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충돌
프랭크 스노우는 주위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거슬렸다.
‘뭐야!? 설마 같은 편끼리 감시라도 하겠다는 거야!? 아니, 아니지. 같은 편은 아니지. 이제는 각자 가는 길이 다르니까.’
프랭크의 두 눈이 빠르게 움직이며 주위를 살폈다.
경기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그의 신경은 온통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서포터의 모습이 아닌 혼란을 일으키기 직전의 테러리스트와 같은 모습이었다.
‘테드는 내게 기회를 줬어. 진정한 ICF 멤버가 무엇인지 증명할 기회를.’
하지만 테드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름 없는 펍에 모였던 건장한 남자들이 프랭크의 주위에 잔뜩 몰려 있었다.
‘테드는 경기장 출입이 금지되었지. 그런데도 이런 영향력을 보여 주고 있어 대단해!’
프랭크는 자신도 테드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스노우. 그렇게 눈알 돌리지 말고, 앞이라도 봐. 네가 그렇게 초조하게 멍청한 모습을 보여 주면, 우리에게 기회는 오지 않아.”
“아! 미, 미안. 나는 그냥…….”
“그래. 그냥 닥치고 경기를 보고 있어. 이 상태에서 움직이겠다는 건 저 덜떨어진 광신도보다 못난 새끼가 될 뿐이니까.”
“말이 너무 심하잖아?”
“그래? 그렇게 원하면, 지금 당장 옆에 있는 덜떨어진 녀석들에게 던져 줄 수도 있어.”
하지만 믿음과 현실은 달랐다.
프랭크는 바로 옆에 서 있는 남자의 커다란 덩치에 몸을 움츠렸다.
진짜 그가 마음먹고 던진다면, 저 옆까지 날아가고도 남을 것 같았다.
“아, 알았어.”
“잘 들어. 지금 우리의 적은 광신도가 아니라 위에서, 아래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칼튼의 친구들이야. 잘못 움직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둘러싸인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두 시간 안에 기회는 얼마든지 올 테니까.”
“그, 그래!”
프랭크의 두 눈이 경기장을 향했다.
그래서 그는 보지 못했다. 주위에 있는 남자 모두가 비슷한 비웃음을 얼굴에 걸쳤다는 것을.
우우우우우우우우 –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아이언들이 야유를 내지를 때마다 홈팬들은 더 큰 함성으로 야유를 묻어 버렸다.
하지만 프랭크는 관중석에서 쏟아 내는 소리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눈은 경기장을 향하고 있었지만, 선수들의 모습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언제, 언제? 언제냐!’
이제 그를 서포터라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반드시 내 이름을 잉글랜드에 알리고 말겠어! 그리고 분명히 말해 줄 거야! ICF는 예전의 명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그는 어리석은 생각에 잡아먹힌 괴물일 뿐이었다.
‘빨리! 빨리!’
전반전 삼십 분이 다 되어 가는 데도 옆에 남자가 이야기한 기회는 오지 않았다.
“심장 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자꾸 애송이 같은 모습을 보여 줄 거면, 집에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빨고 나와.”
“크크큭!”
“하하하!”
‘이 새끼들이!’
프랭크는 자존심이 구겨지는 말과 주위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순간 욱하는 감정이 치솟으며 주먹을 내지를 뻔했다.
그때!
“어! 어어어?”
“우왁!”
“뭐, 뭐야!?”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 !!!!!
원정 응원석의 앞에서 아슈르가 몸을 솟구치며 헤더 슛으로 크리스털 팰리스의 골대 안으로 공을 넣는 모습이 펼쳐졌다.
“준비해!”
프랭크의 옆에 있던 남자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주위를 감시하던 시선도 원정 응원석의 앞으로 달려오는 아슈르와 선수들을 향해 있었다.
‘지, 지금이다!’
프랭크 역시 옆의 남자가 말하지 않아도 그 기회가 지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칼튼과 아이언들은 서로 얼싸안고 함성을 지르기 바빴고, 안전 요원들을 건너 옆에 보이는 광신도들은 들고 있던 깃발과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양 팀 팬들 사이 계단과 통로에 줄을 맞춰 서 있는 안전 요원들도 아슈르의 멋진 골에 서로 떠들기 바빴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 – !!!!!
근처에 있던 홈팬들이 세리모니를 하는 아슈르의 모습이 가까워지자 지독한 야유를 쏟아 내기 시작했고, 프랭크를 중심으로 남자들의 눈빛은 날카로워졌다.
“하하하하! X신 새끼들! 집에 가서 기도나 해라! 너희 신은 여기 없어!”
프랭크의 옆에 서 있던 건장한 남자가 크리스털 팰리스의 팬들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욕을 뱉었다.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머리까지 깡통으로 만들어진 녀석들이! 죽기 싫으면, 찌그러져 있어!”
“하하하! 지랄하네!”
“넘어오지도 못할 것들이! 넘어오면, 그 깃발의 깃대로 네 항문을 찔러 주겠어!”
“이 개새끼들이!”
“X팔! 네 입에 내 물건을 넣어 주마!”
화다다 – 다닥!
화라라 –
화라라라락!
충돌은 순식간이었다.
실점을 허용하며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비웃음과 조롱, 욕설이 들려오자 크리스털 팰리스의 팬들은 이성을 잃고 말았다.
“잡아!”
“넘어오지 못하게 막아!”
“거기 막아! 밑에도 넘어간다!”
그래도 나름 런던 더비였다.
양쪽으로 넘어가는 통로와 계단을 막고 선 안전 요원들이 넘어가려는 홈팬들을 붙잡았다.
“스노우! 지금!”
파박!
날렵한 몸집을 가진 프랭크가 남자의 신호에 의자를 밟고 뛰었다.
휘익 – 콰직!
그대로 몸을 날린 프랭크가 안전 요원들이 잡고 있던 크리스털 팰리스의 팬 한 명의 턱을 무릎으로 찍어 버렸다.
“젠장! 잡아!”
화라라라 – 화다다다!
프랭크의 니킥을 시작으로 주변에서 기회를 보던 남자들이 홈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퍽! 퍽! 퍽! 퍽!
안전 요원들 틈으로 주먹이 쏟아지기 시작하며 원정 응원석과 홈팬들의 응원석 사이의 계단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훌리건으로 유명한 웨스트햄의 아이언들과 광신도라고 불리는 크리스털 팰리스의 울트라스가 충돌하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말려! 말려야 해! 악!”
“당겨! 윽! 이 새끼가!”
“X발! 덤벼! 광신도 새끼들아!”
퍽! 퍼벅!
이유는 프랭크 일행을 주시하던 ICF 멤버들까지도 싸움에 휘말려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들도 피 끓는 남자였고, 맞으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칼튼과 숄의 눈치를 보며 참고 있었지만, 언제든지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는 화약이었다.
“죽여! 죽여 버려!”
“X발 새끼들아! 덤벼!”
퍼버벅! 퍽! 퍽!
* * *
〈오늘 프리미어 리그 19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와 웨스트햄의 경기에서 훌리건들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17시 35분. 원정팀 웨스트햄이 선제골을 넣은 상황에서 홈팬들의 야유가 쏟아지자, 흥분한 훌리건들은 안전 요원을 넘어 서로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사건 경위에 관한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런던 남부 경찰서로 압송된 훌리건의 숫자만 백 명 가까이 이릅니다. 이 인원은 지난 시즌…….〉
삐리리 –
한치우는 리모컨을 들어 뉴스가 방송되는 티브이를 꺼 버렸다.
병실 안에는 존과 한서우, 박민석이 남아 있었고, 직원들은 모두 돌아간 모습이었다.
“휴의 머리가 꽤 아프겠어.”
“멍청한 새끼들! 도대체 저따위 새끼들이 어떻게 지지자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아니, 클럽을 도와줘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짐이 되고 있다니!”
“진정해. 솔직히 그동안 잘 참은 것도 다행이다.”
“뭐라고?”
“맞지. 그동안은 칼튼이 잘해 오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터지게 되어 있었어. 비록 상대가 좋지 않았지만.”
“후 – 우 – ! 클럽의 재정이 더 어려워지겠어. 아마 휴가 물어야 할 보상금과 벌금이 꽤 나올 거야.”
“팀이 부도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내야겠네.”
“말이 쉽지?”
“응. 쉬워.”
“하아 – .”
존은 한치우의 웃는 얼굴에 힘이 빠져 버렸다.
“저기 서우야. 밀크티가 마시고 싶어. 여기 병원 편의점에서 파는 시원한 거로.”
“어? 어. 알았어.”
“민석이 형. 함께 가 줘요.”
“그럴게.”
누가 봐도 둘이 할 말이 따로 있는 눈치였다.
둘이 함께 병실 밖으로 나가자 여유롭게 미소 짓던 한치우의 표정이 달라졌다.
“진짜 둘만 있기 힘드네. 한국의 일은 어떻게 했어?”
“일단, 네 사촌에게 우성 물산의 일을 전담하게 했어. 네 의견을 물어야 했지만, 그럴.”
“됐어, 잘했어. 유선이는 다른 욕심을 품을 성격이 되지 못해. 그리고 머리도 똑똑하고, 제대로 힘을 실어 준다면, 물류만큼은 확실하게 살려 놓을 거야.”
“그. 그래. 나와 휴의 생각도 같았어. 미리 말하지 않아서 미안하다.”
“내가 쓰러져 있는데, 그 정도 한 거면 잘한 거야. 건설은 어떻게 됐어?”
“그게 문제야. 지금 남성시는 남성 1동의 재개발에 찬성했던 주민과 끝까지 반대하는 주민이 아직도 갈등을 일으키고 있어. 남성시장은 어떻게 해서든 현성 개발과 손을 잡고, 재개발을 원래 계획대로 추진해 볼 생각인데, 현성 개발은 발을 빼려고 노력하는 중이지.”
“하하하! 안염지의 속이 타들어 가겠어.”
“그런데 다른 문제가 생겼어.”
“다른 문제? 남성 1동의 재개발 공사가 엎어졌다고 해서 우성 건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아. 물론, 고모와 고모부 때문에 회사 신뢰도가 하락하고 주가가 폭락했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다져 놓으신 기반이 워낙 단단한 회사야. 생각하기도 싫은 사건만 없었다면, 지역 건설 회사의 규모를 뛰어넘을 정도였으니까.”
“그래. 지금도 이사진들이 현명하게 내실을 다지고 있어. 휴 실버가 허튼짓하는 순간, 네 지분을 모두 다른 나라에 팔아 버리고, 투자도 막아 버리겠다고 겁을 주었으니까.”
“역시 이런 일 처리는 확실하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야?”
“김유성.”
“이런 X발 새끼가! 여기서 그 이름이 왜 나와!?”
“한우선이 쓰러지고, 미국에서 귀국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
“그래. 유선이가 런던에 오게 된 것도 그 새끼가 엄마 옆에 있으니까 올 수 있었잖아.”
“맞아. 문제는 네가 쓰러지고 난 다음이야.”
“왜. 누나처럼 건설을 자기한테 달라고 했어?”
“응.”
화악 –
한치우의 눈에서 붉은빛이 터졌다.
꿀꺽 –
존은 한치우의 두 눈을 감히 마주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가장 많이 겪은 사람이 자신이었지만, 도저히 적응되지 않았다.
“야, 야! 눈! 눈!”
“아, 미안. 아직 잘 조절이 안 돼.”
“진짜 조절할 수 있는 거야!?”
“그래. 잠을 푹 잔다면.”
“그리고 스트레스도 없어야겠지?”
“그건 아니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제 다 알았다니까.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이 존재하지 않아서 그렇지. 스트레스는 상관없어. 그동안은 내가 방법을 몰라서 제멋대로 날뛴 거였고.”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김유성이 연락해 왔어. 자신도 누나처럼 건설의 경영권을 쥐게 된다면 회사를 살려 보겠다고 말이야.”
“이 새끼가 덜 맞았네.”
“뭐야? 때린 적이 있었어? 네 성격에?”
“아니. 골대 가운데에 묶어 놓고 PK 연습을 했어. 몇 번 공에 맞았거든.”
“언제?”
“처음 런던으로 오기 전에, 그리고 녀석은 미국으로 유학을 갔지.”
“그런 이야기는 궁금하지 않아. 어찌 되었든 그 녀석이 이사진 중에 자기편을 만들고 있다는 거야. 욕심 많은 늙은이 몇몇이 넘어가고 있고.”
“퇴원하면 바로 한국으로 들어간다.”
“이 상황에?”
“존. 지금 우리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지 못하면, 휴가 부담하는 범위가 너무 넓어져. 우리도 그의 고객이긴 하지만, 그 전에 나는 그의 팀에 소속된 선수야. 어차피 퇴원해도 감독님은 나를 바로 경기에 투입하지는 않으실 거야. 그렇다면, 시간을 아껴 빨리 머리 아픈 일을 매듭짓는 게 맞아. 네가 전에 그랬잖아?”
“뭐라고?”
“제발 내가 축구만 생각하며 살기를 바란다고. 휴에게 알아봐서 능력 있는 사람을 추천하라고 해 줘. 나는 문 변호사님께 연락해서 주주 총회를 열 테니까. 이번 일이 끝나면, 나는 묠니르로 살 거야. 어차피 회사는 전부 서우 것이 될 테니까.”
“네가 그런 마음이라면, 최대한 협조하지. 알아서 준비할 테니까. 너는 그 눈빛 조절에나 힘써. 한국에서 레이저를 막 쏘아 댈 게 아니라면.”
“웃기지도 않은 농담은.”
“흐흐흐.”
“밖에 들어와!”
존이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자, 한치우가 병실 문을 향해 크게 외쳤다.
스으으 –
“뭐야! 이런 것도 되는 거야!?”
나갔던 박민석과 한서우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존이 깜짝 놀란 얼굴로 한치우의 눈을 쳐다보았다.
* * *
휴 실버가 자신의 책상에 놓인 모니터의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언제나 깔끔해 보였던 얼굴은 다크서클이 보일 정도로 초췌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일어난 일들은 그의 시간과 정신력을 갉아먹고 있었다.
“휴! 휴! 휴 – !”
그리고 그의 앞에서 언제 들어왔는지, 론이 휴의 집중력을 깨트려 버렸다.
“어, 어!? 아! 미안! 언제 왔어?”
“사십 초 전에.”
“미안. 으아아아!”
휴가 몸을 뒤로 힘껏 젖히며 기지개를 켰다.
“일도 좋지만, 좀 쉬어라. 어머니를 계속 걱정의 바다 한가운데 놔둘 생각이 아니라면.”
“안 돼. 어차피 쉴 수 있는 시간은 많아. 조금 있으면 휴식기도 찾아오게 될 테고.”
“윈터 브레이크는 선수들의 휴가 기간이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뭐, 적어도 엿 같은 사건들은 터지지 않을 테니까. 우리 선수들은 리그, 아니 세계에서 최고로 건전하니까 말이야.”
“불행 중 다행이군.”
“하하하! 무슨 일이야?”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었어?”
“오늘?”
휴 실버가 형의 말에 책상 위에 놓인 달력과 일정표를 확인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거기에는 구단과 관련한 일을 메모하지 않잖아?”
“아! 오늘! 알았어. 축구 협회!”
“그래. FA컵 대진 추첨이 있는 날이다.”
“아! 제발 쉬운 상대가 걸려야 하는데!”
“64강 정도에서 어려운 상대를 만날 확률은 높지 않아.”
론의 말투가 차가워서 그런지 더 신빙성 있게 들리는 말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갈 것도 아니면서 왜 온 거야?”
“다음 주부터 겨울 이적 시장이 열리는 것도 잊지 않았지?”
“!”
“내가 온 이유는 오늘 저녁 미스 소냐와의 식사 약속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기 위해서였어.”
“젠장! 몸이 딱 세 개였으면 좋겠어!”
“한국에서의 일로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기고 있어. 왜 한국에서도 알아주지 않는 회사에 신경을 쓰는 거지?”
“내 시간도 내게는 자산이야. 나는 내 자산으로 최고의 투자를 하고 있어. 나중에 두고 봐.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테니까. 그러니 형의 시간도 조금은 투자해 줬으면 해.”
“나도 내가 내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조금만 더 쓰라고. 사람이 어떻게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일정할 수가 있어? 때로는 한 시간 늦게 잘 수도, 한 시간 일찍 일어날 수도 있는 거지.”
“아니. 안 돼.”
“그래, 그래. 아직 시간 좀 남았지?”
“한 시간 후에 나와. 그때는 이렇게 깨우지 않을 거야.”
“알았어. 알람 맞춰 놓을게. FA컵아 제발 쉬운 상대가 걸려라!”
“한 번에 하나씩 생각하고. 머리가 엉켜서 살 수는 있어?”
“하하하!”
한 시간 후, 휴는 형과의 약속에 맞춰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래도 면도를 했는지, 전보다 깔끔해진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시각, 축구 협회의 홀에서는 프리미어 리그 팀까지 합류하는 FA컵 64강 대진 추첨을 진행하고 있었다.
커다란 스크린에는 이미 홈팀에 배정받은 클럽들의 이름이 보이고 있었고, 아직 웨스트햄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 추첨을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뽑아 주십시오.”
진행자의 말에 곱게 늙은 노신사가 손을 집어넣어 탁구공처럼 생긴 공을 꺼내었다.
까드득 –
공을 돌리자 안에 말아 놓은 종이가 보였고, 노신사는 종이를 꺼내어 폈다.
“!”
그의 눈이 이렇게 컸었나 싶을 정도로 눈가의 주름이 펴지며 늙어 버린 눈동자에 당황한 빛이 뿜어졌다.
그는 떨리는 눈으로 스크린을 바라보며 종이에 적힌 클럽이 들어가야 할 자리를 다시 확인했다.
“회장님?”
진행자가 부르는 소리에 리치몬드 테이번이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앞으로 펼치며 입을 열었다.
“오! 신이시여! 웨, 웨스트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