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74
74화 한계 돌파 퀘스트(2)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눈 앞에 보인 건 거대한 성이었다.
스산한 분위기의 성.
내가 있는 장소는 정원이었다.
관리 되지 않아 메마른 식물들로 가득한 곳.
『 마계의 틈 : 마도공학 연구소에 입장하셨습니다. 』
첨탑 위에 걸린 보랏빛 달과 흘러가는 검은 구름.
‘여기가 발전의 마족의 은신처.’
이전에 목격했던 마족처럼 마계와 인접한 차원의 틈에 자신의 요새를 가지고 있는 셈이었다.
‘발전의 마족은 마도공학에 있어 상당한 권위자라고 그랬지.’
미래 김상욱의 말을 빌리자면, 여기는 놈의 연구소이자 실험실. 여길 개판치고 발전의 마족을 죽이는 게 내 목적이다.
‘나 하나의 힘으론 부족할 수도 있지만.’
스르륵.
내 몸을 두르고 있던 방어구가 은빛 액체로 변해 바깥으로 나왔다. 이윽고 슬라임의 형상으로 변했다.
통통.
내 다리로 다가와 부비적대는 녀석. 일단 이 녀석만해도 1인분 이상이다. 녀석은 무기 말고도 늑대로도 변할 수 있으니.
사용하기에 따라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 이계 규율 : 현재 필드는 마계(魔界)입니다. 』
마계의 틈은 마계와 한없이 인접한 장소. 당연히 마계의 재앙 칭호가 발휘된다.
『 칭호 ‘마계의 재앙(災殃)’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
『 마(魔)속성 대상으로 1000%의 데미지를 줍니다. 』
쿠웅.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뒤 나는 내가 나온 푸른색 철문을 닫았다.
“그러면 움직여 볼까.”
내 말을 알아들은 오르티마가 내 어깨에 찰싹 달라붙었다. 녀석은 금방 방어구의 형태로 녹아들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실험체 206을 찾는 거다.’
여긴 발전의 마족의 집이나 다름 없는 곳. 무턱대고 돌아다녔다가는 놈이 발명한 각종 마도 병기에 둘러싸여 목숨을 잃을 거다.
‘내부 구조는 알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강이다. 난 김상욱에게 들었을 뿐이니까.’
때문에 안내자로 적합한 인물 필요했다.
– 그런 미친 장소에 왜 갑니까? 농담도 잘하시네. 만약에 간다면 말입니까? 그렇다면······.
미래의 김상욱이 추천해 준 인물.
실험체 206.
‘연구소의 실험체였다가 탈출해서 발전의 마족을 여간 귀찮게 하는 게 아니랬지.’
나는 머릿속의 지도를 살피며 걸음을 옮겼다. 스킬 ‘기억 탐색’ 덕에 내 기억력은 천재나 다름 없다.
별다른 경비나 마수들이 보이지 않는 걸 봐선 내 침입이 들키진 않은 모양. 혹은 침입 당하더라도 문제 없다는 자신감이거나.
‘실험체 206하고 만나려면······.’
그대로 성 외곽의 철조망을 뚫고 바깥으로 나왔다.
어두운 숲.
이곳은 연구소 밖의 시설이다. 발전의 마족도 관리하지 않는 미관리 구역.
불길한 표식이 새겨진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마족의 문자로 무어라 표시되어 있다. 아마 접근 근지 이런 뜻이 아닐까.
15분 정도 나아갔을까.
크르르······.
바로 옆 수풀에서 마수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 마수의 정체는 고블린. 아니, 고블린의 몸에 개의 머리를 이식한 정체 불명의 마수였다.
『 스킬 ‘통찰 Lv.11’을 발휘합니다. 』
『 대상 실험체 고블린의 랭크는 A 입니다. 』
실험의 실패작인가.
크르르!
놈은 침을 흘리며 나를 향해 달려 들었다. 움직임은 일반 고블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마치 미래의 광폭화 고블린을 보는 듯하다.
“오르티마.”
나는 오른손을 쭉 뻗었다.
방어구였던 오르티마가 늑대로 변해 달려나갔다. 오르티마의 발톱이 단번에 마수를 찢었다.
콰드득!
산산조각 난 마수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A급 마수치고는 너무나 허무한 죽음이었다.
“······.”
오르티마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마계의 재앙 칭호가 적용되서 그런가본데.”
내 데미지가 1000% 올라가는 칭호 마계의 재앙.
무기이자 펫인 오르티마의 데미지가 강해지는 건 당연하다.
그때였다.
크르르······.
어두운 숲 너머로 붉은 눈동자 수십 쌍이 떠올랐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대검을 꺼내 들었다. 수풀을 빠져 나온 마수들은 각양각색의 모습이었다.
늑대의 등에 식물의 꽃봉오리가 달려 있는가 하면, 오크의 팔과 곰의 팔을 한쪽씩 달고 있는 마수라던지.
그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자, 잠깐만요—!”
소녀 한 명이 풀숲을 뚫고 허둥지둥 달려나왔다. 마수들과 내 사이로 뛰어든 소녀는 양 팔을 벌리고선 소리쳤다.
“그 사람 하고는 싸우면 안돼요!”
정확히는 마수들을 향해 외쳤다. 마치 말이 통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실제로 소녀의 말은 마수들에게 먹혀들었다.
마수들이 다시 숲 속으로 슬그머니 들어간 것이다.
“후우, 다행. 다행이에요.”
가슴을 쓸어내린 소녀의 귀는 뾰족했다. 결정적으로 그 팔에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206이라고.
실험체 206.
그 정체는 금발의 엘프 소녀였다.
* * *
이종족(異種族).
시스템과 게이트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지성 있는 종족은 인간 하나였다. 그러나 게이트가 열리고 인류는 그 속에서 타차원의 일부를 엿볼 수 있었다.
멸망한 문명의 잔재, 스러져가는 고성과 마을. 혹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던 숲과 지형 등등.
‘그러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정확히는 인간 수준의 지성을 가진 존재가 없었다.
초기엔 내부의 환경을 이해하고 내부의 존재들과 의사소통 하려는 시도가 분명히 있었다.
오크와 고블린도 미약하지만 지성을 가지고 있긴 하니까. 그러나 그런 시도들은 무위로 돌아갔다.
‘상상을 뛰어넘는 공격성과 맹목적인 살인 본능.’
마수들은 그런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때문에 인류는 이해하는 대신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분명히 문명의 잔재가 남아 있는 장소도 있었다지.’
하위 게이트일수록 숲이나 평원 같은 자연지형이 주를 이뤘지만, 상위 게이트일수록 어떠한 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잦았다.
‘그렇다면 다른 지성 있는 존재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러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인류는 그 답을 원치 않는 형태로 맞이하게 된다.
‘마족의 침략.’
마족들은 세계를 뒤덮었고, 인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종족의 말로 또한 인류와 비슷했으리라.
‘따지고보면 마족도 있는데 엘프나 드워프 같은 종족이 없으리란 법도 없지.’
하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종족들은 대개 마족의 권속이었으니까.
“당신은 발전의 마족을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에요. 나를 구해줄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실험체 206은 나를 허름한 오두막집으로 데려왔다. 그녀는 풀잎을 우려서 차를 내왔다.
어린 외형과 달리 그녀의 말투는 차분하고 정돈 되어 있었다.
“내가 올 걸 알고 있었던 건가?”
차를 오르티마에게 슬쩍 먹인 뒤, 이상이 없자 한 입 마셨다. 씁쓸한 향이 꽤 괜찮다. 아무것도 없는 마계의 틈새에서 용케도 찾아냈다.
내 질문에 실험체 206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이름은 세레네. 이곳의 실험체였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전지(全知)의 능력을 일부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당신의 목적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전지전능할 때 전지(全知).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능력인가.
그 덕에 여기서 살아남은 거고.
“당신은 발전의 마족을 죽이려고 하시는 거죠?”
“그래,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빠르겠네. 너도 발전의 마족과의 사이가 좋지는 않다고 알고 있는데.”
내 말에 세레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 제가 있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요. 저 혼자의 힘으론 부족했지만, 오늘 당신이 와서 부족한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저야말로 부탁드리겠습니다.”
통찰로 확인한 세레네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실험체 206. 세레네는 본래대로라면 마족에게 죽는다.’
미래 김상욱에게 들은 결말이었다. 그러니 그녀의 배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다 피식 웃음이 났다.
멸망한 세계에서의 버릇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때는 진짜 믿을 사람이 없었지.’
하여튼 세레네는 안내인의 역할로서는 충분하다. 서로의 이해가 일치하기도 하고.
“나머지 설명은 나가면서 할게요. 따라와 주세요.”
허름한 벨트와 녹슨 단검으로 무장을 마친 세레네가 오두막 집의 문을 열었다.
* * *
“발전의 마족이 위치하고 있는 건 성의 꼭대기. 거기까지 가는 게 문제에요. 외부는 경비가 없다시피 하지만, 그 내부는 각종 마도병기로 가득하거든요.”
세레네를 따라 미관리 구역을 쭉 돌아 성의 뒤편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뒷문을 사용할 거에요. 당신의 무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쓸데 없는 체력 낭비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우리는 땅이 한층 더 검게 변하는 부분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그쪽의 도움이 필요해요. 이 구역에 상주하고 있는 마수들은 제 언어가 통하지 않거든요.”
쿠구구구!
말이 끝나기 무섭게 땅을 파헤치고 다가오는 무언가가 보였다. 나는 대검으로 땅을 내리쳤다.
쿠웅!
그 충격에 의해 바깥으로 튕겨져 나온 두더지 한 마리. 다이아몬드와 같은 결정이 놈의 몸을 두르고 있었다.
『 스킬 ‘일자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나는 일자베기로 깔끔하게 놈을 베었다. 나를 지켜보던 세레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제가 알고 있는대로 강하시네요. 믿을 수 있겠어요.”
그런 말을 하긴 아직 좀 이른 것 같다. 검은 땅을 뚫고 스물스물 올라오는 해골과 삐걱대는 기계들. 그 수는 삼십이 넘는다.
“조금 도와드릴게요.”
『 하이 엘프의 가호가 당신의 몸에 깃듭니다. 』
『 모든 능력치 25% 상승 』
단순하지만 순식간에 몸에 힘이 차오른다. 나는 오르티마를 풀어 놨다. 늑대로 변한 녀석이 미친듯이 달려가 마수들 사이를 헤짚었다.
콰아앙!
콰지직!
마력이 깃든 오르티마의 발톱이 해골과 기계들을 박살냈다. 내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충분했다.
나는 시험삼아 멀리에 있는 미니 골렘 하나를 조준했다.
『 스킬 ‘매직 미사일 Lv.1’을 발휘합니다. 』
손 끝에 맺힌 푸른 빛의 타원형 구체.
그것은 내 의지에 따라 발사 되었다.
『 스킬 ‘명중 Lv.11’을 발휘합니다. 』
쇄애액—! 콰아앙!
허공을 가르며 미사일처럼 쏘아진 마력 탄환이 미니 골렘에게 적중했다. 돌로 구성된 놈의 몸체가 산산조각 나며 허공으로 비산했다.
‘굉장한데.’
물론 마계 필드이기에 데미지가 강한 거 겠지만. 마력을 쏘아낸다는 그 느낌이 좋았다.
‘시전 시간이 빨라서 견제용으로도 쓸만하겠어.’
『 스킬 ‘매직 미사일 Lv.2’를 획득합니다. 』
『 스킬 ‘매직 미사일 Lv.3’을 획득합니다. 』
『 스킬 ‘매직 미사일 Lv.4’를 획득합니다. 』
···
..
.
『 스킬 ‘매직 미사일 Lv.10’을 획득합니다. 』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창들.
다시 마수 중 하나를 향해 매직 미사일을 사용하려던 순간이었다.
끼기긱······.
고막을 찢어 놓을 것 같은 음산한 소리가 숲에 울려 퍼졌다. 당황한 세레네가 고개를 저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왜 저 마수가 여기에······?”
“뭔데 그래요?”
“미확인 구역의 주인이에요.”
세레네가 가리킨 방향은 숲 너머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 기감으로도 전혀 보이지가 않는다.
그저 시끄러운 소리만이 가득 울려 퍼질 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마수. 투명화 실험체에요. 물러나죠. 승산이 없어요.”
“어디에 있습니까? 전지의 능력이 있으면 알 수 있는 거죠?”
“그게 문제인거에요. 이길 수가 없어요. 그런 미래가 안 보여요.”
전지의 능력은 미래까지 알아낼 수 있는 건가? 그렇다면 물러나야하겠지만.
“시도는 해봐야죠.”
나는 손가락으로 숲을 가리켰다. 녀석은 보이지 않지만, 놈이 움직일 때마다 주변의 수풀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그 정도면 위치를 알기엔 충분했다.
『 스킬 ‘고유 서클 생성 Lv.10’을 발휘합니다. 』
내 몸을 맴돌기 시작한 마력의 구체가 푸른 빛을 발한다. 가속하기 시작한 회전 속도에 내 실낱 같은 마력이 더해졌다.
파아아—!
손 끝에 맺힌 마력은 더 이상 작은 탄환이 아니었다.
대포알이나 다름 없는 크기. 그야말로 미사일.
『 스킬 ‘매직 미사일 Lv.10’을 발휘합니다. 』
“자, 잠깐만요. 그런 걸 쏘면······!”
세레네가 놀라며 내게 소리쳤지만 미사일은 이미 내 손을 떠난 뒤였다.
마법을 처음 써봐서 간과하고 있었다.
어째서 마법사들이 그리 대우 받는지. 강력한 딜러로서 추앙 받는지. 검만 써왔기에 완전히 잊고 있었다.
마법의 파괴력은 동급 최강이라는 걸.
하이 엘프의 가호로 내 모든 능력치는 25% 증대된 상태. 그것이 마계의 재앙 칭호로 인해 1000%의 데미지와 결합 되었으니.
결과는 뻔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숲 전체를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