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72
72화 이계 규율의 상점(3)
제약.
마족들의 선천적인 능력이자, 시스템에 의해 구성되는 법칙.
심지어는 제약을 시전하는 마족 본인조차 그 제약의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제약 앞에서는 모든 마족이 위계에 관계 없이 공평하다.
그러니 A급 헌터들은 함정에 걸려들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레 무너진 땅과, 생겨난 체공 금지 제약.
수십 명의 헌터들이 일제히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으아아!”
“이, 이런!”
“살려줘!”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헌터들은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A급 헌터.
본능적으로 바닥에 착지하기 위해 몸을 버둥거렸다.
“조심해!”
문제는 그 아래에서 헌터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게 날카로운 창날이었다는 거다.
착지할 자리 하나 없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날카로운 창날.
저런 곳에 떨어졌다간 그대로 즉사였다.
상황 판단이 가장 빠른 건, 오성 길드의 정도현이었다.
“에라이!”
그는 양 손에 모인 붉은 화염구를 바닥을 향해 내던졌다. 떨어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쏘아진 붉은 구체가 땅에 닿으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
화염과 폭발이 뒤섞이며 바닥을 뒤덮었다. 그 폭발의 여파로 산산조각이 난 창날들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 날들이 오히려 위협적으로 헌터들을 덮칠 수 있는 상황.
허공으로 황금빛 기류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파아아!
한순간에 방출된 금빛 마력은 방패의 형상을 이루었다. 방패는 헌터들이 안전하게 착지할 바닥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아래에서 올라오는 폭발의 잔해를 막아냈다.
“사, 살았다.”
“감사합니다. 이수연 헌터.”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냐.”
수호 길드의 이수연이 만들어낸 방패는 훌륭한 바닥이 되었다.
“크윽, 뭔가 이상한데.”
“제약. 이것 때문인가? 뛸 수가 없어.”
체공 금지 제약.
짧은 메시지였지만, 대부분의 헌터들은 금세 맥락을 이해했다. 허공으로 떠오르려는 행위 자체가 부자연스럽게 금지되는 느낌이었다.
제대로 뛸 수조차 없었다. 양 발이 땅에서 떨어뜨리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했다.
“일단 한 고비 넘겼으니 빠르게 이동하시죠!”
벽면에는 길 하나가 뚫려 있었다. 그것이 보스의 방으로 이어지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체공 금지 때문에 이미 떨어져 내린 위쪽으로는 이동할 수가 없었으니. 벽을 타고 이동하는 게 가능할 순 있어도, 어차피 길이 없다.
그런데 인원 수를 세어보던 이수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 잠깐. 누가 없는데요? 저희 리더가······.”
“시, 신태양 어디갔어?”
“미친, 신아람도 없어. 설마······.
가장 중요한 전력 둘이 사라졌으니, 패닉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치지직.
그 순간, 통신석이 잡음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 * *
“저희는 2층에서 공략을 이어가겠습니다.”
– 2층에 길이 있던가요?
“없기는 한데······. 어떻게든 될 것 같습니다.”
– 네?
신태양이 통신석을 사용해 상황을 알렸다.
“신기하네요. 여기만 멀쩡해요······.”
헌터들이 딛고 있는 땅이 전부 무너졌지만, 내 주변의 땅만은 그대로였다. 그 이유는 김상욱이었다.
“거, 힘들어 죽겠으니까. 말시키지 마쇼.”
그는 마기를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었다. 기록의 마족에게 그 힘을 받았단다. 그 덕에 주변의 땅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
‘마기가 유용하긴 하네.’
스킬로 사용되는 마력과 달리, 마기는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한 것 같다.
“근데 아까부터 가면은 왜 쓰고 있는거에요?”
“아이템이래.”
나는 땀을 뻘뻘 흘리는 김상욱을 대신해 대답해줬다. 보아하니 오래 유지하는 건 어려운 모양.
우리가 위치한 이 장소는 흔히 ‘마족의 둥지’라고 불리는 구조물이었다. 미래에서도 간간히 볼 수 있는 장소였다.
그 내부를 김상욱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2층을 통해 보스를 공략하기로 결정했다.
“보스가 2층에 있다면 그대로 공략하면 되고, 1층에 있다면 바닥을 부수고 내려간다.”
체공 금지 제약이 걸려 있는 지금, 그게 알맞은 공략 방법이었다.
“그, 그런데 길이 없는데 어떻게 하죠?”
주변을 둘러보던 신아람이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걱정할 것 없단 투로 답했다.
“괜찮습니다.”
곡괭이로 변한 오르티마를 들어 올렸다.
“길은 만들면 됩니다.”
『 스킬 ‘중급 채굴 Lv.10’을 발휘합니다. 』
그대로 인접한 벽면에 곡괭이를 내리치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벽면이 부숴졌다. 중급 채굴 스킬의 효과는 뛰어났다.
투두두두두!
벽을 뚫고 길 하나를 그냥 창조해내는 수준이었다. 순식간에 세 명은 들어가도 될만한 길이 뚫렸다.
“으악, 퉤. 뒤에 있는 사람 신경 좀 써줘요.”
“아, 미안.”
흙을 뒤집어 쓴 진세아. 어쨌든 계속해서 전진했다.
나아갈 방향은 김상욱이 가진 내부 구조 지식과 신태양의 초감각을 적절히 활용했다.
“슬슬 우측으로 꺾으면 될 것 같습니다. 스승님.”
“오냐.”
“그러면 큰 방이 하나가 나와야 정상인데······.”
투두두두!
채굴 스킬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이야. 사실 채굴과 같은 비주류 스킬들의 활용처는 그리 많지 않다.
‘레벨이 낮으면 효과가 애매하니까.’
마수를 잡는데는 하등 쓸모 없는 경우가 대다수기에, 비주류 스킬의 레벨을 끝까지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처음부터 재능이 있어서 레벨이 높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근데 일단 10레벨이 되고보니까 되게 좋네.’
골렘을 잡을 때도 그렇고 은근 사기적인 면모가 있다.
투웅!
마지막으로 돌벽을 두드리자 벽면이 부서지며 새로운 동공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맞게 찾아온 것 같다.
“취익, 떨어지지 않은 인간들이 있었나.”
“마족님의 말씀대로 지키고 있기를 잘했어.”
다섯 마리의 권속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뒤에 있던 김상욱이 내게 귓속말을 했다.
“방금 전까지 여기에 마족들이 있었을 겁니다. 권속만 남기고 떠난 것 같은데······.”
공터의 끝 부분에 푸른색 문 하나가 보인다.
‘저기가 마계와 연결된 장소.’
마족의 둥지는 대개 저러한 틈새를 남긴다. 저곳을 통해 빠져나갔을 거다. 김상욱은 권속들의 얼굴을 살피더니 이렇게 말했다.
“다들 폼 잡고 있긴한데 한 놈 빼고는 별 거 없습니다. 대부분 기록의 마족의 권속이고, 하나가 발전의 마족의 권속입니다.”
술술 말이 나오는 게 배신자다운 면모다. 물론 이런 상황에선 더없이 유용한 정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아래에서 강렬한 마기가 느껴집니다. 구조상 이 아래에 보스가 있을 겁니다.”
“어이, 거기 주절대는 놈. 네 놈 뭔가 익숙한데.”
“응?”
권속들 중 하나인 어인(魚人)이 김상욱을 가리키며 인상을 찌푸렸다. 김상욱은 모르는 척 너스레를 떨었다.
“너 같은 붕어 대가리는 처음본다야.”
말은 능청스럽게 하는데 몸은 슬금슬금 뒤로 이동하고 있다.
“스승님, 우선 전부 처리하겠습니다.”
“저도 도울게요.”
신아람과 신태양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신아람은 인벤토리에서 약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걸 쭉 들이키자, 신아람이 잠깐 비틀거렸다.
그러나 잠시 뿐이었다. 신아람의 주변으로 붉은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죠.”
“우왓?”
그 기세에 놀란 진세아가 뒷걸음질 쳤다. 신태양도 놀란 표정이었다. 아까랑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으니.
“얼마든지 와 봐라.”
삼지창을 어깨에 댄 어인 권속이 비릿한 미소를 흘렸다. 그 미소가 박살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초였다.
콰아앙!
신아람은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았다. 검을 휘둘러 발산한 강렬한 마력이 어인을 벽면에 처박았다.
그걸 흥미롭게 바라보던 권속 하나가 미소를 지었다. 온 몸에 마기를 두른 검은 피부의 오크. 놈의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이거 상대하는 재미가 있겠군.”
놈은 5초만에 쓰러졌다.
* * *
통로를 나아간 오성, 수호, 은날 3길드는 보스와 마주했다.
“저, 저게 뭐야······? 뭐 저렇게 생긴 게 다 있어?”
“징그럽네요.”
거대한 기계 장치를 살점과 내장이 뒤덮고 있는 기괴한 모습.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생체 골렘 정도가 딱일까.
두 개의 눈알이 헌터들을 주시했다.
으어어어!
놈의 비명이 보스의 방 전체에 울려퍼졌다. 심신을 관통하는 광역 공포 기술 피어였다. 피어를 정면으로 맞은 헌터들의 몸이 굳어졌다.
“허억.”
“기, 기다려.”
그런 와중에 생체 골렘의 입가로 검은 마기가 응축되기 시작했다.
『 보스가 마도공학 브레스를 사용합니다. 』
떠오르는 메시지창에 가장 전방에 있던 이수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게이트 공략 경험이 풍부한 그녀는 알고 있었다.
시스템 메시지가 경고창을 띄울 정도라는 건.
콰아아아아!
그 공격의 위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었다.
“브레스라고 미친 거 아니야?!”
“드래곤도 아니고 무슨······!”
생체 골렘이 뱉어낸 브레스가 바닥을 훑으며 파도처럼 밀려왔다. 실제 드래곤의 브레스보다는 못한 감이 있었다.
그대로 위로 뛰어 올라 피할 수도 있는 공격이었다. 문제는 체공 금지 제약이었다.
‘막아야 한다.’
수호 길드의 이수연은 모든 마력을 끌어모아 황금빛 방패를 생성했다.
보스의 피어 때문에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지만 최선을 다했다. 마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가며 아찔한 현기증이 몰려왔다.
콰과과과!
검은 파도가 이수연의 방패에 세차게 부딪혔다.
쩌저적, 쩌적!
황금 방패 위로 생겨나는 수많은 균열.
그래도 끝까지 형상은 유지되고 있었다.
“역시 이수연! 자, 갑니다.”
마력을 충전하고 있던 정도현의 양 손아귀에서 맹렬한 화염이 레이저처럼 뿜어져 나왔다. 생체 골렘의 머리를 노리고 쓴 필살의 일격이었다.
콰아아앙!
강한 폭발과 함께 검은 연기가 솟아나왔다. 잇달아 다른 헌터들의 마법이 생체 골렘을 향해 집중되었다.
콰과과과!
헌터들의 마법 세례에 작은 폭발과 섬광이 골렘 주변을 뒤덮었다. 보스의 방에 남은 건 전부 A급의 헌터들이었다.
그들의 공격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쓰러뜨렸나?”
파스스······.
검은 연기가 걷히며, 생체 골렘의 모습이 드러났다. 처음부터 엉망인 꼴이었던지라, 타격이 먹힌 건지 알아채기가 힘들었다.
우우우웅
그러나 다시 골렘의 입가에 검은 마기가 모여들기 시작했을 때.
헌터들은 직감했다.
“미친. 멀쩡하다고?”
“젠장 다들 보호막 준비해! 이번에는 이수연의 방패는 못쓴다!”
“다들 피해!”
브레스 제 2파. 바닥을 헤치며 몰려오는 마기의 파동이 헌터들을 휩쓸었다. 헌터들의 힘을 합친 보호막이 형성되었지만, 브레스는 보호막을 유리처럼 깨부수고 밀려왔다.
브레스를 맞은 헌터들의 몸에 보랏빛 불꽃이 솟아 올랐다.
“크아아악!”
“몸이 녹는 것 같아!”
“제발, 살려줘!”
바닥을 굴러도 꺼지지 않는 저주 받은 불꽃. 뒤쪽에 포진하고 있던 힐러들이 나서서 저주를 해제하고는 있지만, 다음 브레스가 온다면 끝장이었다.
아수라장이 된 보스의 방.
다시금 보스의 입 주위로 마기가 모여들었다.
“젠장, 뛰어 오를 수만 있었어도.”
“어떻게 다가갈 수 없나?!”
자세히 보니 보스를 구성하는 금속이 일부 녹아 있었다. 저 부분을 쳐내기만 한다면 승기를 잡아볼 수도 있을텐데.
“후퇴! 후퇴해!”
“다들 도망쳐!”
“일단 정비해야 돼!”
더 이상 승기는 없었다. 개죽음을 당하기 싫으면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 보스가 마도공학 브레스를 사용합니다. 』
보스의 입에서 뜨거운 브레스가 뿜어져 나오려는 찰나였다.
콰아아앙!
돌연, 보스의 머리 위에 있는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천장 속에서 나타난 것은 다섯 명의 헌터였다.
가장 먼저 붉은 마력이 골렘의 머리를 꿰뚫었다. 골렘의 입 안에 고여 있던 마기가 폭죽처럼 아래로 분출되었다.
신아람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은날 길드의 표정이 환해졌다.
“신아람!”
그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신태양이었다. 허공에서 크게 휘두른 신태양의 오러블레이드가 골렘의 팔을 잘라냈다.
크어어어!
고통스러운지 몸을 비트는 생체 골렘. 잘려나간 팔에서 검은 마기가 멋대로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그런 놈을 마무리 하듯 생겨나는 거대한 선.
콰아아아!
녹아 있던 생체 골렘의 뼈대가 우수수 무너져내렸다. 바닥으로 떨어진 5인은 그대로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이제 2페이즈가 시작될 겁니다!”
이지한이 헌터들을 향해 소리쳤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놈의 마지막 발악을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승기는 우리에게 있다.
어느덧 진세아의 손에 들려 있는 조그마한 상자. 이건 생체 골렘의 체내에 숨겨져 있었다. 발전의 마족이 발명한 제약 생성기.
『 부덕의 상자 : 체공 금지 』
진세아의 단검이 그것을 깨부쉈다.
콰드득.
『 제약 : 체공 금지가 해제 됩니다. 』
몸이 가벼워지며 가로막고 있던 답답한 벽이 사라진 듯했다. 그 변화를 알아차린 헌터들의 사기가 순식간에 올라갔다.
“제약이 풀렸다!”
이제 생체 골렘은 사냥해야 할 마수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