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83
83화 최후의 리더(3)
천성호의 각성.
헌터의 등급은 각성부터 정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F,D와 같은 하위 등급에서 시작하지만, 소수의 강운을 가진 자나 극히 뛰어나는 자는 고등급에서 시작할 수 있다.
운과 재능.
그 두 가지를 모두 타고난 천성호는 시작부터 S급이다.
“정말로 각성했잖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녀석은 못 믿겠다는 듯 자신의 손을 들여다 보았다. 일반인에서 S급이 되었다면 그 차이를 단번에 느낄 수 있는 게 당연하다.
다만 본인의 등급을 아직 확인하진 못했을 거다.
“상태창을 살펴봐. 더 놀랄 거다.”
“네? 네. 사, 상태창.”
몇 번이고 상태창을 들여다보는 천성호의 눈이 커졌다.
“와, 시발······.”
“야, 말 좀 이쁘게 해라.”
“아, 죄송. 근데······. 이거 제가 S급 헌터라는 게 맞아요?”
“시스템은 거짓말하지 않는단 건 상식이잖냐.”
“내가 S급······?”
눈을 꿈뻑이는 천성호.
나는 숨을 가다듬었다. 각성 스킬의 후유증이 뒤늦게 밀려왔다. 폼 잡고 있었지만,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다.
‘후우······.’
『 체력과 마력의 90%가 소모 되었습니다. 』
『 스킬 ‘맷집 Lv.11’을 발휘합니다. 』
『 스킬 ‘불굴의 정신 Lv.11’을 발휘합니다. 』
아무래도 패널티를 너무 우습게 봤던 것 같다. 체력과 마력이 단번에 90%가 증발하는 감각은 꽤 고통스럽다.
스킬이 없었으면 바로 바닥에 쓰러졌을지도.
속이 울렁거리고,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힘이 빠진다. 마력 고갈 증상과 빈사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것 같다.
‘그래도 위력 하나만큼은 끝내주네.’
내가 노렸던 고블린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은 물론이고 주변부가 완전히 초토화 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각성 스킬은 일자베기의 레벨이 오를 때마다 같이 그 위력이 증가할 거다.
‘실전에선 필살기 개념으로 확실할 때만 사용하는 게 맞겠어. 빗나가기라도 한다면 아찔해진다.’
꿀꺽, 꿀꺽.
나는 내가 만들어뒀던 포션을 들이켰다. 스킬 ‘포션 체질’ 덕분에 포션의 효과가 빠르게 몸 전체로 퍼졌다.
한결 낫다.
『 타재간파 : 개화 시킨 재능 ‘최초 각성’은 이미 소유하신 재능입니다. 』
『 해당 재능을 대신하여 ‘미약한 재능의 파편’을 지급합니다. 』
‘오.’
이걸로 미약한 재능의 파편은 총 세 개다. 영구적으로 내 재능을 올려주는 아이템이기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 미약한 재능의 파편을 세 개 모았습니다. 』
『 파편을 조각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니다. 』
‘좋다.’
이건 앞으로 더 많은 스킬들을 익히기 위한 발판으로 작용할 거다. 여기에 더해 고블린을 잡고 떠오른 레벨업 알림까지.
“어때. 헌터가 된 기분은.”
나는 일단 시야 한켠으로 치워놓고서 천성호를 바라봤다.
“최고에요. 아직 얼떨떨하지만요.”
“헌터가 됐으면 사냥부터 해봐야겠지. 어디보자 무기는······.”
본래 천성호가 사용하던 무기는 츠바이헨더라는 양손검이다.
나는 이계 규율의 상점을 확인했다. 무기 카테고리가 추가 되어 있다. 소모품과 마찬가지로 여러 잡다한 무기들을 팔고 있었다.
‘가성비 미쳤네.’
일단은 이거다.
『 2500 point를 사용하여 츠바이헨더(유니크)를 구매하셨습니다. 』
『 아이템을 건네는 대상이 타재간파의 영향을 받은 인물입니다. 』
『 무기의 양도가 성립합니다. 』
하마터면 못 줄 뻔했네. 무기도 마찬가지로 가져다 파는 건 안되는 모양이다. 이번에 한해서는 문제 없다.
“너 가져라.”
검을 받아든 천성호가 멀뚱멀뚱 서 있었다.
“저 돈 없어요. 이거 엄청 비싼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저라도 그 정도는······.”
“그냥 써.”
자신에게 맞는 무기를 빨리 찾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돈은 앞으로 갈퀴로 쓸어담을텐데 뭔 걱정을 하는 건지.
나는 대검을 꺼내 앞을 가리켰다.
“자, 준비 됐으면 사냥 시작이다.”
* * *
천성호는 과연 천성호였다.
촤아악! 촤악!
평원의 고블린들이 우습게 잘려나갔다. 10마리의 고블린들이 떼로 덤벼들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천성호의 검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 있는 건 고블린 시체 뿐이었다.
D급 게이트니 튜토리얼만도 못한 장소긴 하다.
‘역시 첫 전투부터 말도 안되네.’
본인의 말에 의하면 검을 써 본적이 없다던데, 녀석은 검을 손에 쥔 순간부터 자유자재로 다뤘다.
‘천재······.’
신태양이 검의 경지를 개척해 나가는 구도자의 위치에 있다면, 천성호는 검을 이용하고 다루는데에 있어서 천부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촤악—! 서걱—!
별 생각 없이 휘두르는 천성호의 검은 마수들을 사냥하는데 최적화 되어 있었다. 한 점 군더더기 없고 효율적이다.
더욱 무서운 점은 따로 있었다.
콰아아앙!
천성호의 검 끝에서 방출되는 붉은 마력. 그것은 앞을 가로 막고 있던 고블린들을 일제히 집어 삼켰다.
각성하고부터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다. 비각성 상태에서부터 마력을 다루던 재능이니까 두말하면 입 아프지.
나는 천성호를 보조하면서 게이트를 돌았다.
콰아앙—!
게이트의 보스는 일반 몬스터나 다름 없는 허무한 최후를 맞이했다. 게이트를 전부 공략하는데까지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
게이트를 빠져나온 천성호는 말이 없었다. 도중부터 말수가 적어지더니, 이젠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밤 하늘 위로 떠오른 달.
그것을 조용히 바라보던 천성호가 입을 열었다.
“개쩌네요.”
분위기 확 깨네.
그런 생각을 하다 나는 피식 웃었다.
이곳의 천성호는 아직 중학생이다. 그것도 사고를 일으키고 다니는 문제아. 인류의 리더 천성호가 아니다.
멸망한 세계가 무엇이길래 사람들을 그렇게 바꿔 놓은 걸까.
“형이라고 불러도 돼요?”
나는 잠시 멈칫했다.
영훈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녀석. 근데 나이가 아무리 많이쳐줘도 초등학생일 거다.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이 있겠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가.”
“그······. 낮에는 미안했어요. 형. 깝쳐서 미안요. 진짜, 진짜 고마워요.”
그리 말하는 천성호의 눈가가 촉촉했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알면 앞으로 잘해. 내일은 은빛의 날개랑 계약하러 가야지.”
“네? 제가요?”
“그래, S급이잖아.”
“와우.”
각성의 대상은 어리다고 해서 예외가 없다. 실제로 나이가 어려도 활동하는 헌터도 많다.
그리고 천성호는 대한민국을 뒤흔들 신인이 될 거다.
‘타재간파의 버프까지 받았으니, 경험치도 오를테고······.’
성장이 기대 되는 부분이다.
이제 돌아가려고 하는데, 천성호가 날 붙잡았다.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형. 형은 등급이 뭐에요? 아, 너무 뻔한 질문을 했나······. 당연히 S겠죠?”
“······.”
이 눈빛은 맥이는 게 아니라 진심이다.
현재 내 등급은 B.
레벨은 방금 전 게이트 공략 덕분에 76이 되었다. A랭크의 시작 레벨이 80이니 사실상 A랭크나 마찬가지인 수준.
스킬 레벨까지 합치면······.
나도 S급의 발끝에는 닿을 수 있나?
워낙 괴물들이 많아야 말이지.
나는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
“뭐에요, 알려줘요. 형! 어디가요!”
* * *
다음날.
나는 천성호를 데리고 은빛의 날개 본사를 찾았다. 빌딩 내부로 들어서니 세련된 로비가 보인다.
“와아······.”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보는 천성호. 우리는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나는 문득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라 물었다.
“근데 그 고등학생들하고는 왜 싸웠던거냐.”
“아, 그거요. 그 새끼들 중 하나가 길가에서 돈을 뺏더라고요. 그래서 그 놈을 팼더니, 그 놈이 둘을 불러오고 두 명을 팼더니 네 명이 되고. 뭔지 아시죠?”
“······.”
나쁜 의도는 아니었다는 거다.
띵.
은날 길드의 부길드장 윤지은이 위치한 방.
“엥?”
그곳으로 들어가니 진세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은 윤지은의 자리에 앉아서 몸을 기댄 채 피자를 먹고 있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냐.”
“아빠랑 극적인 합의를 봤죠. 은날 들어가면 헌터 활동 인정해준다고 해서 고민 중이에요.”
진세아네 회사인 하이텍트는 은날의 후원 기업이다. 나와 천성호를 번갈아보던 진세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뭐야, 오빠는 그렇다고 쳐도 저 재수없는 상꼬맹이는 왜 왔어요?”
“천성호가 각성했거든.”
“네?”
못 믿겠는지 미간을 좁히는 진세아.
“풋, 말이 돼요?”
녀석은 자리에서 걸어나왔다. 천성호도 지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어제부터 계속 걸렸는데 단단히 열받은 모습이었다.
“예의를 밥 말아먹었냐? 상꼬맹이, 상꼬맹이······. 형 앞이어서 참는다. 꼬맹아.”
“허허, 이 놈봐라. 오빠 얘 패도 돼요?”
아니, 안돼. 아마 니가 맞을 거다. 어제 패놓지 그랬냐.
둘을 떼어놓으려는 찰나 윤지은이 들어왔다.
“어머, 다들 모여있었네요. 회의가 길어져서 조금 늦었어요. 그래서······.”
그녀의 시선이 천성호에게 향했다.
“정말로 각성을 했다고요?”
쉽게 못 믿는 것도 당연하다. 각성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여러 조건들이 있다지만, 가장 중시되는 건 운.
운이 좋아야 각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운은 인간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부분. 때문에 인위적인 각성은 불가능하다는 게 주류 의견이니까.
백문이 불여일견.
곧바로 천성호에 대한 각성 테스트가 들어갔다. 본래 각성 신고는 협회에서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길드에도 같은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유리창 너머 장비 위에 선 천성호.
모니터에 찍혀나오는 등급을 확인하는 윤지은의 입이 벌어졌다.
“에, 이게······. 이게 뭔······.”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채 나를 쳐다보는 그녀. 수많은 헌터들을 봐온 그녀가 놀랄 정도였다.
시작부터 S급으로 각성하는 헌터는 정말로 드물다.
진세아는 기겁을 했다.
“그러면 저 상꼬맹이가 나보다 세다고요······?”
“뭐, 그렇겠네.”
“세, 세상은 불공평해.”
그런 말을 네가 하면 안 되지. 너도 네 전문 분야에선 따라올 사람이 없잖냐.
“지한씨······. 아직 말씀 안하신게 있으면 지금 말해주세요. 저 너무 놀라서 힘들거든요.”
윤지은이 입가에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지금 하는 말은 검사실에 있는 천성호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압도적인 천재입니다. 대한민국을 뒤흔들 거에요.”
그거면 충분하다.
“다른 사람이 말했으면 무슨 소리인가 했겠지만······. 지한씨가 말했으니 틀림없겠네요.”
윤지은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전의 사고를 딛고 은빛의 날개는 다시금 도약할 것이다.
“만약 제 예상대로라면 신아람이랑 투톱 체제가 될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재능 있는 인재라면 빚을 내서라도 키울거에요.”
언젠가 윤지은 그녀는 은빛의 날개의 길드장이 된다. 이번 일로 그 시기가 더 앞당겨질지도 모르겠다.
“뭐 필요하신 거 없으세요? 뭐든 지원해드릴게요.”
“공략하고 싶은 던전이 하나 있는데······. 은빛의 날개 소유라. 그거 하나 가져가도 됩니까?”
“물론이죠.”
미래의 군단장.
전투의 마족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아이템.
그걸 찾으러 간다.
“오늘 하루만 천성호와 진세아를 데려가겠습니다.”
* * *
부우우웅······.
모터 보트를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나아간다. 그 위에 타고 있는 건 진세아와 천성호. 그리고 나다.
A급 특수 던전.
경기도의 호수 한가운데 위치한 장소다.
“둘이 싸우지마. 놀러가는 거 아니니까.”
“물론이죠. 제가 애도 아니고, S급 헌터님이랑 제가 어떻게 싸우겠어요. 저는 한낱 B급 헌터일 뿐인데요.”
“어이, 나보고 비꼬는 거 맞지.”
둘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나는 스마트폰으로 던전의 위치를 확인했다. 여기가 맞다. 다만 던전의 입구가 물 아래에 잠겨 있다.
“성호야, 부탁한다.”
천성호의 이름을 막부르는 날이 오다니. 나름 감회가 새롭다.
“네, 형. 맡겨만 주세요.”
팔을 걷어 붙힌 녀석은 보트에서 일어났다. 그대로 양손검을 들어 올리더니 기합과 함께 휘둘렀다.
콰아아아!
호수의 일부가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무수히 방사된 천성호의 마력이 던전 입구 근처로 물이 들어 오는 것을 막아내고 있었다.
저런 세세한 마력의 컨트롤은 나한텐 불가능한 일이다. 진세아가 입을 비죽였다.
“······. 조금 대단하네.”
“내려가자.”
호수 밑바닥에 열린 던전의 입구.
『 던전에 입장합니다. 』
『 마(魔)를 따르는 자의 권역에 진입하셨습니다. 』
『 마도 : 계약에 의거하여 제약이 발생합니다. 』
『 던전 내부의 생물은 움직임이 40% 느려집니다. 』
“으앗, 또야?”
“형, 이게 뭐에요?”
“제약. 설명은 나중에 할게.”
이 던전은 전투의 마족이 사용할 아이템을 숨겨놓은 장소.
저 앞에는 함정이 즐비하다. 움직임이 느려진 상태에서 돌파하긴 까다로운 함정들이겠지만.
“성호야, 한 번 보여줘.”
“네.”
지금 나와 함께 하는 건 천성호다.
녀석의 검 위로 붉은 마력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아무도 알려준 사람이 없는데도 스스로 체득하고 터득한 마력의 운용.
이내 공기가 가볍게 떨려 온다.
천성호가 마력을 실은 검을 내질렀다.
콰아아아——!
붉은 파도가 동굴 내부를 질주하며 끝없이 파고들었다. 홍수처럼 들이치는 마력의 물결. 거대한 진동이 동굴 전체로 퍼져나갔다.
마족들에게 있어 천성호의 등장은.
재해나 다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