미래로 온 거 영훈이 얼굴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멸망한 세계에서 동고동락하며 함께 했던 영훈이. 아쉽지만 시기가 맞지 않는다. 영훈이 녀석도 한참 어릴거고, 무엇보다 지금의 나는 제 2 거점에 있다.
여기서 그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다. 간다고 해도 이동하는 데에만 제한시간을 다 쓸 것 같다.
‘할 일을 해야지.’
내가 할 일이란 다름 아닌 정보 얻기.
인과역전의 물약 때문에 일시적으로 오게 된 미래라고는 하나, 미래는 미래. 각종 마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나는 내가 갈 장소를 신아람에게 알려주고선, 바로 주점으로 향했다.
기울어져가는 이 세상에도 유흥거리는 존재한다.
이곳은 제 4거점에서 유일한 술집.
딸랑.
삐그덕거리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술 냄새와 음식 냄새가 풍겨온다. 하나 있는 주점 답게 내부는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건배! 마셔, 마셔!”
“이번에 제 1거점이 성장의 마족에게 밀렸다던데.”
“크으, 빌어먹을. 조만간 4거점도 휩쓸리는 거 아냐?”
“야, 머리 아프게 그런 생각해서 뭐하냐. 일단 마셔.”
당장의 아픔이나, 걱정을 잊기 위해 술에 취한 사람들.
그들을 지나치며 하나하나 얼굴을 확인한다.
‘찾았다.’
내가 찾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니까. 조금만 더 착하게 살걸.”
인류의 배신자 김상욱.
그가 여기에 있었다.
“하여간에 그 마족 놈들만 아니었어도······. 젠장. 앞으론 싹 다 잊고, 인류를 위해서만 살거야! 그래, 그게 사람된 도리니까.”
맥주잔을 쭈욱 들이키더니, 되도 않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내놓는다.
헌터인 그의 얼굴이 붉어진 걸로 봐서는 꽤 마신 모양.
나는 그런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김상욱.”
“응? 누구신데 내 이름을 부르십니까?”
“뭐야, 아는 사람이야?”
낄낄대며 웃던 같은 테이블의 사람들도 말을 멈추고 날 쳐다본다. 김상욱은 취한 얼굴로 입을 다셨다.
“쩝, 모르는 사람인데.”
내가 이 자를 찾아 온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아는 과거대로라면.
이 남자만큼 마족에 대해 잘 아는 놈은 없다.
인류의 배신자인 그는 자신의 쓸모를 증명 해냈다. 정보와 능력 덕에 영웅들은 김상욱을 살려 놓고 있다.
개심했다는 걸 이유로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렇지않게 살아가는 놈이다.
어떤 의미로는 대단한 놈이다. 가끔 거하게 얻어 맞는 일은 있겠지만.
나는 김상욱의 앞에서 무감정하게 말했다.
“속죄하고 싶지 않나.”
“속죄? 항상하면서 살아가고 있지. 근데 그걸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할 필욘 없지 않나?”
김상욱은 가소롭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속죄하고 싶다.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진심일 거라곤 생각 안했다.
‘그래도 이건 그냥 못 넘길 거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열쇠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게 여기서 이런 식으로 쓰이게 될 줄은 몰랐는데.
『 황금왕의 창고 열쇠 』
녹색 사파이어와 붉은 루비로 치장된 금열쇠.
황금 고블린 자볼을 잡고 얻은 아이템이었다.
‘자볼은 마계에서 이곳으로 창고를 옮겨왔다.’
마족에게서 받은 고블린들의 영지가 대한민국이었으므로. 그런 자볼의 보물창고는 더욱 커져 있다고 들었다. 요새 하나를 차지할 정도로 말이다.
나는 김상욱의 눈 앞에서 열쇠를 흔들었다.
마족 밑에서 한참을 일했을텐데, 이걸 모르진 않겠지.
“어엉?”
김상욱이 잘못 본 게 아닌가 하며 미간을 좁혔다. 그러나 이건 진짜다. 열쇠의 정보를 확인하는 그의 눈이 커졌다.
“와, 이거 술이 확 깨네.”
그는 얼굴을 확 찌푸리더니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에게 손을 저었다.
“야, 다 꺼져. 다 저리가 봐. 이 고객님이랑 이야기 좀 해봐야겠으니까.”
“에이씨, 한창 분위기 좋았는데.”
“내일 보던가 하자.”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이 흩어지자, 김상욱이 험험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러고선 양팔을 테이블에 올린 채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래서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 고객님?”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 * *
주점에 있는 방을 따로 빌렸다.
이 편이 이야기하기 편할 거라는 김상욱의 말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김상욱으로부터 마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국내를 너머 해외에 있는 마기 원천의 위치.
프로젝트 마기의 진행 절차와 의식 장소.
각 마족들의 특징 및 제약에 더해 약점까지.
하여간 많은 정보를 얻었다.
“후아, 말하는 것도 지칩니다, 이거.”
김상욱은 내가 알지 못한 다양한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 찾아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흐음, 그렇다는거지.”
“예, 뭐. 근데,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왜 반말입니까?”
“그게 중요한가?”
“스읍, 그런 건 아닙니다. 뭐, 좋을대로 하십쇼. 근데 이런 정보는 들어서 어디에 쓰려고 하십니까? 이미 다 지난 일이기도 하고. 보아하니 영웅도 아니신 것 같은데.”
너한테나 그렇지.
나한테는 아니다.
여기는 미래.
이 시점에선 과거의 일이지만, 나에게 있어선 미래에 대한 정보다. 김상욱이 늘어놓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천금 같은 정보다.
나는 물어볼 수 있는 한 세세하게 물었다. 일단 한 번 들어 놓으면 나중에 기억탐색으로 꺼내볼 수 있으니까.
사실 아직 묻고 싶은 게 많은데 시간이 모자르다. 하루로는 안될 것 같다.
“이 정도면 제가 아는 선에선 몽땅 말씀 드린 것 같네요. 그러면 이제 열쇠를······.”
김상욱이 탁자에 놓인 열쇠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그걸 낚아챘다.
“응? 무슨 소리야. 열쇠를 준다고 한 적은 없는데.”
“무, 무슨 악당 같은 소리를······. 거,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내 말에 김상욱이 번개 맞은 것 같은 얼굴로 억지 미소를 짓는다.
보여주기만했지 내가 준다고 한 적은 없는데.
나는 일부러 고민하는 척 시간을 끌었다.
“하긴, 나한테 이게 있어도 자볼의 창고를 터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자볼의 권속들.
일반 고블린보다 몇 배는 강한 놈들이다. 아무리 데미지가 10배라지만, 그런 곳을 함부로 갔다간 개죽음이다.
터억.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열쇠를 테이블에 올렸다. 이쯤되면 슬슬 나타날 때가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김상욱이 팔을 뻗어오는 그때였다.
콰아아앙!
갑작스레 벽이 박살나며 파편이 튀어 올랐다. 건물에 뚫린 벽 틈새로 먼지가 피어올랐다.
스슥!
반응할 새도 없이 검은 그림자가 눈 앞으로 스쳐지나갔다.
“······.”
그 결과 테이블에 놓여 있던 열쇠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과연 신묘한 솜씨였다. 눈 뜨고 코 베인다는 게 이런 건가.
“내, 내 열쇠에에!”
입을 크게 벌린 김상욱이 울부짖었다. 아직 니 열쇠는 아니었는데.
벽이 뚫리는 큰 소리 때문이었는지 방문이 벌컥 열렸다.
“무슨 일······. 허억.”
무너진 벽을 확인한 주인장의 표정도 무너져내렸다. 김상욱은 날 붙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고객님! 지금 도둑질 당했잖아. 빨리 찾아야 될 거 아닙니까?!”
“일단 이거 놓고 말하지.”
“아니, 설마 그 열쇠가 가진 가치를 몰라서 그런거야? 아이, 참내. 답답하네.”
나는 김상욱의 손을 살포시 떼어냈다.
진세아가 열쇠를 훔쳐갔다는 건 내 계획대로 되었단 이야기다.
지금 진세아의 랭크는 SSS.
내가 가늠하지 못할 정도의 능력이다.
지금의 김상욱은 S급은 될텐데 전혀 반응하지 못한 걸 보니, 더더욱 그 차이가 극명하게 느껴진다.
‘그래, 이래야 환세의 도둑 진세아지.’
과거 진세아에게 복수한답시고 정보를 모으러 다녔던 덕에, 나는 대강이나마 진세아의 행동 패턴을 알 수 있었다.
녀석의 신출귀몰한 출현 타이밍.
그때도 그랬다.
간식을 도둑 맞았을 때.
어딘가에 있다가 정확한 타이밍에 나타났다.
나 말고도 다른 피해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니 결론이 났다.
진세아는 고성능의 탐지 스킬을 가지고 있다.
귀가 엄청나게 밝거나 뭐 그런 사기적인 종류의 스킬일 거다.
‘여전히 근처에 있을 줄 알았다.’
김상욱은 빨리 열쇠를 찾으러 가야 한다고 난리였다. 나는 그런 그를 진정시켰다.
“천천히 가도 될 것 같은데.”
어차피 진세아의 속도는 못 따라잡는다.
그와 함께 밖으로 나가는데, 신아람과 마주쳤다. 배낭 가득히 식료품을 채운 그녀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한 후배? 지금 어디가?”
“선배도 같이 가시죠. 혹시 돈 필요하지 않나요?”
“있으면 좋기야 한데······.”
그때 신아람의 얼굴을 확인한 김상욱이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엇, 이 아가씨는 검성의 제자잖아.”
잠시 나와 신아람을 번갈아쳐다보던 김상욱이 히죽였다.
“이거 잘 됐습니다. 둘이 일행이라는 거죠? 하여간, 지금 그 미친년 잡으러가야되니까. 한 사람이라도 많은 게 좋습니다.”
“일단 가시죠.”
얼떨결에 신아람도 우리의 뒤를 따라온다. 간단하게 사정을 설명하자, 신아람이 놀란 듯 숨을 삼켰다.
“그러면 아까 봤던 그 도둑한테 당한거야?!”
“네, 맞습니다. 그래도 찾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진세아는 바로 황금왕의 창고로 향했을테니까요.”
내가 아는 진세아는 훔친 아이템을 모으거나, 숨겨두지 않는다. 전부 바로바로 써버린다. 그럴 수 없는 물건은 훔치지도 않는다.
“그리고 길 안내는 이 비열하게 생긴 남자가 할 겁니다.”
“어이, 고객님. 말이 좀 심하신데. 하여간, 길은 알긴 아니까 잘만 따라오십쇼. 이거 어쩌다보니 바로 창고로 가게 되버렸네.”
불평하는 듯 하면서도 김상욱의 입가는 탐욕스런 미소로 번들거렸다.
“참고로 쉽진 않을 겁니다. 위험해져도 난 책임 못져요. 다들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있잖아요?”
나는 김상욱의 경고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점도 괜찮다.
환세의 도둑 진세아가 가야할 길을 개척해 줄거다.
더불어 창고에 걸린 다양한 마법들도 해제해 줄 거고.
‘미친 도둑인 건 맞지만······. 그 덕에 이번엔 도움이 되겠어.’
그리고 무엇보다.
황금 고블린의 재보가 가득 담긴 창고.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나도 한 번 확인해보고 싶었거든.
소문에 의하면 참 유용한 물건이 잠들어 있다는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