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94
94화 봉인된 역전의 검(2)
성녀 채아연.
최후의 5인 중 하나인 그녀는 힐러이자 버퍼로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목숨만 붙어 있다면 전부 살릴 수 있는 기적의 소유자.’
우리는 경외심을 담아 그녀를 성녀라고 불렀다. 일대 전체를 치유 시키는 광역 힐링은 그야말로 기적의 발현 그 자체였으니까.
그뿐이 아니었다. 그녀가 걸어주는 버프 마법은 일반인의 신체조차 헌터급으로 만들어줬다.
뭐, 그렇다곤 해도 워낙 멸망한 세계의 마수들이 강력해서 큰 의미는 없었지만.
‘그녀를 빨리 발견한다면 큰 전력이 될 수 있을 거다.’
다만 그녀가 배신자인가? 라는 것에 대한 답이 확실치 않다.
당장 유력한 배신자는 대마법사 김민수지만, 다른 이도 가담 되어 있지 않다고 확신할 수는 없는 법.
‘그래도 미리 접근해 두는 게 좋다.’
아직 마족이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기 이전.
어쩌면 배신 자체를 막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
근데,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볼을 긁적인 채하루가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제 동생은 아직 고등학생인데요······.”
“······.”
졸지에 고등학생을 소개해달라는 사람이 되버렸다. 윤서현의 시선이 따갑다.
나는 오해를 정정했다.
“동생 분이 헌터가 아닌가요?”
“네, 그건 맞아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길드에서 활동 중이기는 한데.”
“재능이 있는 것 같아서요. 동생 분만 좋다면 더 좋은 길드를 추천해주려고 하는데요.”
“더 좋은 길드라면······?”
“은빛의 날개요.”
“으, 은빛의 날개요? 거기하고 커넥션이 있으신 건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다 은날로 보내는 게 좋다. 전력이 분산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윤지은이 상당히 바빠지겠지만 어쩔 수 없다.
“으음, 근데 제 동생이 그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랬다면 저희 길드에서 활동하고 있었겠죠.”
채하루는 미묘한 표정이었다.
“그래도 동생에게 의견은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윤서현이 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설마 그 사람도 천성호나 신아람 같은 천재는 아니죠?”
“맞을 겁니다.”
“······대체 어디서 알아보고 사람을 구해 오는 거에요? 언니가 좋아서 죽겠네요.”
그래도 성녀 채아연과는 이야기를 직접 나눠봐야겠지. 내 기억 속의 그녀는 단호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성격이었다.
천성호가 없었다면 그녀가 리더였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어떨지······.’
최소한 천성호보다 괴리감이 심하지는 않겠지.
“그러면 이제 다시 공략을 재개 할까요.”
나는 저 멀리 보이는 다크 오크들의 거주지를 바라봤다. 조악하게 만들어진 마을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다.
내 말에 지친 기색의 채하루가 대답했다.
“저희 길드는 여기서 철수하려고요. 게이트는 아깝지만 일단은 살고 봐야죠. 상위 길드에게 게이트를 넘기고 전력을 보강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길드를 오랜 시간 이끌어 온 길드장인만큼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아쉽다.
“절 용병으로 고용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요, 용병이요? 협회 소속 아니셨나요?”
“여기 윤서현 헌터는 협회 소속이 맞지만, 저는 아닙니다. 이지한이라고 합니다.”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 나와 저 멀리 오크들을 번갈아 봤다. 게이트를 공략하는데 투자한 비용과 앞으로 회수해야 할 비용까지 생각하는 모양.
‘실력은 충분히 보여줬다.’
이내 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고용하겠습니다. 다만 저희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을 건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오히려 바라던 바다.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서 길드 전용 통신석을 건네 받았다.
“문제가 생기면 연락 주시면 바로 지원 나오겠습니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렇게 채하루와 길드원들이 물러갔다. 나는 뚜둑하는 소리와 함께 목을 풀었다.
“정말 우리 둘이서 공략하는 거에요?”
“아직도 절 못 믿으시는 겁니까?”
“그런 건 아니지만······.”
그녀의 시선이 다크 오크들의 거주지로 향했다.
“저건 너무 많아요.”
마치 그 안에 있는 오크들이 보이는 것 같은 말. 실제로 윤서현은 보고 있었다.
『 특수 스킬 ‘초공간인지 Lv.10’을 발휘합니다. 』
타재간파를 통해 개화 시킨 윤서현의 재능. 그건 일시적이지만 나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지도를 보는 것처럼 게이트 내부가 한 눈에 파악 된다. 위기에 빠진 하루 길드를 도와줄 수 있었던 것도 이 능력 덕이었다.
‘원한다면 오크 하나 하나를 살필 수 있을 정도로 사기적인 능력.’
그걸로 파악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오크들이 모여 있는 장소는 크게 세 군데다.
독 늪지대, 거주지, 호수.
오르티마가 목룡으로 변할 수 있는 시간은 끝났다. 그래도 윤서현과 힘을 합치면 괜찮다.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무조건 가능합니다.”
* * *
나는 윤서현의 순간이동을 통해 단숨에 오크 거주지 앞에 도달했다.
취익? 취이익!
갑작스레 나타난 내 모습에 다크 오크들이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그들도 한때나마 용맹한 전사였다. 금세 무기를 쥐고서 나를 향해 달려 들었다.
나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촤아악!
마력을 두른 내 검이 다크 오크의 가죽을 갈랐다. 옆쪽에서 치고 들어 오는 도끼 하나.
나는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
까앙!
거구의 다크 오크가 휘두른 도끼가 힘없이 튕겨져 나왔다. 놈의 눈이 휘둥그레해지는 순간.
촤악!
나는 놓치지 않고 녀석의 목을 베어냈다.
연이어 다른 오크들이 달려들었지만 그들의 공격도 전혀 먹히지 않았다.
윤서현의 보호막도 있었거니와.
오크들을 잡으며 만렙이 된 갑옷도 있거든.
『 아룡종의 은빛 비늘 갑옷 Lv.100 』
효과 : 방어력 110 ( 50 + 60.0 )
특수 효과 : 독 저항력 10% ( 5% + 5.0% )
만렙이 된 갑옷에는 ‘은빛’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레전더리급의 압도적인 스펙.
거기에 무패의 반지 25의 방어력까지 합쳐졌다.
까앙! 까앙!
다크 오크들의 공격은 일절 통하지 않는다. 나는 놈들의 공격을 죄다 무시한 채 대검을 휘둘렀다.
촤악! 촤아악!
일방적인 학살이 이어졌다. 공격이 통하지 않음에도 다크 오크들을 계속해서 달려 들었다.
마치 자신은 다를 거라는 듯. 불나방처럼 나를 향해 뛰어든다. 그러나 그 결과는 당연스럽게도 동일하다.
놈들의 목이 연달아 허공으로 솟구쳤다.
허탈한 표정의 윤서현이 중얼거렸다.
“진짜 어마무시하게 더 강해졌네요. S급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S급이라. 진짜 S급은 이 정도가 아니다.
아직 내 랭크는 B다. 스킬과 능력치 보너스를 받아 체감 될 정도로 강해지긴 했지만.
내가 전방에서 훌륭하게 어그로를 끌었기에 윤서현은 뒤쪽에서 안정적으로 방어막과 견제를 넣을 수 있었다.
취이이익!
뒤쪽에 있던 다크 오크 족장이 크게 함성을 질렀다. 놈의 함성에 흥분해 있던 오크들 또한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루 길드를 상대할 때처럼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마음대로 하게 놔두겠냐.’
콰앙!
나는 과감하게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압도적인 방어력 덕분에 오크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이곳저곳에서 다크 오크 주술사들의 마법이 날아왔지만, 그 방향과 행동이 전부 파악된다.
『 스킬 ‘초공간인지 Lv.10’을 발휘합니다. 』
마치 뒤에 눈이라도 달린 기분이다.
슈우—!
맹렬하게 날아오는 불덩이. 나는 땅을 박차며 불꽃 마법을 피했다.
콰아앙—!
마법에 휘말린 오크들이 까만 숯덩이가 되었다.
정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한 마법은 오히려 팀을 휘말리게 할 뿐이었다.
나는 과감하게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취익, 취익!
분노한 오크 족장이 뒤늦게 도끼를 들어 올리지만 한참 늦었다.
서걱—!
푸른 빛의 일자베기가 놈의 목을 잘라냈다.
* * *
사냥은 끝나지 않았다.
다크 오크 거주지, 호수를 정리한 뒤 나와 윤서현은 독 늪지대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
『 게이트 클리어 조건 』
– 목표 : 마수 처치 ( 743 / 1000 )
– 분류 : 몰살
이제 남은 오크의 마리수는 총 257마리.
열심히 나를 따라오던 윤서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 지치지도 않아요?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거에요?”
“수련을 좀 하다 왔습니다.”
야수의 체력과 자연 회복이 합쳐지니 지칠 줄을 모르겠다. 윤서현은 질린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무슨 수련을 하면 이렇게 되는 거에요······.”
환상계에서 훈련하고 돌아 온 나를 완벽하게 따라다니며 보조하는 윤서현도 절대 보통 사람은 아니다.
여기는 A급 특수 게이트. 윤서현의 등급이 B라는 걸 감안하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진짜 천재는 윤서현이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독 늪지대 앞으로 다가 갔다. 근처에 가자마자 독한 냄새가 느껴진다.
‘그래, 이거지.’
나는 포션 병을 사용해 독을 퍼올렸다. 넉넉하게 세 병 정도 담았다.
“그건 왜 담으시는거에요?”
“쓸 때가 있을 것 같아서요.”
“독을 쓸 때라······. 암살?”
“수련을 하는 거죠.”
“그 수련 진짜 궁금하네요.”
내가 입은 갑옷에는 독 내성이 붙어 있다. 이걸 잘 활용하면 독 내성 스킬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상위 게이트부터는 부조리한 환경이 많다. 아예 독 안개로 가득 들어찬 대지라던가, 끊임없이 불타오르는 땅이라던가.
미리미리 준비를 해놔야한다.
그때였다.
피슝—! 파악!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내 가슴팍에 명중했다.
“지한씨!”
윤서현 헌터가 놀란 눈으로 소리쳤다. 물론 화살은 내 가슴팍을 꿰뚫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방어구 효과가 확실히 사기기는 하다.
‘화살이 내가 반응 못할 정도다.’
다크 오크들 중에서도 특히 강한 존재가 있다. 엘리트 오크라고 불리는 존재. 그러나 이건 그 수준이 아니다.
마력이 담긴 화살의 속도가 내 반응 속도를 뛰어 넘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권속이다.’
마족의 부하 권속.
여기에 온 목적은 하위 마족의 처치였다. 놈을 잡고 중위 마족의 세력을 약화 시켜야 했다.
게이트 전체를 휩쓸기 시작한 나를 견제할 목적으로 권속을 보낸 건가?
‘어디에 있는거지?.’
나에게 화살을 쏜 권속은 숲의 어둠 속 어딘가에 숨어 있었다.
화살이 쏘아졌던 장소로 달려갔지만, 놈의 기척은 어디에도 없다.
피슝—!
반대쪽에서 화살이 날아온다. 여러군데에서 번갈아 화살이 쏘아져 놈의 위치를 짐작하기 어렵다.
‘잘도 숨어 다니는군.’
초공간 인지 스킬의 지속시간이 끝나서 놈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저기 나무 왼편에 숨어 있어요!”
윤서현은 초공간인지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게 그녀의 재능이니까.
나무 왼편 미묘하게 일렁이는 어둠이 보였다.
파악!
나는 망설이지 않고 땅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어떻게······?!”
피잉! 피잉!
어둠 속에서 마력이 둘러진 화살이 두 발 쏘아졌다. 위협 사격에 불과하다. 윤서현의 방어막을 믿고 돌진했다.
화살은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 채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놈의 정체가 드러났다.
후드를 뒤집어 쓴 다크 오크.
“쳇.”
놈은 곧바로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휘둘렀다. 근접전까지 염두에 둔 아주 좋은 자세지만.
『 스킬 ‘거인의 힘 Lv.11’을 발휘합니다. 』
촤아악!
대검 마족학살자를 막기엔 너무 작았다. 놈은 별다른 저항 없이 쓰러졌다.
『 1310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하위 마족의 권속치고는 너무 허무한 죽음이었다. 아니, 이건 내가 강해진 거라고 보는 게 맞겠지.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제 윤서현 헌터만이 해줄 수 있는 일을 할 차례였다.
“이 부근에 독특한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가 있을 겁니다. 지하에 있는 것 같은데. 거기로 순간이동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감으로요.”
나와 윤서현은 순식간에 지하에 위치한 붉은 비석 앞으로 이동했다. 이전에 보았던 초월의 비석과 비슷한 생김새다.
여기가 하위 마족의 은신처로 이어진 곳이었다.
“여기 맞나요? 잠깐만요 어둠 속에 뭔가가 숨어 있어요.”
적의 위치를 파악한 윤서현이 조용한 목소리로 내게 이야기했다.
나는 모르는 척 다가가 어둠 속에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 1440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입구에도 권속을 배치해 놓다니. 치밀한 녀석이었다. 그러면 여기서부터는······.
비석 위에 손을 가져다 대려는 순간이었다. 윤서현이 목소리가 들렸다.
“어, 지한씨? 그거 빛이 나는데요?”
샤아아—!
등에 매고 있던 봉인된 역전의 검. 녹으로 뒤덮인 검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 무성(無星)등급 아이템 ‘봉인된 역전의 검’의 잠재 능력이 해방됩니다. 』
그 놈을 마지막으로 필요한 경험치가 전부 모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