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70
70화 이계규율의 상점(1)
부족했다. 한참이나 부족했다.
스승을 바라보는 신태양의 마음은 그러했다.
‘내가 스승님의 검을 구현해 낼 수나 있을까.’
검에 관해서라면 자신을 따라올 자는 없을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지한은 그런 신태양의 상식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그 다음을 보여줬다.
압도적인 일자베기.
‘스승님 말대로 죽을만큼 노력한다면, 나도 분명히······.’
따라잡을 수 없는 벽 앞에서 신태양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독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이지한이 보여준 경지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기에 나타난 마수에게 패배하고 정신 오염에 걸려 의식을 잃었을 때도.
좌절은 했지만, 포기는 하지 않았다.
스승과 함께 한다면 또다른 돌파구가 보일지도 몰랐으니까.
그런데.
“신태양 우선 이걸 봐라.”
그 말을 남기고선 적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하는 스승.
콰아앙!
처음에는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이지한이 보여준 모습은 신태양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어 있었다.
스승이 휘두르는 대검의 끝은 화려하지만 날이 서 있었고, 내딛는 발걸음은 현란하면서도 실속있었다.
‘어떻게······.’
쏟아지는 수 십 개의 촉수들을 피해 적을 향해 파고드는 이지한의 모습. 거기엔 신태양 자신이 이루고자 한 이상(理想)이 담겨 있었다.
현시점에선 막연히 상상으로만 품고 있던 검술과 보법의 완성.
‘스승님, 당신은 대체······?’
전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신태양은 전율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나며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눈 앞에서 펼쳐진 검술의 정수를 눈에 담는 것 뿐.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스승이 보여주고 있는 검술과 보법이 얼마나 신태양이 꿈에 그리던 것인지.
콰아아—!
이지한의 검이 허공에 지울 수 없는 선을 남겼을 때. 스승이 만들어 낸 선은 더 이상 신태양이 알고 있는 일자베기가 아니었다.
일자베기의 경지를 아득히 초월한 무언가.
그제서야 신태양은 깨달았다.
‘그렇구나.’
따라잡는 것이 아니었다. 그와 비슷한 무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보고 배우는 것.
이지한이 알려준 길을 착실하게 배워나가며 실행하는 것.
그게 신태양 자신이 우선 나아가야할 길이었다.
그러한 깨달음에 도달한 순간.
『 특수 유니크 스킬 ‘오러 블레이드 Lv.1’을 획득합니다. 』
신태양의 검 위로 전에 없던 마력의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검 위로 일렁이기 시작하는 짙은 마력.
콰아아아!
자신의 왼편에 선 스승의 대검에서도 그러한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의문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벅차오르고 있다.
‘이길 수 있다.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
그저 이지한을 스승으로 두고 있는 자신의 행운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타앗!
이지한과 동시에 땅을 박차고 뛰어나가는 신태양. 그를 향해 보랏빛 촉수가 덮쳐 왔지만 신태양은 차분하게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마력의 담긴 칼날조차 모조리 튕겨내던 촉수였지만, 오러 블레이드 앞에선 그러한 특성도 무용지물이었다.
신태양의 검에 잘려나간 촉수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부글거리는 땅에서 솟아오른 촉수들이 동시에 신태양을 향해 떨어졌지만.
서걱—!
신태양의 일자베기에 촉수 다발이 일제히 잘려나갔다. 동시에 푸른 이채가 신태양의 눈가에 스며 들었다.
『 스킬 ‘일자베기 Lv.10’을 획득합니다. 』
언제 도달할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던 경지.
이지한의 검술과 보법을 확인한 신태양은 단번에 이해했다.
처음부터 스스로 돌파할 필요는 없었다.
촤아아악!
스승인 이지한이 그 길을 훤히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 * *
신태양의 활약은 눈부셨다. 녀석을 향해 쏟아지는 촉수들이 종잇장처럼 잘려나가고 있었다.
계속해서 솟아나는 로바크의 촉수를 상대로 나와 신태양은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딱 한 번 보여줬을 뿐인데.’
검술과 보법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었다. 애초에 미래의 신태양이 만들어낼 기술이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하다지만.
“이, 인간들!”
자신이 자랑스레 만들어낸 촉수들이 사정없이 갈려나가자, 로바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슬슬 한계가 오는 모양이군.”
나타나는 촉수들의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끝을 낼 때가 됐다.’
타재간파에 의해 일시적으로 획득한 오러블레이드. 대검에 맺힌 마력의 불길은 내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진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촉수 하나를 베어내던 것이.
세 개, 네 개도 거뜬히 베어낸다.
심지어 일자베기도 사용하지 않았다.
나는 미친듯이 대검을 휘두르며 로바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 스킬 ‘오러 블레이드 Lv.10’을 획득합니다. 』
이미 내 오러 블레이드는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커져 있었다.
“크윽, 인간!”
촤르르륵!
놈의 등 뒤에 있던 촉수가 나를 막기 위해 쇄도했다. 동시에 놈의 양 옆에서 솟아오르는 15m 크기의 거대 촉수.
“죽어라!!”
로바크의 붉은 눈이 번뜩였다. 근거리에서 덮쳐오는 촉수의 위력은 이미 맛본대로 강력하다. 제대로 맞았다간 뼈도 못 추리겠지만.
“스승님! 제가 막겠습니다!”
이번에는 신태양이 있다. 우측에서부터 태양의 발걸음을 사용해 빠르게 달려온 신태양이 거대 촉수 하나를 단번에 잘라냈다.
나는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좌측의 거대 촉수가 여전히 나를 향해 떨어지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나이스, 신태양.”
신태양을 믿고 로바크를 향해 대검을 들어 올렸다. 힘을 끌어모아 대검을 휘둘렀다.
지극히 단순한 움직임.
그러나 그 힘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일자베기에 오러 블레이드가 결합되어 있다면, 그 앞을 가로막는 게 무엇이라해도 갈라낼 수 있다.
『 스킬 ‘일자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 스킬 오러블레이드와의 조합 효과가 적용됩니다. 』
『 특수 조합 효과 : 데미지, 파괴력 300% 증가 』
콰아아아!
오색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오러 블레이드가 하늘과 땅을 잇는 하나의 선을 만들어냈다. 피부가 저릿해질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
나조차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위력이었다.
콰아아앙!
강렬한 섬광이 로바크를 집어 삼켰다. 녀석은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섬광 속으로 사라졌다. 그 어마어마한 일격에 나또한 멀쩡할 순 없었다.
“크윽!”
나는 뒤쪽으로 튕겨나갔다. 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류가 나를 계속해서 밀어냈다.
“컥!”
그 충격에 날아간 것은 신태양도 마찬가지였다. 바닥을 구르는 나와 신태양의 앞으로 누군가가 앞서 나왔다.
“여러분, 제가 왔습니다!”
파아앗!
금빛 마력과 함께 허공 위로 거대한 방패의 형상이 생겨났다. 수호 길드의 이수연이었다.
그녀의 방패가 일자베기의 후폭풍을 막아내고 있었다. 거센 기류가 잦아들고, 대기를 가득 채웠 마력이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괜찮아요?!”
“살아계십니까?”
뒤쪽에서 다른 마수들의 접근을 막아주던 진세아와 김상욱이 서둘러 달려왔다. 나는 김상욱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태양은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나는 녀석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했다.”
“······스승님 덕분입니다.”
뒤를 돌아보니, 로바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오러 블레이드와 결합된 일자베기의 위력은 내가 했지만 실로 놀랍다.
“저희가 이긴 겁니까?”
“그래.”
뒤쪽으로 물러났던 헌터들이 점차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이 이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그 괴물을 진짜로 쓰러뜨렸잖아.”
“저 사람 대체 누구야?”
“덕분에 살았습니다!”
신태양와 나를 향한 감탄과 경외의 눈빛.
수호 길드의 서브 리더인 이수연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지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호라이즌 길드 소속이신건가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내는 이수연. 그녀도 로바크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꽤 고생했을 거다.
이번 전투는 그녀의 공적도 컸다. 신태양이 회복할 시간을 벌어줬으니까.
“아직 감사인사 받기엔 이릅니다.”
나는 우리가 향하는 숲길의 끝을 가리켰다.
화창했던 하늘이 어둡게 변하고 있었다. 불길하게 솟아오르는 마기가 모든 것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 * *
작은 회의가 열렸다.
“계속해서 나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저희가 지체되는 사이 루트 A와 C는 벌써 많이 전진했습니다.”
수호 길드의 이수연들이 뒤쪽의 헌터들에게 설명했다.
지금 공략 중인 게이트는 붕괴의 위험이 있다. 때문에 루트 A, B, C를 동시에 정리하면서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 앞에는 더 위험한 마수가 있을 확률이 높으니 준비가 된 분들만 나아가는 걸로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이수연과 신태양이 헌터들에게 의견을 말하는 동안, 나는 권속 로바크가 쓰러진 장소로 다가갔다.
‘뭔가 없으려나.’
설마 아이템까지 날아간 건 아니겠지. 내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자, 옆에 있던 김상욱이 슬쩍 붉은 보석 하나를 꺼냈다.
“아, 이거 찾으시는 겁니까? 제가 미리 챙겨놨습니다.”
『 이형 생물(로바크)의 영혼석 』
마정석 대신에 이게 남아 있었다.
‘그러고보니, 네임드 마수 중에는 영혼석을 뱉어내는 경우도 있지.’
내게 영혼석을 넘긴 김상욱은 팔짱을 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반신반의 했습니다.”
“뭘?”
“마족들을 처리하러 가신다길래. 그게 가능할까 생각했었습니다. 근데, 지금보니까 가능하겠네요.”
나름대로 판단을 내린 김상욱이 자신있게 말했다. 초토화 된 땅을 가리키면서.
“진짜 미쳤네요. 이 정도면 그냥 다 쓸어 버려도 되겠는데요?”
“인정.”
옆에 있던 진세아도 고개를 위 아래로 흔든다.
‘문제는 이게 내 능력이 아니란 거지.’
타재간파 덕분에 신태양의 능력을 일부 가져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한 번 개화시킨 신태양의 재능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보아하니 루트 C의 신아람도 순조롭게 공략을 이어나가는 것처럼 보이고.
“게이트 입구가 닫혔다던데 그건 누구 짓이지?”
“발전의 마족이라는 하위 마족이 있습니다. 로바크는 그 마족의 권속이거든요. 게이트 조작이 가능한 수준은 하위 마족부터니 아마 맞을 겁니다.”
“발전의 마족이라.”
찾으러 갈 수고를 덜었을지도 모르겠다. 프로젝트 메이저 게이트의 기술자이자 책임자. 놈을 잡는 걸로 내 레벨 제한은 해제 된다.
『 스킬 ‘오러 블레이드 Lv.10’의 유지 시간이 끝났습니다. 』
『 스킬 ‘오러 블레이드’가 타재간파의 서에 흔적을 남깁니다. 』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때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이게 있었지.
『 타재간파의 서 』
– 광화(자아통제) Lv.10 [ 비활성화 ]
– 신속(神速) Lv.10 [ 비활성화 ]
– 오러 블레이드 Lv.10 [ 비활성화 ]
‘기록 된다고 했었지.’
신아람의 광화, 진세아의 신속, 신태양의 오러블레이드.
이렇게 세 가지 스킬을 모았다.
‘비활성화라는 건 활성화가 될 수 있다는 것 같은데······.’
내가 미간을 좁히며 타재간파의 서를 확인하는 순간, 또다른 메시지가 나타났다.
『 타재간파의 서 : 항목을 3개 채우셨습니다. 』
『 이제 포인트를 사용하여 목록을 활성화 시킬 수 있습니다. 』
‘그러면 이 스킬들을 다시 쓸 수 있단 말이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엄청난 효과였다. 스킬 하나만으로도 말도 안되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들인데, 만약 이것들을 동시에 활성화 할 수 있다면.
‘미쳤군. 근데 포인트라니?’
포인트라면 인과역전의 상점을 이용할 때 사용했던 걸 의미하는 걸텐데.
‘인과역전의 상점과 타재간파 둘 다 무재조정의 효과이니 당연하지만.’
문제는 지금 인과역전이 상점이 닫혀 있다는 거다. 시스템의 오류인지 뭔지, 자세히는 몰라도 상점을 이용하지 못한 채 꽤 시간이 지났다.
파지직.
눈 앞에서 스파크가 터져나왔다.
『 시스템이 기능의 오류를 감지합니다. 』
『 오류 복구 프로토콜 : ‘싱귤래리티 리커버’를 실행합니다. 』
‘고쳐지는 건가?’
지난번 한계돌파 퀘스트 클리어 이후로 인과역전의 상점에 새로운 목록이 추가 되었을 거다.
만약, 고쳐지기만 한다면 이번 공략에 큰 도움이 될 터.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푸른 홀로그램 창 위로 게이지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 34% 』
『 42% 』
···
..
.
『 99% 』
쭉쭉 올라가던 퍼센트는 99%에서 멈춰섰다. 그대로 묵묵부답이었다.
‘뭐가 문제지?’
걸리는 게 너무 많다. 경험치 10만배를 준다는 특성 무재조정 자체가 비정상적인 기능인데다가, 내가 소유한 이계규율과의 충돌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 내 생각을 반박하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응?’
『 이계 규율이 해당 오류의 수정을 요구합니다. 』
『 이계 규율이 오류 복구 프로토콜에 간섭합니다. 』
파직, 파지직!
더욱 거세게 터져나오는 스파크. 갑자기 끼어든 이계 규율에 의해 한순간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 이계 규율이 해당 기능을 덮어 씁니다. 』
『 ‘이계규율 : 인과역전의 상점’이 개방됩니다. 』
‘뭐?’
촤르르륵!
그와 동시에 내 앞으로 쏟아지기 시작하는 방대한 양의 메시지.
지금껏 참아왔다는 듯 한꺼번에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 최하위 흐름의 마족을 처치하셨습니다. 』
『 미래(未來) 광폭화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
『 오르티마 알을 획득하셨습니다. 』
『 인과를 초월한 기술을 습득하셨습니다. 』
『 오크를 처치하셨습니다. 』
『 타재간파 ‘광화(자아통제)’를 획득하셨습니다. 』
『 최하위 권속 ‘발렘’을 처치하셨습니다. 』
···
..
.
『 하위 권속 ‘이형생물 로바크’를 처치하셨습니다. 』
『 각 항목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
인과역전의 상점이 기능을 멈췄을 때부터 기록된 내 발자취였다.
은날 채용 시험에서부터 시작해 미래를 거쳐 방금 전 내가 잡은 하위 권속 로바크까지.
그 모든 게 기록되어 있었다.
‘미친······.’
본래대로라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것은 마수를 처치했을 때만이다. 그러나 이 항목에는 내가 달성한 행위들에 대한 기록도 남아 있었다.
마수를 처치했을 때뿐만 아니라 내가 거쳐온 행적들에도 포인트가 지급된 것이다.
이계규율과 인과역전 상점의 결합.
그게 보상을 다르게 만들었다.
믿기지가 않아 메시지창을 몇 번이고 재확인했다.
하지만 틀림없었다.
‘진짜냐.’
내가 받을 포인트는.
『 53200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역대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