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공포 (2)
마이크가 차는 크로스의 속도가 날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었다.
‘확실히 페어의 도움이 커. 저 위치에서의 크로스만큼은 내가 알려 주는 것보다 페어의 가르침이 확실히 더 낫다!’
파바바 –
내 앞에서 떨어지는 공을 받으려는데, 뒤에서 달라붙으려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나와 주면 나야 고맙지.’
퉁 –
나는 떨어지는 공을 발끝이 쭉 펴진 상태로 살짝 건드렸다.
촤악 –
그리고 몸을 돌려 넘어가는 공과 함께 내가 서 있던 자리로 뛰어드는 상대를 지나쳤다.
팍!
“큭!”
‘오! 제법 균형이 좋은데?’
관성의 법칙을 이겨 내는 상대의 움직임이 좋았다.
디딤 발에 힘을 주어 속도를 줄이고, 다시 나를 향해 몸을 돌리는 유연성도 갖추고 있었다.
‘그러면 한 번 더.’
투웅 –
공은 다시 내 발끝에 맞고 처음 떨어지려던 곳을 향해 솟아올랐다.
“젠장!”
‘그래, 그래. 그러니까 함부로 튀어나오지 말라고.’
파악!
“악!”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유니폼이라도 잡아당기려는 녀석의 손을, 몸을 돌리는 동작 안에서 주먹으로 쳐 버렸다.
‘쯧쯧! 아파도 상대를 끝까지 봐야지!’
녀석의 시선이 손을 향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짧은 틈이었지만, 슛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다.
콰아앙 – !!!
떨어지는 공을 오른발 발등으로 정확히 때렸다.
공은 순식간에 데릭의 옆을 지나며 하비에르의 머리를 향해 제대로 날아갔다.
촤라라라라 –
“어? 벌써?”
우와아아아아아 – !!!!!
하비에르가 멍청한 표정으로 골네트를 흔드는 공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나는 분명히 봤다.
날아오는 공을 살짝 피해 버리는 하비에르의 두 주먹과 고개를.
몸을 살짝 뒤로 누우며 공에 실린 힘을 분산시키려 했겠지만, 결국에는 두 주먹을 끝까지 뻗어 내지 못한 것이다.
‘이거 실망인데? 그래도 열 번은 막아 내고 망설일 줄 알았는데.’
뭐, 어쩌겠나.
내가 막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고, 본인이 막기 싫다는데.
‘다섯 번 만에 끝이 났다는 것이 아쉽네.’
나는 마이크에게 엄지를 들어 보여 주고는 바로 몸을 돌려 하프 라인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묠니르! 묠니르! 망치들의 머리!! –
내 등 뒤로 나를 부르는 구호가 메아리가 되어 홋스퍼 스타디움을 울려 댔다.
* * *
“이, 이런! 또 들어간다고!? 도, 도대체 저, 점수 차가!”
할로우 회장의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진 지는 오래였다.
한치우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전반전 종료 직전 추가 골을 넣었을 때만 해도 행운이라고 생각했었다.
하비에르의 위치 선정이 좋지 않았거나, 데릭의 커다란 덩치에 가려 날아오는 공을 정확히 보지 못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치우가 하비에르의 정면으로 찬 슛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묠니르는 두 번이나 더 홈팀의 골대 안으로 떨어졌고, 두 개의 골에 도움도 기록했다.
그래서 현재 전광판으로 보이는 숫자가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0 : 6]그리고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 십 분,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 !!!!!
라운지에서도 크게 들릴 정도로 엄청난 야유가 쏟아지고 있었다.
한치우가 경기 종료 십 분을 남겨 둔 상황에서 맥스와 교체되며 벤치로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지옥을 선사한 묠니르에게만 향하는 야유는 아니었다.
이미 홋스퍼 스타디움의 관중석 곳곳은 빈 곳이 보일 정도였고, 그라운드 위로 쓰레기를 던지며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번 경기가 끝나면, 토트넘은 분노한 팬들을 달래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어찌 되었든 야유로는 경기 결과를 바꾸지 못하고, 홈팀 선수들이 십 분 안에 미친 듯이 슛을 퍼부으면 점수 차는 좁힐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알렝을 비롯해 토트넘의 선수들은 패배를 직감했는지, 이미 고개가 바닥을 향해 떨어져 있었다.
“이, 이것 보시오! 미스터 실버. 지금 나를 놀리는 것이오!?”
휴 실버는 대승을 눈앞에 두고도 한 번을 웃지 않았다.
그래서 할로우 회장은 어쩌면 휴 실버가 일부러 표정 관리하며 자신을 놀리는 거로 생각했다.
묠니르를 향한 걱정?
웃기지도 않았다.
휴 실버는 이제 입을 열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긁어 대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미스터 실버!”
“후 – 우!”
할로우 회장이 휴 실버를 계속 부르자, 휴 실버가 한숨을 내쉬더니 처음으로 할로우 회장에게 시선을 주었다.
“헉!”
얼마나 경기를 집중하고 봤는지 휴 실버의 흰자위가 한치우처럼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제가 오늘 회장님께 실수를 했었나요?”
꿀꺽 –
할로우 회장이 낮은 음성으로 입을 여는 휴 실버의 말에 마른 침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제가 오늘 회장님께 실례되는 말을 꺼낸 적이 있나요?”
“아, 아닙니다. 미, 미안해요. 미스터 실버…….”
휴 실버의 눈빛이 아니더라도 전광판에 보이는 숫자처럼 할로우 회장은 이미 패배자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토트넘의 선수들처럼 축 처진 어깨, 이제는 갈 곳을 잃어버린 눈빛.
휴 실버는 시선을 주고 있지는 않았지만, 전반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유롭고, 오만했던 할로우 회장의 자세를 기억하고 있었다.
‘한의 상태가 의심스러웠겠지. 한국에서 좋지 않은 일로 멘탈이 무너졌을 것으로 예상했겠지만, ……후 – 우!’
휴 실버는 할로우 회장의 마음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한치우가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으리라.
“후 – 우. 할로우 회장님.”
“……예.”
“계속 한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아요. 그와 남을 엮어 이슈를 만들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에요.”
“그, 그것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엮어 낸…….”
“상관없어요. 누가 어떻게 무슨 이야기를 엮든지, 하지만 당분간 한을 자극하는 건 현명한 판단이 되지 못할 거예요.”
“무, 무슨 뜻이오?”
“묠니르의 분노가 사그라지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지금 그는 분노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화를 경기에서 상대에게 쏟아 내고 있죠. 오늘만이 아닙니다. 이미 바이언이 겪었고, 앞으로도 진행될 거예요.”
‘묠니르의 폭주를 이대로 놔둘 수는 없어!’
“오늘은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휴 실버는 멍해진 할로우 회장에게 인사를 건네고, 라운지를 빠져나갔다.
이제 경기는 사실상 끝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을 빨리 마무리하는 게 좋았다.
자신과 웨스트햄을 위해서.
* * *
다른 VIP 라운지 안에는 존과 토마스, 그리고 EMA 직원으로 채용된 직원 여섯 명이 함께 앉아 있었다.
“와우! 요즘 묠니르의 활약은 정말 미쳤다고밖에 얘기할 수 없어요! 원래도 대단했지만, 지금은 미구엘과 비교가 자연스러워졌을 정도라고요!”
토마스가 맥스와 교체되어 나가는 한치우를 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회사의 매출이 또 올라가겠어요!”
“다음 달에 광고 촬영만 두 개가 잡혀 있는데, 다시 광고 의뢰가 들어오게 생겼어!”
“윌리엄. 즐기라고! 광고뿐이겠어? 요즘에는 방송 출연 문의도 많아.”
“월요일이 두려워요.”
“하하하! 월요일은 월요일이고, 우리 묠니르의 구호를 외칩시다!”
묠니르! 묠니르!
직원들이 한껏 기분을 내며 한치우의 구호를 외쳤다.
“함께 외쳐요!”
“예! 어서요!”
직원들이 가장 안쪽에 앉아 있는 존에게 함께할 것을 권유했다.
“아! 예! 묠니르! 묠니르! 하하하하하!”
‘저 녀석!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존은 자리에서 일어나 웃는 얼굴로 직원들과 어울려 주었지만, 속으로는 미치도록 불안한 상태였다.
존의 옆에서 직원 가운데 유일하게 퓨어만이 그런 존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래전의 오해는 이미 모두 풀렸다.
그리고 둘이 그런 사이라 할지라도 스마트폰을 두고 간 자신의 잘못이 더 컸던 상황이었기에 퓨어는 정식으로 출근을 시작한 뒤, 둘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물론, 둘은 절대 그런 사이가 아니라며 못을 확실하게 박았다.
퓨어는 현재 EMA에서 나오는 자료를 통계로 만드는 일과 존의 업무를 어느 정도 분담해서 처리하고 있었다.
존의 업무라는 것은 이제까지 존이 혼자 일하며 묵혀 두었던 수많은 정보를 보기 쉽게 자료로 정리하는 일이었다.
따라서 퓨어는 자연스럽게 한치우와 존의 관계, 그리고 한치우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 역시, EMA와 어느 정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직원 중에서는 퓨어가 한치우와 존의 마음을 가장 많이 이해하고 있었다.
‘너무 화가 나 있어. 정말 딴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아!’
축구를 잘 모르는 그녀였지만, 그런 그녀가 보기에도 오늘 경기를 뛰는 한치우의 모습은 한국에서의 일이 생기기 전과 후가 확실히 달라 보였다.
뮌헨 원정은 직원들이 따라갈 수 없었기에 그 경기에서 한치우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오늘 경기를 통해 한치우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EMA의 리더인 두 사람의 상태와는 별개로 회사의 매출은 대폭 상승하고 있었다.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늘고 있었고, 무엇보다 한치우와 아슈르, 그리고 맥스까지 광고 문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맥스는 이미 프리미어 리그 유망주 특집 방송에까지 출연하며 확실한 재능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퓨어는 존을 불안하게 보던 시선을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한치우로 돌렸다.
‘화가 잔뜩 난 어린아이가 기분을 풀려고 기어 다니는 개미를 발로 밟는 것 같아.’
오늘 한치우를 보고 난 후, 그녀의 소감이었다.
저 아래 관중석 어딘가에서는 아빠가 경기를 보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미 나가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퓨어의 머릿속에 아버지에 대한 지분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금 그녀는 오직 한치우에 대한 걱정만이 가득했다.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통로에 막혀 한치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퓨어는 다시 직원들과 웃고 있는 존에게 고개를 돌렸다.
똑 – 똑!
그때, 라운지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며 보안 직원이 열어 주는 문으로 휴 실버의 모습이 보였다.
“오! 이런, 이런! 즐거운 자리를 제가 방해했군요! 이런 자리에서는 가장 높은 사람이 빠져 주어야 더 즐겁기 마련입니다. 미스터 리처드? 저희끼리 한잔할까요?”
“예. 생각해 보니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여러분, 남은 시간 즐겁게 지내다 가세요. 보안 직원들이 댁까지 안전하게 모실 것입니다.”
존은 불안을 미소 안으로 감추고, 휴 실버와 함께 라운지를 빠져나갔다.
퓨어는 둘이 하는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다시 고개를 경기장으로 돌렸다.
힘이 빠진 듯한 그녀의 에메랄드빛 눈동자는 이제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 * *
프리미어 리그 10라운드는 웨스트햄의 대승으로 끝이 났다.
런던은 충격에 휩싸였고, 토트넘의 팬들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연일 시위를 이어 갔지만, 이틀 뒤인 11월 2일 화요일 저녁 동런던의 분위기는 즐거움과 기대로 가득했다.
이날은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D조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AS 모나코를 런던 스타디움으로 초대한 웨스트햄은 필립과 페어를 쉬게 해 주고, 주축 선수 대부분을 그대로 내보냈다.
토트넘과의 런던 더비가 생각보다 쉽게 풀린 게, 확실히 이번 경기를 준비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
웨스트햄은 원정팀을 3 : 0으로 이기며 토너먼트 진출을 거의 확정 지었다.
한치우는 이 경기에서 두 골과 한 개의 어시스트로 모든 골에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경기 종료 이십 분을 남기고, 맥스와 교체되었다.
11월 6일 토요일.
웨스트햄은 프리미어 리그 11라운드를 진행하기 위해 울버햄튼으로 원정을 떠났다,
그랜트 감독은 베스트 멤버 대부분을 쉬게 해 주었다.
한치우는 아예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골! 골입니다! 찰스 미들턴! 좁은 틈으로 연결되는 스루패스를 잘 받아 골키퍼가 나오는 반대 방향으로 공을 잘 돌렸습니다! 정말 이제는 골대 앞에서 침착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네요! 맥스 드레이크 선수의 스루패스도 정말 훌륭합니다!〉
〈예! 이제 찰스 미들턴에게 유망주, 신인. 이런 표현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많이 성장했고,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선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맥스 드레이크! 정말 기가 막힌 패스 연결입니다! 저 수비벽 사이의 좁은 틈을 어떻게 봤을까요?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계속 주위를 확인하는 판단력과 시야가 정말 대단합니다!〉
〈현재, 맥스 드레이크가 국가대표팀에 소집될지도 모른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만일, 드레이크가 이번 국가대표팀에 소집된다면 EMA의 주가는 더욱 올라가게 될 텐데요.〉
〈뭐, 그런 것보다는 맥스 드레이크의 재능을 미리 알아본 존 리처드와 한치우의 눈썰미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맥스 드레이크는 선제골을 터트렸고, 지금은 승부의 쐐기를 박는 추가 골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최근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공격 포인트를 꾸준히 올려 주고 있는데요! 아직 어린 나이에 정말 대단합니다!〉
울버햄튼과의 경기는 1 : 2로 원정팀인 웨스트햄이 승리했다.
맥스와 찰스의 활약으로 두 골을 넣고, 경기 종료 직전 잠깐 방심했는지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지만, 승점 3점을 빼앗기지는 않았다.
그리고 대한민국 중계진의 설명대로 맥스의 국가대표팀 차출에 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었는데, 웨스트힐 감독이 다음 주 일요일에 열릴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특별한 재능이 빛났던 선수들을 새로 뽑을 것이라는 인터뷰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월드컵 예선 기간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 열린 리그 컵 8강전에서는 다시 에버턴을 만나야 했다.
11월 10일 수요일.
에버턴의 홈구장인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리그 컵 8강전.
홈팀임에도 에버턴은 최근 가장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웨스트햄을 상대하기 위해 텐백에 가까운 전술로 원정팀을 상대했다.
웨스트햄이 베스트 멤버 그대로 선발 출전 선수 명단을 구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망치들은 AT 마드리드를 상대하며 수비에 전념하는 팀을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 경험한 상태였다.
웨스트햄은 아이언 실드의 변화와 한치우의 활약으로 홈팀의 골대 안으로 네 번이나 공을 집어넣으며 0 : 4 대승을 거두었다.
“하하하!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제가 준비를 못 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저도 답답하네요! 누구의 잘못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두 보셨겠지만, 오늘 묠니르는 해트트릭을 기록했습니다. 이제 그가 미드필더인지, 포워드인지도 헷갈릴 지경입니다. 묠니르. 그는 악마입니다! 라 리가에 축구의 신이 있다면, 프리미어 리그에는 악마가 있어요!”
에버턴의 와그너 감독은 질려 버린 얼굴로 경기 후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한치우에게 악마라는 표현을 사용한 첫 번째 인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