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58
58화 환령(1)
오르티마 알이 부화했다. 금속 재질의 껍질이 깨짐과 동시에 새하얀 빛이 방 안을 뒤덮었다.
눈을 차마 뜨기 힘들 정도.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통통.
한 마리의 슬라임이었다. 동글동글한 물방울떡 같은 생김새. 녀석은 부화 한 게 기쁘다는 듯이 몸을 튕겼다.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했다.
‘······오르티마의 정체가 슬라임이었다고?’
슬라임은 F급 게이트에서도 보기 드문 최약의 마수다.
평생을 F급 게이트를 전전하던 나도 슬라임만큼은 가볍게 죽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뭔가 다르긴 다른데.’
일반적인 슬라임과 차이점이 있긴 했다. 일반적으로 녹색을 띄는 슬라임과 달리 녀석의 표면은 광택 있는 은색. 그 표면에는 미세한 문양이 새겨져있다.
가만히 있으면 동그란 은 공예품으로 착각할 법도 한 생김새.
그러나 이 녀석은 내가 아는 오르티마가 맞다.
‘몸에 새겨진 특이한 문양. 분명 오르티마가 맞는데.’
내가 아는 미래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긴 했다.
드래곤 새끼나 유니콘 같은 환상종일 줄 알았는데.
『 오르티마가 주인을 인식합니다. 』
슬라임은 유연하게 통통 튀어서 내 앞으로 다가왔다. 놈은 내 몸을 타고 스르륵 올라왔다. 부화한 게 기쁜지 내 몸에 붙어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봤다.
슬라임이면 전투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경험치를 많이 먹으면 진화하는 건가?”
어렸을 때부터 강한 힘을 발휘하는 개체는 그다지 없다. 주인과 함께 성장해나가면서 강해지는 것이 일반적.
그러면 계속 데리고 다니면서 경험치를 먹여야 한다는 건가.
어쨌든 이 놈이 미래에 굉장히 강력한 펫이 될 거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건 내가 직접 들은 이야기니까.
그리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 오르티마가 손상된 아이템을 인지합니다. 』
게이트 공략 후에 아직 벗지 않은 방어구. 김건이 만들어낸 성장형 방어구였으나, 마족과의 전투에 이어 신아람까지 상대하다보니 넝마조각이나 다름 없었다.
그저 간신히 걸치고만 있는 수준이었는데.
뀨.
오르티마는 열심히 내 몸에 있는 방어구의 잔해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자, 잠깐.”
당황해서 떼어 놓으려고 했는데 이리저리 잘도 도망다닌다. 어쩌다 붙잡아도 손 틈사이로 유연하게 빠져나간다.
기어코 내 몸에 있는 아이템을 전부 먹어치운 오르티마가 땅 바닥으로 떨어졌다. 녀석은 자랑스럽다는 듯이 몸을 통통 튕기더니.
자신의 모습을 변화 시키기 시작했다.
불에 달궈진 것처럼 붉게 변한 녀석의 모습이 내가 입고 있던 방어구의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가 특수한 힘을 사용합니다. 』
가죽에 메탈 재질의 소재를 덧대어 만든 각반과 흉갑 그리고 어깨 보호구까지.
완전히 파괴 되었던 방어구는 어느덧 온전한 모습으로 복원되어 있었다.
‘오, 대단한데.’
나는 그 방어구들을 다시 몸에 착용했다.
‘근데, 이러면 오르티마는······.’
그냥 방어구가 된 거잖아.
“괜찮은거야? 공격 당하면 네가 전부 맞을텐데.”
내구도가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막 부화한 생물이 그렇게까지 단단할 것 같지는 않다.
스르륵.
내 말에 오르티마가 다시 슬라임으로 변해 방바닥으로 내려왔다. 약간 시무룩해진 모습. 그러나 금방 고개를 든 녀석은 내 앞에서 통통 튀었다.
무언가를 조르는 듯한 모습이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회수의 창을 꺼내서 내려 놓았다.
오르티마는 창을 꿀꺽 삼켰다. 이내 몸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한 자루의 창으로 변했다.
『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가 회수의 창을 기억합니다. 』
『 해당 형상은 고유한 레벨을 가집니다. ( 1 / 100 ) 』
나는 회수의 창으로 변한 오르티마를 들어 올렸다.
『 아이템 정보 』
– 이름 : 회수의 창(오르티마) Lv.1
– 등급 : 유니크
– 능력치 : 공격력 45 + 0.3
– 기능 : 회수 Lv.5 관통 Lv.5
회수의 창은 성장형 아이템이 아니었다. 그런 아이템이 성장형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르티마의 힘에 의해서.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래 이런 거였구나.’
미래의 오르티마가 에이션트 드래곤이나 펜리르 같은 신수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이유를 알았다.
이 녀석의 능력은 단순히 아이템에 국한 되는 게 아닐 거다.
자신이 포식한 모든 것으로 변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 모습을 강화할 수 있는 힘.
그게 오르티마였다.
“그러면 이번에는 뭘 먹여볼까.”
내가 가진 가장 강한 무기인 마족 학살자를 먹이기 전에.
이것저것 시험해 보는 게 좋겠다.
괜히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안되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뀨!
다시 슬라임으로 변한 오르티마가 기쁘다는 듯이 뛰어 올랐다. 다음에는 어떤 아이템을 줄지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찾았다.”
나는 주방에서 후라이팬을 들고 왔다.
“······.”
어째 급 시무룩해진 것 같다.
* * *
넓게 펼쳐진 지하.
그 내부는 썩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하위 마족의 방치고는 과하단 느낌도 있었으나 방의 주인 앞에서 그런 말을 꺼낼 존재는 없었다.
기록의 마족.
그는 화려한 의자에 앉아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와인잔을 흔들었다.
“훌륭하다. 그래, 큰일을 했구나. 김상욱.”
간만에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여기에 있습니다.”
김상욱은 낡은 두루마리를 기록의 마족에게 두 손으로 내밀었다. 틀림없는 진짜 마기의 원천이었다.
“드디어 내 손에 넣어보는구나.”
이 하나만 있다면 프로젝트 마기를 지속할 수 있었다. 비록 많은 수의 제물이 필요하겠지만, 그 정도 손해는 불사할 수 있었다.
흡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린 기록의 마족이 김상욱에게 말했다.
“그래, 내부의 인간들은 처리 못했다곤 해도 이거 하나면 충분하다.”
“······제 실수로 중독의 마족님의 권속이 죽고 말았습니다.”
면목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김상욱. 기록의 마족은 그마저도 기분이 좋았다.
“괜찮다. 그 정도 실수야 상관 없다.”
화가 나서 전부 죽이고 오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김상욱은 빌런이 아니라 평범한 헌터로 남는 게 나았다.
그게 인간들의 정보를 얻기엔 더욱 편했으니까.
그리고 권속 하나 죽는 건 정말로 아무래도 좋았다. 협력관계라지만 따지고보면 자기 권속도 아니었으니까.
“임무를 잘 완수 했으니 약속대로 네게 힘을 하사해주마.”
권속으로 삼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였다. 인간이 제약의 힘을 가지게 된다면, 쓸데 없는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다.
지금은 마기를 부여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기록의 마족이 오른손을 뻗었다. 그림자와 같은 검은 기운이 김상욱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크흑······!”
그 갑작스런 충격에 김상욱이 바닥에 쓰러졌다. 잠시후 김상욱이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에는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정말로 힘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김상욱은 순식간에 마기에 적응한 듯 보였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몸에서 솟아오르는 마기를 바라봤다.
기록의 마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인데도 마기와의 적성이 좋군.’
본래 마기란 마족이 다루는 기운. 타 종족이 이를 제대로 다루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본성이 사악하고, 정제되지 않을 수록 다루기가 쉽다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간 종족을 져버린 김상욱은 그야말로 마기 체질이었다.
“좋아,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마. 특별히 좋은 걸 알려주마. 이 마기의 원천에는 종속 계약을 맺을 수 있는 힘이 있다. 쉽게 말하면 노예를 부릴 수 있는 거다. 프로젝트 마기가 끝나면 네 녀석이 활용하도록 해주지.”
“정말 감사합니다.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대답하는 김상욱의 입가에 알듯 모를 듯한 미소가 맺혔다.
“조만간 프로젝트:마기를 시작한다. 그때까지 제물을 모아라.”
기록의 마족은 섬뜩한 눈빛으로 자신의 권속들에게 명했다.
“다른 각성자를 잡아와라.”
* * *
다음날.
통통.
오르티마가 내 얼굴에서 부비적 거렸다. 그 탓에 잠에서 깨어났다.
“윽, 숨막혀.”
의도치 않게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 느낌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고선, 가스렌지 앞에 섰다.
“이리 와.”
스르륵.
『 오르티마가 ‘철제 후라이팬 Lv.1’으로 변합니다. 』
어제 몇 가지 실험 끝에 오르티마의 활용법을 알아냈다. 오르티마가 삼킨 물건들은 전부 아이템화가 된다.
그리고 레벨이 생긴다.
주무기인 마족 학살자는 아직 오르티마에게 먹이지 않았다. 오르티마에게 마수를 먹여서 싸우게 할 수도 있으니까.
그때 내 무기가 없으면 곤란하다.
치이익.
나는 계란 세 개를 까서 후라이를 팬 위에 올렸다. 노릇하게 익은 계란을 확인하고서 가스렌지를 껐다.
『 스킬 ‘요리 Lv.11’을 발휘합니다. 』
“기가 막히게 맛있네.”
남은 하나를 오르티마에게 던져주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 얻은 마도 조율장치. 이걸 사용하려면 그 던전으로 가야한다.’
그곳에 놈들의 작업장으로 이어지는 입구가 있다. 프로젝트 메이저 게이트를 막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일이다.
문제는 해당 던전 근처를 빌런 조직이 점거했다는 건데.
‘빌런 조직 환령.’
지금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놈들은 후에 극악무도한 빌런 단체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배신자 김상욱이 운영하는 흑결과는 비교도 안되게 미친 놈들만 가득했다.
‘언젠가 처리할 생각이긴 했다.’
빌런 조직은 멸망하는 세계에서도 패악질을 부린다. 법과 질서가 사라진 세계에서 그들의 행패는 더욱 심해졌다.
자기들끼리 국가를 하나 세워 난민들을 습격할 정도였다.
‘놈들 때문에 목숨을 잃은 영웅이 한 둘이 아니다.’
필히 죽여 놔야 할 놈들이었다.
현재 내 랭크는 C급 상위.
레벨은 60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어중간한 헌터. 그러나 실질적인 능력치는 A랭크 못지 않을 거다.
‘내 능력치엔 배수가 적용 되어 있고, 가지고 있는 스킬의 갯수가 다르니까.’
거기에 더해 이번에 얻은 유니크 스킬 ‘웨펀 마스터’까지.
‘아무리 그래도 혼자서 습격하는 건 어렵겠지.’
환령은 빌런 중에서도 난다긴다 하는 놈들이 모인 조직. 아직 제대로 성장하기 전이라지만, 나혼자서 모두를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가기도 뭣하다. 빌런들이 미래에 저지를 극악무도한 짓을 설명할 순 없는 노릇이니.
전화가 온 건 그때였다.
– 김상욱
‘벌써 마족과의 접선이 끝났나?’
나는 스마트폰을 받아 들었다. 김상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지 자신감이 묻어 있는 느낌이었다.
“시키신대로 임무 완료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 드리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제가 가겠습니다.”
나는 김상욱을 만나러 근처 카페로 향했다. 창밖으로 외제차에서 내리는 김상욱이 보인다. 녀석은 양복을 쫙 빼입고 있었다.
“······.”
그는 씩 웃으며 내 앞에 앉았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일이 잘 된 모양이다.
“덕분에 기록의 마족에게 인정 받았습니다. 흑결의 보스 자리에도 다시 앉았고요. 새로운 힘도 익혔는데 보여드립니까?”
종속 계약을 맺기는 했지만 그 성격은 그대로다.
“됐다. 그래서 다음 계획이 어떻게 되는데.”
“여기서 말씀 드리기는 그렇고, 차에 타서 이야기 하시죠.”
“그래, 계산해라.”
“물론입니다. 잠깐, 5만원? 무슨 가격이······.”
나는 김상욱에게 커피 값과 케이크 계산을 맡기고선 차에 탔다. 김상욱이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크흠, 저 왔습니다.”
잠시 목청을 가다듬은 김상욱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록의 마족의 다음 목적은 각성자를 납치하는 겁니다.”
“각성자 납치?”
“맞습니다. 각성자의 영혼은 마기의 재료가 되거든요. 헌터들을 납치해서 부족한 마기의 원천만큼 제물로 사용할 목적인거죠. 그 일의 진행을 전부 저한테 맡기셨습니다.”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다. 당연하지만 미래에선 프로젝트 마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으니 그렇다.
‘김상욱을 써서 재물이 될 헌터들을 모으겠다는 건가.’
이 시점의 마족 치고는 꽤 세게 나온다. 마기의 원천이 하나 밖에 남지 않아서 강경책을 쓰는 모양.
“그런데, 그 납치라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21세기에 헌터 납치라니. 잘못하면 그대로 감빵 끌려가는 거 잖습니까. 애들 시키면 금방이지만, 또 꼬리를 안 잡히게 하려면 어려워서. 그게 고민입니다.”
“······.”
사람을 마족한테 가져다 바친다는 것부터가 미친 생각인 것 같은데.
“일반 헌터는 절대 안되고.”
나는 짧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다른 조직의 빌런들을 데려가는 건 어때?”
“빌런 말입니까?”
어차피 쓸어버리려고 했던 조직 ‘환령’.
나중에는 마족이 주목하는 단체가 된다. 그들의 무분별한 범죄 행위를 침략에 사용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지금 환령은 그저 널려 있는 빌런 모임 중 하나.
“빌런들이라면 사라져도 찾는 사람이 없겠지.”
“호오, 그야말로 악마 같은 발상이십니다.”
“······.”
김상욱이 이끄는 흑결보다 지독한 빌런 조직 환령.
거기엔 그 놈들이 있다.
“빌런들이 모여 있는 좋은 장소를 하나 알고 있거든.”
이이제이라고 하던가.
빌런들을 이용해서 빌런들을 전부 쓸어 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