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귀로 (1)
2029년 6월의 첫날은 금요일이었다.
그리고 금요일 오후 네 시.
인천 국제공항 입국장 게이트가 열리며 파리에서 날아온 사람들이 카트를 밀거나 가방을 든 채,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보는 입국장의 모습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무, 무서워.”
“어쩔 수 없지. 빨리 나가자.”
“엄마!”
“어! 여기!”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메흐씨 보 꾸.”
“자! 이쪽으로 나가세요!”
“죄송합니다! 공항이 혼잡합니다! 질서를, 질서를 유지해 주세요!”
많지 않은 사람들이었지만, 마중 나온 지인을 확인한 그들은 공통으로 빠르게 발을 놀리며 주위에 잔뜩 몰린 취재진을 피해 자리를 이동했고,
경찰들과 공항 보안 직원들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
“나온다!”
“와! 도대체 몇 명이나 온 거야!?”
“파리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많다고 했잖아! 가드들의 수만 해도 열 명이 넘는다고 들었어!”
“조, 존! 존 리처드! 그리고 마리아 소냐!”
우와아아아아아 – !!!!!
건장한 남자들의 뒤로 존과 마리아가 가장 앞에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뒤로 한치우와 퓨어, 그리고 박민석과 한서우의 모습이 보이자 공항은 순식간에 함성으로 물들었고,
팟! 파바밧! 파바바바바 – 파! 파바바바박!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며 공항의 조명보다 더 강한 빛으로 주위를 밝게 비추었다.
“휘! 이거, 환영 인사를 무시하지 못하겠는데?”
“존. 나 지금 엄청 피곤하다. 일단, 집으로 가자.”
검은 선글라스를 코에 걸치고 있어서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한치우의 눈은 적안 때문이 아니라 피곤함으로 붉게 물들어있었다.
그래서 퓨어가 손을 잡아 주는 데도 붉어진 눈은 가라앉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예정대로 공항에서는 인터뷰를 거절합니다! 곧 자리를 마련할 테니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박민석이 가장 앞으로 나오며 크게 외쳤고, 국적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가드들이 흩어지며 한치우 일행이 이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저, 저기! 한치우 선수! 한마디만 부탁합니다! 지난 월드컵 이후, 안염지 전 회장과 통화하며 어떤 기분이셨습니까!? 지금 국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만 부탁하겠습니다!”
지금 모인 기자들 가운데 김한식이나 최재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공항에서 기자 회견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공지를 이미 알린 상태였기에 한치우를 피곤하게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기사와 사진을 내보내려는 기자들은 한치우의 한마디라도 담으려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한마디만 할게.”
한치우가 퓨어의 손을 풀어내며 존에게 이야기하자, 박민석이 가드들을 통제하며 한치우의 옆으로 섰다.
“듣던 대로 재미있는 나라네요?”
“뭐, 열정 하나만큼은 인정해야지.”
마리아가 묘하게 웃으며 존의 귀에 대고 말하는 사이, 둘의 옆에도 가드들이 감싸며 기자들의 시선을 차단했다.
“예. 한마디만 할게요. 민석이 형 마이크 좀 받아 줘.”
박민석이 기자들이 내미는 마이크를 가슴에 가득 안아 등을 돌렸다.
덕분에 소란으로 울리던 공항이 고요해지며 셔터 누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자성의 목소리. 좋아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만큼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일어난 일이 바뀌지는 않아요. 이미 저는 불명예스러운 은퇴를 하게 되었고, 뭐, 덕분에 더 많은 명예를 얻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발 소를 잃어버린 다음 외양간을 고치지 말아 달라는 거예요. 제가 전 회장님과 통화한 내용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저도 참고인 조사로 빨리 귀국을 결정했지만, 누구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공정한 결정을 내려 달라는 뜻에서 귀국한 것이에요. 나머지는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난 다음, 기자 회견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음에도 한치우의 기세에 눌린 기자들은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박민석이 마이크를 기자들에게 넘겨주고, 공항 밖으로 나가는 한치우 일행에게 다시 질문하는 기자들은 없었다.
* * *
양홍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아저씨 그렇게 좋으세요?”
“예, 아! 아니! 응!”
“나중에 제가 좋은 남자를 데리고 와도 좋아해 주실 거죠?”
“그, 그래.”
한서우가 그런 양홍일의 팔짱을 끼며 정원을 함께 걷고 있는 한치우와 퓨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넓은 집은 역시 사람이 많아야 해요. 치우 군과 서우 양이 가족을 이루게 되면, 다시 예전처럼 이 집이 시끄러워지겠죠.”
“아저씨! 말씀 낮추시라니까!”
“하하하! 천천히, 천천히 할게요.”
양홍일이 한서우의 손등을 두드리며 따뜻하게 웃었다.
‘회장님! 사장님! 사모님! 보고 계십니까!? 정말 예쁜 사람을 데려왔어요!’
“마리아! 그 슬리퍼는 욕실에서만 신어야 해! 그리고 가운만 걸치지 말고, 좀 입고 나와!”
막 양홍일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려고 할 때였다.
저 안에서 존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호호호! 또 마리아 언니가 실수한 모양이네요.”
한서우가 양홍일의 팔에 낀 손을 빼며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집에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아진 상황이었지만, 양홍일은 이마저도 좋았다.
조용하던 저택이 시끄러워졌고, 여기저기서 한국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애를 먹었지만, 박민석과 한서우, 그리고 존이 도와주며 나름 저택의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양 기사님! 저기 별채에도 피트니스 룸이 보이던데, 저희가 좀 사용해도 될까요?”
“그러게! 그런데 기구들을 오래 사용하지 않아서…….”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손 좀 보면 사용하는데 문제없어요! 양 기사님께서도 젊으셨을 때는 운동을 좀 하셨나 봐요? 기구 관리가 잘 되어 있어요!”
또 그새를 참지 못하고 박민석과 가드들이 일을 벌인 것 같았다.
별채는 아예 외국인 가드들이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다.
덕분에 양홍일이 해야 할 일이 몇 배로 늘었지만, 상관없었다.
“하하하! 나도 좀 거들지! 내가 회장님을 모셨을 때는…….”
양홍일은 즐겁게 웃으며 별채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은산동에 있는 한치우의 집 정원으로 여름의 기운을 뿜어내보려는 기운이 따뜻하게 번지고 있었다.
* * *
“분위기는 좀 어때? 함께 들어갔으면 좋았을걸.”
“너까지 같이 들어왔으면, 더 난리가 났을 거다. 그래도 너와 다른이가 바로 사우디로 떠나서 다행이지. 컨디션은?”
“둘 다 괜찮아. 이번 시즌에는 부상도 없었으니까. 아! 참고인 조사는?”
“묻는 대로 잘 대답하면 될 일이었어. 국가대표팀 선수들도 이미 조사를 받았다며?”
“뭐, 솔직하게 이야기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쉬쉬하면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는 조성되고 있어. 감독님께서는 고민이 크신 것 같지만.”
“원래 최종 예선까지만 하시기로 했지?”
“그런데 지금 분위기상 본선에 진출해도 계속 맡으셔야지. 솔직히 국내에서 이만한 감독님도 없으니까.”
“본선 진출 확정이 먼저겠지. 아! 너와 다른이도 돌아오면 조사를 받아야 할 거야.”
“어. 들었어. 뭐, 우리 둘의 이야기가 더 해져 봤자,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그, 안유헌이라는 사람은 어땠어? 파리에서 만났다는 뉴스를 봤는데, 바빠서 물어보지를 못했네.”
“지금은 젊어서 그런지 의욕은 대단하더라. 뭐, 나중에 나이를 먹고, 재벌 문화에 물들게 되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인사 청문회를 통과하게 되면 아마 안유헌을 중심으로 축구 협회는 새로 꾸려지게 될 거야.”
“그런데…… 토마스에게 들었는데, 휴 실버에게 정보를 계속 제공한 사람이 안유헌이라며?”
“나도 그건 좀 놀랐어. 솔직히 휴가 어떻게 한국 사정에 밝았는지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다른 곳도 아니고, 그쪽 사람이 정보를 주었다고 생각하지는 못했거든. 김 비서님이란 분도 그렇고,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도와준 분이 많아.”
“아! 그 사람은 어떻게 할 거야? 어머님께서 예전에 도와준 사람이라며.”
“당연히 내가 책임질 거다. 안염지에게 일부러 고모를 만나게 유도한 것도 그분이셨으니까. 덕분에 안염지는 계속 헛짓거리를 이어 갈 수 있었고, 현성 개발에도 타격이 있었지.”
“어떻게 도와주려고?”
“스포츠 행정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신 분이야. EMA 아시아 지부 책임자로 두려고.”
“그런데 그분도 재판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안염지의 비리를 알고 있음에도 어디서 돈을 따로 챙겼거나 사사로운 이익을 취한 적이 없으셨어. 한국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했으니까 감옥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야.”
“네 부모님도 정말 대단하신 분이야. 두 분 덕을 네가 보는 거로 생각하고.”
“의젓한 척하기는.”
하지만 병석이의 말이 맞았다.
지금 내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부모님이 많은 사람에게 덕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베풀 차례였고.
“야! 훈련할 시간이다. 응원할 거지?”
“봐서.”
“아, 진짜!”
“그러니까 다른이에게 빨리 선제골에 성공하라고 잘 전해. 침대 축구에 허덕이기 싫다면 말이야. 지루하게 쓰러지는 놈들이 눈에 들어오면 바로 꺼 버릴 테니까.”
“알았어!”
오랜만에 병석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예전과는 달리 내 주위에 사람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존과 병석이는 의미가 다른 사람들이었으니까.
“치우 씨! 치우 씨!”
그리고 이제 내게 가장 큰 의미가 되어 주는 사람의 목소리도 저 아래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 소파에서 일어나 아래로 내려갔다.
이건 뭐, 명절인가?
으하하하하! 하하하!
거실 소파에 앉아 한국 예능 방송을 보며 웃음을 터트리는 가드들.
소파가 무너지지는 않겠지?
“마리아 그거 매운 거야!”
“악!”
“하하하하! 여기 우유 마셔요. 언니!”
주방에서 뭐 하는 짓들인지 존과 마리아, 그리고 서우가 난동을 부리고 있었고,
“치우 씨! 치우 씨! 이 아이가 정말 치우 씨 맞아요?”
“예. 맞아요. 일곱 살이었을 때죠.”
퓨어는 양 기사님께서 꺼내어 주신 내 어린 시절이 담긴 앨범을 거실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신기하게 보고 있었다.
그래도 한국어가 많이 늘어 양 기사님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게 다행이었다.
“민석이 형은?”
“아! 토미와 스벤하고 사우나에 갔어요.”
‘아예, 한국물을 먹이겠다?’
우리가 집에 들어온 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제는 완벽하게 적응한 다른 나라 친구들의 모습을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뭐, 이래야 사람 사는 모양이 아니겠는가.
* * *
그렇게 왁자지껄했던 저택이 한순간에 고요해졌다.
오후가 되어 집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볼보에서 협찬해 준 대형 SUV 다섯 대가 한꺼번에 움직일 만큼 많은 인원이 은산 저수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우와! 길이 엄청 넓어졌네!?”
“저기 붉은색으로 칠해진 도로는 소방과 응급 전용이야.”
“아깝지는 않고?”
“아깝기는. 작은 거에 욕심내면, 큰 것을 잃게 되는 법이야.”
존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고 있었다.
굳이 이렇게 도로를 넓게 만들어 아까운 땅을 소비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일 테니까.
하지만 어느 병원이나 가장 혼잡한 곳이 입구 도로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저기 눈앞으로 보이는 펜스로 만들어진 거대한 벽 안에는 병원만이 아니라 문화 공간을 담은 쇼핑 센터와 어린이들을 위한 축구 교실까지 들어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도로는 넓을수록 안전하고 좋은 일이었다.
[한용운로]그리고 은산 저수지로 이어지는 이 도로의 이름은 할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용운타운 조성 공사 현장]머리 위로 철재로 만든 커다란 간판을 지나자, 콘크리트 구조물로 보이는 커다란 건물들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탁 –
“왔어!?”
“야. 바쁜데, 너까지 나왔어. 전무님만 계셔도 되는데.”
“나도 백화점 도면 확인해야 할 일은 있었어. 저기 안전 교육장 보이지 일단 저기 가서 기다리고 있어. 안전모도 써야 하니까.”
유선이는 이미 안전모와 마스크를 착용해 동그란 두 눈만 내놓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밝았다.
“자, 자! 저기로 가자! 나를 따라와!”
나는 퓨어의 손을 잡고 존의 앞으로 서며 일행을 이끌었다.
이건 뭐, 피난민도 아니고.
생각하면 이상했지만, 아마 퓨어는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흐흐흐!”
역시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주위를 둘러보는 데 정신이 없었다.
“전에도 왔었잖아?”
“그래도 그때와는 다르죠. 지금은 제법 모양을 갖췄는데요. 진짜 내년이면 오픈할 수 있겠어요.”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오픈은 계속 늦춰질 거야.”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땅에 할아버지 이름으로 하는 공사인 만큼 나는 완벽을 요구했다.
‘두고 보세요! 반드시 이곳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니까요!’
안전 교육장 안으로 일행을 밀어 넣으면서도 내 눈은 콘크리트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 – 악 –
그리고 경기장이 아닌 곳에서 오랜만에 적안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드러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