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91
91화 귀환(1)
나는 조용히 일자베기를 시전했다.
13레벨에 오른 새로운 경지를 확인하기 위해.
스으으······.
대검 위로 푸른 기운이 모여든다. 오러블레이드와는 다른 낮고 음산한 기운이었다.
『 스킬 ‘일자베기 Lv.13’을 발휘합니다. 』
『 세계의 본질에 한 발자국 다가섭니다. 』
좌에서 우로 베어낸 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강하게 그어진 푸른 선이 눈 앞의 나무들을 모조리 파괴했다.
콰아아아—!
푸른 마력의 물줄기가 세차게 흐르며 선에 닿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집어 삼킨다. 그 아름다운 선에 뒤에 있던 주민들이 탄성을 흘렸다.
그러나 겉모습은 이전의 일자베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건······.”
세레네만큼은 그 점을 눈치 챈 것 같았다.
푸욱.
나는 대검을 바닥에 꽂았다.
눈 앞의 광경을 바라보는 내 눈이 조금 커졌다.
『 베어낸 대상에게 씻어낼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
『 대상의 본질에 상처를 남깁니다. 』
일자베기에 의해 삼켜진 모든 나무의 밑동이 썩어가고 있었다. 씻어낼 수 없는 상처란 이런 것이었다.
콰드득, 콰득!
순식간에 검게 변한 나무들은 저절로 무너져 내렸다. 생명력을 잃고, 무참하게 부숴져내렸다.
검이 만들어낸 선이 닿은 모든 장소가 죽음의 장소로 변하고 있었다.
‘이게 일자베기 Lv.13······.’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엄청난 탈력감과 피로 때문이었다. 대검에 몸을 기대지 않으면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마력이나 체력 같은 게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크게 소모 되었다.
“괜찮아요?!”
내가 휘청 거리자 세레네가 뛰어서 다가왔다. 걱정스런 얼굴이었다. 좋은 사람이다.
“네, 괜찮습니다.”
나는 손을 들어 괜찮은 척했다. 마지막인데 좋게 끝내야지.
내 몸의 근처에서 새하얀 빛무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반딧불이처럼 주변으로 날아오르는 순수한 마력의 덩어리들.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 퀘스트의 목표를 달성 하셨습니다. 』
『 본래의 세상으로 귀환 및 추가 보상을 지급합니다. 』
세상이 하얗게 물들며 시야가 점점 좁아진다. 주민들의 나를 부르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잘가요! 영웅!”
“청년, 잘 가게나!”
“덕분에 재밌었네!”
마지막으로 세레네의 목소리까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재능 개화 물약의 효과로 올 수 있던 환상계.
언젠가 다시 올 일이 있을까? 당연하게도 알 수 없다.
여기는 가능성의 세계.
내가 본래 있을 곳이 아니다.
또한 이번 일을 겪었기에 미래는 다시 바뀔 것이다.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내가 직접 마족을 몰아내고 미래를 바꿀 것이다.
“크윽.”
중력이 아래에서 위로 뒤바뀌며, 상하좌우를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한 없이 추락해 떨어져 내려갔다.
귀환할 때는 늘 있던 현상이다. 놀랄 것도 없다.
띠링!
『 이계 규율의 업적 정산이 끝났습니다. 』
– 달성 업적 : 목룡(木龍) 몰테인 처치, 초월의 유적 재가동, 환상계 안정화, 세계의 본질
– 기록 : 성장력 SSS, 파괴력 SS, 데미지 SS, 전투 S+, 인과 변동 SSS
– 종합 평가 : SS+
나는 목록을 살폈다.
‘이렇게 나열하니 꽤 그럴싸한 일을 하기는 했네.’
『 전무후무한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
『 이계 규율의 상점 : 37000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오오······.’
이만큼의 양이면 타재간파의 서에 소모한 포인트를 복구하고도 이득이다. 역시 강한 적 앞에선 포인트를 아낄 필요가 없다.
『 해당 업적이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됩니다. 』
『 소수의 초월자들이 당신의 존재를 인지합니다. 』
나는 메시지를 주의 깊게 살폈다.
아카식 레코드.
이것은 지구에 있는 개념이다. 세계의 모든 정보가 기록된 초월적인 저장소. 그러니 내 업적이 기록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예전에도 계속 뜨던 메시지고.
내가 주목한 건 그 아래였다.
‘소수의 초월자가 내 존재를 인지한다고······?’
초월자라는 그 단어조차 생소했다. 아니, 잘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세레네가 이계 규율에 대해 설명해 줄 때 했던 말이 있다.
– 그 힘은 결코 부정되지 않는 모든 것의 규칙이자 초월자의 자격이다.
뭔가 이어지는 듯 하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당장은 답을 얻을 수 없는 문제였다.
『 업적에 대한 보상을 지급합니다. 』
『 칭호 : 환상계의 영웅 』
– 환상계에서 모든 능력치 250% 상승
늘 그렇듯 칭호로 끝날 줄 알았는데.
띠링.
메시지가 하나 더 떠올랐다.
『 무성(無星)등급 아이템 ‘봉인된 역전의 검’을 지급합니다. 』
‘?!’
기뻐하거나, 아이템을 살펴볼 틈도 없었다.
중력이 거세게 뒤바뀌며 나는 정신을 잃었다.
* * *
인류의 배신자 김상욱.
‘대체 어디로 가신거야. 빌어먹을. 이제 시간을 끄는 것도 한계인데.’
그는 하위 마족들의 명을 받아, 대한민국에 있을 마족의 방해자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열심히 이곳저곳을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수상해보이는 놈들을 확인하며 다녔지만 범인이 나올 리가 없었다.
프로젝트 마기와 메이저 게이트를 방해하는 인간.
그건 바로 이지한이었으니까.
김상욱의 주인이기도 했다. 김상욱은 미리 이지한이 지시했던대로 그럴싸한 빌런 놈들을 찾아다니며 정리하는 중이었다.
뻐억!
“저, 정말로 모르는 일입니다. 저희 애들은 진짜 사람 패고, 죽이는 것밖에는 모르는 놈들입니다! 마족? 그런 거랑은 조금도 관련이······.”
“야, 그럼 맞아도 싸겠네.”
퍼버벅!
김상욱의 무자비한 발길질이 이어졌다. 불쌍한 척하지만 이 놈은 일대에서 악명이 자자한 빌런이었다.
놈은 먼지 날 때까지 후드려 맞았다.
김상욱은 비릿한 미소와 함께 손을 털었다.
‘속이 다 후련하네.’
지난번 게이트 때 아무것도 못하고 뒤쪽에만 서 있었던 게 생각난다. 자신도 나름 A급 헌터인데 이지한 앞에선 뭔가 약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빌런 놈들을 잡아 패고 다니다 보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이러다가 영웅 협회에서 표창장이라도 주는 거 아닌가 몰라.’
부하들을 시켜 빌런 놈들을 제압해 놓고선 김상욱은 건물의 바깥을 내다봤다. 도로를 오가는 차들과 보도 위의 사람들.
‘더럽게 평화롭네.’
그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마족들이 세계를 야금야금 집어 삼키는 도중에도 참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평화롭다.
그런 생각을 하던 김상욱이 머리를 긁적였다.
‘······나도 완전히 세뇌 당한건가. 에이씨, 아무려면 어때. 그 빌어먹을 마족 놈들 전부 안 족치면 죽는 건 난데.’
이지한.
그 남자의 말대로 마족이 세운 계획에 인류는 없었다. 인류를 배신해서 얻을 이익보다 잃을 게 더 많았다.
차라리 일찍 알게 된 게 더 나은 일일지도 모른다.
‘대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이걸 다 알고 있는거야?’
각성자 중에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뭐, 그런 종류의 예언자라도 되는건가.
그런 것치고는 너무 쎈데 말이야.
그때였다.
스마트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슥 꺼내 확인하니 이지한이었다. 김상욱은 재빨리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일주일 동안 어디계셨던겁니까?”
– 뭐, 그럴만한 일이 있었지. 그보다 잘 되가고 있나?
“제가 하는 일인데 잘 안 될 리가 없죠. 이제 놈들도 인내심이 다 할 때가 됐다는 거 빼면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간략하게 보고했다.
– 하위 마족의 은신처 중 하나를 불러.
김상욱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서, 설마. 쳐들어가려고······?’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과는 반대로, 김상욱은 저도 모르게 주소를 말하고 있었다. 그게 종속이 계약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잠깐 아무리 그래도······.”
툭, 전화가 끊어졌다.
* * *
일주일이나 시간이 지나있었다.
환상계에서 보낸 시간은 일주일보다 적었다. 시간의 흐름이 달랐다. 오래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나는 김상욱과의 통화를 끝내고, 벽에 등을 기댔다.
‘지금이라면 하위 마족 정도는 처리할 수 있을 거다.’
일자베기 13레벨은 각성 기술과는 별개로 탈력감이 심했다. 연달아 쓰는 건 불가능하다.
‘스킬의 성장만 너무 빨랐던거야.’
예를 들자면, F급 헌터에게 적절한 마법은 매직 미사일이다. 보유한 마력과 능력치의 수준이 딱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차근차근 성장하며 상위의 마법을 익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배운 스킬의 수준이 너무 높다면 문제가 생긴다. 설령 F급 헌터가 메테오를 배웠다고 해도 사용하려면 막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결론은 내가 더욱 강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본질을 훼손시키는 궁극의 일자베기. 각성과 합쳐진다면 어떤 위력이 나올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만.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래도 당장은 괜찮다.’
일자베기의 레벨은 13이지만, 12레벨 수준의 일자베기를 발휘하는 건 가능하다.
비장의 무기로 남겨 놓는다면 충분하다.
‘바쁘게 움직여야겠어.’
나는 바닥에 떨어진 녹슨 검을 주워들었다. 검집이 심하게 녹슬어 검을 꺼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 아이템 설명 』
– 이름 : 봉인된 역전의 검
– 등급 : 무성(無星)
– 효과 : 없음
이번 이계 규율의 보상으로 받은 건데 능력치가 완전히 봉인 되어 있어 그 효과를 알 수가 없다.
‘유니콘의 피도 안 통하는 것 같고.’
혹시나 싶어 오르티마에게 가져다댔지만 녀석은 격렬하게 거부했다. 이것만봐도 뭐가 있기는 하다는 건데.
‘무기는 역시 전문가한테 맡겨 봐야 알 수 있으려나.’
김건에게 맡겨 두었던 아이템 제작이 끝났을 거다. 일주일이나 지났으니까.
‘나가기 전에.’
나는 바닥에 떨어진 파편을 주워들었다. 환상계에서 귀환한 대가로 받은 보상이었다.
『 특이한 재능의 파편 』
‘어?’
별 생각 없이 확인 한 거였는데. 이름이 뭔가 다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미약한 재능의 파편을 세 개 합쳐 만든 미약한 재능의 조각.
이건 특이한 재능의 파편이란다.
‘이것도 전부 모으면 재능의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겠지.’
기쁜 마음으로 인벤토리에 넣고선 집을 빠져나왔다. 주문 제작했던 아이템을 찾으러 갈 시간이다.
택시를 타고 장인거리에 도착하자, 굉장한 활기가 느껴졌다.
“어서 오세요! 좋은 장비 많이 있습니다! 보고 가세요!”
“장신구 필요하신 헌터분들, 이리로 오세요!”
“와아, 예쁘다.”
이전에 왔을 때는 한산한 느낌이었는데, 그 사이에 헌터들이 엄청나게 늘었다. 오늘이 특별한 날도 아닌데.
나는 사람들을 비집고 김건이 있는 가게로 향했다. 거기에도 손님들이 바글바글했다.
“이건 얼마에요?”
“품질 되게 좋다. 보통 솜씨가 아닌데.”
“이게 이 가격이 말이 돼······? 당장 길드에 전화해. 발주 넣으라고.”
카운터에 있던 김건이 한 손을 들며 소리쳤다.
“아, 지한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리로, 이리로 오세요!”
쪽문으로 빠져나가니 한산한 사무실이 나왔다. 이전과 다르게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었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커피를 가져왔다.
김건은 미소와 함께 커피를 홀짝였다. 인스턴트 커피 맛은 언제나 달콤하지만 이전에 김건이 끓여줬던 것만큼은 못하다.
김건은 창 밖을 살짝 보더니 입을 열었다.
“뭐가 많이 바뀌었죠? 최근에 박종필 패거리가 뭔가 되게 열심히 하더라구요. 마케팅이나 홍보 같은 걸 해주니까 이렇게 됐어요. 무리한 갑질도 사라졌구요.”
박종필은 장인 거리를 관리하던 길드다. 백묵의 산하 길드인데, 관리를 핑계로 갑질을 일삼던 녀석들이었다.
아마 크게 바뀌었나보다.
‘백묵이 손을 써놨나본데.’
사람이 그렇게 갑자기 바뀔 리는 없으니까.
“여기까지가 근황이구요. 아이템은 완성 되었습니다. 그걸 가져와줘요.”
그의 말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창고에서 갑옷을 가져왔다. 김건은 갑옷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좋은 재료 덕분에 최고의 장비가 탄생했어요. 지한님은 레어 아이템이면 충분하다고 하셨지만······.”
김건이 갑옷에 마력을 불어넣자, 갑옷에 수많은 선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바실리스크 아종의 비늘을 한땀한땀 새겨 넣은 모양이었다.
‘내가 준 재료가 마족의 마정석이랑, 바실리스크 아종의 각종 부산물이었지.’
김건은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유니크 장비가 탄생했습니다. 제 역작이에요.”
그 이야기를 듣는 내 두 눈이 커졌다.
김건이 만드는 아이템은 성장형 아이템이다.
잠깐만, 시작부터 유니크라면······.
성장만 시킨다면 레전더리급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