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64
64화 마계의 틈(1)
카아앙!
부동의 마족이 꺼내든 검과 내 대검 마족 학살자가 부딪혔다. 마주한 두 검날 사이에서 터져나오는 불똥. 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크윽, 인간 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내 대검 위로 타오르는 형형한 마력은 조금씩이지만 녀석을 밀어내고 있었다. 부동의 마족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나와라, 나의 권속들이여!”
공간을 쩌렁쩌렁 울리는 마족의 외침. 등 뒤에서 솟아난 검은 기운이 방 안으로 퍼져나갔다.
이내 두 마리의 리자드맨이 모습을 드러냈다. 빨간 놈과 검은 놈.
“주인이시여, 부르셨습니까.”
“시키실 일은 무엇인지?”
계약에 의해 소환된 권속은 총 두 마리. 놈들은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들의 언어가 시스템에 의해 구현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어쨌든 그들 하나하나가 네임드 마수에 필적하는 존재란 의미였다.
부동의 마족이 짜증난다는 듯 소리쳤다. 내게 힘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인지라 더욱 그랬다.
“멍청한 새끼들, 보면 모르겠어?! 내 눈 앞에서 저 버러지 같은 인간들 치워버려!”
“알겠습니다.”
“그리하지요.”
리자드맨들은 초승달처럼 휘어진 시미터를 양 손에 쥐고 있었다. 놈들은 가벼운 연기를 남기고선 모습을 감췄다.
“언니, 뒤에요!”
『 동료 진세아가 ‘절대 직감 Lv.3’을 발휘합니다. 』
진세아의 외침대로였다. 자취를 감췄던 리자드맨 둘이 뒤에서 시미터를 내리 찍으며 떨어졌다.
『 동료 윤서현이 ‘순간이동 Lv.3’을 발휘합니다. 』
그러나, 윤서현의 순간이동이 다시 한 번 위치를 바꿨다. 공간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그녀를 상대로 뒤를 잡는 건 무의미한 일이었다.
콰앙!
리자드맨들의 참격이 애꿎은 바닥을 때렸다.
갑작스런 위치 변환에도 불구하고, 진세아는 감각적으로 뛰쳐나갔다. 마치 사전에 합의라도 한 것 같은 반응속도였다.
푸욱!
진세아의 단검이 리자드맨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크아악!”
고통에 몸부림 치며 시미터를 휘두르는 리자드맨. 진세아는 오히려 앞으로 전진하며 시미터를 회피했다.
푸욱! 푸욱!
날렵한 움직임으로 리자드맨의 등, 허리, 목까지 순서대로 단검을 찔러넣는 진세아. 집중한 녀석의 눈에 진홍빛의 이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동료인 검은 리자드맨이 뒤늦게 시미터를 휘둘렀지만, 윤서현의 마력사슬에 손목이 붙들렸다.
‘압도적인 전투센스다.’
지금까지는 진세아의 제대로 된 전투를 볼 틈이 없었다. 진세아의 능력은 거대한 마수와의 전투에서보단 대인전에서 특출났다.
“어디를 보는 거냐!”
나와 검을 맞대고 있던 부동의 마족이 분노하며 소리쳤다. 나는 크게 힘을 주어 마족을 한차례 밀어냈다.
나는 놈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권속들 전부 죽게 생겼네.”
“하, 인간한테 당할 정도로 약한 놈들이라면 죽는 게 낫다.”
부동의 마족이 검은 마기를 자신의 검으로 끌어 올렸다. 나 또한 스킬 데몬 헌트를 발휘했다.
새까맣게 코팅 되는 대검.
『 스킬 ‘고유 서클 생성 Lv.10’을 발휘합니다. 』
내 주변으로 푸른 구체 하나가 떠올랐다. 그것은 빠르게 내 주변을 공전하기 시작했다. 이게 유지되는 동안 나는 계속해서 마력을 회복한다.
‘그 말은······.’
태양의 발걸음과 태양류 검술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단 의미였다.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부동의 마족이 휘두르는 검은 어설프기 그지 없다.
“이 벌레 같은 놈이!”
계속해서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지만 힘에만 의지한 빈틈투성이 검술이었다. 보법으로 간격을 재니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초보자를 상대하는 것 같다. 저 놈이 진짜 마족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네.’
최하위 마족을 상대로 여유로운 전투가 가능하다니. 미래에서 배워 온 기술의 위력을 새삼 깨닫는다.
대검으로 놈의 공격을 흘리자, 놈의 검이 바닥에 쳐박혔다.
“이제 끝이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일자베기를 발휘했다. 마력 소모 걱정 없이 힘껏 휘두르는 참격.
『 스킬 ‘일자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데몬 헌트 때문에 영롱한 검은색으로 변한 한줄기 직선이 부동의 마족을 양단했다.
“크아아악!”
마족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놈은 쓰러졌다. 자신의 제약도 사용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주, 주인님!”
당황한 권속 리자드맨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서걱—!
진세아의 단검이 녀석의 목을 베어냈다.
* * *
“와, 경험치 대박.”
진세아는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하면서 방 안을 이리저리 뒤지고 다녔다.
“음······.”
반으로 갈려진 마족을 유심히 살피던 윤서현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마족 맞죠.”
특징적인 뿔과 보랏빛 피부. 부정할 수 없는 마족의 증거였다.
“네, 맞습니다.”
“엥, 진짜요?”
네 말에 진세아가 의외라는 듯 말했다.
“그런데 지난번처럼 엄청나단 느낌은 안 들었는데요.”
은빛의 날개 채용 시험에서 마주했던 흐름의 마족. 같은 최하위 마족이지만 임팩트는 그쪽이 더 컸다.
“그때는 특수한 상황이어서 그랬을 거야.”
체내에 많은 양의 마기를 저장할 수 없는 최하위 마족 특성상 마기의 원천의 유무에 따라 강함의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윤서현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나를 바라봤다.
“어쩐지 평범한 던전을 공략한다고 했더니······. 이번에도 알고 있었던 거죠?”
“글쎄요.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나는 방 한가운데에 있는 궤짝으로 다가갔다. 하얀 목재 재질로 만들어진 궤짝의 표면에는 복잡한 문자가 새겨져 있다.
음습한 기운이 넘실거린다.
궤짝을 열어보려고 고리에 손을 가져다 댄 순간.
파직!
‘큭.’
검은 스파크가 내 손을 타고 올랐다. 찌릿한 감각이 팔 위로 올라왔다. 억지로 열려고 하면 이 고통은 더 심해질 거다.
‘이 안에 마도 공학핵과 연구소의 열쇠가 들어있다.’
연구소란 프로젝트 메이저 게이트의 책임자인 발전의 마족이 거주하는 공간. 최종적으로는 그곳을 전부 없애야 한다.
‘그냥은 못 열겠지.’
이중 삼중으로 마법적 처리가 되어 있는지라, 마기를 다룰 수 있는 마족이 아니면 절대로 열 수 없는 구조일 거다.
나는 방 안에 있는 항아리를 깨부수고 있는 진세아를 바라봤다. 어느새 녀석의 팔목에 뭔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여기 완전 가져갈 거 많아요. 일반템이기는한데 능력치 좋은 듯.”
“이리와서 이 안에 있는 걸 훔쳐줄래?”
“그거요? 안 그래도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
진세아를 데리고 온 진짜 이유기도 했다.
“그러면 한 번 해 볼게요.”
녀석은 자신만만한 미소와 함께 궤짝 위에 손을 올렸다. 새하얀 빛이 진세아의 손 위로 솟아났다.
『 동료 진세아의 스킬 ‘절대 강탈 Lv.5’가 발휘 됩니다. 』
‘스킬 레벨이 벌써 1 올랐다고?’
절대 강탈은 이름부터 그러하듯, 일반 스킬이 아니다. 최소 유니크에서 레전더리 사이의 스킬일텐데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1레벨이 올라 있었다.
‘재능이란 게 무섭네.’
본인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지만, 이번 전투 한 번으로 진세아도 스킬을 얻었을 거다. 움직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게 다 뭐에요?”
진세아의 손 위에 올려진 검은색 마공학 핵. 투명한 유리 구슬 안에 검은 톱니바퀴가 담겨 있는 생김새다.
거기에 더해 검은색 열쇠 하나.
“글쎄, 자세한 건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마족들이 사용하는 인공 에너지원 같은 거겠지. 이건 은빛의 날개에 넘길 거야.”
은빛의 날개는 최첨단 기술을 가진 하이텍트와 이어져있다.
이걸 조사하면 마족들의 사용하는 기술에 대해 알아낼 수 있을 거다. 그런 걸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라고 하던가.
“지난번부터 계속 궁금했는데, 대체 마족들은 뭐에요? 단순한 마수들하고는 다른 것 같은데. 최근 늘어나는 변칙 게이트하고도 관련이 있는거죠?”
윤서현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겁니다. 제가 확실히 아는 건 놈들이 위험하다는 겁니다.”
진세아에게서 마공학 핵을 가져오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탑의 창문 위로 무언가가 훌쩍 뛰어올라왔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머리 양 쪽에 달린 뿔.
방 안을 슬쩍 둘러본 마족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기가 찬다는 얼굴이었다.
“허, 이런 미친······. 어디갔나 했더니 벌레 새끼들이 집 구석까지 기어들어와 있었네?”
또 다른 마족의 등장에 진세아와 윤서현이 얼어붙었다.
녀석이 올 건 알고 있었다.
게이트에 존재하는 마족은 총 둘.
놈들의 임무는 마공학 핵이 담긴 궤짝을 지키는 것. 여기를 벗어날 수 없으니, 돌아 오는 게 뻔했다.
“뭐냐, 어떻게 그걸 빼낸 거야. 당장 내려놔라. 네 놈들 같은 버러지가 만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진세아가 들고 있는 마공학 핵을 바라보는 중독의 마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는 진세아가 들고 있는 마공학 핵을 내 손으로 가져왔다. 그대로 인벤토리에 집에 넣으려는 찰나.
콰아앙!
마족이 걸터 앉아 있던 창틀이 그대로 박살이 나며 파편이 튀어올랐다. 쏘아지듯 내 쪽으로 다가온 중독의 마족의 주먹이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놈의 일그러진 얼굴이 보인다.
“이 버러지가······!”
마족 놈들은 어째 반응이 다 한결 같다. 나는 마공학 핵을 인벤토리에 던져 넣고선, 손바닥을 쫙 폈다.
『 오르티마가 ‘도끼 정령 파괴자’로 변화합니다. 』
방어구였던 오르티마가 한순간에 도끼로 바뀌었다. 나는 손에 쥔 도끼를 연신 휘둘렀다.
콰앙! 콰앙! 콰앙!
마기가 실린 주먹으로 내 공격을 막아내는 중독의 마족은 조금씩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인간이 무슨······!”
나는 일자베기를 시전하기 위해 도끼를 들어 올렸다. 본래 검으로만 시전 가능한 스킬이지만, 지금은 다르다.
『 유니크 스킬 ‘웨펀 마스터 Lv.1’을 발휘합니다. 』
『 무기의 종류에 상관 없이 스킬을 사용합니다. 』
촤아악! 거센 마력의 흐름이 중독의 마족을 집어 삼켰다.
“크아악!”
가까스로 몸을 틀어낸 중독의 마족. 녀석은 재빨리 바닥을 굴러 방 구석으로 도망쳤다.
“네 놈들이 지금 누구를 건드리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거냐?”
잘려나간 팔을 부여 잡은 중독의 마족이 소리쳤다. 놈은 품 안에서 자그마한 상자 하나를 꺼내들었다.
“후회하게 해주마.”
도망치는 주제에 말은 잘한다. 제약을 사용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제약을 시전하는 마족 자신도 제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데, 저 상자는······.’
분명 본 적이 있다. 마족들이 종종 들고 다니는 상자다. 그 능력은 아마······.
딸칵.
보랏빛 상자가 열렸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풍경이 기이하게 끌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이거 뭐에요?!”
“지한씨!”
“괜찮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공간은 점차 안정되더니 하나의 형상으로 굳어졌다.
“윽, 징그러운데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탑 내부의 방 안이었는데, 지금은 주위가 완전히 붉은색으로 가득했다. 붉은 동굴이라고 해야할까.
마치 어떤 생물의 내장으로 들어 온 것 같다.
“크하하, 네 놈들은 다 죽었어!”
그리 말하는 중독의 마족 주위로 검은 마기가 휘몰아친다. 녀석은 그 힘으로 공중으로 떠올랐다.
‘여기는······.’
마족이 소유하는 개인 아공간. 마계의 틈이라고 불리는 장소다. 불리한 상황에 처한 마족이 꺼낸 마지막 카드.
‘일이 재밌게 돌아가는군.’
마족의 도발에 열받은 진세아가 소리쳤다.
“도망치면서 말 참 많네!”
“뭐, 뭐? 이 건방진 놈이······.”
그러나 우리쪽으로 다가올 생각은 없어보였다. 놈이 손짓하자 검은 마기가 땅바닥으로 퍼져나갔다.
마기가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권속들이 서 있었다.
그 수는 총 스물.
오크, 고블린, 리자드맨, 골렘······.
그 종족도 참 다양했다.
그들 모두가 마기로 둘러싸여 흉흉한 붉은 눈을 빛내고 있었다.
“너희들은 나를 상대할 것도 없다.”
승리를 확신한 중독의 마족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저기에 있는 권속들 하나하나가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을 거다.
지난번에 상대했던 다크 엘프 발렘.
그도 중독의 마족의 권속이었으니까.
‘최하위 마족치고는 엄청난 수긴 하네.’
근데, 어쩐지 질 것 같지가 않다.
나는 대검을 꺼내 들었다.
일반적으로 게이트가 현실 세계와 마계의 중간이라고 한다면.
마계의 틈은 마계와 한없이 가까운 장소였다.
『 칭호 ‘마계의 재앙(災殃)’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
『 필드 ‘마계(魔界)’에서 마(魔)속성 대상으로 1000%의 데미지를 줍니다. 』
내 앞으로 떠오르는 메시지를 바라보며 나는 조소했다.
“정말로 무덤을 팠군.”
녀석을 잡으면 최하위 마족 두 마리를 죽이는 셈이 된다. 이번에는 이계 규율이 어떤 보상을 줄지.
궁금해 미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