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65
65화 마계의 틈(2)
붉게 물든 동굴 안.
중독의 마족은 니글거리는 낯짝으로 말했다.
“어떠냐, 지금이라도 바닥에 엎드려서 비는 게 좋을 거야.”
스무 마리의 권속이 우리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그 하나 하나가 가지고 있는 힘은 최소 B급. 충분히 두려워 할 법도 했다.
“기세 등등하게 말하는 것치고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은데.”
그러나 놈이 우리를 불러낸 이곳은 마계의 틈새다. 내 칭호 ‘마계의 재앙’ 덕분에 마계 필드에서 내 데미지는 10배고.
내 비웃음에 중독의 마족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큭, 네 놈만큼은 치욕스럽게 죽여주마.”
녀석은 이미 팔 하나를 잃었다. 오히려 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중독의 마족은 마기에 휩싸여 서서히 하늘 위로 올라가더니 위쪽에 뚫린 구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냥 도망 친 거 아닌가?”
“그런 것 같네.”
진세아의 말에 윤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눈 앞의 권속들을 상대로 전투를 해야하는 건 변함 없다.
우우웅.
윤서현의 양 손 위로 검보랏빛의 구체가 떠올랐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들을 시간은 없겠죠?”
“저도 잘 모릅니다. 이중 던전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너무 당황을 안하잖아요.”
“글쎄요.”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는 윤서현을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피해요!”
진세아가 소리쳤다. 권속들이 쏘아낸 마력의 탄환이 동굴의 붉은 바닥을 두드렸다.
쿠과광!
마족의 아래에 있는 권속이라고는 하나, 스무 마리나 되다보니 쏟아지는 폭격의 양이 차원이 다르다.
폭격을 당한 바닥에서 검은 연기가 한가득 피어올랐다.
“뭐야, 별 것도 없잖아.”
권속 하나가 비웃음을 머금는 그 순간.
우리 일행은 이미 권속들의 뒤에 있었다.
서걱—! 푸욱!
진세아의 단검과 내 대검이 권속 두 마리를 단숨에 처치했다. 윤서현의 순간이동 덕분에 유리한 위치를 계속해서 선점할 수 있다.
“이 놈들 어느 틈에!”
“뒤를 봐!”
놈들이 허둥대며 뒤쪽을 향해 마력을 난사했다.
『 동료 윤서현이 스킬 ‘순간이동 Lv.3’를 발휘합니다. 』
다시금 반대편으로 이동 되었다. 움켜 잡은 대검의 칼날 위로 푸른 마력이 솟아올랐다.
나는 대검에 무게를 실어 있는 힘껏 휘둘렀다.
『 스킬 ‘일자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콰아앙!
굵직한 선 하나가 공간을 베어내며 강한 폭발을 일으켰다. 권속 다섯 마리가 한 번에 잘려나가며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보호막은 어디갔어!”
“걸었어 이 새끼야!”
“무, 무슨······.”
겁에 질린 놈들이 조금씩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마력이 부족해서 이제 순간이동은 못 써요. 근데 보아하니까······.”
권속들은 아예 뒤를 돌아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전의를 상실한 움직임이었다.
“필요 없을 것 같네요.”
권속들은 각자 흩어져서 동굴에 난 통로 속으로 사라졌다. 주인의 명령이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죽을 때까지 싸우라곤 하지 않았을테니.’
그때, 진세아가 살짝 얼빠진 듯한 얼굴로 물어왔다.
“오빠, 왜 이렇게 강해요? 아니, 진짜 순수하게 어이가 없어서 그래요.”
방금 봤던 일자베기가 인상 깊었던 모양. 나는 뻔뻔하게 대답했다.
“천재라 그런가.”
“그게 말이 돼요?”
어깨를 으쓱인 뒤,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잠깐만 쉬어도 될까요?”
윤서현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창백해져 있었다.
* * *
마력 고갈 증세였다.
순간이동을 너무 많이 사용한 탓이었다. 순간이동은 쿨타임이 짧고,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신 어마어마한 마력을 소모한다고 했다.
‘나랑 진세아 두 명을 데리고 연달아 썼으니.’
마력이 고갈 될만도 하다.
“잠시만요.”
나는 지난번 게이트에서 푸른 꽃으로 만들었던 물약을 건넸다.
“고마워요.”
그걸 받아 마신 윤서현의 눈이 동그래졌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나와 물약을 번갈아 본다.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요?”
“제가 잘 만들었나보죠.”
“지한씨가 직접 만드셨다고요?”
그러고보니 지난번 게이트 공략 때 윤서현은 협회의 지원을 부른다고 미리 돌아갔었다.
“나도, 나도 줘요!”
진세아가 내 쪽으로 다가와선 손을 내밀었다. 뭐, 어차피 만들기는 어렵지 않으니까. 녀석에게도 한 병을 건넸다.
“헉. 뭐야, 이거.”
요리 스킬과 포션 제조 스킬이 합쳐져서 맛이 좋은가 보다. 그보다 윤서현에게도 고유 서클 생성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마력 부족은 이걸로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거다.
“서현씨, 이거 한 번 보시죠.”
나는 고유 서클을 불러왔다. 심장 주변을 도는 게 아닌, 내 몸 전체를 공전하는 마력의 원.
“뭐에요? 어떻게······?”
“아, 맞다! 언니 내가 알려줄게요!”
기존의 상식을 벗어나는 스킬이라 그런지 윤서현의 관심을 보였다. 걸인 송정호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방식이니 당연하다.
그리고 잠시 뒤.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와, 언니 맞아요. 그거에요!”
윤서현은 고유 서클 생성을 1분만에 깨우쳤다. 사실상 보자마자 그대로 해냈다고 보는 게 맞을 정도.
‘진짜냐.’
그걸 멍하니 바라보던 내 입이 슬쩍 벌어졌다.
‘윤서현의 재능도 보통은 아닌 것 같은데.’
실제로 그녀의 언니인 윤지은은 최후의 11인 중 하나인 무한의 궁사였다. 윤서현도 그만큼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윤서현은 원래대로라면 게이트에서 죽었을 운명이었으니까.
어쨌든 윤서현도 고유 서클을 개방했다. 도움 받은 것도 있고 앞으로도 여러번 도움을 받을테니 미리 알려주는 게 낫다.
‘그러고보니 새로운 특성이 있었지. 한 번 다시 사용해 볼까.’
나는 타재간파를 활용했다.
『 ‘무재조정 : 타재간파’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
『 대상 윤서현에게 잠든 재능을 확인 합니다. 』
버서커 신아람에게 사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재능을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는 능력이었다.
‘되는 건가.’
『 대상에 대한 정보가 현저히 적습니다. 』
『 대상 윤서현의 개화 가능한 재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
– 초공간인지 : S
– 차원도약 : SS
– 절대 공간 창조 : SS
‘미친.’
그녀가 가진 재능을 확인하는 내 미간이 좁혀졌다. 각 항목의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윤서현이 가진 재능이 범상치 않다는 건 충분히 확인했다.
“왜 그래요?”
“아닙니다. 고유 서클 생성을 너무 빨리 익혀서 놀랐을 뿐입니다.”
“후후, 이래봬도 저 협회 공채 1등으로 들어간 사람이에요. 이 정도야 간단하죠.”
둘 다 착각하고 있나본데, 일반적인 헌터가 익히려면 3개월 걸리는 걸 단숨에 해낸 거다. 나야 무재조정 덕에 경험치가 10만배라고 쳐도······.
‘윤서현 헌터를 협회에 남겨 두는 건 너무 아까운데.’
그런 생각을 하며 윤서현의 재능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나마 재능 개화 난이도가 낮은 초공간인지부터.
『 재능 ‘초공간인지’를 선택하셨습니다. 』
『 해당 재능의 개화 난이도는 S입니다. 』
타재간파를 통해 타인의 재능을 개화시키면, 나 또한 그 수혜를 받는다.
『 대상 윤서현을 마력 폭주 상태로 만들 것 』
‘이건 불가능해보이는데.’
마력 폭주 상태는 마력 고갈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너무 많은 마력이 한 번에 체내로 흘러 오는 탓에 마력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너무 위험 부담이 크다.’
마력 폭주 상태에선 스킬과 능력의 제어가 불안정해진다.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니 접어두는 게 맞다.
‘지금은 윤서현의 재능을 확인해 둔 것만으로 만족하자.’
나머지 재능들의 개화 난이도는 전부 SS급. 지금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보는 김에······.’
진세아의 재능도 미리 확인해 두면 좋을 것 같았다. 혹시라도 조건이 맞는다면 재능을 개화 시켜줄 수 있으니까.
『 대상에 대한 정보가 충분합니다. 』
– SSS급 영웅, 최후의 11인, 환세의 도둑, 기인······.
『 진세아의 개화 가능한 재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
– 신속(神速) : A
– 절대은밀기동 : S
– 리미트 해제 : SS
‘허.’
목록을 살피는 내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가장 맨 처음에 있는 신속(神速). 이건 히든 특성 중 하나였다.
‘최후의 5인 천성호도 가지고 있던 특성이다.’
전투를 거듭할수록 속도가 빨라진다는 단순한 효과지만, 그 사기성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전투 중에 계속해서 강해지는거나 다름 없었으니.
『 재능 ‘신속’을 선택하셨습니다. 』
『 해당 재능의 개화 난이도는 A입니다. 』
『 대상 진세아가 1시간 이내에 자신의 등급보다 두 단계 높은 마수를 5마리 사냥할 것 』
‘가만보자. 지금 진세아가 D등급이고, 여기에 있는 권속들이 B등급이니까.’
굉장히 해볼만하다. 오히려 거저 먹는 수준인데.
“진세아, 강해지고 싶냐?”
“그걸 말이라고 해요? 완전 강해지고 싶죠.”
“그래. 그렇단 말이지······.”
우리는 동굴의 내부를 계속해서 나아갔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어딘가 숨어 있을 중독의 마족을 찾아야 했다.
‘신태양이 있었으면 바로 찾아냈을 수도 있었을텐데.’
동굴 내부는 전혀 어둡지 않았다. 다만 어디에서 권속이 튀어나올지 모르기에 긴장감을 유지하며 나아갔다.
5분쯤 갔을까.
콰드득!
벽 속에 숨어 있던 권속 고블린 하나가 뛰쳐나왔다. 놈의 손에 들린 시퍼런 나이프.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진세아였다.
푸욱, 푸욱!
놈의 심장과 목에 두 차례 단검을 박아 넣은 진세아는, 그대로 권속의 발목을 걸어 넘어뜨렸다.
“깜짝이야.”
놀란 것 치고는 침착한 대처다.
“아직 안 끝났어.”
굴 너머에서 마력 탄환이 몇 개 날아왔다. 나는 대검으로 탄환을 전부 쳐냈다. 우리의 앞과 뒤를 포위한 권속들이 달려왔다.
“전부 죽여버려!”
“그대로 뭉개!”
콰아아앙!
윤서현의 손 끝에서 쏘아진 검보랏빛 광선이 큰 폭발을 일으켰다. 레이저처럼 바닥을 훑은 마력이 권속들을 갈갈이 찢어버렸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형태의 스킬이었다.
“어, 어?”
스킬을 시전한 윤서현도 얼떨떨한 표정.
“고유 서클 생성 때문인 것 같은데, 이거 장난 아니네요.”
펼쳐지는 전투는 권속들이 불쌍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우리의 압도적인 승리. 놈들은 다시 동굴 안으로 자취를 감췄다.
“으음, 이 둘 중 하나가 확실해요.”
“두갈래 길이니까 당연한 거 아닐까?”
결국 진세아의 절대 직감에 의존해 동굴을 나아갔다. 워낙 미로 같은 곳이라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쯤 해매었을까.
검은 기운에 휩싸여 있는 중독의 마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녀석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땅으로 내려왔다.
“용케 여기까지 왔구나. 이 버러지 같은 놈들.”
잘려나갔던 팔 한 쪽이 마기에 의해 부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었다. 녀석은 붉은 눈을 번뜩이며 나를 노려봤다.
어째 마족들은 반응이 하나같이 비슷하다. 마족이란 종족에 대한 끝 없는 긍지. 다른 존재를 용납할 수 없다는 오만한 말투.
놈의 주변부로 퍼져나가는 마기.
그곳에서 다시금 권속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오는 길에 대부분이 토벌 당했기에 남은 건 세 명 뿐.
“뭐냐, 다 어디갔어.”
“죄송합니다. 전부 당했습니다.”
남아 있는 권속들도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이었다. 중독의 마족이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고작 인간 세 놈한테 당했다는 게 가당키나 한 소리냐? 저런 열등한 종족에게 내 권속들이 죽었다는 게 말이 되나?”
나는 대검을 들고 그 앞으로 걸어나갔다.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직접 확인해 보면 될 거 아니야.”
고유 서클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한 마력이 내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나는 땅을 박차고 놈을 향해 뛰어 나갔다.
중독의 마족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화르륵!
검은 마기가 불처럼 타오르며 내 앞길을 막았다. 그러나 일자베기 한 번에 모든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중독의 마족은 자신의 권속을 발로 차서 밀어냈다. 그걸 미끼 삼아 다시금 공중으로 날아 올랐다.
이번에는 도망치는 게 아니었다.
녀석을 중심으로 동굴의 붉은 벽이 촉수처럼 모여들고 있었다. 놈을 중심으로 모여든 붉은 가닥들은 하나의 구를 이루더니, 커다란 거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히, 히익!”
“사, 살려주십쇼!”
살아남은 세 마리의 권속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전의를 상실한 놈들을 처리하는 일은 간단했다.
놈들의 뒤로 다가간 진세아가 단검을 꽂아 넣었다. 몇 번의 전투를 거치는 동안 진세아의 움직임은 한결 더 빠르고 날렵해져 있었다.
“다 잡았어요! 근데······. 저거는 어떻게 하죠?”
살덩이들이 뭉쳐 만들어진 거인을 바라보는 진세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겉모습만 보면 그럴만도 하다.
공포스럽다기보단, 징그러운 쪽에 가깝지만.
“모두 끝장내 주마.”
마족의 목소리가 동굴 내부로 쩌렁쩌렁하게 퍼져나갔다.
『 마도(魔道) – 계약에 의거하여 제약이 발생합니다. 』
『 중독 : 체력과 마력이 급속도로 줄어듭니다. 』
제대로 작정을 한 것 같다. 이 공간에 얼마나 마기를 많이 모아둔 건지, 거인의 관절 부분에서 연기처럼 마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왠지 질 것 같은 생각이 안든다.
띠링.
『 타재간파의 발동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
『 진세아의 재능 ‘신속(神速)’이 개화합니다. 』
타재간파 그 두번째 능력이.
『 특수 스킬 ‘신속 Lv.1’을 획득합니다. 』
『 해당 스킬의 유지 시간은 30분 입니다. 』
내게 깃들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