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잊지 않았다
2027년 8월 9일 월요일.
런던 시민의 시선은 신문에, 스마트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지난 토요일.
커뮤니티 실드를 직접 본 사람들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경기의 결과는 알고 있었지만, 언론에서 쏟아 내는 기사들은 런던 시민의 관심을 충분히 유도할 수 있었다.
[웨스트햄의 돌풍은 끝나지 않았다!] [웸블리 스타디움을 자신의 5영역으로 만들어 버린 해머스!] [커뮤니티 실드는 해머스의 품으로! 아이언 실드 커뮤니티 실드를 들어 올리다!] [포워드로 변신한 묠니르! 시티즌을 내리꽂다!] [웨스트햄의 전술 변화. 일회성의 임기응변인가, 준비된 전술인가?] [아직 전차군단의 대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노장의 클래스를 보여 준 페어 포크츠. 공, 수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다.] [2027 커뮤니티 실드. 그랜트 감독이 할스 감독을 전술로 이겨 버리다!] [단단하기만 한 해머스? 다채로워진 해머스!]비슷한 내용의 헤드라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 이번 커뮤니티 실드는 역대급 명승부가 나왔다는 평가가 많았다.
무엇보다 다양한 전술 변화를 시도했던 웨스트햄의 경기력을 칭찬하는 기사들로 도배되었는데, 특히 할스 감독의 맨시티를 상대로 공격적인 전술로 승리를 거둔 그랜트 감독의 한 수가 제대로 통했다는 이야기는 기사를 검색하고 일간지를 뽑아 드는 사람들의 흥미를 돋웠다.
런던 시민의 손에 든 일간지 대부분은 역시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였다.
[웸블리 정복자 해머스. 이제 프리미어 리그의 정복이 시작될 것인가.]헤드라인만 보더라도 시민의 이목을 확 끌었고, 일면을 장식한 사진에는 선수들 사이에서 방패 트로피를 함께 들어 올리는 데이비드와 페어, 그리고 한치우의 모습이 크게 박혀 있었다.
「웸블리 정복자라는 표현이 불편하게 느껴지는가? 지난 시즌 리그 컵, FA컵 그리고 이번 커뮤니티 실드까지 연이어 세 번의 대회에서 모두 트로피를 들어 올린 해머스에 더 적당한 표현을 찾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런던 스타디움에 버금가는 해머스의 홈구장이 되어 버렸다. 이번 우승 세리모니에서도 어김없이 비눗방울은 하늘로 솟아올랐고, 아이언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춤을 추었다.
새로운 런던의 주인.
지난 시즌 해머스가 가져간 타이틀이다. 이제 런던과 웸블리를 정복한 해머스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 주게 될지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다.
…
그들은 많은 사람의 예상을 깨고, 단단함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 페어 포크츠는 아이언 실드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보여 주었고, 한치우의 포지션 변경은 할스 감독의 전술에 묠니르를 던져 버렸다.
할스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의 빅4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말이 나온다.
확실해졌다. 이제 누구도 해머스가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의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것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
웸블리의 정복자가 프리미어 리그를 어떻게 정복해 나갈 것인지 기대해 본다.」
이 기사의 영향이었을까?
할스 감독의 인터뷰 장면을 편집한 영상의 조회 수가 상당히 높았다.
“할스 감독님. 아쉽게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웨스트햄이 맨시티보다 더 많은 준비를 했고, 더 잘 싸워 줬습니다. 그것이 결과로 나타났을 뿐입니다. 제가 부족했고, 제 준비가 덜 된 것입니다.”
“스코어가 뒤집힌 다음에는 팀의 주축 선수들을 교체하며 사실상 승부를 포기하는 모습도 보여 주었는데요?”
“흠.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프레디 쿤츠나 페트릭 우드는 정말 많이 뛰었습니다. 아직! 리그는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프리미어 리그, 챔피언스 리그, 리그 컵, FA컵.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어요. 리그를 제외하고 몇 번이나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모든 경기가 오늘 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때는 제가 승부를 포기했다는 말을 듣게 하지 않겠습니다. 시티즌의 팬 여러분께는 죄송합니다.”
“웨스트햄이 오늘 경기에서 평소와는 다르게 다양한 전술 변화를 주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후! 예. 정말 놀라웠습니다! 솔직히 그랜트 감독님께 그런 면이 있는 줄은 몰랐거든요. 두고 보십시오. 해머스는 이제 돌풍의 팀이 아닙니다. 해머스를 상대하는 감독의 머리는 더 복잡해질 것이며 그럴수록 해머스의 전술은 더욱 다양해질 것입니다. 흠, 제가 생각했을 때,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의 빅4는 맨시티, 웨스트햄, 첼시, 리버풀이 될 것 같습니다. 상대를 칭찬하기는 싫지만, 오늘 해머스는 제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의 포지션 변경도 예상 밖이었습니까?”
할스 감독은 그 질문에는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응시하며 또박또박 말했다.
“묠니르는 모든 것이 제 예상 밖입니다.”
대한민국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월요일 자 스포츠 내일에는 김한식 부장의 칼럼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칼럼은 이제 영어로 번역되어 웨스트햄의 채널을 통해 인터넷으로 웨스트햄의 팬들과 런던 시민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일요일 새벽. 프리미어 리그 개막을 기다리는 많은 축구 팬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 버리는 명경기가 나왔음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시즌부터 만나기만 하면 명승부를 펼쳤던 프리미어 리그의 챔피언 맨시티와 FA컵 챔피언 웨스트햄이 드디어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만났다.
……
후반전 조나단 퀵이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그랜트 감독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큐멘터리의 모든 영상을 편집했던 나도 한치우를 포워드로 올려 버릴 줄 몰랐는데,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치우는 준비된 포워드이다.
그가 처음 축구화를 신고, 축구를 배웠을 때, 한치우는 작은 골대에 축구공을 넣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직접 들었던 것을 나는 잊지 않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선수,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한치우의 포지션은 스트라이커였다. 때때로 전술에 따라 윙 포워드와 세컨드 스트라이커를 오가며 시, 도 대회, 전국 대회에서 많은 득점을 올렸고, 연령별 국가대표에서도 포워드로 활약했다.
열여덟 살이 되어 미드필더로 전향하기는 했지만, 2019년 청소년 대회에서 당시 청소년 대표팀의 감독이었던 진계표 감독은 한치우를 미드필더가 아닌 섀도 스트라이커와 펄스 나인의 역할을 부여해 대회 준우승이라는 업적을 이루어 냈다.
……
한치우를 어떤 포지션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웨스트햄의 전술 변화는 계속 다양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치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 김한식 부장의 칼럼은 이야기의 재미와 전문가의 지식이 결합하여 런던의 일간지 기사 못지않게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 * *
웨스트햄의 선수들은 토요일 경기 후, 우승 세리모니를 마치고 실버 형제의 저택에서 축하 파티를 즐겼다.
“자! 우리의 1라운드는 좀 여유가 있죠?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또 이렇게 많은 트로피를 얻게 되어 진심으로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릴 설리번?”
“예?”
“샴페인을 따는 연습은 그만하고, 그냥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세요. 계속 따겠다면, 다음부터는 샴페인을 준비하지 않겠어요.”
“예.”
“하하하하하하하!”
“오늘은 즐깁시다! 이제 구 개월 동안 우리는 또 많은 것을 참아야 하니! 대신, 제가 감독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월요일까지 쉬게 해 달라고요!”
“우와아 – !!!”
웨스트햄의 프리미어 리그 1라운드 경기는 8월 15일 일요일 오후였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개막전을 펼치는 다른 팀들보다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은 마음껏 먹고, 마셨다.
월요일까지 쉴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8월 9일 월요일.
EMA의 건물 입구에 검은색 밴이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맥스와 그의 부모님이었다.
운전석에서 내린 경호원이 그들을 안내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여, 여기가 회, 회사라고?”
허클이 아직은 허름해 보이는 외관 모습에 조금은 실망한 눈치였다.
조선소에서 용접공으로 오래 일했기 때문에 건물이 어떤 용도로 사용된 것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고작, 창고 건물을.’
하지만 허클은 경호원이 찍는 카드에 자동으로 열리는 문 안으로 들어간 순간,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와!”
“어머! 저, 저기 네 사진이니!?”
“예.”
전시관을 방불케 하는 홀이 그들을 반겼다.
물론, 한치우의 사진과 아슈르의 사진이 더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었지만, 부모의 눈에는 아들의 사진만이 들어오게 마련이었다.
드레이크 부부는 맥스, 자신의 아들 사진 앞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멋지구나!”
“사진은 또 바뀐다고 들었어요. 지난 토요일 경기에서 뛰었던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요.”
“그래, 그래.”
어떤 모습이든 무슨 상관일까.
허클은 건물 외관에 실망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지잉 –
그때, 안으로 들어가는 자동문이 열리며 한치우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오셨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들어오시지 않아 제가 나왔어요.”
“아! 이런! 죄, 죄송합니다! 실례했습니다!”
“죄송해요. 아들의 사진을 보느라고.”
“아니, 아니요. 괜찮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세요. 안에 사진이 더 걸려 있으니까요. 맥스. 얼른 안으로 모셔.”
드레이크 부부가 안에서 나오는 한치우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그들의 송구한 모습에 한치우가 더 당황했다.
“들어가세요.”
한치우의 말에 맥스가 부모님을 모시고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시원하게 빠진 공간과 벽에 걸린 사진과 그림들, 곳곳에 놓인 화분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제 동생이 꾸몄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정말 예쁘네요.”
드레이크 부부는 보는 눈이 없어도 누군가의 정성이 담긴 공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런 느낌은 돈으로만 치장한다고 느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커다란 나무 테이블이 놓인 응접실로 들어가자, 존과 아슈르, 그리고 토마스까지 앉아 있었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드디어 EMA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존이 직접 자리로 안내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편하게 찾아오세요.”
존의 말에 드레이크 부부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뒤따라 들어온 한치우까지 자리에 앉으니 넓은 응접실이 조금은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맥스. 어제 이사는 잘 마무리했어? 축하 파티가 늦게 끝나서 피곤했을 텐데.”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좋은 아파트에 살아도 되는 건가요?”
“흑, 흑!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한치우는 맥스에게 물었는데, 드레이크 부인이 눈물을 훔치자 또 당황했다.
“아, 아니, 아니에요! 제가 감사받을 일이 아닙니다. 구단주가 준비한 거예요. 저도, 여기 있는 아슈르도 옆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하게 생각하세요. 나중에 맥스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더 좋은 집을 선물할 텐데요. 그렇지 맥스?”
“예. 물론이에요. 두 분을 모실 좋은 집을 선물할 거예요.”
“듣기만 해도 행복하구나. 지금도 많은 것을 받고 있는데.”
‘예. 맞아요. 어머니. 한은 저희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 주고 있어요.’
맥스는 잊지 않았다.
계약서에는 아파트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1군과 정식으로 계약한 선수 가운데 한치우와 아슈르가 사는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은 자신의 가족뿐이었다.
로버트야 원래 사는 집이 괜찮았고, 레온은 헤르만이 함께 지내자는 말에 그리로 들어갔다.
구단주가 선물한 이유에는 분명히 한치우가 있을 것이었다.
“선수 숙소 건물을 새로 지을 예정이라, 지금은 아파트 생활이 불편하실지 몰라도 지내시다 보면 괜찮아지실 거예요. 숙소 건물이 완공되고, 선수들이 그리로 들어가게 되면, 지금처럼 맥스를 자주 볼 수 없으니 좋게 생각하시고요.”
맥스는 자신의 부모님께 예의를 갖춰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한치우가 고마웠다.
“맥. 오늘은 이따 우리와 함께 어디 좀 가자?”
“어디요?”
“그건 나중에 말해 줄게. 부모님도 함께 모시고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예.”
그리고 아슈르도 항상 자신에게 이것저것 챙겨 주려는 모습이 좋았다.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행운인지 아버지께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후! 모양이 망가질까, 조심히 들고 오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그때, 박민석이 들어왔는데, 품에는 커다란 상자를 품고 있었다.
“형. 조심해. 조심.”
“알았어.”
한치우가 얼른 박민석을 도와 상자를 나무 테이블 위에 올리고 뚜껑을 열었다.
“우와! 역시 아이언 디쉬의 주방은 실력이 좋아!”
한치우의 입이 크게 벌려지는 게 만족한 얼굴이었다.
“봐봐. 와! 진짜 돼지머리네!?”
존이 한치우의 옆에서 상자 안을 바라보았다.
박민석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조심스럽게 안의 내용물을 꺼내 테이블 위로 다시 올렸다.
“뭐, 뭐야!?”
“돼지머리!?”
“힉!”
“하하하! 놀라지 마세요. 대한민국에서는 돼지머리를 올려 개업을 축하하고, 성공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어요. 모양만 이렇지 케이크입니다.”
오늘은 EMA의 조촐한 개업식이었다.
* * *
조촐하지만, 나름 한국의 형식을 갖춘 개업식을 마치고, 점심으로 돼지머리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하하하! 한국의 삶은 돼지머리를 보고 싶었는데.”
“너, 기억하고 있었어?”
“당연하지. 그 고기를 잘라 먹는 끔찍한 모습을 어떻게 잊어.”
“그런데 이렇게 케이크로 먹어도 괜찮은데? 그렇죠, 형?”
“아니, 그래도 나는 머릿고기가 그립다.”
“배가 고프면 뭐라도 좀 먹고 와요. 보안 직원들 돌아가며 점심 먹을 시간인데.”
“그래야겠다. 잘 먹는 녀석들이니. 고기반찬이 나오는 곳으로 가겠지.”
존의 표정이 웃겼다.
예전에 시장에서 머릿고기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충격이었나 보다.
그리고 민석이 형은 케이크로도 배가 채워지지 않는 게 확실했다.
“우리도 다녀올게. 맥. 부모님 모시고 나와.”
“예.”
아슈르가 토마스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며 맥스의 가족들을 챙겼다.
“아쉬. 밖에 차가 대기하고 있을 거야. 경호원도 두 명 붙였으니까. 즐거운 시간 보내고. 맥. 좋은 거 많이 사 달라고 해.”
“알았어. 이따 보자.”
“감사합니다.”
“맥.”
나는 감사의 인사를 하는 맥스를 한 번 더 불렀다.
맥스의 부모님께서는 밖에서 사무실을 더 구경하고 계셨다.
“이거 받아.”
나는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어 맥스의 손에 쥐여 줬다.
“이, 이것을 왜?”
“부모님 선물은 이걸로 사 드려. 가장 좋은 것으로 사야 할 거야. 금액을 확인하면 다 아는 수가 있으니까. 그리고 잘 모르면,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고. 알았지?”
“왜, 왜 이렇게 잘해 주시는 거죠? 아슈르도 그렇고.”
“아쉬는 너처럼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어렵게 배우며 자랐기 때문에 네가 동생 같을 거야.”
“당신은요?”
“나?”
“맥스. 잊지 마. 비공식적으로 한은 나와 공동 대표라는 것을. 대표가 고객에게 그 정도는 해 주는 게 당연하지.”
존이 맥스의 부담을 덜어 주려고 쓸데없는 말을 잘도 지껄였다.
“존. 헛소리하지 말고, 맥. 그냥 사회생활을 시작한 동생에게 선물하는 거야. 한국에서는 가족이 정장을 선물하고는 하지.”
“아! 예. 감사합니다.”
“잘 다녀와.”
“예!”
시끌벅적했던 응접실이 이제 조용해졌다.
“존.”
“어.”
“할 말이 있어.”
“해.”
이 자식이!
진지하게 얘기하려는데, 대답에 성의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얘기하지 말까?
탁!
그런데 존이 탄산수 한 병을 내 앞에 두고, 자리에 앉았다.
“뭔데? 심각한 거야?”
하긴 함께 보낸 세월이 얼마인데.
“내 몸이 이상해.”
“알아듣게 설명해.”
내 말에 존의 얼굴이 심각해지자, 나는 대회 때 있었던 일을 가감 없이 설명했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믿는 사람은 당연히 서우와 이모였다.
하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둘에게 알릴 수는 없었다. 솔직히 내 몸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돼도 당분간은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순위를 매기는 것이 이상하지만, 둘을 제외하면 내게는 존과 병석이가 있다.
그다음으로는 거의 비슷하지만, 조레스 감독님과 정남용 박사님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 군인은 패스하고 나는 존에게 솔직히 털어놓기로 했다.
도저히 혼자 끙끙 앓고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내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빠른 대처를 위해서도 존은 알고 있어야 했다.
“흠. 진짜 이해하기 힘든 내용인데? 마치 현실인데 악몽을 꾸는 느낌이라는 거잖아?”
“어느 정도 맞는 표현이야. 한국에서는 가위에 눌렸다고 표현하지.”
“한스 박사님께 말씀드리는 것은?”
솔직히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한스 박사님이라면, 내 부탁에 비밀도 지켜 주실 것이 분명했다.
‘아니! 아니야!’
그런데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이 있었다.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믿기지 않는 현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네 표정을 보니 말씀드릴 생각이 없구나. 그럼, 정신과 상담은 어떨까? 간단한 치료를 위한 심리 검사 프로그램 말이야.”
“그건 한번 생각해 볼게. 하! 로빈을 따라서 명상 수업이라도 받아야 하나?”
“거기에 데이비드도 들어갔다며?”
“그래. 이러다가 내년 시즌에는 베스트 멤버 전원이 들어갈지도 모르지. 흐흐흐!”
“너, 심각하구나?”
“왜?”
“그렇게 무표정한 얼굴로 재미없는 농담을 진지하게 하고 있어서.”
“걱정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
“평소 생활에서는 그런 느낌이 없었지?”
“아직은.”
“그러면 나하고 약속해.”
“뭐를?”
존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일상에 지장이 생긴다면, 바로 한스 박사님께 말씀드리기로. 그리고 네가 하지 않으면 내가 말씀드릴 거야.”
“그래. 약속할게.”
“좋아. 일단, 여기까지 하자. 내게 얘기해 줘서 고맙다. 미스터 한.”
지랄은.
고맙기는.
이미 함께 EMA도 만들어 오늘 개업식까지 치른 마당에.
이제 한시름 놨다.
한국에는 문 변호사님이 계시고, 리옹에는 이모, 런던에는 존이 있다.
혹시 내가 잘못되더라도 이 세 명이 있는 한, 내 재산과 지분은 모두 서우에게 양도될 것이고, 나를 대신해 서우를 지켜 줄 것이다.
“그런데 존.”
“왜 또!? 너 이번 표정이 더 심각해?”
그래서 나는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나. 혹시 모르니까, 아무래도 빨리 그 일을 알아봐야 할 것 같아.”
“……, 그냥 잊어버릴 수는 없는 건가?”
“어떻게? 너라면 그럴 수 있어? 나는 절대 잊을 수 없어.”
“…….”
“존. 나는 한 번도 잊지 않았다. 아버지의 죽음을. 그리고 그날의 진실을 반드시 알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