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5
5화 레벨업!(1)
눈을 뜨니 하얀 천장이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여기는······.’
주변은 커튼으로 둘러져 있었다.
촤르륵.
커튼을 걷어내자, 병실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또 쓰러졌던 건가.’
복도 밖으로 환자와 간호사들이 오가고 있었다.
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서 상태 창을 불렀다.
『 스테이터스 』
이름 : 이지한
나이 : 24
레벨 : 2
등급 : F
특성 : 무재조정(EX)
보유 스킬
– 검술 Lv.10, 근력 Lv.10, 인지 Lv.10, 보법 Lv.10, 체술 Lv.10, 민첩 Lv.10 그 외 2
‘그래, 잘못 본 게 아니었어.’
바라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른다. 평생 가질 엄두도 못 냈던 스킬들이 줄지어 서 있다. 네임드 고블린 쿠훌렌과 검을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이 스킬들 덕분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관심 있는 건 특성이었다.
『 특성 설명 』
이름 : 무재조정(無材調整)
등급 : EX
효과 : 습득하는 경험치가 10000000%가 됩니다.
특수효과 : [ 잠김 ]
별다른 설명은 없고, 경험치가 10만배가 된다는 효과만 적혀 있었다. 특수 효과라는 칸은 눌러도 무반응이었다.
그래도 이걸로 확실해졌다.
꿈이나 환상 같은 게 아니었다. 실제로 내가 손에 넣은 특성이었다.
‘이런 행운이 나한테 찾아 올 줄이야······.’
내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아니, 이건 단순한 행운이 아니었다.
‘이건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시스템은 인과조정을 통해서 내게 무재조정(EX)라는 특성을 부여했다.
그 이름도 눈 여겨 볼만하다. 한자를 나름대로 풀어서 생각해보면 쉬웠다.
‘내가 극도로 재능이 없었기에 시스템은 내게 사기적인 특성을 부여했다.’
존재하지 않는 재능을 기준에 맞게 정돈 한다.
‘만약 천성호가 이곳에 왔다면 시스템은 다른 결과를 내놨을까?’
천성호의 압도적인 재능이 시스템에 의해 강제로 억압 당한다거나.
그렇게 생각해보면, 내가 과거로 온 건 나쁘지 않은 일일지도 몰랐다.
휙휙.
나는 몸의 이곳저곳을 쓱쓱 움직여봤다.
조금 뻐근하긴 해도 문제 없이 잘 움직여진다. 종합적으로 건강했다.
세세한 기억은 안나지만 쿠훌렌한테 꽤 상처를 많이 입었던 것 같은데.
‘치유 헌터가 여기까지 왔을 리는 없고. 내 스킬 덕분인건가?’
아니나 다를까 스킬창을 확인하니 새로운 스킬이 생겨있었다.
『 자연 회복 Lv.10 』
『 자연 치유 능력이 초인적으로 향상 됩니다. 』
“오호.”
나는 고개를 돌려 몸 이곳저곳을 확인했다.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상처가 말끔히 다 나아있다. 스킬의 레벨이 최대치가 된 건 덤이었다.
문제는 내가 여기에 얼마나 누워 있었냐는건데.
날짜를 확인할 만한 물건을 찾아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였다.
“앗! 어떻게 벌써 일어났어요? 의사 말로 일주일은 더 걸릴 거랬는데.”
웬 예쁜 여자 한 명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기억을 뒤졌다.
“누구십니까?”
“게이트에서 봤잖아요!”
여자는 답답한지 품 안을 뒤져더니 명찰을 꺼내 보여줬다.
“헌터 협회 소속 C급 헌터 윤서현이에요. 그쪽이 고블린이랑 싸우다 쓰러진 걸 내가 구했죠.”
그제서야 기억났다. 쿠훌렌과의 결투 막바지에 저 여자가 나타났었다. 쿠훌렌은 수적으로 불리해지자 비겁하게 도망갔고.
윤서현의 끝까지 말을 들은 나는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죠. 내가 윤서현씨 당신 목숨을 구한거죠.”
예전처럼 일이 흘러갔다면 구조대인 윤서현은 죽고, 그 후속으로 투입된 헌터들도 목숨을 잃었을 거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윤서현이 알고 있을 리는······.
“뭐, 어느 정도는 인정해요.”
있었다. 대충 상황을 아나 보다.
“진오 길드의 생존자분들이 증언해주셨거든요. 그 고블린. 그러니까 이름이 쿠훌렌이랬죠. 그 몬스터가 얼마나 강한지 저도 알아요.”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사정 청취가 끝난 모양이다. 쓸데 없는 걸 설명하지 않아도 되서 좋았다.
“얼마나 지났습니까?”
“이틀이요.”
“몇 명 살았습니까?”
“그쪽 제외하고 두 명이요. F급 게이트에 여덟 명이서 들어갔는데 살아남은 게 고작 둘이라니. 웃기죠.”
둘밖에 안되는 게 아니다. 아무도 살아나올 수 없는 마굴에서 둘이나 살아남은 거다.
그걸 알 리 없는 윤서현이 씁쓸한 미소를 삼켰다. 이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어왔다.
“그보다 문제는 이지한씨 그쪽이에요. 이지한씨는 진오 길드 소속도 아닌데, 대체 그 자리에 왜 있었던거에요?”
과거로 회귀하는 포탈을 탔더니 게이트 안으로 떨어졌습니다.
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
“음…”
나는 고민하는 척 눈을 감았다 떴다.
“밤에 산책하다 들어갔나봅니다. 제가 길치거든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말이 안된다.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진오 길드가 선점한 게이트 내부에서 외부인이 나왔다. 이건 범죄랑 연결 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 어려웠다.
변명거리가 있기는 했다.
“돈이 필요했습니다. F급 게이트에 들어가서 고블린 몇 마리 잡고 마정석 몇 개 주워서 나올 생각이었고요.”
그 말을 들은 윤서현이 나를 훑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쉽게 인정하니까 오히려 기분이 나쁘네.
나를 잠시 바라보던 윤서현이 입을 열었다.
“뭐, 좋아요. 그렇다고 치죠.”
“······.”
“보고서에는 벌금 안 물게 잘 적어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진짜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에요.”
이 여자. 그런 스타일이었다. 깐깐하게 보여도 의외로 설렁설렁.
전생에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역시 잘 모르겠다.
“그러면 또 뭐가 문제입니까.”
“······아마 협회에선 이지한씨 공적을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책임을 묻지도 않겠죠. 이지한씨가 F급이니까요.”
그런거구만.
내가 범죄자 취급 받지 않는 건 그 이유에서였다. 게이트에 들어 간 건 불법이지만 딱 거기까지다.
피해자의 증언을 대조한 결과 나는 무해하다고 판단한 모양.
그런데 윤서현이 눈썹을 찡그렸다.
“억울하지도 않아요?”
“뭐가 말입니까?”
“이지한씨가 그 고블린을 쫓아냈잖아요. 전 봤어요. 아무리 F급이라고 해도 진짜 쓰러뜨린 건 이지한씨인데. 협회에서 그걸 없던 걸로 하겠다는 거잖아요.”
그녀는 나름 나를 생각해주는 듯하다만.
나는 이 사건과 엮이고 싶지 않다.
‘여기선 확실히 해둬야겠지.’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말했다.
“이봐요, 윤서현 헌터. 당신이 나한테 빚진 거라는 것만 기억해둬요. 그쪽 말대로 내가 그 고블린을 직접 쓰러뜨렸다고 해도 믿을 사람이 협회에 없는 거 압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윤서현은 내 시선을 피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나에 대한 기록은 이미 확인했을 거다. 내가 재능이 없어 몇 년째 F급을 전전하는 헌터라는 것도 잘 알고 있겠지.
협회는 기민하고 깨끗한 단체가 아니다. 썩었다고 보는 게 맞다. 제대로 된 곳이었다면 대한민국이 마족들한테 그렇게 쉽게 함락되진 않았겠지.
“하지만······.”
잠시 입술을 잘근거리던 윤서현이 입을 열었다.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쪽이 이긴 거잖아요.”
속에 있던 말을 다다다 쏟아내기 시작했다.
“위기에서 두 명의 헌터를 구한 F급 헌터. 같은 기사 제목으로 신문에 대서특필 되고, TV에 특종으로 실려도 이상하지 않은 사건이잖아요. 분명 유명 길드에서도 스카웃하려고 난리일텐데요.”
“······.”
할 말을 잃었다. 보기 드문 착한 사람이 여기에 있었네.
하지만 그것과 별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 아가씨가 누굴 사지로 몰려고 작정했나.’
나는 이 능력을 가능한 숨기기로 결심한 참이었다.
이 세계는 멸망을 향해 시시각각 나아가고 있다. 벌써 사회에 숨어든 마족도 존재한다.
매체에 나가서 마족들에게 유망주가 여기에 있으니 죽여주십쇼하고 어그로를 끌 생각은 없다.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어보였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주섬주섬.
“지금 뭐해요?”
“개인적인 일입니다. 신경쓰지 마시죠.”
협회에서 보내 준 걸로 보이는 위문품들.
냉장고에 있던 주스랑 과일을 한보따리 챙겼다.
바구니에 담지 못하는 건 입 안에 욱여 넣었다.
“!”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10년 만에 먹는 바나나다. 바나나가 이렇게 달콤하다니.
그러고 있는 동안, 윤서현은 나를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도 안가고 뭐하는거람.
나는 윤서현을 쏘아봤다.
“볼 일 다 보셨으면 이제 가주시죠? 옷 갈아입고 퇴원하게요.”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 * *
풀썩.
집이다. 곰팡내가 나는 단칸방이지만.
그리운 곳이었다.
퀴퀴한 매트리스 위에 몸을 눕히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병원에서 퇴원 수속을 마치고 다짜고짜 집으로 돌아왔다.
비용은 협회에서 지불해줘서 다행이었다.
혼자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꼬르륵.
“그래, 일단 먹고 시작하자.”
과일 몇 개 먹은 걸로는 허기가 가시질 않는다.
비빔라면.
과거로 돌아가면 내가 하고 싶었던 1순위가 바로 이거였다.
영훈이 녀석에게도 말했듯 나는 비빔라면에 진심이었다.
매콤달콤한 화학조미료가 너무나 그리웠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찬장을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네.”
라면은 없어도 된다. 나가서 사오면 되니까.
돈만 있으면 된다.
“여기도 없네.”
급하게 주머니를 뒤져봐도 땡전 한 푼 없었다. 넓지도 않은 집구석을 샅샅히 뒤져봤지만 100원 하나 없었다.
이상하게 지갑이 없었다.
다행히 스마트폰은 집에 그대로 있었다.
이걸로 어떻게 결제 할 수도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아, 시발.”
잠금해제 비밀번호를 까먹었다. 20년이나 지났는데 기억하는 게 이상하다. 큰일 났다. 이게 아니면 라면을 사먹을 방법이 없다.
– 30분 후에 다시 시도해주세요.
에라이.
나는 대충 자리에 드러누웠다.
한결 차분해진 머리로 생각해지니 명확해지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거 내가 해결 할 수 있는 일이 맞나.’
나는 인류를 구할 영웅을 대신해서 회귀했다.
게이트 안에 있을 때는 살아남느라 필사적이었다. 앞으로의 계획 같은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곰곰히 되새기고나니 새삼 상황이 심각하다.
‘인류의 운명이 내 손에 달린 거야.’
이 시점에서 세계가 멸망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뿐이다.
내가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그대로 직행 롤러코스터를 타고 멸망이라는 바다에 처박힌다.
대책을 세워야했다.
‘…쓸만한 건 그다지 기억이 안나는데.’
본래 회귀 했어야 할 천성호는 굵직한 사건들과 중요한 지점들을 전부 외워놨을 것이다. 그에 비해 나는 사고로 회귀했다. 과거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게 없다.
큼지막한 사건들은 알지만, 마족들의 침범이 심화 되는 사건이라든지 자세한 건 기억하지 못한다.
어찌어찌 머리를 굴리다보니 신박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잠깐, 오히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해결되는 거 아냐?’
이대로 또다시 20년이란 세월이 흐른다면. 최후의 5인이 또다시 회귀 아이템을 찾아서 사용한다면.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 될지도.
무책임하긴 하지만 괜히 손댔다가 미래가 뒤틀리는 것보단 나아보인다.
물론 상상만 해봤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것저것 걸리는 게 너무 많아.’
그때 그 회귀 아이템이 또 존재할 것 같지 않았다. 가능하면 무한 회귀가 가능하단 말이다.
또 미래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말아야 하는데 난 이미 과거에 개입해버렸다.
‘새로운 특성이 아니었다면 나도 그 게이트에서 죽었겠지.’
[ 무재조정(EX) ]이 스킬이 내 손에 들어 온 순간부터 과거는 달라지고 있었다.
이제 무작정 기다리면서 누군가가 해주길 기다리고 싶진 않다. 내게도 힘이라고 부를 만한 게 생겼으니까.
‘······.’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강해져야 한다. 그 누구보다도.’
나 스스로가 강해지지 않으면 결국 살아남을 수 없다.
적이 많아도 너무 많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믿을 수 없는 사람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도 한몫한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인 마족은 인간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하며, 사람들을 편으로 끌어 들인다.
‘회귀 전, 내게 날아왔던 마력포탄은 분명 보호막을 통과했다.’
단 한 번도 뚫린 적 없던 보호막이었다.
마지막 순간에도.
인류의 편이 아닌자가 섞여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만약 최후의 5인 중에 배신자가 있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니 나는 그 누구보다 강해져야 했다.
그리고.
내가 세계를 구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그 놈이 또다시 부모를 잃고 길거리를 헤매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거든.’
20년 이후의 세계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영훈이 녀석과 함께 발버둥치며 끝까지 살아남았다.
이번에는 애초에 그런 일이 없게 하고 싶었다.
그리 결심하자 먼저 해야 할 일이 생각났다.
‘후,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이 있지.’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사나이가 한 번 하기로 결정 했다면 망설여선 안되는 법.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상점가로 향했다.
내가 도착한 곳은 한 작은 서점.
‘······책을 읽자.’
쿠훌렌과의 대결을 통해서 깨달은 게 있다.
경험치가 10만배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었다.
아무 행동이나 한다고 스킬을 획득하는 게 아니다.
의미 있는 경험을 거쳐야 비로소 스킬이 되고 숙련도가 오른다.
그러니 제대로 된 경험을 만들어내야했다.
스승이 있다면 편했겠지만, 당장은 나 혼자 해내야했다.
나는 서점 내부를 찬찬히 훑어나갔다.
‘좋아. 딱 원하던 그림이야.’
동네 서점이지만 책의 분류가 정확하게 되어 있었다.
경제, 역사, 에세이, 소설, 인문, 과학······.
어렵다고하면 역시 과학이다.
나는 서점 한 켠에 마련된 장소로 발을 옮겼다.
우주에 관한 책도 있고, AI에 관해 정리한 책도 있다. 외계인에 관한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가장 난해 해보이는 책을 집어들었다.
진짜 어렵다고 한다면 이거밖엔 없지.
– 양자역학에 대한 이론적 이해와 철학적 담론
제목부터 아찔하다.
꿀꺽.
나는 침을 한 번 삼키고선 첫 페이지를 넘겼다.
마음을 다잡고 첫번째 줄부터 읽어 내려갔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이해할 법하다. 세번째 줄을 넘어가자 이후로는 한국어가 맞는지 의심되는 문장 뿐이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뭐라는거야.’
고통스럽지만 확실한 경험.
실제로 숨만 쉬고, 가볍게 움직이기만 하는 걸로는 경험을 쌓을 수 없다. 그랬다면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이 고수가 되었겠지.
‘책 읽기는 내 뇌에 자극을 주기엔 충분한 행동이다.’
내게 자극을 주고 성장 시킬 수 있는 행동만이 경험이 된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그 뜻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한 페이지를 전부 읽었을 때였다.
『 고차원의 지적 활동을 감지합니다. 』
촤르르륵!
『 스킬 [ 지력 Lv.1 ] 을 획득합니다. 』
…
..
『 스킬 [ 지력 Lv.10 ] 을 획득합니다. 』
『 ‘지력’ 스킬이 최대 레벨이 도달했습니다. 』
떠오르는 메시지를 확인하고선 긴 한숨을 내뱉었다.
‘해냈다. 예상대로야.’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이 정도는 감내할만 했다. 책을 한 장 읽는 것으로 스킬을 습득했으니 남는 장사다.
구팔 칠십이······.
오구 사십오······.
칠칠 사십구······.
‘뭔가 달라진건가?’
눈에 보이는 검술이나 근력과 달리 지력에 관해선 체감하기 어려웠다. 나는 지력 스킬의 설명을 읽어봤다.
『 마법 숙련도 25% 상승, 모든 마법의 위력 10% 증가, 마력 10% 증가 』
“…..”
머리 회전이 빨라진다는 말은 딱히 없었다.
터억.
나는 책을 덮고서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지능 상승을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어차피 내가 노리는 건 이게 아니었다.
‘내가 진짜 필요한 건 지력 스킬이 아니야.’
지력, 근력, 인지, 체력 같은 스킬들은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스킬이다. 헌터들은 이것들을 기초 스킬이라고 불렀다.
나는 겨우 그런 것도 손에 넣지 못한 모지리였지만, 이젠 다르다.
‘기초 스킬을 얻었다면 그 뒤로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재능이 또 다른 재능을 낳게 되는 것이다.
미래로부터 회귀한 내가 가장 먼저 습득할 스킬은 이거였다.
‘떠올리자.’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는다.
무의식의 바다에 깊게 잠든 기억들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린다.
20년 전, 내 의식에서 까맣게 잊혀졌을 녀석들을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다시 10만배의 경험이 되어 내게 돌아온다.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 무의식과 맞닿은 기억의 영역에 접근합니다. 』
『 스킬 ‘인지 Lv.10’이 활성화 됩니다. 』
『 스킬 ‘지력 Lv.10’이 활성화 됩니다. 』
기억해내자.
멸망하는 세계에서 20년 간 쌓아온 모든 걸.
『 스킬 [ 기억 탐색 Lv.1 ]을 획득합니다. 』
『 스킬 [ 기억 탐색 Lv.2 ]을 획득합니다. 』
『 스킬 [ 기억 탐색 Lv.3 ]을 획득합니다. 』
···
..
『 스킬 [ 기억 탐색 Lv.10 ]을 획득합니다. 』
『 스킬 ‘기억 탐색’의 레벨이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
그래 내가 떠올리고 싶은 건 그래 바로 그거다.
『 무의식 속 잠재된 기억을 완벽하게 떠올립니다. 』
나는 충전기에 꽂힌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