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59
59화 환령(2)
김상욱과의 만남 다음날.
내 계좌로 5000만원이 입금 되었다.
‘오, 꽤 많은데.’
B급 게이트를 공략한 것 치고는 상당한 금액. 연금술사 이철형의 사심이 담긴 메시지는 덤이었다.
– 저희 길드 오시면 훨씬 잘해 드리겠습니다. 급성장 길드 TOP5 ‘패럿’ 입니다. 그 훌륭한 실력과 연금술 재능 함께 꽃 피워보시지 않겠습니까?
“······.”
굳이 답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은빛의 날개도 거절한 마당에 패럿 길드에서 썩을 일은 없다.
나는 통장을 확인한 뒤 눈을 가늘게 떴다.
‘생각보다 많이 모이진 않았네.’
다만 앞으로 벌 걸 생각하면 부족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나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이리 와.”
통, 통.
바닥을 굴러다니는 오르티마에게 명령하자, 녀석은 한달음에 내 품으로 뛰어들더니 은색의 팔찌로 변했다. 눈에 띄지 않고 데리고 다니기 편한 점은 좋다.
‘방어구부터 새로 맞춰야 겠어.’
오르티마를 방어구로만 사용하기엔 아쉽다. 무기로도 변하고, 아마 마수로도 변할 수 있는 녀석이니까.
나는 택시를 타고 아이템 제작자 김건의 가게로 향했다.
“지한님! 어서 오세요! 지난번에 만들어드렸던 방어구는 어떠셨나요?”
김건은 환한 얼굴로 나를 맞이해줬다.
‘김건이 만들어 준 방어구들. 완전 부서지긴 했어도 그만한 값어치를 했지.’
정령 조종사 최유정과의 전투, 최하위 마족과의 싸움, 버서커의 공격까지 막아내고 나서 부숴졌으니 제 값은 톡톡히 했다.
가게에서 잠깐 김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빚도 다 갚고, 길드에 밀려 있던 아이템도 전부 납품했다고 한다. 얼굴이 밝아 보이는 건 그 때문이었다.
“전부 지한님 덕분입니다.”
눈물을 찔끔 흘리며 다이달로스의 망치를 들어 보이는 김건. 특유의 고집만 버리면 진작에 대성했을 놈이긴 하다.
멸망한 세계의 기인 중에서도 또라이라고 불렸던 김건이 그나마 정상이 된 것 같아 다행이다.
“잘 됐네요. 사실 오늘은 새로운 아이템 의뢰를 맡기러 왔습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마정석을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 완벽한 마정석 B++ 』
『 훌륭한 마정석 B++ 』
각각 마족과 권속을 잡고 나온 마정석이었다. 이것과 바실리스크 아종에게서 나온 재료까지 꺼내 놓으니 김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렇게 좋은 재료를 대체 어디서 구하신겁니까?”
침까지 흘릴 기세로 김건은 아이템을 바라봤다. 보스를 잡고 나온 마정석의 경우엔 그 수요가 매우 많기 때문에 귀중하다.
“드리겠습니다. 그걸로 레어 방어구를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김건은 고개를 숙였다. 아이템 의뢰를 맡기는데 도리어 감사 인사를 받게 되었다. 나는 거기에 더해 4천만 원을 김건에게 보냈다.
레어 아이템을 풀 세트로 맞추려면 원래 집 한 채가 들어가니, 이 정도 금액이면 사실상 거저나 다름 없는 가격이다.
“이 정도면 레어······. 아니며 어쩌면 그 이상도······.”
중얼거리는 김건은 망치를 집어들고선 홀린듯 작업실로 향했다. 이러면 아이템은 금방 나올 것 같다.
‘그러면 약속 장소로 이동해 볼까.’
오후에는 김상욱과 함께 빌런 길드 ‘환령’의 거점을 치기로 했다. 택시에 올라 약속한 장소로 향하고 있는데 문자가 도착했다.
– 대체 언제오는 거에요? 온다면서 ㅠㅠㅠ 나 갇혀 있다니까요!
진세아의 문자였다.
진세아는 하이텍트 사의 딸이었다. 아직 은빛의 날개 채용 시험 사건이 있은지 1주일이 채 안됐다. 아버지가 병원에서 못 나오게 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이번 일이 해결되는 데로 진세아를 만나러 가야겠어.’
조만간 진세아와 함께 훔쳐야 할 아이템이 하나 있다. 미래에서 얻은 정보를 하나라도 낭비할 생각은 없다.
“도착했습니다.”
인적드문 시골의 버스 정류장 앞.
나는 택시에서 내려 도로를 따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른 하늘 아래로 산과 논밭이 보인다.
도로변에 검은 차들 여러 대가 줄지어 서 있다.
나를 알아 본 김상욱이 미소와 함께 다가왔다.
“어서 오십쇼!”
김상욱의 인사를 필두로, 그 뒤에 서 있던 깍두기 스무 명이 동시에 머리를 숙였다.
“······.”
나는 천천히 그들의 모습을 살폈다.
이거 쳐들어간다고 동네방네 광고 하는 것도 아니고.
슬쩍 고개를 들어 내 표정을 살핀 김상욱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라, 이거 아닙니까?”
* * *
김상욱이 길드장으로 있는 빌런 조직 ‘흑결’.
그들과 함께 산 속으로 들어왔다. 검은 옷을 걸친 덩치들이 줄지어 따라오니 깡패들이 전쟁 나가는 것 같다.
하긴, 틀린 말도 아니다. 이제부터 소규모 전쟁이나 다름 없는 전투가 펼쳐질테니.
“아, 일단 이거 받으시죠.”
김상욱은 품 안에서 검은 가면 하나를 내밀었다.
『 신원불명의 가면(레어) 』
– 얼굴을 숨깁니다, 시야가 제한되지 않습니다.
“철저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꽤 쓸만한 걸 준비해왔다. 나는 받아서 얼굴에 착용했다. 김상욱도 하나를 더 꺼내서는 자기 얼굴에 썼다.
“참고로 저희 애들 꽤 합니다.”
김상욱은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등급은 F급에서 B급까지 다양합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A급이고요. 뭐, 아무리 빌런 놈들 모여 있어봤자 저희만 하겠습니까?”
글쎄다.
환령은 진짜 제정신 아닌 놈들만 모여 있거든.
김상욱이 이끄는 흑결은 그나마 표면적으로는 길드의 형태를 유지한다. 환령은 그럴 수도 없을만큼 범죄를 저지른 놈들이 모인 조직이다.
제대로 성장하기 이전이라는 게 그나마 다행인 점이다.
‘이번 기회에 아예 싹을 잘라놔야지.’
빌런들은 김상욱 밑으로 모아두는 게 차라리 낫다. 통제가 될테니까.
숲을 나아가고 있는데, 저 멀리에서 누군가가 보였다. 통찰 스킬 덕분에 멀리서도 잘 보일 뿐만 아니라 소리까지 들린다.
“사, 살려 주세요. 제발요······.”
포박 당한 채 짐짝처럼 들려가는 여성. 그녀를 옮기는 두 명의 남성은 그 말이 들리지 않는 다는 듯 산을 오르고 있었다.
“곧 보스가 거점을 옮길 거라던데. 진짜냐?”
“임마, 너만 알고 있어. 이번에 죽인······.”
둘 다 환령의 멤버였다.
난 손짓으로 김상욱을 멈춰 세웠다.
스르륵.
내 의도를 알아채기라도한 듯 오르티마가 회수의 창으로 변했다.
“저 놈들 처리해도 되나?”
“예, 상관없습니다. 제물로 쓸 몇 명만 목숨 붙여 가면 되는 거니까요. 근데 나무가 너무 많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걱정하는 김상욱을 뒤로 하고 나는 창을 던졌다.
『 스킬 ‘투창 Lv.10’을 발휘합니다. 』
올곧게 쏘아진 창은 나무를 연달아 관통하고서 환령의 멤버 중 하나에게 박혔다. 동시에 창의 회수 스킬을 써서 내 손으로 가져왔다.
“커허억!”
“누, 누구냐!”
당황한 나머지 한 명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칼도 꺼내 들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다시 창을 던졌다.
『 스킬 ‘명중 Lv.11’을 발휘합니다. 』
이미 부숴진 나무 사이를 지나 창은 그대로 놈의 머리에 박혔다.
“꺄악!”
묶여 있는 여자도 덩달아 바닥에 떨어졌다. 그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김상욱.
“뭐해? 시작해.”
“아, 알겠습니다.”
“잡혀 있는 민간인은 건드리지 말고 풀어줘라.”
“물론입니다. 얘들아, 움직여라!”
김상욱의 말에 흑결의 길드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산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목표는 환령 조직원들이 모여 있는 던전 내부다.
환령의 입장에선 생각도 못한 습격이었을 거다.
던전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멤버가 둘 있었지만, 밀려드는 흑결 놈들에게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와우, 진짜로 이런 곳에 모여 있었네요. 진짜 웃기는 놈들이네.”
바위 위로 올라온 김상욱이 미간을 좁혔다.
“근데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을 봤나. 그래도 저희는 민간인은 안 건드린다 이겁니다.”
“······.”
내 눈엔 너나 저 놈들이나. 그게 그거다.
화르륵!
던전 옆에 숨어 있던 환령 조직원 중 하나가 불 마법을 사용했다. 산불 같은 건 생각도 안하는 놈들이다. 갑작스런 기습에 흑결 몇이 잿더미가 되어 쓰러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김상욱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거 보통 빌런들이 아닌 것 같은데요?”
말했잖아. 아닌가, 안했던가.
아무래도 좋다.
“이 새끼들 다 죽여버려!”
“미친 놈들이 어딜 기어 들어와!”
흑결이 주춤하는 사이에 던전에서 환령의 조직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곳곳에서 칼날 바람이 몰아치고, 화염이 터져나왔다.
“아무래도 저도 참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상욱은 양 손에 단검을 들고 전투가 벌어지는 조직원들 사이로 뛰어 들었다. 확실히 눈에 띄는 실력이었다.
“크어억!”
마법을 쏘아내던 환령의 마법사가 김상욱이 쌍단검에 쓰러졌다. 그를 막기 위해 검을 든 환령의 빌런들이 뛰어 들었지만, 제대로 검을 맞대보지도 못하고 바닥에 누웠다.
“덤벼, 이 새끼들아!”
흥분한 김상욱이 던전 앞까지 파고들었을 때였다.
콰아앙!
거센 폭발이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던전 바깥으로 마수들이 쏟아져나왔다. 검은 갈기를 휘날리는 늑대들이었다.
“이, 이 놈들은 뭐야!”
늑대들은 날렵하게 움직이며 전장을 뒤흔들었다. 마수는 던전 밖으로 나오면 시스템의 제약에서 일부 벗어나게 된다. 던전 브레이크와 비슷한 원리였다.
그렇기에 한 마리 한 마리가 가진 능력치가 뛰어났다.
‘일반적으로는 스스로 나올 수 없지만······.’
지금은 상황이 특수했다.
그렇게 다크 울프 네 마리가 모여드니 김상욱도 발이 묶일 정도였다.
“뭐, 뭐야. 이 타이밍에 던전 브레이크라고?”
“차분하게 상대해!”
“근데 이 새끼들 우리만 공격합니다! 이건 뭔가 이상······.”
의아함이 늘어갈 때 즈음 던전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 남자의 얼굴을 정확히 알아봤다.
‘나왔구나. 신이준.’
창백한 얼굴을 한 남자. 그의 주변을 푸른 마력의 고리가 맴돌고 있다. 그는 지휘를 하듯 손을 움직였다.
그 움직임에 맞춰 던전에서 빠져나온 수 십 마리의 늑대들이 진형을 바꿨다.
“크아악!”
“이 새끼들!”
다크 울프들은 지휘를 받는 것처럼 행동했다. 마법을 사용하는 흑결 길드원을 우선적으로 제압하고, 흑결 길드원들을 몰아냈으며, 리더인 김상욱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만들었다.
“앞에부터 뚫어!”
“젠장, 운도 더럽게 없지!”
“무슨 던전 브레이크가······.”
이건 던전 브레이크가 아니다.
환령의 보스로 군림하는 신이준의 능력이다.
‘마수 세뇌.’
던전과 게이트의 마수들을 조종하는 가히 사기적인 능력. 지난번에 봤던 정령 조종보다 한 단계 위의 능력이다.
던전 밖으로 마수들을 꺼내는 것만봐도 그 사기성은 충분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쳐들어와!”
“너희 뭐하는 새끼들이야!”
이때다 싶어 달려드는 환령의 조직원들.
흑결 길드는 순식간에 열세가 되었다. 환령의 칼부림에 흑결 길드원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신이준은 옅은 미소와 함께 손을 들어 올렸다. 보스의 명령에 환령의 조직원들이 멈춰섰다.
“너희들은 뭐냐. 어디서 우리 정보를 듣고 온 거지?”
신이준은 가느다란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물었다.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 뿐이었다.
다크 울프들에게 둘러쌓인 김상욱.
“큭, 니 놈들이야 말로 쥐새끼처럼 여기 숨어서 뭐하고 있던건데?”
그의 말을 들은 신이준이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이거야 원,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니 이야기가 끝나질 않겠군. 일단 리더로 보이는 너만 빼고 싹 다 죽여야겠다.”
바위에 서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회수의 창을 들어 올렸다.
계속 구경만할 순 없을 것 같다.
이대로 흑결 길드가 전멸하는 건 원치 않는다.
‘빌런이지만 그래도 말 들어 먹는 놈들이 낫거든.’
반면에 환령은 없애야 할 적이다.
심지어 놈들이 점거하고 있는 던전은 프로젝트 메이저 게이트와 관련된 장소.
더더욱 물러설 수는 없다.
쐐애액—.
내가 던진 회수의 창이 신이준을 향해 쇄도했다.
창이 신이준의 머리에 닿기 직전.
두 마리의 다크 울프가 그 앞을 막아섰다.
콰득, 콰득!
창날은 다크 울프를 꿰뚫고 신이준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나 얼마 바로 앞에서 보호막에 막히고 말았다.
쩌저적.
그렇다곤 해도 보호막에 심각한 금이 새겨졌다.
신이준의 미간 또한 찌푸려졌다.
“아직 한 놈이 남아 있었나. 꽤 강해보이는군.”
“어이, 임마! 리더는 나다! 그 분은 나 정도는 아니야!”
김상욱이 어줍잖은 커버를 쳐주려고 한다. 근데 그런 거 필요 없다.
나는 창의 회수 스킬을 발동 시켰다. 다크 울프 두 마리를 꿰뚫은 창이 그대로 내 쪽으로 딸려 왔다.
스윽.
죽기 직전인 다크 울프에게서 창을 빼냈다.
“오르티마, 먹어라.”
『 오르티마가 당신의 명령에 기뻐합니다. 』
창에서 슬라임으로 변한 오르티마는 다크 울프의 사체를 순식간에 뒤덮었다. 단숨에 늑대를 집어 삼킨 오르티마.
『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가 ‘다크 울프’의 형상을 기억합니다. 』
몸을 꿀렁이던 녀석은 순식간에 다크 울프의 모습으로 변했다. 머리 부분의 은색털을 제외하면 완전한 다크 울프와 똑같다.
그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신이준이 조소했다.
“신기한 능력이군. 근데 그래서 어쩌겠다는거지? 고작 한 마리로.”
크르르······.
어느새 내 주변으로 다크 울프들이 모여 들었다. 총 일곱 마리. 놈들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맹수 특유의 눈을 번뜩였다.
확실히 한 마리로 뭘 어쩌겠냐만은.
‘일반 펫이었다면 그랬겠지.’
오르티마는 기본적으로 변한 대상의 능력을 그대로 소유하게 된다.
근데 그게 끝이 아니다.
오르티마가 변한 대상은 레벨을 가지게 된다.
『 다크 울프(오르티마) Lv.1 』
“오르티마 죽여라.”
창에 꿰뚫린 늑대 중 한 마리. 아직 간당간당하게 숨이 붙어 있는 녀석의 목덜미를 오르티마가 이빨로 뜯어냈다.
그걸로 충분했다.
『 특성 ‘무재조정’의 효과로 모든 경험치가 10만 배가 됩니다. 』
『 펫의 경험치 또한 10만배가 됩니다. 』
오르티마의 몸에서 새하얀 빛이 휘몰아쳤다. 그 빛은 마치 폭풍처럼 주변을 감쌌다. 내 눈에만 보이는 거긴 하지만.
경험치가 10만배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 다크 울프(오르티마)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 다크 울프(오르티마)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 다크 울프(오르티마)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
..
.
『 다크 울프(오르티마)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무수히 쏟아지는 메시지 창 속에서.
뀨!
Lv.100짜리 다크 울프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울음소리는 멋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