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아이언 실드 VS 커뮤니티 실드 (7)
하프 라인에 맞춰 서 있는 대기심이 전광판을 들었다.
제일 먼저 8에 맞춰 빨간 불이 들어왔고, 곧바로 초록빛으로 20을 만들었다.
필립이 나가고, 맥스가 들어오는 것이다.
“맥스! 침착하게 해! 훈련대로만 하면 돼. 알았지?”
“예!”
맥스가 들어온 다음이었다.
대기심이 이번에는 2와 16을 차례대로 보여 줬다.
페어가 힘겨운 표정의 폴을 안아 주었다.
“가서 쉬고 있어. 오늘 이기는 것은 우리가 될 테니까.”
“부탁합니다.”
우아아아아아아아 – !!!!!
맥스가 들어왔을 때는 조용했던 관중석이 페어가 들어오자 커다란 함성이 터졌다.
드디어 페어가 잉글랜드의 대회에 발을 들이는 순간이었다.
“한! 제가 뒤에서 빌드 업을 도울 거예요. 그리고.”
맥스는 페어가 들어오는 사이 빠르게 한치우에게 달려가 위치를 설명하고, 그랜트 감독의 지시를 귓속말로 전했다.
한치우의 눈이 순간 커졌고, 얼굴에는 묘한 미소가 그려졌다.
‘오늘 반드시 이겨야겠구나!’
한치우가 그라운드로 들어오는 페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눈이 마주쳤던 것이다.
“로빈! 히카르두를 맡아! 일단, 하던 대로 한다. 분위기를 먼저 안정시키라는 감독님의 지시야.”
“예.”
로빈이 페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필립의 자리로 이동했고, 로빈의 자리에는 맥스가 섰다.
아직 맥스에게 히카르두를 전담으로 수비하라는 지시를 내리기에는 무리였다.
그리고 맥스는 홀딩보다 빌드 업을 만들어 가는 패스 연결이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한치우의 뒤에서 후방의 연결을 도와주는 것이 맞았다.
데이비드는 자신에게 뛰어오는 페어의 시선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짜악 –
“악!”
그런데 페어는 데이비드의 옆에 서더니 손바닥으로 등을 힘껏 내리쳤다.
“뭐, 뭐 하는 짓입니까!? 아프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던 데이비드가 페어에게 고함을 질렀다.
“정신은 남아 있구나? 아픈 것이 느껴지는 모양이지? 다행이야.”
“뭐라고요!?”
“잘 들어. 지금 동료는 네가 느끼는 통증보다 정신적으로 더 괴로워. 어떻게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는 거지? 내가 등을 친 게 아파, 아니면 저 노련한 포워드가 네 옆구리를 건드린 게 더 아파?”
“그, 그건…….”
“핑계를 대려고 하지 마. 지난 FA컵 결승전에서 네가 보여 줬던 것은 이제 다 과거의 이야기일 뿐인가?”
“큭!”
데이비드는 도저히 페어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페란이 팔꿈치로 건드린 옆구리는 괜찮았다.
페어의 등짝 스매싱처럼 강하게 친 것도 아니었고, 강하게 맞았더라도 파울을 얻어 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왜 또 이렇게 멍청해진 거야!’
데이비드는 고개를 흔들었다.
페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찔렀다.
답답한 마음에 데이비드는 라커룸에서 끝내 하지 못했던 말을 꺼냈다.
“내, 내기는……?”
“하! 데이비드! 지금 내기에 신경 쓸 정신이 있어!? 그런 집중력으로 뭘 하겠다는 거야!?”
지잉 –
“윽!”
페어가 데이비드의 귀에 대고 다시 고함을 질렀다.
머릿속을 울리는 느낌에 데이비드가 귀를 막고 고개를 숙였다.
“넌, 해머스의 캡틴이다. 네가 흔들리면 아이언 실드는 당연히 무너질 수밖에 없지. 안 그래?”
“제, 제가 뭘 하면 됩니까……?”
“다시 말하지. 해머스의 캡틴은 너, 데이비드 벨이고, 나는 폴을 대신하려고 그라운드에 들어왔다.”
데이비드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페어를 봤다.
“감독님께서는 일단 너의 지시에 따라 수비 위치를 잡을 것을 말씀하셨지. 알아들어? 내 위치를 캡틴 해머스가 잡아 주는 거다. 적어도 조나단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
“그래. 이제 뭔가 좀 느껴지지?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어. 내기 따위는 경기 종료 후에 이야기해도 늦지 않아. 네가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면, 일단 분위기를 정상으로 돌리고, 역전에 성공하는 것이 먼저다. 캡틴 해머스.”
“아!”
데이비드의 눈에 힘이 들어왔다.
‘그래!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어! 그리고 아직 아이언 실드 전체가 무너진 것이 아니다! 멍청한 나 때문에, 내가 흔들렸기 때문에!’
“잘 부탁해.”
“제 왼쪽을 부탁합니다! 무리하지는 말고요.”
“나야말로.”
“그리고 직접 보여 주세요!”
“뭐를?”
“아이언 실드를 어떻게 고칠 생각인지를요!”
“캡틴의 지시라면, 따르지.”
“예! 부탁합니다!”
“맥스가 빌드 업을 주도할 거야. 내가 신호를 보내면, 내게 연결할 수 있도록 눈치를 줘. 일단, 동점을 만들고 시작하자.”
페어는 이제야 그다운 미소를 그리며 폴의 자리로 천천히 이동했다.
* * *
페어가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는 나스르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경기를 보면서도 나스르의 표정에 계속 신경을 쓰던 휴가 그것을 알아차렸다.
“저 어린 친구가 이번에 정식으로 계약한 웨스트햄의 아카데미 선수로군요. 하하하!”
리치몬드는 둘이 어떤 표정인지도 모른 채, 맥스가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전차 군단의 대장이었던 페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예. 맥스 드레이크입니다. 발굴자의 눈에 띄었지요.”
휴는 일부러 한치우의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지금 리치몬드와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계속 나스리의 표정을 살핀 휴가 물었다.
“삼 년 전에 페어 포크츠의 영입을 추진하셨지 않습니까?”
“예. 할스 감독을 데려오면서 선물을 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그는 독일, 그리고 뮌헨을 떠날 생각이 전혀 없더군요. 솔직히 웨스트햄으로 이적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나스르는 삼 년 전, 할스 감독과 함께 페어의 영입도 추진했었다.
하지만 페어는 막대한 이적료를 제시한 맨시티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고, 뮌헨, 그리고 독일 국가대표팀의 주장으로서 더 많은 활약을 했다.
“운이 좋았습니다. 저도 전차군단의 대장이 동런던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하하하! 운이라……. 행운만으로 좋은 선수를 얻을 수는 없어요. 시티즌의 유니폼을 입지 않은 게 아쉽지만, 그래도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분은 좋습니다.”
나스르가 처음으로 유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시원하게 웃었다.
휴가 그 모습에 눈동자에 이채를 띠며 다시 물었다.
“혹시 아직도 페어 포크츠에게 관심이 남았습니까?”
“흠. 삼 년 전에는 진심으로 그가 시티즌의 유니폼을 입어 주었으면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할스 감독이 원하지 않는 것입니까?”
“하하하! 페어 포크츠를 원하지 않을 감독이 어디 있겠습니까? 할스 감독이 말하길 페어 포크츠야말로 독일 축구의 조직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라고 칭찬하더군요. 현재, 우리 팀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 것이겠지요. 할스 감독이 원했다면, 저는 끝까지 그의 영입을 위해 노력했을 겁니다.”
“험! 험! 잉글랜드 축구도 뛰어난 조직력을 자랑합니다.”
계속되는 페어의 칭찬에 기분이 언짢았는지 리치몬드가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었다.
“예. 인정합니다. 하지만 기복이 없는 독일 축구의 장점은 월드컵 우승 횟수가 잉글랜드보다 많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게 아니겠습니까.”
리치몬드는 나스르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아무리 축구의 종주국이라 자랑해도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린 숫자로 독일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흥! 꼴좋다!’
“그래도 프리미어 리그가 분데스리가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유명한 선수들이 잉글랜드에서 뛰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휴가 속으로는 리치몬드를 비웃었지만, 겉으로는 그를 달래며 무안함으로 붉어진 얼굴을 풀어 주었다.
“하하하하하! 그렇죠. 그리고 여기 계신 분들 때문에 프리미어 리그가 더욱 발전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번 시즌에는 투자하신 만큼 성과를 얻길 바라고,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우승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이제 후반전이 시작합니다.”
가만히 듣기만 하던 론 실버의 말에 모인 사람의 시선이 다시 그라운드로 향했다.
삐익!
그리고 웨스트햄의 킥오프로 경기가 재개되었다.
* * *
꿀꺽!
해머스의 캡틴과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페어 포크츠가 뛰어오는 모습에 지몬은 긴장을 꿀꺽 삼켰다.
이제 서른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를 떠나 그는 독일 국민의 영웅이었고, 전차 군단의 대장이었다.
지몬 역시 독일의 국민으로서, 축구 선수로서 그를 진심으로 존경했다.
분데스리가에서는 세 시즌을 뛰며 그와 부딪혔었다.
‘다시 그를 상대해야 한다니! 그것도 런던에서!’
부담스러웠다.
페어는 역대 최고 수비수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물론, 자신 있는 속도를 앞세워 돌파에 성공한 적도 있었고,
앞에 두고 슛을 성공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언제나 승리는 페어의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그리고 지금 둘이 함께 있는 곳은 알리안츠 아레나(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가 아닌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이었다.
지몬은 이곳에서 그와 상대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은 저 뒤에 있는 프레디 역시 같은 마음일 것이다.
프레디는 페어가 은퇴하기 전까지 독일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뛴 사이였다.
페어 포크츠가 웨스트햄으로 이적한다는 사실에 프레디는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였다.
‘어, 어떻게 우리의 대장이 고작 해머스 따위에…….’
프레디는 훈련장에서 이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었다.
지몬 역시 맨시티로 이적하며 페어를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그 무대는 적어도 챔피언스 리그 정도가 될 줄 알았다.
“아, 안녕하세요?”
어느새 페어가 자신의 옆으로 붙었다.
지몬은 조금 수줍은 얼굴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아! 오랜만이야.”
페어도 지몬을 기억하고 있었다.
샬케가 지금은 예전의 명성을 많이 잃어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독일을 대표하는 클럽임은 확실했다.
그런 샬케의 득점을 책임지던 어린 선수를 못 알아볼 수는 없었다.
이대로 잘 성장한다면, 독일 국가대표팀에서도 충분히 뛸 수 있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녀석이기도 했다.
“이제는 시티즌이 되었군. 챔피언스 리그에 나갈 수 있게 된 것을 축하한다.”
“예. 감사합…….”
타악!
페어가 웃는 얼굴로 악수하듯이 손을 건네며 맨시티로 이적한 지몬을 축하해 주려고 한 것 같았다.
그런데 지몬이 페어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그가 본 것은 앞을 향해 튀어 나가는 페어의 뒷모습이었다.
내밀었던 손은 페어의 허리에 맞고 말았다.
‘뭐, 뭐야!?’
지몬이 페어를 보며 정신이 빠진 사이, 빌드 업을 조율하던 맥스가 페어에게 패스를 연결한 것이었다.
지몬은 보지 못했지만, 페어는 계속 공의 진행 방향에 신경 쓰고 있었다.
페어는 넘어오는 지몬에게 뛰어가며 정신을 차린 데이비드와 신호를 주고받았고, 데이비드는 맥스에게 페어로 연결할 것을 지시했다.
건넸던 손은 악수가 아니라 신호였던 것이다.
‘하하하하!’
데이비드는 멍하니 서 있는 지몬을 보며 속으로 크게 웃었다.
페어는 일부러 자신에게 보여 주는 것이다.
멘탈 꽉 잡고 있으라고 말이다.
“페어!!”
데이비드와 한치우가 동시에 페어를 불렀다.
데이비드가 부른 이유는 페어가 너무 올라갔기 때문이었고, 한치우가 부른 이유는 패스를 받으려고 공간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페어는 이미 한치우의 위치를 확인했다.
퍼어엉 – !
페어의 왼발이 공을 힘껏 때렸고,
차자자자자자자잣!
공은 중거리 슛이나 다름없는 속도로 잔디 위를 훑으며 낮게 날아가며, 팽팽하게 당겨진 빨랫줄처럼 직선으로 한치우에게 향했다.
공의 속도가 워낙 빨라 프레디가 페트릭을 도와 한치우를 압박하는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
그래도 둘은 황급히 한치우를 가운데에 두고 양옆으로 감싸며 쉽게 몸을 돌리지 못하게 막아섰다.
그래서 둘은 보지 못했다.
어뢰처럼 낮게 날아오는 패스에 만족하는 한치우의 커다란 미소를.
* * *
‘딱 좋은 속도다!’
나는 온 신경을 눈과 오른발에 집중했다.
이런 공은 처음 잡을 때 잘 잡아둬야 한다.
정신을 놓고 있다가는 발을 갖다 대기 전에 스터드 밑으로 순식간에 빠져나가 버리거나,
보통의 패스처럼 발을 갖다 대면 어느 방향으로 튀어 나갈지 모른다.
차작! 착!
등 뒤로 둘이 달라붙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공은 이미 오른발 안쪽에 달라붙고 있었다.
‘나이스 타이밍!’
스윽 –
나는 허리를 접으며 무게 중심을 가슴에 두고 왼발을 앞으로 뻗었다.
누가 보아도 우리 골대의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모습이었다.
탁!
타닷!
‘역시!’
뒤에 있던 녀석들이 내 중심 이동을 따라 발을 내딛는 것이 느껴졌다.
공간으로 도망가려는 나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한 명은 그래도 끝까지 내 등 뒤에서 압박을 해 줘야 했다.
하지만 빠르게 연결된 패스는 둘에게 역할 분담의 여유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페어의 존재가 맨시티의 선수들을 긴장하게 하고 있어!’
스스슥 –
아차!
하마터면 공이 발 위를 넘어갈 뻔했다.
시선은 둘의 움직임에 고정하고, 신경은 오른발에 집중했다.
콱!
뻗어 놓은 왼발에 힘을 주어 잔디에 박아 넣고, 오른발을 더 뒤로 빼 공의 속도를 발 안쪽에서 죽였다.
츠츠츠 –
화악!
프레디와 페트릭의 얼굴이 내 앞으로 스쳐 지나갔다.
순간, 잔디에 박은 왼발을 빼며 몸을 팽이처럼 돌려 오른발 안쪽에서 아직도 앞으로 나가려고 돌고 있는 공을 풀어 버렸다.
촤악!
“!”
우리는 서로의 골대를 향해 몸을 돌린 모양이 되었고,
나는 잔디를 구르는 공을 따라 힘차게 앞으로 달렸다.
‘정말 죽이는 패스다!’
그래!
패스란 이런 것이다!
상대의 반응보다 빨라야 했고, 또 정확해야 했다.
이제까지 나는 몸을 돌리는 동작이나, 공을 잡은 상태에서 많은 기술을 섞어 사용하며 상대의 압박을 견뎌 냈다.
물론, 돌파는 가능했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를 상대하는 수비수들은 점점 위험한 태클을 하기 시작했고, 내 다리도 점점 망가져 갔다.
지금 페어가 내게 준 패스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공의 속도와 진행 방향만 이용하여 몸을 돌리는 동작 하나만으로 둘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훌륭한 패스였다.
이제 내 앞으로 보이는 것은 맨시티의 센터백을 달고 흩어지는 아슈르와 데릭,
그리고 내 중거리 슛이 신경 쓰였는지 골대 중앙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는 위고의 모습이었다.
퉁 – 파바박!
공을 한 번 더 밀며 공간을 빠르게 뒤로 넘기며 눈에 힘을 주었다.
‘좋아! 저거다!’
나는 보이는 것에 집중하며 오른 다리를 뒤로 들었다.
지금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제임스보다 확실히 크게 보이는 데릭의 머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