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61
61화 마력의 샘(1)
“······.”
슬라임 오르티마가 재능 획득의 물약을 삼켰다. 먹었다기보단 흡수했다고 보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 탓에 오르티마의 동그란 몸에선 은은한 붉은 빛이 스며나오고 있었다.
‘뭐야, 효과가 있는 건가?’
통통.
유적 바닥을 뛰어간 오르티마는 쓰러진 조각상의 잔해 틈에서 파편 하나를 끄집어 냈다. 짙은 검은 색의 파편.
그걸 머리에 이고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 파편의 정보를 확인했다.
『 마도(魔道) : 부숴진 핵 』
내가 부순 조각상은 게이트 생성 장치의 뼈대였다. 이 파편은 그걸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였을 거고.
‘근데 이게 어쨌다는거야.’
녀석은 보란 듯이 몸을 부풀렸다.
『 오르티마(재능개화형)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
스르륵.
부숴진 핵은 오르티마의 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잠시동안 꾸물대던 녀석은 퉤하고 무언가를 뱉어냈다.
‘이건······.’
그걸 받아드는 내 눈이 커졌다.
『 미약한 재능의 파편 』
– 소유자의 재능이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 파편을 모아 상위 아이템으로 조합할 수 있습니다.
재능 획득의 물약(유니크)를 마신 뒤 얻었던 파편이었다. 정확히는 미래에서 일자베기 12레벨을 달성하고 받은 보상.
이걸로 총 두 개째의 파편이 모았다.
하나를 얻었을 때도 그 체감이 컸었는데, 벌써 두 개가 되었다.
“근데 그거 지속 시간은 얼마나 되나?”
내 질문에 대답하듯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 오르티마(재능개화형)의 지속 시간은 1시간입니다. 』
통통.
튀어오르는 오르티마. 직접적인 대화는 불가능해도 시스템을 사용한 간접적인 대화는 가능했다.
어제 확인한 바로는 이 녀석 꽤 지능이 높다. 내가 하는 말도 대부분 알아듣고 행동할 수 있으니.
나는 오르티마를 한 번 쓰다듬어 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가야지, 오르티마의 지속시간도 있지만 오래 머물러서 좋을 건 없다.’
아직 프로젝트 메이저 게이트가 시작되지 않아 방치된 장소라지만, 왠만하면 마족과 마주치는 건 피해야 했다.
‘최하위까지는 상대해도 괜찮지만.’
그 이상은 아직 곤란하다.
게이트 생성 장치를 부쉈으니 당장의 목적은 완수했다.
이걸 다시 구축하려면 시간 꽤나 걸릴 거다.
나는 내가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걸음을 내딛었다.
* * *
길드 은빛의 날개.
최신식 설비로 가득한 전용 트레이닝 센터.
부길드장 윤지은이 손가락을 튕겼다.
“부담가지지 마세요. 이미 뽑히신 거나 다름 없어요. 그래도 절차라는 게 있어서 실력을 한 번 보려는 것 뿐이니까요.”
“네, 네?”
얼떨떨한 표정으로 윤지은을 올려보는 신아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바로 어제 자신의 히든 특성 ‘광화’를 깨우친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대한민국 2위 길드인 은빛의 날개에서 자신을 스카웃하고 싶다니.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긴장하실까봐 사람도 저밖에 없어요. 편하게 하시면 돼요.”
윤지은이 은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서현이 말대로라면, 이 사람의 잠재력은 엄청 날 거야.’
변칙 게이트에서 보여줬던 엄청난 활약에 대한 협회 관계자 윤서현의 증언과 이지한의 추천 때문이었다.
‘이런 시기일수록 인재를 놓쳐선 안 돼.’
수호 길드의 신태양은 연일 주가를 올리는 중이었다. 대대적으로 선전까지 나가면서 수호 길드의 이미지도 계속해서 상승 중이었고.
‘정말로 능력만 뒷받침 된다면······.’
신아람을 적극적으로 키워줄 생각이 있었다. 윤지은은 조금 초조한 마음으로 신아람을 바라봤다.
단순하게 훈련용 더미를 공격해도 되고 자신 있는 기술을 보여줘도 된다.
‘뭐든 좋아.’
신태양을 넘어설 수 있는 조커 카드가 되어주길. 지금의 은빛의 날개가 다시금 날아오르기 위해선 그런 인재가 꼭 필요했다.
그렇게까지 생각했던 윤지은이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건 너무한 바람인거겠지.’
그만한 천재가 어디 쉽게 나오던가.
“그······.”
“네, 뭔가 필요하신가요? 무기라면 얼마든지 이용하셔도 돼요.”
“그게 아니라······.”
신아람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긴장했으려나.’
왠지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게이트 브레이크로 부모님을 잃고, 서현이와 둘이서만 헤쳐나가야 했던 막막한 시절.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없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없을 때.
그렇기에 왠지 정이 갔다.
윤지은이 신아람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그 때.
신아람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광화 특성은 자신의 체력이 30% 이하로 내려가야만 발동한다.
그러니까 실력을 보여주려면 이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결연한 의지와 함께.
주먹을 꽉 쥔 신아람이 말했다.
“저 좀 때려주실 수 있나요?”
* * *
던전 내부에 있던 게이트 생성 장치는 파괴했다.
나는 보스를 처치하고 바깥으로 나왔다. 아쉽게도 보스급의 마수는 아직 오르티마가 삼키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바깥으로 나오자 통신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폰이 울렸다.
띠링.
윤지은으로부터였다. 신아람을 은빛의 날개에 추천했는데, 잘 됐으려나.
신아람은 미래에선 신태양의 제자였지만 여기에선 달라질 거다. 더 빨리 그 능력을 펼칠 수 있게 되었으니.
– 어디서 이런 사람을 찾은 거에요? 고마워요. 진짜 고마워요.
반응을 보니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다.
근데, 신아람이 광화 상태에 돌입하려면 체력이 줄어야 할텐데. 그 부분은 어떻게 한 건지. 어쨌든 잘 됐다니 다행이다.
“제물로 잡아갈 빌런 놈들도 묶어놨고, 주변 정리도 끝났습니다. 흔적을 보니까 이 놈들 보통 악독한 게 아니던데요. 하여튼 진짜 미친 놈들입니다.”
내 쪽으로 다가온 김상욱이 어깨를 으쓱였다. 환령이 더 큰 조직으로 성장하기 전에 막아 다행이다.
“솔직히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다친 놈들도 꽤 있고요. 죽은 놈들은······. 뭐, 어쩔 수 없죠. 저희 일이 다 그런거니까요.”
어깨를 으쓱이는 김상욱. 부하들을 소모품으로 보는 게 빌런 조직 수장답다.
“그래도 덕분에 한 건 해냈습니다. 이걸로 제 위신도 회복 될겁니다.”
환령 습격은 이렇게 일단락 됐다.
‘이번 일로 기록의 마족이 김상욱을 더 신뢰하는 계기가 되겠어.’
배신자 김상욱이 깊숙히 마족의 네트워크 안으로 파고들수록 더 많은 정보를 캐낼 수 있을 거다.
“근데 말입니다. 여기에 이 놈들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
“왜, 궁금해?”
“그야, 그렇죠. 영웅 협회에서도 모르는 놈들이고, 저도 몰랐으니까요.”
실제로 환령 놈들은 길드를 통해 던전을 구입하고, 거기를 거점으로 삼아서 활동하고 있었다. 영웅 협회에서도 그들을 쉽게 발견하기란 불가능.
지속적인 범죄를 저지름에도 주기적으로 거점을 옮기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려주지.”
“쩝, 그럴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덕분에 큰 일이 해결 됐습니다. 기록의 마족도 이렇게 빨리 제물이 준비 될 거라곤 생각 못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김상욱은 한숨과 함께 하늘을 바라봤다.
“······. 뭐, 영웅 노릇도 나쁘진 않네요.”
인질들을 구출한 게 꽤 인상 깊었던 모양.
“기회가 되면 기록의 마족의 일기장을 꼭 봐라.”
“또 그 말씀이십니까? 대체 뭐가 적혀 있길래······.”
“난 먼저 간다.”
“어, 벌써 가십니까?”
김상욱을 향해 손을 적당히 흔들어 주고선 산을 내려왔다.
희미한 붉은 빛을 내뿜는 오르티마. 아직 재능 획득의 물약의 지속 시간이 유지 되고 있었다.
‘시간을 낭비할 순 없지.’
오르티마는 나를 재촉하고 있었다.
* * *
남은 시간은 약 1시간 정도.
솔직히 어딘가로 멀리 이동하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이미 오르티마가 삼켜버린 이상.
이전에 마셨던 물약처럼 새로운 장소로 이동할 것 같지도 않았고. 일단은 어디로 향할지 위치만이라도 알아두자는 심정이었는데.
『 오르티마(재능개화형)이 대기 상태에 들어갑니다. 』
『 해당 형태의 지속 시간이 대폭 늘어납니다. 』
오르티마가 완전히 알처럼 변했다.
그 위에서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붉은 기운.
그것이 스마트폰 위로 퍼져나가며 내가 가야할 장소를 알려줬다.
‘굉장하네.’
다시봐도 질리지 않는 효과다.
스마트폰의 지도 앱에 찍혀진 위치는 서울. 나는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그러는 사이 해가 저물었다.
서울의 야경 사이로 거대한 건물 하나가 보인다. 하이텍트 사의 로고가 박힌 빌딩 하나.
‘온 김에 진세아도 데리고 가야 하나.’
내가 다음으로 공략할 던전은 진세아가 있다면 말도 못하게 난이도가 쉬워진다. 프로젝트 메이저 게이트를 저지하기 위해 이제 남은 건 발전의 마족을 처리하는 것 뿐.
그걸 위한 준비였다.
‘이거 차라리 윤서현 헌터까지 불러온다면······.’
꽤 괜찮은 파티가 구성될 것 같았다. 생각을 정리하는 도중,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대기 상태에 있던 오르티마도 깨어났다.
화려한 간판과 네온 사인으로 넘쳐나는 거리. 평일인데도 꽤나 번잡하다. 어느새 손목 시계로 변한 오르티마의 초침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는 건지.
‘당장 필요한 건 마력 관련 스킬인데. 정확히는 마력양을 늘려주는 스킬.’
태양의 발걸음과 태양류 검술. 둘 다 상당한 마력을 잡아먹는 스킬이다보니, 100%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새로운 일자베기만해도 엄청난 마력이 드니까.’
그만큼 파괴력은 보장되어 있다만. 연달아 쓸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난번 게이트에서도 광화 스킬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다.
그렇게 몇 분쯤 걸었을까.
나는 화려한 거리를 지나 지하철 역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은 중년 남성 하나가 보인다.
오랫동안 씻지 않아 꾀죄죄한 모습과 공허한 눈동자. 그의 앞에는 허름한 벙거지 모자가 뒤집힌 채로 놓여 있었다. 동전과 지폐가 조금 놓여 있다.
‘설마.’
오르티마의 초침은 그 남성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홀린 듯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내가 그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자, 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이, 비켜. 안 보이잖아.”
나는 슬쩍 비켜 섰다. 그가 바라보는 방향에는 커다란 전광판이 보였다. 그곳에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수호 길드의 신태양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남자는 그걸 진지하게 바라보더니 이렇게 중얼거렸다.
“58점. 아무리 봐도 좋은 점수를 못 주겠네. 이거 수호 길드도 끝장이구만.”
나는 그런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가 기분 나쁘다는 듯 얼굴을 구겼다.
“앙? 뭐냐, 내가 웃겨?”
“아닙니다.”
나는 지갑에서 오만원 짜리 다섯 장을 꺼내 그의 벙거지 모자에 넣어줬다. 지갑에 들어 있던 돈 전부였다.
“너무 후한 점수여서요.”
“으응?”
남자는 몸을 일으켜 모자에서 돈을 꺼내들었다. 금액을 확인하는 그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 그러다가 의심스런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뭐야, 정말로 나한테 주는 거냐?”
걸인(乞人) 송정호.
노숙자, 거렁뱅이, 거지.
그를 부르는 별명은 다양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사람을 찾을 줄은 몰랐다. 워낙에 전국 팔도를 돌아다녔다기에 직접 찾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물론입니다.”
이 남자는 멸망한 세계의 기인 중 하나였다.
노동하지 않으며, 거래하지 않고, 가치 있는 일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구걸만으로 삶을 살아가는 독특한 인물.
나는 그를 잘 알고 있다. 어쩐지 정겨운 느낌까지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꽤 오랜 시간을 그와 함께 했었기 때문이다.
아무런 재능도 없던 내가 마지막까지 살아 있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말이 있었다.
– 아, 뜨끈한 물에 몸을 지질 수만 있으면 소원이 없을텐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영웅 중 하나.
나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같이 근처 찜질방에라도 가시겠습니까?”
오르티마가 나를 여기로 안내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의 능력 중 하나는 끝없이 샘솟는 마력.
그리고 그건 배울 수 있는 스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