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78
78화 발전의 마족(3)
“크아아악!”
닿는 것을 녹이고 태우는 마력의 불길.
오르티마의 오러 브레스가 발전의 마족을 체내에서부터 녹여나가기 시작했다. 놈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주저 앉았다.
『 제약 : 회피 금지 』
『 제약 : 도약 금지 』
『 제약 : 전진 금지 』
발전의 마족이 만들어낸 제약은 스스로를 옭아매는 덫이 되었다.
『 모든 제약을 해제합니다. 』
파스스······! 공중에 떠 있던 부덕의 상자가 내부의 심장과 함께 재가 되어 사라졌다. 살고자하는 마족의 최후의 발악이었지만.
너무 늦었다.
“내가······. 겨우 여기서······. 인간 따위에게······.”
그는 반쯤 녹아내린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있었다. 브레스를 전부 뱉어낸 오르티마가 놈의 머리를 밟아 제압했다.
발전의 마족은 분노 가득한 눈으로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인간, 네가 감당할 수 있겠나?! 나는 네가 잡아 온 최하위 마족 같은 잔챙이들과는 다르다. 나 발전의 마족은 대업을 짊어진 대체 불가능한 존재란 말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잘 됐네.”
하위 마족인 발전의 마족.
놈은 프로젝트 메이저 게이트의 총 책임자다.
마계와 현실 세계를 잇는 직통 게이트를 열기 위한 기술자. 녀석의 죽음은 마족의 입장에선 치명적인 손실이다.
“잘 돼······? 네 놈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거다. 전 마족의 분노와 증오를 한낱 인간인 네가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흔하디 흔한 협박이었다.
나는 무감하게 발전의 마족을 바라봤다.
“그래?”
그런 말에 겁먹을 거면 시작도 안했다. 나는 발전의 마족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발전의 마족이 눈이 흔들렸다.
“지금이라도 나를 살려라. 그렇다면 용서해주마. 그래, 내 충실한 종이 될 수 있도록 하지.”
이룬 것이 많을수록 삶에 대한 집착은 심해질 수밖에 없는 걸까. 녀석은 오만한 태도로 목숨을 구걸했다.
“목숨 구걸은 최하위 마족도 안 하던데.”
“······.”
그 말에 녀석의 표정이 멍해졌다.
고민은 없었다.
나는 헌터로서 녀석을 사냥하러 온 것이므로.
『 스킬 ‘일자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서걱—!
푸른 선 하나가 발전의 마족의 머리를 잘라냈다. 언젠가 마도공학자로서 마도 병기 군단을 거느릴 마족은 이렇게 목숨을 잃었다.
『 하위 발전의 마족을 처치하셨습니다. 』
『 4210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 오르티마의 레벨이 7 상승합니다. 』
『 마공학 드래곤(오르티마) Lv.104 → 111 』
대량의 포인트와 경험치가 쏟아져 들어왔다. 물론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 C등급 한계돌파 퀘스트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
『 목표 : ‘프로젝트 : 메이저 게이트’ 저지 ( 1 / 1 ) 』
『 보상 정산에 시간이 소요 됩니다. 』
이로써 C등급 레벨 60에서 멈춰 있던 내 성장이 다시 시작 될 수 있게 되었다. 보상 정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뀨!
발전의 마족이 죽은 것을 확인하자, 오르티마가 나를 향해 뛰어 들었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띵.
뒤늦게 떠오르는 메시지.
『 이계규율 : 전무후무한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
『 해당 업적이 인과의 순리를 뛰어 넘었습니다. 』
『 업적 정산에 시간이 소요됩니다. 』
그래 이것도 잊으면 안 된다.
‘이번에는 기대할만 하겠어.’
지난번 최하위 마족을 처리하고 받았던 칭호가 ‘마계의 재앙’이었다. 따지고보면 그것 덕분에 마족의 은신처에 돌입하고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
보상이 정산 되는 동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저, 정말로 이겼어요.”
뒤쪽에서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세레네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쓰러진 발전의 마족을 살피는 세레네의 얼굴은 복잡해보였다.
“드디어······. 돌아갈 수 있겠어요. 정말로······. 정말로 고마워요.”
그리 말하는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저도 덕분에 여기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습니다. 각자 이해 관계가 일치한 거죠.”
“그래도, 그쪽이 아니었으면 저는······. 앗!”
오르티마가 세레네의 머리에 올라탔다.
“그래, 너도 고마워.”
세레네는 눈가를 쓱 훔쳤다.
격렬한 전투였던만큼 최상층이 엉망진창이었다.
천장과 벽은 훤하니 뚫려 있어 밖이 내다 보였고, 바닥에 생긴 균열은 당장이라도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발치에 죽어 있는 발전의 마족을 바라봤다.
놈의 목에 걸린 보석을 뜯어냈다.
『 마계의 틈새 고유 제어석 』
이로써 연구소가 위치한 공간 자체의 소유권을 가지게 되었다. 다른 마족도 올 수 없도록 아예 공간을 폐쇄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놈이 입고 있던 금속제 수트.
이건 순수히 마기로 작동 되는 거라 내가 사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내가 후드려 패놔서 거의 반쯤 망가져 있기도 하고.
‘하지만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
배신자 김상욱이 마기를 다룰 수 있기도 하고.
“오르티마, 이걸 흡수 할 수 있겠어?”
스르륵.
내 말에 오르티마가 슬라임으로 변해 마족을 뒤덮었다. 녀석이 착용하고 있던 금속 수트를 금세 흡수했다.
‘생명체 흡수에는 제한이 있지만, 아이템 흡수에는 제한이 없으니.’
『 해당 아이템의 파손이 심각합니다. 파손률 67% 』
『 오르티마가 마도공학 방어구의 형상을 기억합니다. 』
“이건 수리할 수 없는거야?”
도리도리.
몸을 좌우로 비트는 오르티마.
『 해당 아이템의 복구에 필요한 오르티마의 에너지가 부족합니다. 』
‘드래곤을 흡수할 때 에너지를 다 쓴 건가.’
메시지를 종합해 보면 드래곤 또한 제대로 된 마수가 아니었다. 결함이 있는 인공 생명체를 오르티마가 복구한 것이었다.
‘복구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단 거군.’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어쨌든 당장은 필요 없는 아이템이니 복구할 필욘 없었다. 나는 슬쩍 고개를 들어 대포의 형태를 하고 있는 마도병기를 바라봤다.
“저건 안되나?”
“······.”
오르티마를 번쩍 들어서 대포 위에 올려봤다.
도리도리.
녀석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는 턱을 매만졌다. 너무 커서 그런가. 아이템이 아니라 그런 걸 수도 있고.
“잠시만요.”
세레네가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안전한 장소를 밟고 나아간 세레네가 벽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것저것 조작하더니 벽면이 열리며 금고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열 수 없는 금고.
발전의 마족이 죽어버린 지금 그 비밀번호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으나.
세레네는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전지(全知)의 능력자다.
삑, 삐빅. 삑.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금고가 열렸다.
“찾았어요.”
그 안에서 찾아낸 붉은색 보안카드.
세레네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제 돌아갈 수 있어요.”
* * *
나와 세레네는 승강기에 올라탔다. 붉은 보안 카드를 가져다대자 승강기가 빠른 속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 최하층 : 초월의 유적 』
문이 열리며 최하층의 모습이 드러났다. 새하얀 방 안에 3m 크기의 검은 비석 하나가 세워져 있다.
그 주변에 세워져 있는 경비 안드로이드들.
세레네가 순간 흠칫했으나 모두 기능이 정지한 상태였다.
혹시나 싶어서 따라왔는데 문제 없어 다행이다.
“여기까지 안와주셔도 되는데······.”
세레네가 힐끗 나를 바라봤다. 그냥 각자 갈 길을 가도 되는 부분이었지만.
“저도 묻고 싶은게 있어서요.”
기껏 전지(全知)의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만났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검은 비석 앞으로 다가간 세레네가 그 위에 손을 얹었다. 검은 비석 위에 새겨진 황금빛 문자가 천천히 빛을 발했다.
『 동료 세레네가 스킬 ‘다세계 해석 Lv.2’를 발휘합니다. 』
음각으로 새겨진 문자들이 허공으로 두둥실 떠오른다. 떠오른 문자들은 그대로 그 주변을 배회하며 공간 전체로 퍼져나갔다.
세레네의 주변에서 반딧불이처럼 퍼져나간 녹빛의 마력과 뒤섞이며 장관을 이뤄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될 거에요.”
그녀는 체력을 꽤 소모했는지,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어떤 게 궁금하신가요? 제가 아는 한 최선을 다해서 알려 드릴게요.”
가장 먼저 궁금한 건 이거다.
“마족의 침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겁니까?”
“······그 말은 다른 세계도 마족들에 의해 공격 받았냐는 질문이겠죠?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래요.”
세레네는 씁쓸한 표정과 함께 대답했다.
“그들의 진정한 목적까지는 저도 몰라요. 하지만 그들은 끊임 없이 다른 차원을 멸망 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 왔어요. 지금은 이지한씨의 차원이 노려지고 있는 거고요.”
마족들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움직였다. 인류가 그들의 존재를 알아채기 전부터 침략을 준비해 왔다.
그러한 일들은 이미 수차례 진행된 전쟁의 경험 아래 벌어진 일이었던 거다.
“혹시 마족의 공격을 막아낸 차원도 있습니까?”
그 말에 세레네는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입을 열었다.
“아, 하지만 침략 과정에서 마족들에게 굉장한 타격을 준 사건은 있었어요. 저도 기록으로 본 것 뿐이지만 마족들은 그 사건을 치욕의 밤이라고 부르며 두려워하고 있다네요.”
치욕의 밤이라.
“최상위 마족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건······. 아마 그 일 때문일 거에요. 무한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을테니까요.”
좋은 정보였다. 이후로 시스템이나 마족에 대해서 이것저것 질문했지만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죄송해요. 생각보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별로 없네요. 이 연구소 내부의 일들은 훤히 알지만······. 그 바깥의 일은 잘······.”
“괜찮습니다. 충분합니다.”
전지의 능력이 완벽하지 않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나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혹시 이계 규율에 대해 들어 보셨습니까?”
그 말을 들은 세레네가 고심하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계 규율······. 발전의 마족이 가지고 있던 고대의 문헌. 거기에 딱 한 줄 적혀 있었을 거에요. ‘그 힘은 결코 부정되지 않는 모든 것의 규칙이자 초월자의 자격이다’. 제가 아는 건 거기까지에요. 죄송해요. 도움이 못 되어서.”
“아뇨, 충분합니다.”
초월자의 자격이라. 의미심장하다.
본래 이계 규율의 주인이었던 불사의 마족은······. 이 능력에 대해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건가?
우우웅.
생각이 깊어지려는 찰나, 비석에서 검은색 빛이 방출되었다. 허공으로 발산된 검은 빛에 닿은 금빛 글자들이 부식 되어 사라졌다.
이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잠잠해졌다.
“어······? 이럴 리가······.
비석을 바라보는 세레네의 눈에 절망이 감돌았다. 그녀는 다시 비석에 가져가 스킬을 발휘했다.
『 스킬 ‘다세계 해석 Lv.2’를 발휘합니다. 』
『 스킬 ‘다세계 해석 Lv.2’를 발휘합니다. 』
『 스킬 ‘다세계 해석 Lv.2’를 발휘합니다. 』
그러나 비석은 묵묵부답이었다.
“왜? 어째서?”
주먹으로 비석을 두드리던 세레네는 그대로 주저 앉았다. 그녀가 허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돌아갈 수가 없어요. 해석이 안돼요. 비석을 해석하지 못하면 타차원으로 넘어갈 수가 없어요. 제가 가진 전지의 능력이 적용되지 않아요.”
곤란한 상황이었다. 모든 게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돌아갈 길이 요원해졌다.
세레네는 애써 울음을 삼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괜찮아요. 어쩔 수 없죠. 어차피 멸망한 세계였거든요. 돌아가도 남아 있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 차라리 잘 됐어요······.”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나는 세레네에게 다가갔다.
“그 다세계 해석이라는 스킬 전수 가능합니까?”
“네? 아마도요······. 엘프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해석법이니까요. 인간에게 알려준 적은 없지만······. 가능은 할 것 같아요.”
“그러면 저한테 알려 주는 건 어떻습니까? 제가 하면 다른 해석이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세레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농담 같은 위로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제서야 세레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 어려운 스킬은 아니에요. 반면에 사용처는 많아요. 모르는 세계의 문자를 읽는다거나, 언어를 이해한다거나. 법칙을 이해하고 이용할 수도 있죠.”
지혜로운 하이 엘프들은 마력을 사용해 타차원의 편린을 엿보고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곳으로 자신들이 사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이고, 지식의 산물을 향유하기 위해서.
그것이 다세계 해석.
『 레어 스킬 ‘다세계 해석 Lv.1’을 전수 받았습니다. 』
열심히 모은 재능 파편과 고유 서클 생성이 이번 스킬을 습득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보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내게 스킬을 전수해주고도 세레네는 기대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레벨 1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저벅, 저벅.
나는 비석으로 다가가 바로 다세계 해석을 발휘했다. 검은 비석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묵묵부답이었다.
『 스킬 ‘다세계 해석 Lv.1’을 발휘합니다. 』
하지만 나는 그것에 굴하지 않고 스킬을 발휘했다.
그와 동시에 막대한 양의 스킬 경험치가 내게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20만배의 경험이 계속해서 끊없이 축적된다. 실패하더라도 상관 없다. 그 무수한 경험 속에서 사람은 어떻게든 성장하기 마련이니까.
촤르르륵!
『 스킬 ‘다세계 해석 Lv.2’를 획득 합니다. 』
『 스킬 ‘다세계 해석 Lv.3’을 획득 합니다. 』
『 스킬 ‘다세계 해석 Lv.4’를 획득 합니다. 』
···
..
.
『 스킬 ‘다세계 해석 Lv.10’을 획득 합니다. 』
『 해석한 대상이 가지는 효과가 10% 증가합니다. 』
화아악!
비석에 새겨진 글자들 속에서 황금빛이 치솟기 시작했다. 이때까지와는 다른 강렬한 섬광. 그것은 내 푸른 마력과 뒤섞였다.
이내 비석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봐봐, 내가 된다고 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