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87
87화 재능 개화의 물약(3)
“마셔요, 마셔!”
내 환영파티 겸, 대낮부터 술판이 벌어졌다.
알고보니 세레네는 굉장한 주당이었다. 맥주잔을 연달아 벌컥벌컥 들이켰다. 취기로 살짝 달아오른 세레네가 미소를 지었다.
“내 은인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너무 기뻐요. 아, 참. 여기 계신 분들 소개를 해야겠네요.”
마을 주민 전부를 불러 모았다. 하나 같이 인간은 없고 유니콘, 곰, 늑대 같은 동물들 뿐이었다. 다 합쳐서 약 15명 정도.
“이쪽 곰은 멕베른, 늑대는 하셀, 고양이는 플포포, 여기 페어리는······.”
그들 마수나 야생동물이 아닌 지성을 가진 종족이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보던 광경이 펼쳐지니 색다른 기분이다.
나는 어설프게 그곳의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소개가 길었네요, 자자, 어서 드세요. 술은 싫어하시나요?”
“예, 술은 괜찮습니다.”
야외의 테이블에 늘어 놓은 음식들. 대개 만두나 찐빵 비스무레 한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고기가 든 찐빵을 한 입 베어물며 물었다. 육즙이 진하게 베어 있어 일품이다. 근데 음식 평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진짜로 여기가 200년 후인 겁니까?”
내 말에 세레네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한씨가 발전의 마족을 쓰러뜨리고 절 고향으로 보내주신지 약 200년. 그만큼의 시간이 지났어요.”
“굉장하구만. 시간을 뛰어 넘은 인연이 있다니.”
“그러면 저 남자는 우리 학자님을 찾으러 온 거야? 이렇게 감동적인 스토리라니······.”
옆에 있던 주민들이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타앙!
얼굴이 붉어진 세레네가 맥주잔을 강하게 테이블에 내리쳤다. 그것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휘어잡았다.
“저기요, 다들 조용히 해주세요. 지금 완전 중요한 이야기 중이라고요. 제 은인에게 실례인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하여튼.”
그녀는 안경을 올려쓰며 말했다.
“많은 일이 있었었는데, 저는 고향에서부터 연구를 시작해 타차원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었어요.”
세레네는 마족의 실험체로 오랜 시간을 잡혀 있었다. 고향에 돌아가서도 동족을 찾을 순 없었다고 한다.
마족에 의해 멸망해 텅 비어 버린 세계.
그곳에서 세레네는 한줄기의 희망을 찾았다. 그녀의 종족이 남긴 수많은 문헌들과 비전. 최후의 하이 엘프인 그녀만이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었다.
“그 원동력은 마족들에게 복수하고 싶단 마음. 적어도 한 방은 먹여주고 싶다는 거죠.”
주먹을 가볍게 붕붕 휘두르는 세레네. 말은 간단하게 하지만, 마족에 의해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멸망한 세계의 모두와 마찬가지로 그 슬픔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마족이 남긴 흔적을 쫓아 이곳저곳 다니다보니, 여기 환상계까지 오게 된 거에요. 여기 있는 주민분들 모두 사실상 최후의 생존자세요. 제 이야기는 이 정도면 됐고. 이제 지한씨 이야기를 할까요.”
세레네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제가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전지(全知)의 능력의 소유자라는 건 알고 계시죠?”
잊을 리가 없다. 내 입장에선 세레네를 만났던 게 얼마 안 된 일이니까.
“200년 동안 전지의 능력도 조금씩 강해졌어요. 예전에는 연구소에 한정된 지식만을 알 수 있었다면, 지금은 좀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죠.”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이 기적적인 만남은 축하할 일이지만, 이곳은 지한씨의 세계가 아니에요. 머물러가는 찰나의 시간에 불과하죠.”
나는 재능 개화의 물약을 사용해서 이곳에 왔다. 굳이 숨길 이유도 없으니 말해주기로 했다.
물약과 미래에 다녀왔던 것, 그리고 다시 한 번 물약을 사용에 이 세계에 온 것까지.
그 말을 전부 들은 세레네가 눈을 반짝였다.
“거, 거기까지는 몰랐는데. 들어 본 적도 없어요. 그건 완전히 인과를 초월하는 간섭······. 그렇구나, 흐음.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세레네가 미간을 좁혔다.
“지한씨가 경험한 미래와 지금 이 세계 전부 그저 만들어진 세계는 아닐 거에요. 가능성의 세계, 도달할 수 있는 미래라는 거죠.”
그렇다면 질문이 늘어난다.
본래대로라면 세레네는 연구소를 탈출하지 못하고 죽을 운명이었다. 그게 나로 인해 바뀌었다.
그러한 미래라면 하나 물어 볼 수 있는 게 있다.
“인류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타차원을 넘나들며, 전지의 능력을 가진 세레네라면 알고 있을 거다.
나는 세계를 구했는가.
세레네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 답을 얻고 싶다면······.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실래요?”
* * *
다음날, 나와 세레네는 숲 속으로 탐험을 나섰다. 유니콘 겔론드와 곰 멕베른도 함께다.
“이지한 같은 강자가 와주셔서 30년은 절약할 수 있겠네요.”
엘프다운 시간 감각이다.
인류가 살아 남았는지에 대한 답.
세레네는 부탁을 들어주면 알려준다고 했다.
그 부탁이란 유적의 복구.
“마을에 놓인 커다란 기둥을 보셨죠? 중간에 놓인 초월의 비석도요. 그것들을 합쳐서 초월의 유적이라고 부르는데, 많이 훼손된 상태에요.”
초월의 비석만으로는 차원 이동의 힘이 작동하지 않는단다. 세레네도 사실상 환상계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
“복구하기 위해선 초월의 종이란 게 필요해요. 그걸 얻는 걸 도와주세요.”
능숙하게 나무를 타고 오른 세레네가 손가락으로 저 너머를 가리켰다.
“저기 저 검은 세계수가 보이실 거에요. 저 꼭대기에 놓여 있어요. 지한씨 실력이면 어렵지 않게 가져오실 수 있겠죠.”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거대한 세계수. 쳐다보는 것 만으로 익숙한 불길함이 느껴진다. 나무에서 내려온 세레네가 손을 털었다.
“그 과정에서 지한씨가 원하시는 것들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에요.”
내 목적을 세레네에게는 공유해 놨다. 일자베기의 레벨업과 레어 기본 스킬들의 획득. 힘과 민첩을 얻었으니 이제 남은 건 체력과 지력이다.
“체력 스킬은 곰족 멕베른씨가 직접 알려주실거에요. 특별히 제가 부탁드렸어요.”
그녀의 말에 뒤에서 따라오던 유니콘과 곰이 멈춰섰다. 곰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알통을 만드는 자세를 취했다.
“다른 건 몰라도 체력이라면 자신있지. 학자님의 지인이니, 성심성의껏 가르쳐 드리지. 음, 그러면 날 업게나.”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내 두 배만한 크기의 곰이 양 팔을 벌리고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체력을 기르려면 고생을 해야 하는 법이지. 검은 세계수가 있는 장소까지 나를 업다보면 금방 스킬을 얻을 수 있을 걸세.”
그래도 나도 나름대로 B급 헌터다.
레벨은 80. A급이나 다름 없다.
그간 차근차근 클리어한 한계돌파 덕분에 능력치 배수가 적용되어 있다. 능력치만 두고 본다면 S급에 가깝다.
이런 곰쯤이야.
그리 생각하며 업힌 곰을 들어 올리는 순간.
“크헉.”
무게중심이 흐트러지며 몸이 기울어졌다. 온 몸이 짓눌리는 듯한 압박감이었다. 곰은 별거 아니라는 듯 내 어깨를 툭툭쳤다.
“나는 몸무게를 조정할 수 있거든. 강도는 적절히 조절할테니, 잘 부탁하네.”
“그러면 출발할까요?”
세레네가 나무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어쩐지 신나보인다.
“끄윽, 갑시다.”
더럽게 무겁네. 모든 스킬을 다 발휘하니 그럭저럭 걸음을 뗄 수 있었다. 근데 뒤쪽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저런저런, 거 다리에 힘을 주고, 자세를 낮춰야지. 팔은 털을 꽉 붙잡고. 해야지 힘이 들어가지. 그래가지고 되겠나?”
옆에 있던 유니콘이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허 참, 재능이 없구만.”
“······.”
이번에는 별로 도움이 되는 훈수가 아니다. 나는 유니콘을 지긋이 바라봤다.
“아까 식물 잡았으니까 갈기 뽑아도 된다고 하셨죠. 지금 뽑겠습니다.”
“으응? 아니아니, 지금 힘들텐데. 빨리 가야지. 허험.”
헛기침을 하고서 서둘러 세레네의 곁으로 달려나가는 유니콘.
결심했다.
돌아가기 전에 저 유니콘 갈기는 다 뽑아서 가져가자.
* * *
검은 세계수와의 거리는 걸어서 약 하루.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밤하늘 위로 쏟아질 것 같은 별빛이 가득하다.
“무게를 더 올리겠네.”
“크윽.”
나는 하루 종일 이 곰을 업고 다녔다. 마수가 튀어 나와 전투를 할 때도, 잠시 쉴 때도 조금도 빠짐 없이.
그런데 스킬이 생길 기미가 안 보인다.
“이거 방법이 맞는 겁니까?”
경험치가 20만배인데 스킬이 안 생긴다는 게 너무 이상하다. 뭔가 수련 방법이 잘못 된 게 아닐까.
“헉.”
곰이 아차 싶다는 듯 헉소리를 냈다.
“아닐세, 아니야. 아무 문제 없어. 음. 지금부터는.”
“······문제 있는 거 아닙니까?”
“멕베른씨, 혹시 마력을 주입하지 않은 거 아니에요?”
“사소한 실수지, 사소한 실수.”
멕베른의 마력이 내 등줄기를 타고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마력 동화였다. 어떤 스킬들은 고유한 마력을 나눠주는 것으로 그 성질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지금처럼 야수의 마력을 나눠받는 것으로.
내가 얻을 스킬의 감각을 미리 느낄 수 있다.
멕베른이 마력을 흘려 보내기 시작한지 약 30분.
촤르르륵!
기다리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 스킬 ‘야수의 체력 Lv.1’을 전수받습니다. 』
『 스킬 ‘야수의 체력 Lv.2’를 획득합니다. 』
『 스킬 ‘야수의 체력 Lv.3’을 획득합니다. 』
···
..
.
『 스킬 ‘야수의 체력 Lv.10’을 획득합니다. 』
『 체력 40% 증가, 지구력 20% 증가 』
단순하지만 효과가 확실한 스킬이었다.
“후우······.”
곰을 내려주자 몸이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워졌다. 마냥 생고생은 아니었다. 도중에 다른 스킬도 획득했기에.
『 스킬 ‘인내 Lv.10’을 획득합니다. 』
정신계 스킬로 인내력을 길러준다. 이런 스킬들은 대부분 좋은 취급을 못 받지만, 나에겐 의미가 다르다.
뭐든지 10레벨을 찍으면 그 효과는 무시할 수 없게 되니까.
“그러면 오늘 밤은 여기서 보내죠.”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세레네가 지팡이를 땅 위에 꽂았다. 그녀가 그 위에 손을 가져다대자 불길이 일며 모닥불이 만들어졌다.
“식사는 제가 대접하죠.”
나는 배낭에서 라면을 꺼내 끓였다.
『 스킬 ‘요리 Lv.11’을 발휘합니다. 』
“뭐, 뭐에요? 엄청 맛있어요?”
“청년, 굉장하군. 더 없나?”
“이런 음식이 있었다니, 다시 태어난다면 곰이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군.”
유니콘과 곰도 환장하는 맛.
음식을 나눠먹으니 분위기가 한결 화기애애해졌다.
그때 세레네가 말을 꺼냈다.
“아참, 그러고보니 주의 사항이 하나가 있는데요.”
그때였다.
쿠구구구······.
지축이 울리기 시작했다.
까악, 까악.
숲에 잠들어 있던 까마귀들이 일제히 하늘 위로 날아 올랐다. 숲 속의 동물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풀숲을 헤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쿠우우우!
달빛 아래 밤하늘을 유유자적하게 날아오르는 용 한 마리. 놈은 검은 구름을 흩뿌리며 다시금 숲 속으로 파고들었다.
쿠구구구!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확실히 위험해 보인다. 크기 뿐만 아니라 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일대를 장악하고 있었다.
피부가 아려올 정도로 지독한 마기였다.
나는 물었다.
“저걸 조심하라는 겁니까?”
내 말에 세레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당황한 듯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 아니······. 저걸 깨우면 안 된다고 말하려던 건데······.”
쿠우우——!
울음소리와 함께 다시금 별빛 아래로 솟구쳐 오르는 용.
“검은 세계수를 지키는 봉인된 마수. 몰테인. 왜 몰랐던 거지······.”
잠시 중얼거리던 세레네는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설마······.”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전지의 능력.
그 힘으로 인해 그녀가 알지 못하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간혹 그 능력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내가 관여했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