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49
49화 황금왕의 보물창고(2)
기인(奇人).
세계가 멸망하며 나타난 별난 사람들. 세상이 마족에게 침략 당한 마당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게 독특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
사기만으로 살아가거나, 도둑질만으로 산다던가. 혹은 완전히 미쳐버렸다던가. 독특함을 넘어 별종으로 불리는 인간들.
멸망한 세계의 기인이란 그런 존재였다.
환세의 도둑 진세아.
그녀는 기인 중 하나였다.
‘그런 진세아가 황금왕의 창고 열쇠를 챙겨갔다.’
진세아에게 식량을 빼앗긴 뒤로 나는 녀석에 대해 꽤 열심히 조사했었다.
게이트와 던전을 공략하지 않고, 보상만을 챙겨 나올 수 있는 능력.
‘절대 강탈’
그 사기적인 스킬로 진세아는 영웅들의 아이템 보급을 담당했었다.
그러나 모든 장소를 뚫고 아이템을 훔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황금왕 자볼의 창고 같은 것이 그러했다.
그곳은 스킬 ‘절대 해제’로도 뚫을 수 없는 특수한 장소.
‘실제로 자볼의 창고를 처음 열게 되는 건 백묵이다.’
백묵은 자볼을 처치하고, 자신이 구성한 각성자들을 투입하여 자볼의 창고를 공략하는데 성공한다.
중요한 건 그때까지 진세아가 자볼의 창고를 털지 않았다는 것.
‘자볼의 창고는 열쇠 없이는 공략 못하는 장소란 거지.’
그러한 추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진세아는 내 이야기에 제대로 낚여들었다.
일이 잘 풀렸다.
진세아가 오지 않았어도 김상욱과 함께 창고에 가긴 했을 거다.
자볼의 창고는 제 4 거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뛰어서 1시간 정도의 거리. 김상욱은 그곳으로 향하는 지름길을 알고 있었다.
가는 길에 고블린을 몇 번 마주쳤으나 금세 처리했다.
“오우, 꽤 솜씨가 있으시네. 역시 검성의 제자 두 분. 고객님까지 검성의 제자일 줄은 몰랐지만요.”
김상욱이 놀랍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나는 김상욱에게 창고에 관한 것을 좀 더 질문했다.
내가 원래 있던 시간으로 돌아가도 창고는 남아 있다.
즉, 같은 창고를 두 번 털 수도 있다는 거다.
김상욱은 자랑스럽게 창고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원래 이런 식으로 지식을 자랑하는 걸 즐기는 놈이다.
“자볼의 창고는 원래 마계에 있었는데, 마족들을 의식해서 이곳으로 옮긴 거랍니다. 나름 공을 세웠다곤 하나 한낱 고블린. 차곡차곡 쌓은 재산을 뺏기고 싶진 않았던 거겠죠.”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멸망 직후까지 마족 편에 붙어 있던 배신자 답다.
“근데, 고객님은 대체 어디서 열쇠를 얻으신겁니까?”
“그게 중요한가?”
“아니, 신기해서 그러죠. 자볼 그 놈이 몸에서 떼어 놓지 않는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혹시 엄청난 실력자?”
내가 반응이 없자, 어깨를 으쓱한 뒤 김상욱이 말을 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습니다. 그 열쇠가 진짜 중요한 거란 겁니다.”
다른 마족들도 눈독을 들였다지만, 결국 자볼의 창고는 무사했다. 놈이 고블린의 왕으로 우뚝 서고 나서도 건재한 게 창고였다.
“그런데 그걸 눈 앞에서 도둑 맞았으니, 화가 안 나고 배깁니까?”
“왜 그쪽이 화를 내는지 모르겠네. 열쇠는 아직 내 거인데.”
“에이 또 이러시네, 이것저것 알려주면 주신다고 하셨잖습니까. 거, 최소한 반으로는 나눕시다.”
의외로 반으로 나눈다는 양심적인 소리를 한다. 그냥 하는 말인가. 김상욱이 우리랑 동행하는 이유는 혼자선 진세아를 이길 엄두가 안나서겠고.
그때, 김상욱이 사뭇 진지한 표정을 했다.
“여기서부터는 더 조심해야 할겁니다. 이거 잘못 걸리면 죽는 건 알고 가시 는거죠?”
슥하고 목 긋는 시늉을 한다.
“예에? 주, 죽을 수도 있다고요?”
아무것도 모른 채 따라오던 신아람이 경악하며 날 바라본다. 나는 픽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 쉽게 얻어지는 건 없는 법이니까요.”
“후, 후배님?”
신아람에겐 미안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는 법이다.
슬슬 자볼의 창고가 보이기 시작했다.
돌을 쌓아 만든 요새.
창고를 지키기 위해 세워진 곳이라고 한다.
“놈의 성에 비하면 요새는 경비가 허술한 편이기는 합니다. 결국 창고도 열쇠가 없으면 열리지 않다보니까요. 그래도 조심하죠.”
우리는 김상욱의 안내를 따라 요새의 뒤편으로 숨어 들어갔다.
“멈춰라! 키륵, 뭐야? 인간이잖아?”
나름대로 잘 잠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블린 경비병이 우리를 발견했다. 역시 이 시점 고블린들의 감각은 뛰어나다.
“키륵, 인간 주제에 겁도 없이 자볼님의 영역에 발을 들여?”
“심심했는데 잘 걸렸다, 키륵.”
전신에 풀 플레이트 아머를 걸친 고블린 세 마리가 우릴 비웃으며 다가왔다. 놈들의 체격은 성인 남성과 비슷했다.
자볼의 권속으로 힘을 부여 받은 고블린들이었다.
『 스킬 ‘통찰 Lv.11’을 발휘합니다. 』
『 대상 ‘고블린 병사’의 등급은 A++ 입니다. 』
A급 상위.
그러나 놈들이 가진 능력은 일반 마수와 비교하는 게 불가능하다 인간의 말을 구사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 세계에선 마수 하나 하나가 헌터와 맞먹는다.
“······이건 좀 위험하겠는데.”
김상욱의 얼굴이 굳어졌다. 참고로 그의 등급은 S급 하위.
고블린 병사 세 마리를 동시에 상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뭔가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고블린들은 우리에게 달려 들었다.
카앙!
체인지 웨펀으로 빠르게 무기를 꺼내 대응했다. 고블린의 검이 내 대검과 맞부딪히며 불꽃이 튀어 올랐다.
“호오, 인간치고는 꽤 하는데? 키륵.”
확실히 강적이다. 아까까지 상대했던 잔챙이하고는 다르다. 검에 마력까지 두르고 있다. 정녕 고블린이 맞나 싶다.
데미지 10배.
그 덕에 힘싸움에선 내가 이긴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다. 그렇다고 일반 고블린을 상대할 때처럼 압도적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특히 체감 되는 건 검술이었다.
내 스킬은 일반 검술 Lv.11.
오히려 검을 맞댈수록 조금씩 밀려난다. 검술의 격차를 느끼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나마 검술이 11레벨이라 버틸 수 있는 거다.’
고블린의 검술은 그보다 상위의 것.
카앙, 카앙!
이후로 몇 번은 비슷하게 검을 나누는 듯 했지만, 몇 합을 주고 받자 그 조그마한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일자베기를 사용하면 확실하게 압도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 눈 앞의 적을 처리해도 다른 고블린들이 몰려 올 뿐이다.
“꺄악!”
신아람이 바닥에 넘어지고 나도 뒤로 크게 밀려났다. 고블린 병사는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키륵, 우습구만. 뭘 믿고 여기까지 온 거지?”
제일 잘 싸우고 있던 김상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이, 고객님들! 그쯤하고 도망가! 이미 망했으니까!”
“미쳤다고 도망 가게 놔두겠어? 키륵, 멍청한 인간들!”
고블린 한 마리가 검을 치켜들고선 쓰러진 신아람을 향해 뛰어들었다. 놈의 검에 실린 마력이 일렁 거린다.
내가 막으러 뛰어 들려는 찰나.
카아앙!
김상욱이 한 발 먼저 그 앞으로 끼어들었다.
“내 말 안들려? 거 참, 도망가라니까! 일단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김상욱은 진지하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스킬 ‘간파 Lv.11’을 발휘합니다. 』
『 동료 김상욱의 발언이 사실임을 간파합니다. 』
김상욱은 검을 땅 바닥에 던져 버리고선, 양 허리춤에 있던 단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무차별하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기세에 고블린이 당황하며 물러선다.
‘진짜인가?’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라 김상욱이 순수하게 우리를 도우려고 하는 건가?
그때, 신아람이 일어섰다.
“도망가야 해······.”
아쉽지만 그럴 순 없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도망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후, 후배님?”
당황한 신아람의 눈동자가 사정 없이 흔들린다.
김상욱은 잠깐 고블린 병사들을 몰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고블린 병사 셋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 연계 플레이를 시작했다.
“크윽!”
놈들 중 하나의 검이 김상욱의 어깨를 스쳤다. 급해진 김상욱이 소리쳤다.
“뭐하고 있어! 빨리 도망가라니까! 나도 더는 못 버텨!”
연기 끝내주는데.
아니면 정말로 개심이라도 했던 건가? 의외의 면모에 잠시 놀라긴했지만, 이번 주인공은 김상욱이 아니다.
그러니 지금 도망가면 안된다.
카앙! 핑그르르.
“크악!”
잘 짜여진 병사들의 연계 플레이에 김상욱은 쥐고 있던 단검 하나를 놓쳤다. 동시에 자세가 무너지며 휘청였다.
검에 마력을 한껏 두른 고블린 세 마리가 일제히 달려든다.
누가보아도 완전한 절체절명의 상황.
내가 다시 검을 드는 순간이었다.
“키륵······?”
“크륵?”
고블린 병사 세 마리가 일시에 움직임을 멈췄다.
털썩.
그들의 동공이 확장되더니 이내 실이 끊긴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고블린 놈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당한 것이었다.
S급 하위인 김상욱도 버거운 세 마리가.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그럴 수밖에.
그 뒤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운 눈을 한 진세아였다.
그녀는 명실상부 SSS급 헌터.
‘기다리고 있었다.’
환세의 도둑이니 미친년이니 끝까지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최후의 11인이라고 불렸다.
또한 죽을 때까지 영웅이라는 칭호를 잃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진세아는 영웅이었으니까.
그리고 영웅은 위기에 빠진 사람을 절대로 모른척하지 않는다.
* * *
“뭐, 뭐야? 갑자기 왜?”
김상욱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진세아가 오지 않아도 숨겨둔 패는 있었다. 근력을 추가 해주는 도끼와 무패의 반지가 가진 방어막도 남아 있었으니까.
‘신아람도 분명히 뭐가 있긴 있을텐데.’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리는 신아람. 혹시 숨기고 있는 실력이 있나 궁금했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고.
“······.”
진세아의 무기질적인 눈동자가 우리를 향했다. 그 시선은 우리에게 돌아가라고 말하는 듯 하다.
“고객님, 열쇠. 빨리 열쇠 돌려달라고 합시다.”
김상욱이 내 옆으로 다가와선 속삭였다.
뭔가 직접 말하긴 무서운 모양.
미안한데, 현시점의 진세아는 대화가 통화는 상대가 아니다.
야생 동물에 가깝다고 봐야겠지.
그래도 사람이니 말은 알아 들을 거다.
“진세아,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황금왕의 창고로 향할 거다.”
“······.”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순 없잖아?”
진세아가 잠시 멈칫했다. 한 대 맞고 기절했던 지난 시절의 악몽이 떠오르지만 괜찮다.
여기서 기절했다간 고블린들한테 잡혀 갈게 뻔하다. 진세아는 영웅. 결코 우리를 죽게 놔두진 않는다.
입술을 달싹이려던 진세아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스륵.
바람 한 점 남기지 않고 눈 앞에서 사라졌다.
당연하지만 열쇠를 돌려줄 생각은 없나보다.
“진세아가 허락한 것 같으니 가시죠. 경비가 오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 할 겁니다.”
“도, 돌아가면 안될까······.”
신아람의 약한 소리를 김상욱이 일축했다.
“아가씨, 남자 고객님 말씀이 백 번 맞죠.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돌아갑니까. 뭐라도 하나 건져야죠.”
진세아가 정말로 길을 뚫어준 덕분에 창고까지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군데군데 바닥에 널부러진 고블린 병사들이 보인다.
“하, SSS급은 다르긴 한가봅니다. 이 무식한 놈들을 뭐 파리 잡듯 잡아버리네.”
김상욱이 감탄했다.
여기 요새는 오로지 창고를 지키기 위해서 세워진 곳이었다. 창고의 주인인 자볼은 멀리 떨어진 고블린 성에 있을 거다.
‘그래도 너무 오래 지체하지 않는게 좋겠지.
황금으로 도배가 된 창고의 문이 보였다.
조금 열려 있었다.
진세아가 열쇠를 사용해 벌써 안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본래대로라면 각종 마법과 함정이 그 주변을 막고 있었겠지만, 진세아의 손에 의해 전부 해체된 상황.
우리는 손쉽게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우와앗!”
산더미처럼 쌓인 금화와 보석들이 반짝 거리고 있다. 누구나 꿈꾸던 보물창고가 눈 앞에 있다.
“미, 미쳤다. 나는 부자야! 도대체 이걸로 술 몇 병을 사먹을 수 있는거냐.”
김상욱이 부리나케 달려가 금화를 퍼담기 시작했다.
“와아.”
신아람도 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열심히 금화를 인벤토리에 주워담기 시작했다.
솔직히 금화와 보석은 멸망한 세계에서는 쓸모 없다. 먹지도 못하는 금을 어디에 쓰겠는가. 지금 시점에서 시간이 좀만 더 지나도 무가치하게 변한다.
‘그래도 가져갈 수 있다면 좋겠는데.’
일단은 더 중요한 걸 챙겨야했다.
가운데 쌓인 금더미가 전부가 아니다.
창고의 좌우로 펼쳐지는 유리 전시장. 그 내부에 놓인 수많은 아이템들이 진짜다. 나는 왼쪽부터 따라가며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그 중간중간이 텅텅 비어있다.
‘진짜 좋은 건 진세아가 전부 가져갔나보네.’
좀만 가치가 있거나, 좋아보이는 건 전부 쓸어가버렸다. 어차피 도둑질로만 살아가는 진세아에게 금화는 가치가 없으니.
무기랑 장비, 장신구 같은 아이템이 몽땅 사라져 있다.
그래도 나는 빠르게 걸어나가며 아이템들을 살폈다. 내가 찾는 건 가져가지 않았을 확률이 크다.
내 걸음은 어떤 허름한 장갑 앞에서 멈췄다.
‘진짜 있었군.’
『 흉내쟁이의 허름한 장갑(레어) 』
– 효과 : 레어 등급 이하의 스킬을 완벽하게 따라합니다.
– 내구도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스킬을 따라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 실제로 대단한 아이템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멸망한 세계에서의 이야기다.
경험치 10만배를 지닌 내가 사용한다면.
태양의 발걸음이나, 태양류 검술도 쉽게 익힐 수 있게 되는 사기 아이템이 된다.
‘좋아.’
그대로 인벤토리에 아이템을 넣으려 하는 순간이었다.
『 해당 시공의 특수성으로 인해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보관할 수 없습니다. 』
『 귀환 시 소지한 물건 및 아이템이 전부 삭제 됩니다. 』
장갑이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튕겨나왔다. 가져갈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이럴 것 같기는 했다만.’
아쉽지만 여기서 활용하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애초에 그럴 생각을 하고 온 거긴 하다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더 가져갈게 있으려나.’
애시당초 내 목적은 이거였다. 진세아가 너무 싹싹 털어가서 쓸만한 게 없다. 금화도 마찬가지로 과거로 들고 돌아가는 건 어려워보이고.
“고객님, 빨리 챙겨! 인벤토리에 전부 담아도 한참 남겠어. 우린 이제 부자라고!”
김상욱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금을 주워 담는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엔 쓸 수도 있으니까. 나는 인벤토리에서 수납 가방을 꺼내 금화를 담았다.
『 귀환 시 해당 시공에서 습득한 물품은 전부 삭제 됩니다. 』
그런 메시지가 떴지만 일단 넣고 본다.
여기서라도 잘 쓸 수 있으면 됐지.
장갑도 챙겼으니 앞으로 스킬 배우기는 무지 수월할 거다.
그렇게 금화와 보석을 챙기고 있을 때였다.
데굴.
내 발치로 알 하나가 굴러왔다. 차가운 금속의 외관에 새겨진 복잡한 문양. 특이한 생김새의 알이었다.
알이 계속해서 내게 툭툭 부딪혀 왔다.
마치 살아 있는 것 같다.
‘응?’
그런 알을 쳐다보는 내 눈동자가 확장된다.
‘이건······.”
나는 바닥에서 알을 집어 들어 올렸다.
『 오르티마 알 (등급 없음) 』
등급 없음이라 진세아가 놓고 갔나 본데. 이 외관도 그렇고, 오르티마라는 이름 또한 나는 알고 있다.
절대로 부화하지 않는 알 오르티마.
백묵이 자볼의 창고를 털고 얼마 안있어 각종 아이템들이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이것도 그런 아이템 중의 하나였다.
최후의 5인 중 하나가 이 알을 애지중지하며 키웠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알이 부화하는 일은 없었다.
엄청난 경험치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멸망한 세계에서 자신의 성장도 바쁜데, 성능도 모르는 알에 많은 자원을 투자할 순 없었다.
오르티마는 피난길에 잊혀졌고, 그대로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그런 오르티마는 후에 군단장의 손에서 태어난다.
붉은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거대한 드래곤은 그야말로 재앙. 날개에 새겨진 문양이 아니었다면 알아보지도 못했을 거다.
그렇다면 오르티마의 정체는 드래곤인가?
그것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다른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르티마의 정체는 환상종 ‘기린’이라고도 했다. 또 어떤 이는 펜리르라는 등 여러 소문이 많았다.
어쨌든.
‘경험치를 무지하게 먹는 대신 말도 안되는 괴물이란거지.’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필요로 하는 펫.
나에게 있어선 문제가 안된다.
10만배에 달하는 막대한 경험치를 얻을 수 있으니까.
‘그러면 뭐하겠어.’
그러나 가져가도 의미가 없다.
원래의 세계로 데려갈 수가 없으니까.
아쉬운 마음과 함께 바닥에 알을 내려 놓으려는 그때.
파직, 파지직.
‘응?’
허공에서 금색 스파크가 번쩍였다.
『 이계 규율이 해당 시공의 특이성을 확인합니다. 』
『 시스템의 인과적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
파지직!
다시 한 번 요란한 전격이 뿜어져 나온다.
‘큭, 무슨······.’
그러더니, 의외의 결과를 내놓는다.
『 이계 규율 두번째 : 예외 규칙 』
『 이제 해당 시공에서 아이템을 한 가지 가져올 수 있습니다. 』
메시지를 확인하는 내 입이 벌려졌다.
진짜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