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81
81화 최후의 리더(1)
‘여기에 천성호가 있단 건데······.’
나는 백묵의 비서가 알려 준 주소를 따라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갔다. 언덕 위에는 학교 건물이 늘어서 있다.
‘천성호의 과거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는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있는 일 없는 일 전부 말하고 다니던 검성과는 딴판이었다.
‘이야기가 통할지 모르겠어.’
내가 아는 천성호는 정의의 사도라고 부를만한 인물. 멸망한 세계에서도 선이나 도덕, 정의를 추구하며 그대로 실천했으니까.
그럴만한 힘이 있기도 했고.
나와는 반대의 성격이었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았다. 일반인이나 다름 없던 나는 살기 위해 발버둥 쳤고 발악했다. 선이나 정의? 그런 걸 생각할 시간이 어딨었겠는가.
세계가 멸망했는데.
하여튼 천성호는 굉장히 고지식하면서도, 자기 확신이 깊은 사람이다.
“이번에 기사 난 거 봤어? 긴급 게이트 공략.”
“와, 신태양 대박이지······.”
“은날 길드 신아람한테 반했다.”
마침 수업이 끝난 건지 고등학생들이 언덕을 따라 하교하고 있었다. 바로 어제 긴급 게이트 공략 사건이 있어서, 그런지 그런 이야기가 많이 들려왔다.
나는 그 물결을 반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때 그 사람이 파앙! 하고 나타나서 골렘을 한 방에 파바방!”
근데 뭔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태양은?”
“그딴 인간 내가 알 게 뭐야. 신태양은 그저 숟가락을 얹었을 뿐. 진짜는 나랑 그 오빠가······.”
“그런 헌터가 있다는 건 못 들어봤는데, 진짜 맞아?”
“내가 거기에 있었다니까!”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입에 문 채 일장연설을 늘어 놓는 진세아.
하교하던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어, 오빠?”
누가 내 정보를 그렇게 흘리고 다니나 했는데 너도 그 중 하나였냐. 나를 발견한 진세아의 친구가 눈을 크게 떴다.
“이 사람이 네가 그렇게 말하던 그 분? 오오.”
“맞아, 맞아.”
진세아는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나를 부추기기까지 했다.
“빨리 와서 말해줘요. 오빠에 비하면 신태양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후후.”
“······.”
왜 네가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 거냐.
“근데 여기엔 왜 왔어요?”
“찾을 사람이 있어서.”
“그거 내가 도와줄게요. 선혜야 먼저 가. 담에 봐.”
진세아의 말에도 선혜는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면서 입을 우물거리던 선혜가 용기를 내 말했다.
“신태양 헌터랑 아시면 싸인 받아주시면 안될까요?!”
“······.”
신태양의 인기가 얼마나 좋은지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수호 길드에서 대대적인 광고를 밀어주기도 하고, 비주얼도 연예인 저리가라 할 정도긴 하다.
터억.
나는 진세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물론이지, 네 친구 진세아가 최선을 다해서 신태양의 사인을 받아 올 거야.”
“엑, 제가요?”
“너도 신태양이랑 잘 알잖아. 공략도 같이 했는데.”
“그······.”
“저, 정말요? 그럼 약속한 거다, 세아야!”
선혜는 진세아의 두 손을 잡고 흔들더니 재빨리 사라졌다. 순식간에 날치기 약속을 잡힌 진세아가 고개를 숙였다.
“그 싸가지한테 싸인 부탁을······? 절대로 불가능······.”
싸인지는 신태양네 검도장에 널려 있던데. 그거라도 훔쳐오지 그러냐.
“너도 학교를 다니고는 있었구나. 가출했다길래.”
“당연하죠. 당분간 서현 언니네 집에서 머물면서 다니기로 했어요. 아빠가 제 헌터 활동을 인정할 때까지요.”
나는 언덕 위의 학교를 유심히 바라봤다. 그 모습을 확인한 순간부터 불길한 의심이 들었기에.
‘여긴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했던 곳이잖아.’
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면, 진세아는 해당 브레이크의 피해자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찾는 사람이 누군데요?”
“천성호.”
나는 스마트폰에 찍힌 주소와 지도를 다시 살폈다. 그의 집은 여기서 10분 거리에 있다.
“천성호······? 되게 익숙한데.”
진세아가 무언가 생각날 것 같은지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냐.
“좋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저도 학교에 자주 나오는 편은 아니라서 잘 몰라요. 들어 본 것 같은 이름인데······.”
“결국 모른단 거구만.”
나는 스마트폰 앱의 지도를 따라 거리를 이동했다. 단독 주택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동네다.
도착하기 3분전, 근처 공원에서 소란이 느껴졌다.
“야, 죽여 이 개같은 새끼!”
“커헉! 이 새끼가 진짜!”
“밟아!”
스무 명도 넘는 고등학생들이 몰려 있었다. 단체로 패싸움이라도 하는 모양새였다.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무슨 일이 났나?.”
그 보기 드문 광경에 잠시 멈칫했다. 반대로 진세아는 바로 달려나갈 준비를 했다.
“기다려라, 미래의 민중의 지팡이 영웅 진세아가 나가신닷!”
나는 진세아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크헉!”
“나중에 영웅할 거라며.”
진세아는 영웅 협회에 들어가고 싶다 했었다. 그러려면 일반인 폭력 사건에 휘말리면 안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함성과 기합 소리가 들려오고는 있는데 도저히 패싸움을 하는 걸로는 안 보였다.
퍼억, 뻐억! 퍼버벅!
스무 명의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난전을 펼치는 건 단 한 명이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1 vs 20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그 싸움은 전쟁을 방불케 했다.
“크악! 이 새끼가 진짜!”
코피를 질질 흘리는 고딩 하나가 야구 배트를 들어 올렸다. 그런 고딩에게로 쏜살 같이 달려 들어 주먹을 먹이는 남자 아이 하나.
“못 움직이게 붙잡아!”
“거기로 간다!”
요란하게 소리치곤 있지만.
뻐억. 뻐억, 뻐억.
얻어 맞고 있는 건 20명 쪽이었다. 상황은 5분도 안되어서 정리 됐다.
퉷.
침을 뱉고선 손을 털어내는 남학생. 녀석은 얼굴에 붙였던 반창고를 떼어 바닥에 버렸다.
진세아가 놀란 듯이 말했다.
“······저거 중학교 교복인데. 아, 생각났다.”
나는 천성호의 나이를 모르고 있었다.
S급을 뛰어 넘어 SSS급의 경지에 이른 초인이라면, 신체는 자연스레 자신의 전성기 시절에 머물기 때문이다.
타고난 카리스마와 리더쉽 앞에서 그의 나이가 문제였던 적은 없으니까.
그래, 중학생이란 건 그럴 수 있다.
“미친개새끼 천성호! 깡패 중학생이라고 유명해요.”
유일무이한 대한민국의 각성 헌터.
기적의 그 자체이자 마지막 희망.
인류 최후의 리더 천성호.
그의 별명이 미친 개새끼였을 줄이야.
* * *
20명을 이긴 것보다, 20명이 천성호를 향해 죽자고 달려들었다는 게 놀랍다.
‘뭔 짓을 하면 20명이 달려드냐.’
싸움을 끝낸 천성호는 바닥에 쓰러진 고등학생의 자켓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주머니도.
‘······?’
찾아낸 지갑을 펼치더니 만원짜리를 꺼내 주머니에 넣는다. 그 짓을 반복.
“으악, 빨리 이거 놔요! 저건 오바잖아요.”
발버둥 치는 진세아.
나는 충격 받아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기사, 신태양도 내가 아는 검성의 모습과는 달랐다. 진세아도 그랬고. 그건 천성호도 마찬가지다.’
그래 조금 다를 수 있지.
······조금이라기엔 많이 다른 모습이긴 하다.
‘과거 얘기를 안한 이유가 있었네.’
그는 과거의 이야기를 안 꺼낸 게 아니었다.
흑역사라 못 꺼냈던 거였다.
다만, 그것이 천성호의 심성이 악하다는 증거가 될 순 없다. 그는 목숨을 던져 사람들을 지켜낸 영웅이다.
‘마족이 접촉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겠지.’
아직 중학생인데다가 각성도 한 것 같지 않다.
나는 천성호를 향해 다가갔다. 앳된 그의 얼굴에 내가 아는 모습이 보인다. 나를 발견한 천성호가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뭐야? 처음 보는 사람인 것 같은데. 시답잖은 설교 할 거면 꺼져.”
“······.”
내 머릿속 천성호의 이미지가 박살이 나는 순간이었다.
고등학생들의 파밍(?)을 끝낸 천성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공원 밖으로 향하려 했다.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었다. 천성호를 붙잡아야 했다.
여기서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이는 말은······.
“천성호, 헌터가 되고 싶지 않나.”
이 세계에서 헌터라는 직업은 꿈이자 로망. 모든 이들이 되고 싶어하는 인생 역전의 로또와도 같다. 누구라도 혹할만한 말이다.
멈칫.
예상대로 천성호가 멈춰섰다. 그는 슥 뒤를 돌아보더니, 내 얼굴을 살폈다. 그러더니 피식 웃는다.
“내가 병신인 줄 아나.”
“······.”
“아저씨 그거지. 사기꾼. 각성을 빌미로 애들 꼬드겨서 한탕 해먹는 버러지 같은 인간.”
그 말에 뒤에 있던 진세아가 손을 두두둑 풀었다.
“야, 상꼬맹이. 일단은 예의 주입부터 간다. 이 꽉 물어!”
“아니, 기다려. 상황만 복잡해지잖아.”
“매가 약이다. 이런 말도 있잖아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천성호가 재밌다는 듯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한 번 해보시던가. 진짜 헌터라도 되나?”
이대로 두들겨 패도 되겠지만.
나는 조용히 타재간파를 발휘했다.
말도 안되는 싸움 실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녀석은 아직 비각성자다. 헌터가 아니란 의미.
‘하지만 그 안에 잠든 재능을 간파하는 게 타재간파라면······.’
필시 무언가가 보일 터.
『 특성 타재간파(他才看破)를 발휘합니다. 』
『 대상의 재능을 파악합니다. 』
그러한 내 예상은 딱 들어 맞았다.
『 대상 천성호에 대한 정보가 충분합니다. 』
– SSS급 영웅, 대한민국의 리더, 붉은 기적, 최후의 5인, 각성 헌터······.
『 대상 천성호는 비각성자입니다. 』
『 개화 가능 재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
– 최초 각성 : A
“만약 내가 사기꾼이 아니라, 정말로 널 각성 시킬 수 있다고 한다면. 어쩔거냐.”
내 진지한 목소리에 천성호가 조소했다.
“말했잖아. 안 믿는다고. 이 사기꾼아. 나는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 재능 ‘최초 각성’을 선택하셨습니다. 』
『 해당 재능의 개화 난이도는 A입니다. 』
천성호는 목을 스트레칭했다.
“사기꾼. 너는 내가 무조건 정리한다.”
일그러진 정의.
도무지 말을 들어 먹을 것 같지 않은 야생마.
미친 개라는 말이 딱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녀석의 재능이 꼭 필요하다.
타악.
땅을 차고 뛰어 오른 천성호가 발차기를 날렸다.
뒤이어 떠오르는 재능 개화의 조건.
『 대상 천성호를 굴복시킬 것 』
『 대상의 현재 의지 : 100% 』
나는 한 팔을 들어 가볍게 공격을 막았다.
“너는 내가 무조건 각성 시킨다.”
* * *
또 다른 마계의 틈.
샹들리에가 빛을 발하는 연회장.
세 명의 하위 마족이 모였다. 그들은 각자 와인이 담긴 잔을 나누었다. 마기가 듬뿍 담긴 최고급 와인이었으나.
그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기록의 마족은 프로젝트 마기에 실패했다.”
“발전의 마족은 메이저 게이트를 실행하지도 못하고 살해 당했단다. 그의 권속들이 하는 이야기니 틀림 없어.”
“마족의 계획을 저지하려는 자가 있다는 건가.”
테이블 위에 놓인 지도.
하위 마족 하나가 손가락이 동방의 작은 나라를 가리켰다.
“대한민국. 여기만 문제란 말이야. 진짜 성가시기 그지 없어.”
“근데, 녀석들의 무능을 왜 우리가 뒤치닥거리나 해야 하는 거야?”
두 마족의 불평을, 다른 한 명의 마족이 일축했다.
“전투의 마족께서 직접 내리신 명이다. 높으신 분들께서는 그 불씨가 번져나가기 전에 제거하라고 하셨다.”
무력의 마족.
전투의 마족의 오른팔인 그에게 있어 명령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그의 몸을 조각처럼 메운 근육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놈에 대한 조사는 네게 맡기도록 하지. 지시의 마족이여.”
“아아, 그래. 물론이고 말고.”
지시의 마족.
그녀는 고혹적인 미소를 흘렸다.
“이번에 아주 괜찮은 녀석을 하나 주웠단 말이야. 너희들에게도 보여주지. 들어오라고 해.”
마족의 말에 권속들이 연회장의 문을 열었다. 그곳에서 긴장한 표정의 남자 하나가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지시의 마족이시여.”
“편하게 있어라. 네 놈은 앞으로 해야할 일이 많으니까 말이야.”
“인간? 우리 계획에 인간을 끼워 넣자는 거야?”
왜소한 체형의 마족이 못미덥단 듯 눈살을 찌푸렸다. 지시의 마족은 코웃음을 쳤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 이 녀석은 기록의 마족의 밑에 있었던 인간이다. 마족의 편에 선 자라는 거지. 이 자를 이용하면 모든 일을 더없이 조용하게 처리할 수 있다.”
지시의 마족은 들고 있던 부채를 펼쳤다.
“그렇지 않은가, 김상욱?”
그 말을 들은 김상욱이 고개를 들었다.
“예, 그렇습니다. 위대하신 마족들의 계획을 방해하는 놈을 꼭 찾아 없애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쇼.”
그리 말하는 김상욱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깃들었다.
“현재 파악하고 계신 것들을 말씀해주신다면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족의 정보가 역으로 새어나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