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보석을 보물로 만들어 내지
“휴 실버가 제게 그런 제안을 했었죠. 하지만 저는 그가 감독님의 부탁을 들어준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아요.”
“맞네. 구단주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군.”
“누가 먼저인지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한 번도 이민을 생각해 본 적도, 할 생각도 없으니까요.”
“한국은 자네와 어울리지 않아. 내가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자네의 능력을 썩혀 버릴 곳이라는 건 알고 있지.”
“감독님. 저는 지금 해머스 소속의 선수예요. 한국의 프로 축구팀이 아니라. 그리고 국가대표도 은퇴했고요. 다음 달이면 영국의 영주권을 얻을 자격도 생기죠.”
“그래서 프로 선수 생활을 은퇴하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할 계획이지?”
“이민과 마찬가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그라운드에 고정되어 있던 감독님의 시선이 내게로 오는 것이 느껴졌다.
“한국은 자네라는 원석을 품어준 곳이기는 하지만, 원석을 캐 낸 것은 발굴자였지. 그리고 원석을 가공해 보석으로 만들어 준 곳은 리옹이었을 테고.”
“예. 조레스 감독님이 저를 믿어 주셨기 때문에 저는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원석을 가공해 보석을 만들지. 그리고 보석으로 보물이 만들어지고. 적어도 자네를 묠니르라는 보물이 된 데에는 해머스의 역할이 컸다고 보는데, 아닌가?”
“인정해요.”
“보통, 사람들은 보물을 감추려고만 하지, 그것을 꺼내어 여러 사람에게 보여 줄 생각을 못 해. 누가 훔쳐 갈까 겁이 나서 그런 것이지. 하지만 대범한 사람들은 보물을 공개하고, 전시하며 보물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린다네. 한국은 묠니르라는 보물을 감춰 둘 곳이야.”
“그럼 영국은 아니란 말씀인가요?”
“적어도 축구판에서는 그렇지. 여기는 축구라는 전 세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를 만들어 낸 곳이야. 미국의 NFL, NBA, MLB도 있지만, 그들만의 리그일 뿐. 흠, 흠! 나는 자네가 꼭 해머스에서 은퇴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아. 자네의 그 능력을 좀 더 많은 아이를, 많은 선수를 위해 써 주었으면 하네.”
“제 능력이 어떤 것인데요. 저는 유니폼을 벗고 밖으로 나오면 별로 쓰일 곳이 없어요.”
“겸손한 것은 좋지만, 스스로 과소평가할 것까지는 없어. 나는 자네가 찰스 미들턴과 조나단 퀵에게 좋은 멘토링을 해 주었다는 것을 알아. 그리고 그때 느꼈지. 자네는 이미 훌륭한 지도자의 자질을 모두 갖추었다는 것을 말이야. 전술을 많이 알고,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고,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감독은 많아. 하지만 선수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려운 환경을 생각하고, 함께 성장하는 지도자는 몇 안 되지.”
“감독님께서 이제까지 말씀하신 내용과 제가 이민하는 것. 어떤 관계가 있나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묠니르라는 보물이 선수 시절을 끝으로 다시 감추어지게 되는 게 아까워. 물론 한국인으로서도 지도자 연수를 받고,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유럽 리그의 감독이 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야. 자네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라 할지라도. 유럽인들은 자존심이 세고, 보수적이야. 그래서 구단주도 자네의 이민을 권하는 것일 테고.”
“저는 이제 고작 스물일곱, 아니 스물여섯일 뿐이에요. 아직은 선수 생활에 집중할 때이죠.”
“나도 아네. 그래서 지금 얘기하지 않으려 했어. 그런데 저 아이를 보는 자네의 눈이 지금 어떻게 빛나고 있는지 아는가? 원석을 발견한 광부의 눈동자이지. 보석으로 가공하고 싶은 세공사의 눈빛이야.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원석을 보석으로, 보석을 보물로 만들어 내지.”
“어려워요.”
“미안하네. 자네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 하지만 천천히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는 있어. 설마 은퇴하고 한국에 돌아가서 지도자를 할 생각은 아니겠지? 한국 사람들은 그런 말을 좋아하더군, 한국의 축구 발전을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런!
하긴 대한민국의 어떤 선수라도, 어떤 감독, 어떤 행정가라도 저 말은 입에 달고 다닌다.
특히 안염지라는 사람이!
“안타깝게도 저에게 이제 그런 사명감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하하하! 안타까운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해야지.”
“그런가요?”
‘발전은 얼어 죽을! 이제 한 톨의 애정도 남아 있지 않는데.’
내 입에서 저 말이 나온다면, 아마 내가 대한민국 축구 협회장이라도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예전에도 아시아 출신의 선수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었던 적은 많아. 대한민국 출신의 선수도 물론 있었지. 하지만 지금 그들이 뭐 하고 있는가? 속했던 클럽의 상품을 팔기 위해 이름뿐인 홍보 대사를 일, 이 년 하다가 귀국해서는 결국, 할 줄도 모르는 사업을 하거나, 고향에서 어린아이들을 지도하며 살아가고 있지. 뭐 방송인으로 활동할 수도 있겠군. 아닌가?”
“잘 아시네요.”
“언제나 뉴스는 재미있지. 물론, 자네가 한국에서는 부유한 쪽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어. 지금도 많은 돈을 벌고 있고, 앞으로 그 돈은 더 많아지겠지. 하지만 난 자네가 이쪽 세계에 오래 남아 있어 주었으면 하네. 꼭 영국이 아니라도 좋아. 이모가 있는 프랑스도 나쁘지 않지. 아! 자네 이모는 대단하더군.”
어제 뉴스를 보신 모양이다.
그래서 그들이 이모를 만난다고 해도 걱정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고모가 우리를 건드릴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모의 존재였으니까.
“예. 저와 여동생이 꼼짝할 수도 없는 상대이니까요.”
“하하하. 그럴 것 같았어. 이 이야기는 그만하지. 저 녀석들을 봐주어야 할 것 아닌가?”
“예.”
나는 다시 존의 옆으로 돌아갔다.
* * *
2027년 5월 22일 토요일.
리옹에서 돌아온 로만 넴초프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드미트리의 앞에 앉아 있었다.
드미트리는 보드카를 마시지도 않았는데, 이미 얼굴은 취한 사람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만일 코미디 같은 일이 리옹에서 벌어진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관계도 여기서 정리하는 게 맞지 않나?”
“코, 코미디가 아니라…….”
“코미디가 아니라고!? 리옹에 가서 한 일이라고는 기부함에 현금을 꽂아 넣은 게 전부인데, 이게 코미디가 아니야!?”
“그, 그래도 르펜 부인이 따로 연락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지금은 업무가 너무 바빠서 휴가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도저히 개인적인 시간을 따로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 말. 자네 혼자 들은 것이 맞나? 맨체스터의 머저리와 마드리드의 애송이도 함께 들은 말이 아니고? 그래야 그 동양 여인의 말이 가치가 있을 것이야.”
“무, 물론입니다! 제게 따로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풀럼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공격적이었던 드미트리의 자세가 조금은 편안해졌다,
“그래. 좋아. 언제 런던으로 오기로 했나?”
“예?”
“이봐 로만. 정신 안 차려? 리옹에 놀러 갔어? 아, 기부하러 갔지.”
“죄,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러니까, 그 동양 여인이 런던에 언제 오기로 했느냐고 물었네.”
“거, 거기까지는 얘기하지 못하고.”
“야! 로마 – 안!”
“힉! 예, 예!”
“내가 병신이야!? 어!? 내가 요즘 막 어! 여기서 당하고! 저기서 당하고 그러니까, 너도 날 그렇게 보는 거야!? 요즘 일 처리가 왜 이따위야!? 뭐! 옛날이야기가 필요해!? 마음이 중요해!? 그래서 옛날 생각나게 해 줘!? 불우 이웃이 되어 기부라도 받아 볼래!?”
결국, 드미트리 나발리의 화가 폭발하고, 완벽하게 공격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로만은 벌벌 떠는 수밖에 없었다.
로만이 가진 혓바닥은 앞에 있는 거친 러시아 남자에게 통하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어떻게 할 거야? 자신 없으면, 지금 말해. 일할 사람은 많아!”
“내일! 내일까지 르펜 부인과 약속을 잡아 놓겠습니다!”
“왜 오늘은 안 되지?”
“선물, 선물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좋아! 이번에도 내 지갑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대신, 빨리 움직여야 할 거야.”
“예, 예! 예!”
“그리고 반드시 여름이 오기 전, 여기 서런던에 있는 내 앞으로 데려와. 만일 이번에도 일이 잘못되거나 리옹의 일간지에 실리는 코미디 같은 결과가 다시 나오면, 네가 이제까지 내 지갑에 손을 댄 만큼 모두 토해 내야 할 거야! 갚을 돈이 없어도 좋아. 시비르(Sibir = 시베리아)에서 죽을 때까지 일하게 해 줄 테니.”
로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드미트리는 진심이었다.
분위기는 비슷하지 않았지만, 주고받는 내용이 비슷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 또 있었다.
“실망이 큽니다. 미스터 아담스.”
“면목 없습니다. 준비가 미흡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래도 브루스 파이어의 표정은 드미트리보다는 나아 보였다.
얼굴이 달아오르지도 않았고, 여유까지 있었다.
“하긴 제 잘못도 있습니다. 정보가 너무 부족했어요. 미리 알아보고 여유롭게 움직여도 됐었는데, 제가 조급하게 굴었습니다. 우리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정보를 알아보는 것도 제가 할 일입니다. 다른 곳의 움직임을 살피지 못한 것도 제 실수가 맞습니다.”
“하하하! 이래서 제가 미스터 아담스를 곁에 오래 두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부는 잘하셨습니다.”
기부라는 말에 데빈 아담스의 얼굴이 드미트리처럼 붉어졌다.
르펜 부인은 그날 사무실에서 기념으로 세 명과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기부한 내용과 사진을 함께 언론에 공개해 버렸다.
물론 좋은 일을 한 것 가지고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축구계에서 유명한 인사들인 그들이 나란히 서서 한치우의 이모와 사진을 찍고, 기부를 하고, 또 언론에까지 공개돼 버린 일은 내용을 아는 사람들에게 비웃음거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쪽에서 따로 만나자는 연락이 올 것 같습니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르펜 부인은 판단하기 힘든 사람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뭔가 기준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종잡을 수 없다고 하는 게 정확하겠지요.”
“흠…….”
브루스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데빈 아담스는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의 판단에는 언제나 객관적인 근거가 있었고, 이를 가지고 주장하는 논리도 훌륭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종잡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었다.
“혹시 리옹에서 로만이나 호아킨을 따로 만나 보았습니까?”
“아니! 만나지 않았습니다. 로만은 아예 연락도 하지 않았고요. 하지만 호아킨과는 연락한 적이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프리시즌 경기 때문이지 절대 르펜 부인의 일은 얘기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하하하! 이런 오해 하셨군요. 저는 혹시 그들도 르펜 부인과 따로 연락한 것 같았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아! 흠, 호아킨 쪽에서도 전혀 내색하지 않아 장담은 못 하겠습니다.”
“하하하! 미스터 아담스에게 이렇게 많은 물음표를 던져 주는 사람도 있군요.”
웃고 있는 브루스와는 달리 데빈은 전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다시 그녀를 만나는 것도 부담이었다.
“연락이 오면 어떻게 처리할까요?”
“확신이 없다면, 만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스타일대로 합시다. 미스터 아담스. 론 실버를 만나주세요. 그래도 그는 동생과 달리 예의를 아는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그에게 웨스트햄 아카데미 출신 선수 몇 명을 영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이제야 데빈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브루스의 의도를 알아챈 것이었다.
* * *
웨스트햄 아카데미 훈련장.
원래 일정이라면, 오늘은 미니 게임을 간단하게 진행한 후, 체력 평가가 있을 예정이었지만, 그랜트 감독의 부탁으로 어제와 같은 8인제 경기로 조정되었다.
그리고 맥스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반짝이고 있었고, 로버트는 허우적대고 있었다.
“확실히 한눈에 들어와.”
“아무래도 그렇지? 미니 게임은 워낙 빠르게 진행되고, 또 여러 곳에서 동시에 하니까.”
한치우와 존 역시 어제와 같이 아웃라인 근처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확실해. 저 녀석은 가치가 있어.”
“그래?”
“왜? 이제 와서 아니라고? 어제저녁 내내 저 녀석 이야기를 했으면서?”
“누가 아니라고 했나? 그래도 오늘은 단점이 확실히 보이네.”
“저 정도 단점은 단점도 아니지. 설마 지금의 너와 비교하는 것은 아니겠지?”
‘날카로운 새끼.’
“맞았군! 그건 반칙이지. 비교하려면 스무 살의 너와 비교해야지. 치사하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야.”
한치우가 존의 눈을 피하며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그래. 내가 보기에도 아직 피지컬이 살짝 아쉬운 건 사실이야. 지금 녀석의 피지컬 정도로 성인 무대에서 뛰는 쟁쟁한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상대하기에는 조금 부족해. 하지만 이 부분은 잘 먹고, 몸을 만들면 해결되는 일이야. 그리고 저 녀석의 몸은 제대로만 키운다면 아슈르와 비슷해질걸? 근육의 탄력이 아주 좋아!”
“알았어. 흥분하지 마.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야. 그리고 너와는 달리 나는 선수 전체를 봐야 한다고.”
“선수 전체를 보는 건 네가 알아서 하고, 다른 단점은 또 뭔데?”
“패스의 속도.”
“뭐? 지금 장난해? 저건 받아 주지 못하는 선수가 잘못이야. 공의 빠르기로만 본다면, 네 패스가 훨씬 더 빠르지! 그리고 속도는 빠를수록 좋은 거 아냐? 특히 프리미어 리그처럼 공수 전환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리그에서는.”
한치우가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존의 말에 일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빠르고 거칠기로 소문난 프리미어 리그에서 패스든, 슛이든 공의 속도가 느리면 경쟁력은 사라진다.
‘하지만 받아 주는 선수의 상태를 살피는 것도 게임메이커의 능력이고, 역할이지.’
“존. 축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야. 잘난 척하는 걸 보여 줄 곳은 얼마든지 있어. 하지만 리그 경기에서는 용납할 수 없지. 내가 언제 받을 수 없는 패스를 보낸 적이 있어? 물론 맥스가 릴에게 아쉬에게 공을 뿌려 주는 거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하지만 지금 저 녀석은 21세 이하 팀의 미드필더일 뿐이야.”
“네 눈에는 저게 잘난 척으로 보여? 그리고 로버트가 놓치는 게 너무 많아. 전체를 본다면서 로버트 얘기는 왜 안 하는데?”
“후!”
존의 말에 한치우는 할 말을 잃었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큼 지금 로버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맥스의 빠른 패스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도 평범하게 오는 공을 잡은 다음에도 이어지는 동작이 부자연스러웠고, 망설임이 많아졌다.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을 때 나오는 실수를 계속 보여 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다른 선수들이 로버트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있었다.
‘이제 녀석들도 다 아는 거지. 여기서 로버트가 떨어진다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는 것을. 이게 맞아. 제대로 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포워드가 그 경쟁에서 이기려면 누구보다 욕심이 많아야 하지.’
한치우의 냉정한 시선이 로버트에게 계속 꽂히고 있었다.
“넌, 계속 전체를 봐라. 난 맥스만 볼 거니까.”
“그럴 거라면 이만 꺼져 줄래?”
“흥. 이것도 내 일이라고.”
“설마 계약이라도 하려는 건 아니겠지?”
“왜 아니겠어? 가까운 곳에 있으면 내가 일하기 얼마나 편한데.”
“누구와 연결해 주려고?”
“흠. 아니. 저 녀석은 내가 데리고 있어야겠어. 너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게 다른 에이전트와 연결해 주면 후회할 것 같다.”
“잘 생각해. 진심이라는 건 알겠는데, 너 혼자서는 무리야.”
“지금은 가능하지. 묠니르가 동런던에 있는 동안에는.”
“그래. 알아서 해라. 하지만 사무실과 사람은 고민해 봐.”
“하여튼 잔소리는. 너나 서우나 똑같아.”
“그거 욕이지?”
“하하하!”
한치우는 존이 크게 웃어 버리자 고개를 저으며 다시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솔직히 존이 몇 명과 계약을 맺든 자신이 관여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치우는 한 번도 존을 자신의 에이전트라고만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랬다면 둘은 작년 월드컵이 끝나고 이별을 택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확실히 보여 줘야 할 것 같다.”
“뭘?”
“오늘도 게임이 끝나는 것까지 보고 갈 거지?”
“어.”
“그럼, 기다려.”
삑 – !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교체 사인이 들어왔다.
아웃라인에 서 있는 것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축구화를 신은 한치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