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95
95화 봉인된 역전의 검(3)
투둑, 투두둑.
봉인된 역전의 검에 붙어 있던 녹이 떨어졌다. 빛과 함께 새하얀 검의 모습이 드러났다.
검의 종류는 투핸드소드.
내가 쓰던 대검 마족학살자보다는 가볍지만, 중요한 건 무기의 외형이 아닌 성능이다.
“아이템인가요······? 정보 확인이 안되는데요.”
윤서현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렇습니까? 특수한 무기라 그런 것 같습니다.”
해당 무기의 등급은 무성(無星).
우리 세계에 존재하는 아이템의 등급 체계가 아니다. 본래 아이템들은 일반, 레어, 유니크, 레전더리와 같은 등급을 가지게 되지만.
‘이건 이계 규율의 보상.’
이계 규율에 따라 내게 주어진 무기다.
따라서 윤서현에게는 정보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한테는 보인다.’
나는 검의 정보를 확인했다.
『 아이템 정보 』
– 이름 : 역전의 검 오르티시아
– 등급 : 무성(無星)
– 능력치 : 공격력 200
– 특수 효과 : 역전의 기회 ( 불리한 상황에서 1회 선공권을 가져옵니다. ) [ 활성화 ]
『 해당 아이템은 잠재 개방의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
아이템을 살피는 내 눈이 커졌다.
‘이, 이 수치가 맞나?’
내가 가지고 있던 대검 마족 학살자의 공격력이 60이다. 여기에 마(魔)속성을 상대할 때 한정으로 공격력이 +40이 되어 100의 공격력인데.
이건 200이란다.
단순 계산으로 따져도 2배.
멸망한 세계 이후에나 나올 법한 공격력의 수치였다. 레전더리 이후의 등급인 ‘에픽’을 떠올리게 한다.
‘아니, 에픽과 비교할 정도는 아닌가.’
그래도 레전더리를 상회하는 능력치인 것만큼은 확실했다.
‘근데 이건 무슨 효과인거지?’
특수 효과에 적힌 ‘역전의 기회’.
1회 선공권을 가져 온다고 적혀 있는데, 이런 아이템 설명은 처음 듣는다.
헌터 아이템에 대해서라면 줄줄 꿰고 있다. F급일 때부터 헌터 관련 정보만큼은 열심히 모았었으니까.
일단 내가 모른다는 건 이 세계에는 없는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대강 먼저 공격할 수 있게 해준다는 걸텐데, 어떤 식으로 발휘되는 건지는 직접 사용해 봐야 알겠구만.’
윤서현이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지한씨가 그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봤어요. 되게 좋은 건가 보네요.”
검에 대한 게 아니라, 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너무 무기를 넋놓고 보고 있었나.
“네, 생각보다 꽤 좋네요. 이번 공략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대검 마족 학살자를 집어 넣고, 오르티시아를 들어 올렸다. 무기에 적응할 시간은 따로 필요하지 않다.
『 유니크 스킬 ‘웨펀 마스터 Lv.3’을 발휘합니다. 』
내게는 스킬이 있으니까.
“그러면 이제부터가 진짜입니다. 윤서현씨는 여기 계셔도 됩니다. 내부에는 마족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여기까지 와서 무슨 소리에요. 당연히 가야죠.”
“그런가요. 그러면 가겠습니다.”
나는 붉은 비석 앞에 손을 얹었다. 차원을 연결하는 초월의 비석과는 다르게 이건 그저 공간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에 불과하다.
주변의 공간이 일렁이며 변하기 시작했다.
『 아공간의 틈새에 입장하셨습니다. 』
‘마계의 틈새가 아닌건가.’
독특한 취향이다, 필드 마계의 적용을 못 받게 되는 건 아쉽다. 하지만 이번 공략은 처음부터 그런 걸 기대하고 온 게 아니다.
어차피 나중에 전투의 마족을 상대하려면, 칭호의 필드 효과 없이 싸워야 한다.
‘놈은 싸움 그 자체를 즐기는 놈이니. 마계 근처로 숨는 짓 따위 하지 않지.’
검은 숲의 한 가운데. 저 멀리 탑 하나가 보인다. 그리고 우리의 바로 앞에는······.
취익, 취이익!
열 마리가 넘는 권속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방패를 들어 올린 오크들과 뒤쪽에서 마법을 시전하는 수인들.
나는 역전의 검 오르티시아를 들어 올렸다. 도신이 새하얗게 빛나며 가볍게 떨린다.
“어디 무기 성능 좀 확인해 볼까.”
* * *
전투의 마족에게는 세 명의 부하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하위 마족인 지력의 마족.
왜소한 몸을 가진 그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탑 위의 전망 좋은 자리에 섰다.
“쥐새끼들이 기어들어왔네. 으음, 가끔 있을 수 있는 일이지. 구경거리로는 이만한 게 없지.”
그는 와인과 치즈를 음미하며 탑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게이트를 공략하던 인간 놈들이 주제를 모르고 자신의 공간에 들어 온 것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따라서 권속들을 보내 여흥을 즐기려고 했다.
“응? 멍청한 놈.”
느긋하게 아래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감상하려던 지력의 마족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인간 남자 한 놈이 권속들을 향해 무작정 앞으로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키운 방패 오크 전사들을 상대로 돌진을 한다고? 저런 멍청한 놈이 다 있나.’
물론 그 미소는 오래 가지 않았다.
촤아악!
남자의 새하얀 검이 방패를 둘로 갈라 버리는 순간, 그의 얼굴에 진한 균열이 생겼다.
잘 단련된 오크 권속은 방패와 함께 반으로 나뉘어 바닥에 몸을 뉘였다.
“뭐, 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힘에서 차이가 난다면, 방패를 든 오크가 밀려날 수는 있다. 하지만 마기를 불어 넣은 방패 자체가 갈라지는 건 불가능했다.
현 시점 인류가 가진 무기의 수준은 고작해야 레전더리.
무기가 무기를 자르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정말로 지대한 차이가 존재한다면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내가 키운 오크 전사들이 그렇게 수준 미달이라고?’
그럴리가 없었다.
하지만 마수들 사이로 뛰어든 남자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방패가 갈라지고 오크들의 단단한 가죽이 두부처럼 잘려나갔다.
무모하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던 돌진.
그러나 그게 강력한 전차라면? 하나의 전략이 되는 법이었다. 남자는 내부에서부터 권속들을 무차별적으로 베어냈다.
후웅—!
남자가 검을 휘두르자, 새하얀 잔상과 함께 검이 닿은 장소에 있던 모든 것들이 잘려나갔다.
방패 같은 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우왕좌왕하며 도망치는 권속들. 지력의 마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치욕도 이런 치욕이 있었다.
“허······!”
이러다간 권속들이 전부 죽게 생겼다. 마족은 권속을 노예쯤으로 생각하긴 하지만, 노예는 재산 아니던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키워 놓은 놈들이 무참히 당하고 있자니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인간 주제에 무슨 저런 말도 안되는 무력이냐.’
거기까지 생각한 지력의 마족은 깨달았다.
‘설마······.’
프로젝트 마기, 메이저 게이트에 이어 발전의 마족까지 살해한 인간.
마족의 계획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존재.
그게 저 인간인 것 같았다.
‘여기에 온 건 우연이 아니라, 날 잡기 위해서 온 건가?’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피어났다. 가소롭기 그지 없었다.
‘제발로 와주다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지. 이건 오히려 내가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다.’
어차피 권속들을 모조리 때려잡는 놈을 두고만 볼 생각은 없었다.
지력의 마족은 곧바로 땅을 박차고 탑 밖으로 뛰어 내렸다. 그의 망토가 펄럭이며 내려오는 그를 보조했다.
휘익.
그가 마기가 섞인 휘파람을 불자 검은 숲에 숨어 있던 모든 마수들이 달려나왔다.
트롤, 오크, 늑대인간, 놀.
각종 마수들이 물밀듯 인간들을 향해 돌진했다.
‘아무리 강하다해도, 물량 앞에는 장사 없는 법이지.’
열심히 키워둔 권속들이 갈려나가는 건 아까웠지만, 여기서 세울 수 있는 공을 생각하면 남는 장사였다.
촤악! 촤아악!
검을 휘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글우글 모여든 마수들의 틈바구니에서 참으로 열심히 발악하고 있구나 싶었다. 마수들도 지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이내 검 휘두르는 소리가 사라졌다.
“크하하, 그래. 결국 그래봤자 인간. 얘들아, 그만해라! 시체 조각은 남겨둬야 할 거 아니냐.”
지력의 마족은 미소를 지었다. 승리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의 머리 위에서 푸른 빛 줄기가 떨어졌다.
서걱—! 핑그르르.
마족의 팔이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크아악!”
지독한 격통에 지력의 마족이 팔을 부여 잡았다.
돌연 공중에서 나타난 남자와 여자.
윤서현의 순간이동을 사용한 기습적인 일격이었다.
이지한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잡을 뻔 했는데 말이야.”
그는 검에서는 푸른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동시에 몸에서 솟아나오는 붉은 기운 광화까지.
이미 타재간파의 서를 발휘한 상태였다.
“이, 이 놈······!”
지력의 마족의 눈이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 * *
“인간 주제에 건방지구나.”
마족에게 신체의 손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기로 수복하면 그만이니까.
순식간에 팔을 회복한 녀석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주변으로 수십 개의 유리판이 생겨나며 검은 마기의 광선이 수십 갈래로 나뉘어져 발사 되었다.
치이이익!
땅을 녹이는 강력한 공격이었다.
『 스킬 ‘환상종의 민첩 Lv.11’을 발휘합니다. 』
『 스킬 ‘신속 Lv.10’을 발휘합니다. 』
나는 도망가는 대신 안으로 파고드는 것을 선택했다. 내 수를 알아차린 지력의 마족이 광선의 각도를 바꿨다.
‘들어갈 수 있는 각도가 없다.’
나는 옆으로 회피하며 광선을 피했다. 그러나 광선은 허공에서 꺾이며 집요하게 나를 노린다.
콰아아앙!
강렬한 충격이 나를 덮쳤다. 마족이 정면으로 쏘아낸 마력의 탄환이 내게 명중했다.
검은 연기와 함께 나는 뒤로 크게 밀려났다.
스스스······.
무패의 반지로 만들어낸 방어막이 단번에 깨질 정도의 위력이었다.
장비의 방어력이 높지 않았다면 나도 큰 데미지를 입었을 거다.
“내 팔을 한 번 베어낸 걸 자랑스럽게 여겨라. 그게 네 놈의 처음이자 마지막 공격이었을테니까.”
지력의 마족은 제약에 있어선 별 거 없지만, 순수하게 마기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났다.
윤서현의 순간이동은 허를 찌르는 게 아니라면, 오히려 위험해 질 수도 있다.
“지한씨, 뒤쪽에서 마수들이 몰려와요! 제가 버텨볼게요.”
“그 쪽은 부탁하겠습니다! 오르티마!”
새끼용으로 변한 오르티마와 윤서현이 권속들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거리를 벌리자, 완전히 여유가 생긴 지력의 마족이 입가를 비틀었다.
“그냥 죽여도 상관은 없지만, 확인 해둬서 나쁠 건 없겠지. 네 놈. 우리 마족의 계획을 방해한다는 인간이 맞지?”
“글쎄,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거기에 대답해 줄 이유는 없다.
“저런 사실대로 말하면 가는 길을 곱게 보내주려고 했건만. 권속들을 상대로 조금 이겼다고 자신만만 해졌나보구나.”
마족의 손짓 한 번에 다시금 광선이 쏟아졌다.
‘피해다니기만 해서는 답이 없다.’
속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녀석은 들어갈 틈 자체를 주지 않고 있었다.
‘뚫어내야 한다.’
콰아아앙!
내 검과 놈의 마기가 격돌했다. 광선처럼 뻗어나온 여러 갈래의 마기를 침착하게 튕겨내고, 막아낸다.
궤도를 예측하고 움직이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했다.
『 레어 스킬 ‘요격 Lv.1’을 획득합니다. 』
『 스킬 ‘요격 Lv.2’을 획득합니다. 』
『 스킬 ‘요격 Lv.3’을 획득합니다. 』
···
..
.
『 스킬 ‘요격 Lv.10’을 획득합니다. 』
나는 점차 앞을 향해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막고, 튕겨내고, 잘라내고.
미친듯이 마기를 쏘아대는 마족을 향해.
한 발자국씩 앞으로 다가갔다.
“네 놈은 스스로 함정에 뛰어든 꼴이다. 내가 아무런 대비도 없이 공격만 퍼붓고 있다고 생각했나?”
내 발 밑에서 보랏빛의 마법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콰아앙—!
바닥에서 솟아난 시퍼런 창날이 나를 향해 쇄도했다. 마기를 가득 둘러 더 없이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나는 가라앉은 눈으로 다가오는 마법을 응시했다.
이걸 막으면 앞에서 사방에서 날아오는 광선에 대응할 수 없게 되겠지. 반대로 광선을 막으면 창이 날 노릴 거고.
일반적인 검술론 막을 수 없다.
“죽어라!”
광선이냐, 창날이냐.
둘 중 하나는 감수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상황.
그렇게만 보인다.
그래도 활로는 있다. 일자베기를 사용한다면 모든 공격을 받아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기다렸다.
역전의 검이 말하는 불리한 상황.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밝혀내야 했다.
앞으로 사용할 역전의 검의 능력을 확인해 두어야 했으므로.
‘좀 더. 끝까지 버틴다면······.’
나는 회피하거나 검을 휘두르는 대신.
발을 한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멍청하긴!”
마족이 조소하는 그 순간이었다.
『 역전의 검이 불리한 상황을 인지합니다. 』
『 특수 효과 ‘역전의 기회’가 발휘됩니다. 』
내 주변으로 흐르던 광풍이 사라지고.
사방에서 터져나오던 기이한 소음이 소멸했다.
고요한 적막만이 내 세상을 뒤덮었다.
슬로우 비디오의 한장면처럼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간다.
‘아······.’
나를 향해 다가오는 마기의 창날이나 광선조차도. 한없이 느리다.
당황한 표정의 윤서현이 다급하게 나에게 손을 뻗는 게 보인다.
보호막을 걸어주려는 모양. 그 때문에 오히려 뒤쪽의 마수들에게 노려지게 되었다.
걱정할 필욘 없었다.
그 뒤에서 오르티마가 브레스를 내뿜어 윤서현을 보호해 주는 것도 보이니까.
나는 저기에 개입할 수 없다. 저쪽으로 움직이는 순간, 이 시간이 끝나리라는 게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역전의 기회.’
불리한 상황에서 거머쥘 수 있는 단 한 번의 선공권.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불리한 상황에서 능력은 확실하게 발동했다.
그야말로 무성(無星) 등급에 걸맞는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는 명확했다.
나는 손에 쥔 역전의 검을 들어 올렸다.
승리를 확신하는 지력의 마족의 얼굴이 보인다. 그런 놈의 면상을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공격을 날렸다.
『 각성 스킬 ‘일자베기 Lv.13’을 발휘합니다. 』
본질조차 집어 삼키는 궁극의 일자베기가.
지력의 마족을 덮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