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51
51화 만월의 연금술사(1)
“크허억!”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펴고 있던 신태양이 일자베기를 맞고 튕겨 나갔다. 뒤에 있던 나무 두 그루를 부수고 바위에 쳐박히고 나서야 멈췄다.
12레벨 일자베기.
그 추가 효과는 마력 무시였다. 덕분에 신태양의 몸을 두른 마력을 완전히 무시하고서 일격을 가하는데 성공했다.
“이, 이야······. 이 정도 일줄이야.”
거꾸로 뒤집힌 신태양이 감탄을 내뱉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비틀거리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이거 사람한테는 절대 쓰지마라. 절대로.”
확실히 SSS급은 사람이 아니다. 일자베기를 정통으로 맞았는데도 피부에 붉은 줄 하나 그어진 게 전부다.
아니지, SSS급에게 이만큼의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게 대단한 걸지도 모른다.
“무, 무슨 일이에요?!”
텐트에 있던 신아람이 뛰쳐나와서 두리번거린다.
“아, 별거 아니니까 다시 들어가.”
“예에? 스승님 입에 피나요. 괜찮으세요?”
“응? 쿨럭. 아냐, 아냐. 그럴 리가.”
그러면서 슥 뒤돌아선 입가를 닦는다. 의외로 타격이 있었나본데.
물론 일자베기를 시전한 나도 멀쩡하진 않았다.
‘마력 소모가 장난 아니잖아.’
기존의 일자베기가 기력과 체력을 사용하는 것이었다면, 12레벨의 일자베기는 마력까지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단 한번 사용했을 뿐인데 마력 고갈 증세가 나타난다.
‘하지만 위력만큼은 확실하니까.’
띠링.
『 귀환 조건 ‘일자베기의 레벨을 1 올리기 ( 1/1 )’를 달성하셨습니다. 』
『 제한 시간이 전부 소모 되었습니다. 잠시후 귀환합니다. 』
이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내가 보고 있는 시야가 조금씩 하얗게 물들어 간다.
나는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이 다음 경지는 어떻게 가면 됩니까?”
“이 다음?”
내 말에 검성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기울였다.
“거기서는 창작의 경지만 있을 뿐이야. 일자베기의 확장성은 무한하다. 네가 가진 스킬과 기술을 조합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라. 공간검의 길은 거기에 있다.”
13레벨에 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는데 딴 소리를 한다. 그냥 직설적으로 물어봤다.
어차피 가는 마당에 숨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지금 일자베기 레벨이 12인데, 13으로 어떻게 가냐고요.”
“으응? 그럴 리가 없는데······. 대체 무슨 소리를······.”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짓는 신태양.
수련을 받는 동안 넌지시 물어봤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개소리말고 열심히하라는 대답뿐이었다.
마지막이니 뭔가 알려줄까해서 물어봤는데.
‘쟤도 모르나본데.’
하얀 빛이 시야 가득 차 오른다. 신태양의 모습이 흐릿해진다. 모든 풍경이 아득해져 간다.
『 인과역전 재능 획득의 물약(유니크)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
『 본래의 시공으로 귀환합니다. 』
* * *
잠시 허공에 떠오르는 듯한 부유감이 들더니, 중력이 거세게 나를 끌어당겼다.
‘뭐야?’
그냥 돌아가는 줄로만 알았는데.
모든 것이 새하얗게 변한 공간에서.
나는 끝없이 떨어져 내렸다.
그런 새하얀 세계의 사이로 무언가가 조각조각 떨어져 내린다.
‘이건······.’
그 사이로 보이는 붉은 하늘.
내가 두고 떠나온 멸망한 세계.
인파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다가오는 마계왕의 군세.
끝을 되새기는 나와 영훈이.
연설을 하던 최후의 5인의 모습도 보였다.
그때 있었던 일들이 영화의 필름처럼 순식간에 지나쳐간다.
검은 마력 포탄이 떨어지고.
나는 게이트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정말로 우연이었던걸까? 하필이면 왜 나였던건가.
지금 생각하면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마력 포탄 보호막을 어떻게 뚫고 들어왔는가.
최후의 5인은 어째서 내 회귀를 막지 못했는가.
내가 회귀한 시점이 나도 모르는 게이트 안이었는가.
그런 풀리지 않은 의문들을 뒤로하고.
무너진 세계의 틈.
그 안으로 당황하는 최후의 5인들이 보인다.
– 누가 들어간 거에요?
– 형! 지한이 형! 우리 형 돌려줘요!
나를 찾는 영훈이의 모습도 보인다.
‘짜식, 형이라고 부르네.’
미처 확인하지 못한 모습. 그 모습에 웃음이 난다. 그래도 당하는 게 영훈이 녀석이 아니라 나여서 다행이다.
『 스킬 ‘통찰 Lv.11’을 발휘합니다. 』
그 마지막 장면.
왠지모를 위화감이 들었다.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리더 천성호가 아닌 일반인 하나가 게이트에 삼켜졌다. 그 예상 못한 상황에 모두가 당황한 표정인 게 당연했다.
그러나 혼자서 비릿한 미소를 흘리는 사내가 있었다.
최후의 5인 중 한 명.
대마법사 김민수였다.
그러나 찰나의 순간이었다.
손아귀에 남아 있던 검은 기운은 빠르게 흩어졌다.
마기인가? 알 수 없었다.
내 시야에 보이던 장면 또한 새하얀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김민수······.’
정말로 그가 배신자였다는 건가?
그렇게 믿었던 최후의 5인 중 하나마저 우리의 편이 아니었단 말인가?
의문이 머릿속을 뒤덮는다.
다시금 몰려오는 부유감.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왜냐.’
시스템은 어째서 내게 이러한 장면을 보여주는 걸까.
내 기억의 일부? 그렇다기엔 내가 모르는 부분까지 담겨 있다.
아직 저 세계는 남아 있는건가?
아니면 지나온 과거에 지나지 않는 걸까.
‘아니, 뭐가 됐든 좋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하나 확실한 건.
모두 내가 바꿔야 할 미래라는 거다.
* * *
나는 방 위로 굴러 떨어졌다.
『 재능 발화의 장에서 제한시간 내에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
『 보상 ‘미약한 재능의 파편’을 획득합니다. 』
툭.
그 위로 조각 하나가 떨어졌다. 짙은 남색을 띄는 퍼즐 조각이었다.
『 미약한 재능의 파편 』
– 소유자의 재능이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 파편을 모아 상위 아이템으로 조합할 수 있습니다.
‘와, 미친.’
드디어 나왔다. 정말로 재능과 관련한 아이템이었다. 나는 보물 다루듯이 파편을 인벤토리에 집어 넣었다.
미세한 재능이라지만 내게는 큰 도움이 된다. 워낙에 없는 재능이다보니 이 조그마한 파편이 금조각처럼 느껴질 정도다.
‘좋아.’
그때였다.
데구르르.
어디선가 회색빛의 철제 알이 굴러나왔다.
‘맞아, 이 녀석도 있었지.’
『 이계 규율의 예외 규칙으로 ‘오르티마 알’을 가져옵니다. 』
스킬 말고 그곳에서 유일하게 손에 넣은 아이템이다. 알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굴러가서는 이불 위에 자리를 잡았다.
‘저건 게이트 공략 때 데려가서 경험치를 먹이면 되겠고.’
고장나 있던 정보창을 확인해 봐야 했다. 참고로 미래에 있는 동안 줄곧 작동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이쯤 되면 될만한 거 아닌가.
파직.
‘음······.’
얕은 스파크에 단념하려던 순간.
‘됐다.’
『 한계 돌파 퀘스트 』
– 목표 : ‘프로젝트 : 메이저 게이트’ 저지( 0 / 1 )
– 클리어 보상 : 레벨당 능력치 증가량 1.5배, 지정 스킬 한계 레벨 1증가 및 각성
기다림 끝에 떠오른 메시지 창이었다.
그 내용을 살피는 내 눈이 가늘어졌다.
‘역시 퀘스트 목표에는 내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프로젝트 : 메이저 게이트.
그것의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마계와 우리 세계를 잇는 직통 게이트.’
프로젝트 마기를 통해 이 세계의 대기 환경을 마계와 비슷하게 조성하는데 성공한 마족들은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간다.
프로젝트 마기가 하위 마족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프로젝트 메이저 게이트는 상위 마족을 위한 작전.
‘하위 마족은 주변에 마기가 없으면 제대로 된 힘을 발휘 못한다만.’
이번에 처치했던 최하위 마족 우진형 또한 마기의 원천을 잃자 급격하게 힘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상위 마족들은 다르다.’
신체 내부에 축적하고 있는 마기 덕에 환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대신 놈들은 게이트를 넘을 때 마기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 세계로 넘어 오기 위해 마족들은 두 개의 게이트를 넘어야 한다. 처음은 마계에서 게이트 내부로. 그 다음은 게이트 내부에서 이쪽 세계로.
단번에 이곳으로 넘어올 수는 없다는 거다.
‘마계와 이곳을 한 번에 잇는 게이트가 바로 메이저 게이트.’
프로젝트 마기 다음으로 내가 막아야할 마족들의 계획이다.
‘이걸 저지하려면 꽤 일이 커지겠는데.’
목표는 프로젝트의 완전 저지.
‘백묵의 힘을 빌릴 때가 된건가.’
그러고보니 일어나면 연락을 달라고 했었는데. 최유정에 관한 것도 아직 마무리 짓지 않았다.
나는 내친김에 스마트폰으로 백묵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신호음이 이어진 뒤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 안녕하세요. 이지한씨. 백묵님의 비서 한유린입니다.
백묵이 아니었다.
– 현재 백묵님은 게이트 공략 중이십니다. 갑자기 공략에 참여하시게 되신지라, 이지한씨께 양해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까.”
갑작스런 공략? 백묵이 뭘하고 다니는지까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마족과 관련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실제 마족인 우진형의 뒷조사를 하면서 그 실마리를 잡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받아 본 종이에 특별한 내용은 없긴했지만.
– 전달 사항이 있습니다. 지난번에 의뢰하셨던 게이트를 찾았습니다.
대한민국의 마지막 마기의 원천이 숨겨진 장소였다.
‘잠깐.’
물론 마기의 원천 3개를 전부 찾으면서 이미 레벨업 퀘스트는 끝났다.
골렘이 있던 D급 게이트에서 하나, 황금왕 자볼에게서 빼앗은 것 하나, 마지막으로 최하위 마족이 가지고 있던 것 하나.
그런데 자볼이 가지고 있던 마기의 원천은 본래 대한민국에서 쓸 게 아니었다. 지금 대한민국에 마지막 하나가 남은 이유다.
마기의 원천 하나로는 프로젝트 마기의 제대로 된 진행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제거할 수 있다면 해두는 게 좋다.
‘문제는 여기를 지키는 권속이 메이저 게이트와 관련있는 놈이란 거.’
이건 미래에 갔다오며 새롭게 얻은 지식이었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셈. 때문에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 게이트 제가 공략할 수 있게 해주시겠습니까?”
– 네, 물론입니다. 그런데 알아두셔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길드 두 개가 연달아 공략에 실패하면서 현재 ‘패럿’ 길드에게 소유권이 넘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협회에서도 주시 하고 있고요. 특수 B급 게이트로 분류되어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패럿 길드에 용병으로 참가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공략 일시는 바로 내일입니다.
몇 가지 정보를 더 전해 들은 뒤, 나는 전화를 끊었다.
다음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또 마족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이번 게이트 공략은 의미가 있다.
‘그 권속을 조지면 메이저 게이트로 이어지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데굴데굴.
나는 아까 전부터 방을 굴러다니는 알을 주워들었다. 동그란 알이 살아 있는 것처럼 몸을 흔든다.
기분이 좋은건가?
‘그래, 이 녀석을 부화시키려면 마수를 잡아서 경험치도 먹여야지.’
태양류 검술과 태양의 발걸음, 일자베기까지 시험해봐야 한다.
이것저것 할 게 많다.
* * *
다음날.
진세아에게서 전화가 왔다.
– 저희 아빠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뵙고 싶대요. 저 아빠 때문에 아직도 병원에 있다니까요! 하여튼 빨리 와서 나 괜찮다고 말 좀 해줘요!!
조만간 하이텍트 사를 방문하게 될 것 같다.
‘마침 잘 됐다. 게이트 공략 끝나고 나서 들리는 걸로 하자.’
나는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게이트가 있는 장소까지 나왔다. 이제 돈 걱정 없이 택시를 타고 다니는다는 게 꽤 기쁘다.
아무도 없는 게이트 앞에서 장비들을 장착하는데 장비의 상태가 심각했다.
마족과의 전투로 넝마가 된 장비들.
‘한 번 정도는 더 써도 될 것 같다만.’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수리를 했을텐데. 흐름의 마족과 바실리스크 아종에게서 캐낸 마정석도 아직 처리를 못했다.
품질이 최소 B급 이상일텐데.
‘재료들은 김건에게 줘서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게 해야겠어.’
마족에게서 나온 마정석이니 뭔가 다를 게 나올지도 모른다. 우린 계약으로 맺어진 끈끈한 사이다.
계속 쓸만한 재료를 가져다줘서 완전히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무기들도 한 번 꺼내 확인했다.
도끼 정령 파괴자, 회수의 창, 대검 마족 학살자.
‘근데, 정령 파괴자 능력이 여기서 끝이 아닌 것 같은데······.’
무기 최대 레벨을 달성하고 획득한 부가효과가 근력 최대 레벨 1 추가다. 이름하고 다르다. 분명 더 숨겨진 능력이 있을 거다.
상태를 점검하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자니 저 멀리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어? 지한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
윤서현 헌터였다. 협회에서 파견 된 모양. 마침 잘 됐다. 협회에 관해서 물어볼 게 있었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지난번 사건 이후로 협회에서는 별 말 없습니까?”
“아, 네. 별 반응은 없더라구요. 협회도 길드 눈치를 보느라, 미적지근하게 조사하던데요. 이번 사건은 쉬쉬하면서 넘어가자는 분위기에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거다.
은빛의 날개와 백묵의 영향. 거기에 대기업인 하이테크까지 끼어든 사건이다.
협회 내에도 마족은 존재한다지만, 보아하니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윤서현씨는요?”
내 말에 윤서현이 씩 웃는다.
“저야 뭐, 궁금한 건 이지한씨밖에 없······. 아.”
그렇게 말한 윤서현의 얼굴이 점차 새빨게 졌다. 급하게 양 손을 내밀었다.
“아니, 그러니까. 지한씨한테 물어 보고 싶단 게 많다는 의미에요. 마족이 뭐냐. 그, 그런 거에요.”
“알고 있습니다.”
뒤로 돌아서 재빨리 손으로 얼굴을 식히는 윤서현.
“윤지은씨는 괜찮습니까?”
“아, 우리 언니요? 잘은 모르지만 술을 엄청 마시더라구요. 은빛의 날개에 미래가 없다느니 뭐라니 저한테 주정 부리고 난리도 아니에요. 자기네 길드에서 사고가 난 게 많이 충격인가봐요.”
그 정도까지인가?
은빛의 날개 사건은 내가 아는 과거에 비하면 굉장히 축소 되었다. 본래 사고로 죽어야 할 헌터들이 전부 살아 나왔다.
원래 사건이 어떻게 해서 묻혔는지가 오히려 궁금할 정도.
하여튼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내가 바꾼 미래였다. 은빛의 날개가 다시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더욱 짧아질 것만큼은 확실하다.
윤서현과 잡담을 조금 나누고 있자니, 이번 게이트를 공략할 길드원들이 도착했다.
남자 둘과 여자 하나였다.
그 중 로브를 걸친 진한 눈썹의 남자가 윤서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와. 협회에서 오신다길래 걱정했었는데, 굉장한 미인분이 오실 줄이야. 반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형철입니다.”
“아, 예······.”
윤서현이 무표정으로 악수를 했다. 그러는 사이 다른 남자 하나가 앞으로 나왔다. 차가운 인상의 남성이었다.
“패럿 길드장 권시웅입니다.”
윤서현에겐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뒤, 나를 바라본다.
“그쪽은 용병?”
“예, 맞습니다.”
“방해만 안되게 합시다.”
그러면서 내 어깨를 툭툭 친다. 별로 기대하는 눈치가 아니다.
용병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그렇기는 했다. 진짜 실력있는 사람들은 길드에서 활동하거나 영웅이 된다.
능력이 있는데도 굳이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용병을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상관은 없다만.’
패럿 길드는 신생 길드기에 백묵과의 커넥션이 없다. 날 꽂아준 용병 사무소가 백묵과 연관이 있을 뿐이다.
근데 어째선지 윤서현이 조금 열받은 표정으로 말했다.
“해당 특수 게이트는 두 번 공략에 실패한 상태에요. 협회 규정대로 깐깐하게 확인할테니 공략 잘 부탁드려요.”
“예? 너무합니다. 좀 봐주십쇼.”
그러는 사이 뒤에 있던 여성 길드원이 눈을 깜빡이며 다가왔다. 익숙한 흑색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거렸다.
“두, 두 분 다 잘 부탁드려요.”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신아람.
미래에서 내 선배를 자처하던 검성의 제자. 그녀가 여기에 있었다.
‘이런 곳에 있었구나.’
권시웅과 이철형도 유명한 인물이다.
천재 창술사 권시웅.
만월의 연금술사 이철형.
지금은 유명하지 않지만 후에 천재라고 불리는 두 사람이다. 결국 마족한테 죽기는 하지만 그 능력은 보장되어 있다.
‘권시웅은 성격이 더럽다고 했고, 이철형은 엄청난 짠돌이라던가. 뭐, 상관 없다만.”
빌런이 아니란 거에 감사할 따름이다.
간만에 뒤통수 걱정없이 공략할 수 있겠구만.
그렇게 게이트로 입장하려고 하는데.
이철형이 우리를 멈춰세웠다.
“잠깐만요. 아직 한 사람이 안 왔는데. 특수 게이트라고 지원금이 나와서 한 사람 더 고용했거든요. 아, 저기 보이네요.”
헐레벌떡 뛰어 오는 남자 하나. 어째 또 익숙한 얼굴이다.
“아, 이거 늦어서 죄송합니다!”
인류의 배신자 김상욱이었다.
미안하다는 말과는 달리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온다.
“······.”
왜 빌런이 안나오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