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60
60화 환령(3)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
녀석은 본래대로라면 줄곧 황금왕 자볼의 창고에서 잠들어 있다가, 멸망 이후가 되고 나서야 등장하는 존재다.
미래가 아니라면 사실상 부화조차 할 수 없는 몸이다.
‘경험치를 말도 안되게 필요로 하니까.’
미래의 마수들은 광폭화로 인해 강해진만큼 더 많은 경험치를 제공하기에 가능했던 일. 그러나 현 시점에서 그렇게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장소는 없다.
내 손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 마수가.
지금 이 곳에 나타난 것이다.
100레벨에 오르며 한껏 몸을 부풀린 오르티마는 일반 다크 울프에 비해 두 배쯤 커졌다.
콰드득!
마수들을 향해 돌진한 오르티마가 손쉽게 적을 쓰러뜨렸다. 발톱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다크 울프가 종잇장처럼 찢어진다.
그야말로 종횡무진.
오르티마는 마수들의 사이를 넘나들며 다크 울프들을 찢어 발겼다. 그 위세에 눌린 상대 다크 울프들이 뒷걸음질 칠 정도다.
‘일반 마수는 상대가 안되는구만.’
던전 밖으로 빠져나와 강력해진 마수들이라지만, 경험치를 먹고 Lv.100을 달성한 오르티마 앞에선 무력했다.
뀨.
여전히 적응 안되는 울음소리. 순식간에 열 마리나 되는 다크 울프를 정리한 오르티마가 내 옆으로 다가섰다.
상황을 지켜보던 환령의 보스 신이준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대단하군. 근데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지? 네 놈의 부하들은 이미 내 손아귀에 있다.”
던전에서 빠져 나온 환령의 조직원들과 또 다른 다크 울프들이 흑결을 포위한 상태. 내게 승산이 있다고 보긴 어려웠다.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이 녀석들 모두 쓸어버리도록 하겠다.”
신이준은 빌런다운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신의 협박이 잘 먹혔다고 생각하는 모양.
“그러던가.”
“뭐?”
“쓸어버리라고.”
그 놈들 내 부하가 아니라 솔직히 상관 없거든. 그리고 피해를 감수한다면, 우리 쪽에도 충분히 승산 있는 싸움이다.
당황한 신이준의 표정이 보인다.
나는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 스킬 ‘태양의 발걸음 Lv.11’을 발휘합니다. 』
촤아악!
한달음에 적진으로 파고든 나는 다크 울프의 목을 단번에 베어냈다. 그 옆으로 오르티마가 뛰어들며 진형을 붕괴시켰다.
“지금이다! 반격해, 젠장!”
“이 새끼들이 어딜!”
“일단 죽여버려!”
포위망에 균열이 생기자 흑결의 길드원들이 반항했다. 그대로 환령과의 난전이 시작되었다.
‘수적으로 열세이긴 하다.’
흑결은 스무 명 가량인데 반해, 환령은 다크 울프에 조직원들까지 합쳐져 사십에 가까운 수 였으니까.
‘물론 수가 중요한 싸움은 아니다.’
나는 곧바로 환령의 보스인 신이준에게로 달려들었다.
“쯧, 멍청한 선택을 하는군.”
놈은 차분하게 손을 휘둘렀다. 신이준의 주위에 있는 푸른 고리들이 일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르릉!
던전 내부에 남아 있던 다크 울프들이 신이준을 지키려고 달려나왔다. 놈들은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날 치려고 했으나.
콰드득.
옆에서 튀어 나온 오르티마의 발톱이 놈들을 아작냈다.
“오르티마.”
『 오르티마가 ‘회수의 창’으로 변합니다. 』
내 한 마디에 오르티마가 창으로 바뀌어 손에 쥐어졌다. 녀석의 변신은 그대로 다음 스킬과 연계가 된다.
『 스킬 ‘체인지 웨펀 Lv.11’을 발휘합니다. 』
『 무기에 일시적으로 마력을 부여합니다. 』
창날 위로 푸른 마력이 넘실 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창을 던졌다. 근거리에서 던진 창인만큼 위력은 방금 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강력했다.
콰아아아!
신이준을 지키기 위해 달려든 다크 울프들이 허무하게 꿰뚫렸다. 창은 그대로 신이준의 눈 앞에서 멈춰섰다.
“어림 없다.”
그가 손을 펼쳐 만든 마력 방어막 때문이었다. 일반 방어막과 달리 겹겹이 층이 존재하는 다중 방어막.
확실히 창 한 자루로는 뚫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런데 내가 던진 건 더 이상 창이 아니었다.
한 마리의 늑대였다.
『 오르티마가 ‘다크 울프(Lv.100)’으로 변합니다. 』
넘실거리는 푸른 마력을 온 몸에 두른 오르티마.
『 유니크 스킬 ‘웨펀 마스터 Lv.1’을 발휘합니다. 』
『 무기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
내 스킬은 오르티마를 무기로 규정하고 있었다.
콰드득!
오르티마의 이빨은 겹겹이 쌓인 방어막을 통째로 뜯어냈다. 그 가공할 파괴력에 신이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무, 무슨 말도 안되는······.”
콰득!
뻥 뚫린 보호막의 틈으로 머리를 집어 넣은 오르티마가 신이준을 끄집어내서는 바닥에 내팽개쳤다.
“으윽!”
땅 바닥에 볼품 없이 쓰러진 신이준. 놈의 능력도 위협적이지만, 진짜 위험한 건 빌런들을 통솔하는 실력이다.
제각기 자신만의 쾌락을 추구하는 빌런들을 환령이라는 하나의 조직으로 묶어낸 놈이니까.
“잠깐, 잠깐. 기다려라, 이렇게 죽을 순······!”
『 스킬 ‘일자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서걱——.
나는 망설이지 않고 신이준의 목을 베었다. 녀석은 지금 이 시점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범죄를 저질렀기에 살려둔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금 대검을 들어올렸다.
환령의 빌런들은 신이준이 죽어도 끝까지 저항 하고 있었다. 신이준이 죽으면서 속박에서 풀려난 마수들도 날뛰어 진짜 개판이 따로 없었다.
“오르티마, 정리해라.”
나는 편하게 명령했다.
* * *
흑결의 승리로 상황은 마무리 되었다.
“허억, 허억······.”
피투성이가 된 김상욱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기진맥진한 표정이었다.
“이 놈들 대체 뭡니까? 이만한 힘을 가진 빌런 조직이 왜 남아 있는 건지.”
“이 참에 정리했으니 됐지. 이제 흑결보다 강한 빌런 조직은 없을 거다.”
흑결도 꽤 피해를 많이 입었다. 사람 수가 줄어 있다. 환령이나 흑결이나 거기서 거기인지라 상관은 안한다.
“야, 몇 놈은 살려놔. 데려가야하니까.”
바닥에 피가 섞인 침을 뱉어낸 김상욱이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나는 바닥에 죽어 있는 신이준을 바라보다, 문득 떠올라 물었다.
“오르티마, 혹시 사람도 먹을 수 있나?”
솔직히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긴 하다. 꺼림칙해서.
도리도리.
오르티마가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한 모양. 다만,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드래곤도 높은 지성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미래에서는 그런 모습으로도 변했었으니까.
“요 놈은 키우시는 건가요? 기가 막히게 강하던데요. 어후, 굉장히 절 싫어하는 것 같네요.”
김상욱이 다가가자, 다크 울프 모습의 오르티마가 으르렁거렸다. 뭐야, 평범하게 으르렁 거릴 줄도 아네.
나는 신이준이 팔목에 차고 있던 팔찌를 빼냈다.
단순한 디자인의 검은색 팔찌였다.
『 유니크 아이템 ‘마나 보조자’ 』
– 착용자의 최대 마나를 25% 올려줍니다.
능력치 되게 좋네.
‘내가 가진 마력양 자체가 워낙 적어서 큰 효율은 못 내겠지만.’
그래도 팔목에 꼈다. 조만간 마력을 크게 늘리는 스킬을 배울 생각이었다. 그때가 되면 이 팔찌의 효율도 크게 좋아질 거다.
“안으로 들어가지.”
“옙. 얘들아, 몇 명만 따라와라. ”
던전 내부로 들어가니 성 안에 거의 살림을 차려 놓은 수준이었다. 식량이나 무기가 빼곡히 준비되어 있었다.
남아 있는 잔당 몇을 처리하고 내부를 탐색했다.
“여기 사람들이 갇혀 있습니다.”
부하 하나가 감옥을 찾아냈다. 거기에는 여자들이 갇혀 있었다. 반대편 감옥에는 남자들도 있었다.
모두 환령 놈들이 납치해 온 일반인들이었다.
“이 새끼들 진짜 악질이구만.”
김상욱이 자물쇠를 부숴 감옥 문을 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가질 못하고 우리 눈치만 보고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
“저, 정말 나가도 되는 거 맞나요?”
“뭔 소리를 하는 겁니까. 빨리 나가십쇼.”
김상욱이 재촉하니, 그제서야 사람들은 바깥으로 나간다.
“거기 그 덩치 큰 사람 따라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김상욱에게 감사를 표하는 여성. 김상욱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기분 묘하네, 이거.”
늘 빌런이라고 생각하던 자신이 사람을 구하게 됐으니, 감정의 동요가 일어날 법도 하다.
김상욱은 종속의 계약 때문에 날 따르고는 있다만.
그 이유를 좀 더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상욱, 돌아가면 기록의 마족이 가진 일기장을 열어봐라.”
“예? 주인님. 전 아직 죽고 싶지 않은데요. 근데 그렇게 하겠습니다.”
“안 걸리게 보면 되잖아.”
어차피 종속의 계약 때문에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미래의 김상욱은 그 일기장을 보고 마음을 돌렸다고 했다.’
마족이 그리는 미래에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빼고 인간이 다 죽으면 부귀영화가 무슨 소용이냐는 게 미래 김상욱의 설명이었다.
‘그러면 구출은 다 끝났고.’
아직 중요한 할 일이 남았다.
* * *
그르르······.
보스 자이언트 다크 울프는 던전의 최하층에 포박 되어 있었다. 마법이 부여 된 쇠사슬로 칭칭 묶여 있다.
‘보스까지는 세뇌하지 못한 건가.’
환령의 보스 신이준의 능력은 B등급 일반 마수를 세뇌하는 수준이었다. 본인의 등급도 B랭크 상위 정도였겠지.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이 강해진다만, 죽었으니 이제는 상관 없는 이야기다.
“이 놈은 안 죽이십니까?”
포박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보스를 올려다보던 김상욱이 물었다.
“조금 있다 죽일 거다. 아직 이 던전에 볼 일이 남았거든.”
나는 인벤토리에서 곡괭이를 꺼내 오르티마에게 먹였다.
『 오르티마가 ‘곡괭이 Lv.1’로 변합니다. 』
곡괭이를 들고 던전의 한쪽 벽면을 쳐냈다.
『 스킬 ‘채굴 Lv.11’을 발휘합니다. 』
투두두두······!
모든 스킬에는 다 쓸모가 있는 법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던전의 벽면을 파내자 숨겨져 있던 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검은 문 위로 금색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김상욱이 한 걸음 물러섰다.
“······여기에 왜 문이 있는 겁니까? 설마 이중 던전?”
“비슷한 거긴 하지.”
“저도 몰랐는데 그걸 감지하시다니. 제 생각보다 뛰어나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머리 박아.”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박고 엎드리는 김상욱. 그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해명했다.
“오햅니다. 오해. C등급 상위라고 알고 있었는데, 체감상 훨씬 강하신 것 같아서······. 솔직히 S급인 줄 알았습니다.”
“······. 일어나.”
“헤헤.”
하여간 입은 잘턴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검은 톱니바퀴를 꺼냈다.
『 마도 공학 : 게이트 조율 장치 』
이걸 문 가운데의 틈새에 끼워 넣으면.
철컥.
검은 문에 새겨져 있던 금색의 문양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기이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쿠웅!
동시에 열쇠로 사용된 톱니바퀴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나는 그것을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 넣었다.
열린 문의 내부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으로 가득했다. 김상욱이 손가락으로 어둠 너머를 가리켰다.
“설마 여기로 들어가는 겁니까?”
“아니, 넌 여기서 대기해라. 30분 뒤에도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문을 닫아라.”
김상욱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다가 눈을 크게 뜬다.
“도, 돌아오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김상욱을 무시하고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짙은 마기가 느껴진다. 푹 가라앉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다시 한걸음 내딛었을 때.
『 특수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
『 제 4구역 : 마도 공학 실험 장치 』
스러져가는 검은 유적이 나를 반겼다.
폐허나 다름 없는 공간의 중심부에는 새하얀 조각상이 놓여 있었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곳은 ‘프로젝트 : 메이저 게이트’를 위한 장소.
마계와 현계의 중간 지점.
‘아직 프로젝트가 시작되지 않았으니. 터만 잡혀 있는 거겠지.’
권속과 마족들이 가져온 부품들이 여기에 모이면, 마계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메이저 게이트를 만들 준비가 끝나는 거다.
‘우선은 메이저 게이트를 위한 뼈대를 부순다.’
눈 앞에 있는 새하얀 조각상을 향해 나는 대검을 들어 올렸다.
『 해당 지점에 위험 인자를 확인했습니다. 』
『 게이트 생성 장치가 자동방어 모드에 돌입합니다. 』
우우웅.
수많은 육각형의 조각들로 이뤄진 검은 보호막.
그것은 조각상을 지키기 위해 연신 마기를 뿜어냈다.
『 스킬 ‘데몬 헌트 Lv.11’을 발휘합니다. 』
『 스킬 ‘일자 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그러나 일자베기 앞에서는 무의미한 저항이다.
콰아아앙!
보호막 위에 그어진 강력한 한줄기의 빛이 모든 것을 집어 삼켰다.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이 난 게이트 생성 장치.
그 잔해가 발치로 굴러왔다.
‘마족과의 전투까지 각오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군.’
『 게이트 생성 장치를 파괴했습니다. 』
『 ‘프로젝트 : 메이저 게이트’의 현재 저지율은 34%입니다. 』
『 저지율이 30%를 돌파했습니다. 』
『 보상 ‘재능 획득의 물약(레어)’를 획득합니다. 』
지난번 마기의 원천 회수와 마찬가지로, 퀘스트가 어느 정도 진행 될 때마다 보상을 주는 것 같다.
‘재능 획득의 물약이라니.’
그것도 레어다.
날 미래로 날려 보냈던 건 유니크.
이건 레어.
기대감으로 허공에 나타난 물약을 집어 들려는 순간이었다.
토옹!
바닥에서 뛰어오른 오르티마가 물약을 집어 삼켰다. 너무 갑작스런 행동이어서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빨리 뱉어.”
나는 오르티마를 붙잡고 상하로 흔들어댔다. 먹어도 되는 게 있고 아닌 게 있다. 어제 시험해 본 결과 소모품으로는 변할 수 없단 걸 확인했다.
답답한 마음에 슬라임 형태의 오르티마를 이리저리 잡아 당기던 찰나.
『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가 ‘재능 획득의 물약(레어)’를 기억합니다. 』
녀석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솟아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