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68
68화 합동 공략(2)
부웅!
괴암종 그롤이 휘두른 돌망치가 헌터들을 몰아냈다. 근육처럼 온 몸을 가득 채운 바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응축된 힘.
헌터들은 쉽사리 접근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쿠우웅!
망치가 땅을 크게 내려찍자 땅이 움푹 파였다. 자칫 정통으로 맞았다간 뼈도 못추릴만한 공격이었다.
A급 게이트에 나타난 네임드 마수. 그 능력치는 일반 마수들과 비교 불가능한 정도였다.
카앙!
어쩌다가 헌터들이 그롤에게 공격을 해도 문제였다. 그들의 칼날은 단단한 바위 피부를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왔다.
“다들 진형 유지해요! 방어막 전개 부탁합니다!”
오성 길드의 사람들이 최전선에서 어찌어찌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그것도 시간 문제였다.
‘그래도 조금은 버티겠지.’
나는 뒤를 돌아 무리의 반대편으로 향했다. 김상욱의 얼굴이 밝아졌다.
“역시 후퇴하신다는 판단! 훌륭하신 선택입니다. 저 숲 너머에는 그롤보다 더한 놈들이 득실 거릴 거라구요.”
“후퇴라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뒤쪽에서도 소규모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숲에서 뛰쳐나온 늑대 몇 마리가 후미를 교란하고 있었다.
“정도현부터 치유사한테 보내!”
“저한테 버프 좀 부탁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마수들도 전부 A급. 일반 마수라지만, 수가 많아지면 주의를 요해야 한다.
“무조건 막아요!”
나는 그곳을 향해 뛰어 들었다.
『 스킬 ‘태양의 발걸음 Lv.11’을 발휘합니다. 』
새하얀 빛을 흩뿌리며 달려나간 장소엔 늑대 한 마리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A급 마수라.’
능력치만 놓고 본다면 아직 부족하다. 내 랭크는 C급 상위. 60레벨.
그러나 각종 스킬들과 미래에서 배워 온 신태양의 검술이 조합된다면.
서걱—!
일반마수 따위는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았다. 양 손으로 쥔 대검이 늑대 하나를 양단했다.
“뭐, 뭐야. 저 사람.”
“어디 길드야?”
전투에 갑작스럽게 뛰어든 나를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그들도 A급 헌터. 전투의 양상을 읽는데는 도가 튼 사람들이다.
『 이로운 버프가 몸을 감싸기 시작합니다. 』
나를 향해 버프가 쏟아졌다. 그 기세를 몰아 나머지 늑대 다섯 마리를 처리했다. 버프가 더해지니 몸 놀림이 한층 더 가벼워졌다.
푸욱!
마지막 한 마리의 복부에 대검을 찔러 넣었다.
‘이 녀석은······.’
일부러 죽이지 않았다. 내가 그롤을 놔두고 굳이 후방으로 온 이유이기도 했다. 나는 곡괭이로 변한 오르티마를 꺼내들었다.
‘오르티마가 변신한 물건은 레벨을 가지게 된다.’
곡괭이도 마찬가지.
지금은 Lv.1짜리 평범한 곡괭이지만.
늑대를 잡아 경험치를 먹인다면 쓸만한 무기가 될 거다.
콰앙!
곡괭이로 늑대를 마무리했다.
동시에 무수한 빛이 곡괭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 곡괭이(오르티마)의 레벨이 오릅니다. 』
『 곡괭이(오르티마)의 레벨이 오릅니다. 』
···
『 곡괭이(오르티마)의 레벨이 오릅니다. 』
‘좋았어.’
나는 아이템 정보를 살폈다.
『 아이템 정보 』
– 이름 : 곡괭이(오르티마) Lv.100
– 효과 : 공격력 + 30
– 최대레벨 추가효과 : 채굴력 50% 상승
‘미쳤는데.’
30의 공격력이면 레어 아이템 못지 않은 능력치다. 준비는 끝났다. 나는 다시 괴암종 그롤이 있는 최전선을 향해 달려나갔다.
“엑, 어디 가시는 겁니까!”
“뭐야, 설명 좀 해줘요!”
그 뒤를 김상욱과 진세아가 따라나섰다.
* * *
“크아악!”
전면에서 그롤을 막아서던 탱커가 나가떨어졌다. 뒤쪽에서 힐과 버프를 넣어주는데도 이 정도였다.
오성 길드원 김준석의 얼굴이 구겨졌다.
‘젠장, 이젠 못 막아.’
그는 이번 공략에서 오성의 리더로 발탁 된 정도현의 서브였다. 지휘 능력은 자신이 훨씬 뛰어났기에 어느 정도 버텼다지만 이제 한계였다.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있는 헌터가 이 파티에는 없었다.
‘뭐, 저런 괴물이 다 있냐.’
물리 공격을 무시하는 단단한 외피와 마법 공격도 흡수하는 마정석. 보스급의 마수가 도대체 왜 길 한복판에서 막아서는지 이해가 안갔다.
‘대체 이 게이트 보스는 얼마나 강하길래, 벌써부터 저런 놈이 나와.’
그는 다급하게 뒤를 돌아봤다.
“정도현, 정도현은 어딨습니까?!”
“지금 치료 중입니다. 정신을 차리기는 했는데, 마력 고갈이 심해서 안정을 취해야 한답니다.”
“포션 먹여서 끌고 오십쇼! 지금 상황 급한 거 안 보입니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다른 루트에 있는 길드의 도움을 받는다면 가능성은 있었다.
그러라고 있는 통신석이기도 했고.
“지원 요청 하시죠. 이거 안됩니다.”
“후방 마력도 거의 다 떨어져 간답니다.”
김준석은 이를 악물고, 그런 목소리를 무시하려고 했다.
‘젠장, 내 손으로 오성 이름에 먹칠을 할 순 없잖아.’
더군다나 루트 B와 C를 이끌고 있는 건 신태양, 신아람 같은 신인이었다. 그들에게 도움을 받으라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정도현 시켜서 폭파 마법 준비하라고 합시다.”
이건 정도현을 짜내서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문제는 그런 그의 판단이 명백한 실수였다는 것이다.
콰아아앙!
탱커 셋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방어 마법이고, 버프고 소용이 없었다. 귀찮게 굴던 전열이 사라지자 바위 거인은 단숨에 이쪽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지축을 울리는 돌진.
“이, 이런! 막아! 막으란 말입니다!”
당황한 김준석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런 그의 외침이 무색하게 바위 거인은 전열을 뚫고 들어왔다.
“으악!”
“일단 물러나!”
“거기 조심해!”
완전히 붕괴하기 시작한 진영.
놈은 그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돌망치를 들어 올렸다.
김준석의 얼굴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제, 젠장!’
미처 피하지 못한 김준석은 자신의 최후를 직감했다.
상성이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았다.
대체 어떻게 했어야 한단 말인가.
모든 걸 포기한 김준석이 눈을 질끈 감으려 한 순간.
뒤쪽에 있던 남자 하나가 뛰어 올랐다. 그런데 그 남자의 손에 들린 물체가 너무도 예상외의 것이었다.
“고, 곡괭이?!”
푸른 마력을 뿜어내는 곡괭이 한 자루.
김준석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제대로 된 무기를 가져와도 될까 말까한데 곡괭이라니.
그러나 적어도 하나 확실한 건 있었다.
그 남자가 김준석의 구세주였단 거다.
카아앙!
시원하게 휘둘러진 곡괭이가 바위 거인의 팔을 깨부쉈다. 그 단단하던 바위 피부가 유리처럼 튀어오른 것이다.
“이거지.”
괴암종 그롤의 팔 한짝을 떼어낸 이지한이 미소지었다.
* * *
모든 생물에게는 약점이 있다.
가령 슬라임은 베는 공격에는 약하지만, 타격에는 강하다. 말랑한 신체와 내부의 체액이 충격을 완화해 주기 때문이다.
반면 골렘은 참격에 강하지만 타격에 약하다. 외부에서 전달 되는 충격을 몸이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눈 앞의 네임드 마수 괴암종 그롤 또한 마찬가지였다.
‘약점을 노리는 스킬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암석이나, 단단한 지반을 깨부수는 내 스킬 채굴. 일반적으로는 마수에게 사용되는 스킬이 아니다.
그렇기에 비전투 스킬이라고 불리는 것이지만.
‘그롤은 채굴의 조건에 딱 맞다.’
조건만 갖춰진다면 더 없이 효과적인 스킬로 변모하는 게 바로 이 비전투 스킬이었다. 그 효과는 벌목 스킬로 진작에 확인했었다.
카아아앙!
수 십 조각으로 쪼개진 그롤의 팔이 허공으로 비산했다. 그야말로 폭약을 터트린 것 같은 광경이었다.
『 스킬 ‘중급 채굴 Lv.1’을 획득합니다. 』
‘미쳤군.’
재능의 파편을 두 개 모은 덕일까. 놈의 팔이 부숴지는 것과 동시에 중급 채굴 스킬을 획득했다.
“마정석은 내가 모을게요!”
한구석에서 뛰쳐나온 진세아가 파편 중에서 마정석만을 골라내 인벤토리에 집어 넣었다.
크어어어!
팔 한 쪽을 허무하게 잃은 그롤이 괴성을 내질렀다. 마기가 담긴 함성이 대기를 울렸다. 몸이 저릿저릿하게 떨려온다.
뒤편에 있는 헌터들은 몸을 움츠렸지만, 나는 다시 곡괭이를 들어 올릴 뿐이었다.
『 스킬 ‘불굴의 정신 Lv.11’를 발휘합니다. 』
카아앙!
내가 휘두른 곡괭이가 그롤의 어깨 부근을 강하게 타격했다. 파편들이 미친 듯이 솟구쳐 올랐다.
『 스킬 ‘중급 채굴 Lv.2’를 획득합니다. 』
『 스킬 ‘중급 채굴 Lv.3’을 획득합니다. 』
···
..
.
『 스킬 ‘중급 채굴 Lv.10’을 획득합니다. 』
다시 땅으로 착지했을 때엔, 그롤의 몸이 반밖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인간.”
걸걸한 소리를 내뱉는 그롤의 붉은 눈이 번뜩였다.
“후회, 할 거다.”
그리 말하는 놈의 전신에서 검은 마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쏟아져 나온 마기는 그롤의 몸을 재구성했다.
콰득, 콰드득.
그런 그롤을 바라보는 헌터들의 눈에 경악이 새겨졌다. 오성의 서브 리더 김준석만이 그런 상황에서 재빨리 판단을 내렸다.
“빠, 빨리 저 사람한테 버프 몽땅 다 거세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메시지 창이 연달아 떠올랐다.
『 바람 정령의 가호를 받습니다. 속도가 증가합니다. 』
『 거신의 축복을 받습니다. 힘이 증가합니다. 타격 범위가 증가합니다. 』
『 초목의 향기가 당신에게 깃듭니다. 체력이 증가합니다. 』
···
쏟아지는 버프의 향연.
대형 길드의 리더는 이런 버프들을 받고 있는 거였다. 새삼 감탄스럽다.
다른 루트의 신태양과 신아람도 이런 느낌으로 게이트를 공략해 나가고 있으니, 그런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당연했다.
부우웅!
마기로 왼팔을 재생성한 그롤이 망치를 휘둘러왔다.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곡괭이를 정확하게 휘둘렀다.
카아아앙!
놈의 돌망치와 내 곡괭이가 맞부딪혔다. 그롤의 크기는 내 세 배. 크기로 보건데, 당연히 내가 밀려나야 마땅했지만.
쩌적, 쩌저적!
『 스킬 ‘데몬 헌트 Lv.11’을 발휘합니다. 』
『 스킬 ‘중급 채굴 Lv.11’을 획득합니다. 』
『 채굴력이 100% 상승합니다. 』
망치 한 가운데를 정확히 노린 공격에 그롤의 망치로 거미줄 같은 금이 퍼져나갔다. 나는 더욱 힘을 주었다.
『 스킬 ‘거인의 힘 Lv.10’을 발휘합니다. 』
콰아앙!
그롤의 망치가 산산조각이 나며 수 백개의 조각으로 나뉘었다. 놈의 무력화 된 지금, 나는 그 틈으로 파고들었다.
카아앙! 카아앙!
쉴새 없이 곡괭이를 휘둘러 놈을 채굴한다. 그 몸에 남아 있는 마정석을 남김 없이 채굴하겠다는 생각으로 곡괭이를 내리 찍었다.
압도적인 상성 앞에 그롤은 제대로 된 저항도 못하고 산산히 부숴졌다.
『 유니크 스킬 ‘웨펀 마스터 Lv.2’를 획득합니다. 』
곡괭이를 바닥에 내려놓았을 때 녀석의 형체는 찾아볼 수 없었다.
“후, 저도 다 주웠어요. 이거 팔면 대박. 집 살지도.”
옆에서 열심히 튀어나간 마정석을 줍던 진세아가 자랑스레 브이를 했다. 잘 챙겼다. 내가 잡은 마수인데 보상은 확실히 챙겨야지.
나는 고개를 들어 뒤에 있는 헌터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못 이기던 마수를 순식간에 처리해버렸으니 그럴만도 하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오성 길드의 김준석이었다.
“어디 소속이십니까? 처음 보는 얼굴인데요.”
나는 말없이 가슴팍에 매단 뱃지를 보여줬다.
“호라이즌······. 정보 길드인 줄만 알았는데. 굉장하군요.”
“상성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어쨌든 덕분에 살았습니다. 마침 전용 기술을 가진 분이 계실 줄이야.”
김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까지 묻지 않는 걸 봐선, 상성이 좋았다고 보는 것 같다. 실제로 그렇기도 했고.
우리는 잠시 쉬면서 부상자들의 치료와 정도현의 회복을 기다렸다.
다른 루트에서 간간히 폭발이나 섬광이 터져 나왔기에 오성 입장에서 조급할 법도 하다.
그래도 방금 일을 계기로 진행을 늦추기로 판단한 모양.
나는 급격하게 말이 없어진 김상욱을 바라봤다.
“아직도 돌아가고 싶나?”
“그롤이 그렇게 쉽게 죽을 놈이 아닌데······. 솔직히 놀랐습니다. 근데 저런 놈들이 저 안에는 더 많다는 게 문제죠.”
“네 정보가 있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김상욱이 그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서 한결 대처가 쉬웠다. 그리고 저 앞에는 루트 B와 C를 공략 중인 신태양과 신아람이 있다.
‘단체로 몰아붙인다면······.’
승기는 우리 쪽에 있다.
나는 김상욱에게 마족들의 규모를 더 상세히 들었다. 최하위 마족 여섯에 권속 스물 정도.
‘충분히 할만한데.’
어쩌다보니 협동 전투가 되었는데, 이걸 기회로 삼는다면 훨씬 순조로운 공략이 가능해 질 것 같다.
“잠깐, 저거 뭐에요?”
문득 진세아가 루트 B에 해당하는 숲 건너편을 가리켰다. 보랏빛의 거대한 촉수가 위로 치솟아 올랐다.
“미친 저건 또 뭐야?!”
구름에 닿을 정도로 길게 늘어난 촉수가 루트 B의 길목을 향해 떨어졌다.
쿠우우웅!
그 충격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려왔다. 비현실적인 광경 앞에 주변의 모든 헌터들이 얼어붙었다.
적막히 가라앉은 침묵 속.
치직, 치지직.
김준석이 들고 있는 통신석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루트 B. 수호 길드 신태양 및 다수 행동 불능, 긴급 지원 요청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