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36
36화. 서런던
런던의 서쪽은 부유한 지역이 많다.
그중 풀럼 지역은 풀럼 FC(이하 풀럼)의 연고지이기도 하지만, 서런던의 지배자 첼시 FC(이하 첼시)의 연고지이기도 하다.
블루스(The Blues)라고 불리는 첼시는 러시아의 재벌 드미트리 나발리의 적극적인 투자로 프리미어 리그의 우승 경쟁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클럽이 되었다.
그리고 첼시의 실질적인 행정 업무의 수장인 로만 넴초프 이사는 나발리 구단주의 자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로만의 흑자 경영으로 첼시는 아스날이 최근에 런던의 맹주 자리를 되찾아오기 전까지 런던의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한을 영입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하! 우리를 끌어내린 거너스의 커맨더를 드디어 우리가 품는다?”
“3년 전에는 욕심쟁이 고든이 한을 절대 내어주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실버 형제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줄 압니다.”
“욕심에 눈이 먼 자는 먼 미래는 물론, 가까운 미래도 내다보지 못하지. 아! 북런던의 유대인들이 실버 형제와 만났다고 하던데?”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버클 영감의 무거운 돈주머니는 절대 한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주지 못할 테니까요. 오히려 잘된 일이지요. 그들이 실버 형제에게 얼마를 제시했는지는 몰라도,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금액보다는 훨씬 못 미칠 것이고, 그것은 더욱 우리를 돋보이게 해 줄 테니까요.”
똑- 똑-
테이블 위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것은 드미트리 나발리의 오랜 버릇이었다.
로만은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드미트리의 생각이 끝나기를 기다려 주었다.
“그런데, 한이 북런던을 떠나 동런던으로 간지 이제 고작 반년이 조금 지났는데, 다시 서런던으로 오면 반발이 심하지 않겠나? 아스날은 지금 런던의 비극에 잠겨 있는데 말이지.”
“하하하! 설마 멍청한 거너스를 생각하고 계셨던 것입니까?”
“왜? 그러면 안 되나? 그래도 계속 런던 안에서 투닥거리다 보니 나쁜 감정만 있는 건 아니야.”
“한은 절대 거너스로는 돌아가지 못합니다. 아니, 그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정확하지요. 리그 8라운드에서 한은 자신이 이제 커맨더가 아님을 런던 스타디움에서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스날은 어떻습니까? 그들의 충성스러운 지지자들은 계속 한을 다시 데려오라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고든은 한을 데려오길 꺼리고 있습니다. 한의 얘기조차 하고 있지 않지요. 지금 거너스는 파비노를 빨리 처분하지 않는 한, 커맨더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릴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이지요.”
“프레딕이 속이 아주 쓰리겠어. 이제는 완전히 동네북이 돼 버려서 안타까울 정도야.”
“그래서 쓸데없는 고민으로 손가락을 두드리셨습니까?”
“쓸데없는 고민이라……? 이것 봐, 로만. 나라고 프레딕의 처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어.”
“제가 옆에 있는 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 있나?”
“저로서는 욕심 많은 늙은 구렁이를 상대하는 것보다 젊고 합리적인 남자들과 얘기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내가 해 줄 것은?”
“묠니르를 구매할 수 있는 두둑한 지갑이 되겠지요.”
“자네가 보는 묠니르의 가치는 얼마인가?”
“현재 한은, 저희가 처음 노렸던 3년 전과는 다릅니다. 그 시기에 준비했던 금액이 2천 5백만 파운드였죠. 한이 리옹에서 런던으로 넘어와 1년이 지난 시점이었으니 그 금액도 괜찮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은 그때와 확실히 다릅니다. 경기를 보는 시야는 더 넓어졌으며, 경험은 축적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골을 넣는 것을 주저하지 않죠. 우리와의 경기에서도 마지막에 극적인 동점 골을 넣은 것은 다름 아닌 한이었습니다!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묠니르의 구호가 울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죠.”
“흠! 흠! 부상의 위험이 있지 않나?”
“나발리. 한은 완벽히 부활했습니다. 해리 보틀이 리그 8라운드가 끝나고 바로 해고되었습니다. 그 뜻이 무엇이겠습니까? 결국, 한을 망친 것은 멍청한 거너스였습니다. 우리는 라이벌이 준 교훈으로 한의 관리에 철저하게 신경 쓰면 될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 팀 닥터의 수준 역시 해머스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갑을 통째로 던져 주라는 말처럼 들리는군.”
“정확합니다. 4천 5백만 파운드! 웨스트햄의 합리적인 남자들은 이 금액을 절대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발굴자를 만나겠습니다. 마침 주말에 풀럼에서 경기가 있군요. 물론 상대는 우리가 아니지만.”
* * *
2026년 12월 27일 일요일.
겨울 이적 시장이 열리기 전, 프리미어 리그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19라운드가 펼쳐지는 주말이다.
웨스트햄의 전반기 마지막 상대는 공교롭게도 서런던의 풀럼 FC(이하 풀럼).
풀럼은 현재 순위표에서 하위 그룹에 속해 있어서 이번 시즌 리그에 잔류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었다.
런던 더비이기는 하지만 런던의 동쪽과 서쪽에 연고를 두고 있는 두 팀은 다른 런던 더비와 비교하면 치열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런던에서 부유한 쪽에 속하는 서런던의 서포터즈 역시 비교적 온순한 성격을 띠고 있어 축구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아이언과 충돌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강등과 잔류를 거듭하는 풀럼은 한치우가 없었을 때도 웨스트햄보다는 약체로 분류된 팀이었다.
지난 23일에 있었던 리그 컵 8강전에서 데릭이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했지만, 풀럼을 상대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다.
아침 일찍 아파트를 나가는 한치우에게 존이 인사를 건넸다.
“오늘 경기 잘해. 나도 풀럼에 일이 있어서 갈 예정이야.”
“일?”
“어제 네가 너무 피곤해 보이길래 일부러 얘기하지 않았는데, 첼시의 넴초프 이사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어. 그냥 전화로 얘기하기에는 상대가 너무 거물이라서. 아마 네가 경기를 뛰고 있을 시간에 나는 스템퍼드 브리지 근처에 있을 것 같다.”
“나갈 때, 좀 씻고 나가. 누가 보면 거지라고 해도 믿겠다. 전부터 얘기했지만, 제발 직원을 구하고, 사무실을 차려. 나도 내년 2월 휴식기에는 차를 알아볼 테니까.”
“오! 정말이지?”
“그래. 그러니까 두 달만 수고해 주고, 제발 사람을 구해서 써라.”
“네가 웨스트햄에 있는 이상, 나 혼자로 충분해. 데릭에게 안부 전해 주고. 리그 득점왕 경쟁에서 멀어지게 되어 마음이 좋지 않을 테니.”
“데릭은 그런 것에 마음을 쓸 만큼 섬세하지 못해. 그래도 안부는 전해 줄게. 아! 잘 거절하는 것 잊지 말고. 계속 얘기하지만.”
“알아. 나도 동런던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너와 똑같아.”
한치우는 존의 말에 손을 흔들어 주며 나갔고, 존 역시 한치우의 말대로 오랜만에 제대로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6- 2027 프리미어 리그 19라운드 풀럼 대 웨스트햄의 경기 중계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김한식 해설 위원님, 오늘 경기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아무래도 현재 풀럼의 전력으로는 이번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웨스트햄을 상대로 승점을 가져가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요일에 데릭 볼 선수가 안타깝게도 발목 부상을 당해 현재 재활 기간이 필요한 상태인 만큼, 오늘 그 자리에 선발로 출전하는 찰스 미들턴 선수가 활약해 준다면, 웨스트햄은 오늘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더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 그런데, 리그가 거듭될수록 한치우 선수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풀럼과 연고지가 같은 첼시와의 경기에서도 두 명이 계속 돌아가면서 한치우 선수를 거칠게 압박했었죠. 풀럼은 어떻게 나올 것으로 보입니까?〉
〈첼시나 풀럼이나, 아니 프리미어 리그 그 어떤 팀도 이제 한치우 선수를 한 명으로 막는 팀은 없습니다. 그리고 조직력이 좋은 팀들일수록 한치우 선수와 주위 선수를 동시에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죠. 풀럼 역시 실점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치우 선수를 꽁꽁 묶어 두려 할 것입니다. 그것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웨스트햄의 수비는 이제 프리미어 리그 최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데이비드 벨은 여유가 있네요. 공을 천천히 포백 라인에서 돌리며 풀럼의 공격진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아! 한치우에게 동시에 네 명이 달라붙고 있습니다! 한치우! 공을 발로 밟으며 코너로 끌고 가다가 수비 다리 사이로 마이크에게 연결합니다! 마이크 테리 크로스!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미들턴의 머리에 정확하게 연결됩니다! 골! 골! 골입니다! 찰스 미들턴 선수의 머리에 맞은 공을 무어 브란트 선수가 오른발로 침착하게 마무리합니다! 해설 위원님 말씀대로 데릭 볼 선수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예! 물론 테리 선수의 크로스, 미들턴 선수의 공간 침투, 브란트 선수의 마무리까지 한순간에 풀럼의 수비 진형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은 한치우 선수가 수비 네 명을 달고 다니며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사면 압박에 중심도 무너지지 않았고, 테리 선수가 달려오는 타이밍에 정확한 패스를 연결해 주었기 때문에 골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한치우! 발끝이 살아 있어요!〉
〈후반전이 시작되며 필립 모리스 선수를 대신해 조나단 퀵 선수가 들어오네요. 요즘 퀵은 아주 물이 올랐습니다.〉
〈그렇습니다. 미들턴과 퀵! 해머스의 어린 망치들은 이번 시즌 한치우와 함께 뛰며 성장하는 모습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두 선수에 대한 이적과 임대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하죠.〉
〈아! 저도 기사를 본 것 같네요. 하지만 두 선수 다 한치우 선수의 곁을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말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예! 후반전이 시작됩니다!〉
〈퀵! 한치우와 2 : 1 패스로 한치우를 둘러싼 수비벽을 허물어 줍니다! 저런 플레이는 꼭 한치우를 빼다 박았네요! 좁은 공간에서 수비의 압박이 거셀 때,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한치우에게 과외를 제대로 받았어요!〉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리며 풀럼과 웨스트햄의 19라운드 경기가 종료되었습니다! 경기는 무어 브란트가 두 골을 집어넣은 웨스트햄이 승점 3점을 가져갑니다! 프리미어 리그 4위 자리를 지켜 냅니다!〉
〈예, 오늘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만큼 승점 3점이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맨시티, 리버풀, 첼시가 선두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바로 그 아래에 있는 웨스트햄은, 만일 오늘 경기에서 승점을 가져오지 못했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4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었습니다.〉
〈예. 지금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이 걸린 4위 싸움이 상당히 치열한데요.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웨스트햄의 뒤를 바짝 쫓는 상황에서 그 아래에서는 토트넘과 아스날이 경쟁하는 모습입니다. 그러고 보니 웨스트햄과 토트넘의 구단주들이 만났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현재 한치우 선수의 이적과 관련한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토트넘만이 아니죠. 한치우 선수가 처음 유럽에 진출했던 프랑스의 올림피크 리옹 역시 계속 관심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요. 그런데 최근 기사에서는 첼시에서까지 한치우의 영입을 원한다는 내용의 기사까지 났습니다. 한치우가 가까운 런던 안에서만 북런던, 서런던과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죠.〉
〈저도 정말 지난여름과는 확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직 웨스트햄과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적은 힘들지 않을까요? 대신 한치우 선수의 연봉을 올려주는 재계약이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맞습니다. 제가 아는 한치우 선수의 성격으로 봤을 때는 돈을 떠나 다른 팀으로 쉽게 이적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완전히 웨스트햄에 녹아들었지 않습니까? 지금 한치우 때문에 이적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시끄러운 이유가 주급이 낮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도 캐스터님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아마 실버 형제가 현명한 판단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중요한 것은 한치우에게 관심을 보이는 클럽이 많을수록 한치우의 가치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겁니다!〉
* * *
스템퍼드 브리지 근처의 더 첼시 하버 호텔.
풀럼과 웨스트햄의 경기가 한창이었지만, 이곳의 분위기에서는 경기장의 열기를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호텔 레스토랑은 연말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적막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로만 넴초프는 시끄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렸다.
직원 역시 철저히 제한된 사람만이 레스토랑에 출입할 수 있었고, 객실에 투숙한 손님들은 대신에 호텔에서 최고의 룸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 역시 로만이 비용을 지급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로만과 존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솔직히 존은 간단히 안부를 주고받고, 적당한 선에서 거절 의사를 밝힌 다음 오랜만에 한치우가 뛰는 모습을 보러 경기장으로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존의 계획은 식사가 끝나고 대화가 시작되자마자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다.
“4천 5백만 파운드입니다.”
“!”
존은 최대한 침착하려고 애를 썼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틈을 보여 준다면, 상대는 절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차를 몰고 와서 맥주를 마시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존이 미소를 가면으로 쓰며 허리를 편안하게 했다.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시원한 칵테일을 주문해 드릴까요?”
“정말 훌륭한 생각이군요.”
로만이 손짓하자, 뒤에 서 있던 건장한 러시아 남자가 주문하러 몸을 돌렸다.
지금 테이블 주위에 저런 건장한 남자가 다섯은 더 있었다.
‘무슨 갱도 아니고.’
존은 속으로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절대 드러내지 않았다.
발굴자란 별명이 괜히 생긴 것은 아니었다.
“저희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한 클럽은 아마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요. 시티즌은 한을 데려오기에는 지금 스쿼드 구성이 매우 좋고, 스퍼스는 2천만 파운드라도 제시했으면 다행일 테죠. 리옹과 바이언이 걸리기는 하지만, 아마 우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날카롭게 묻는 로만의 질문에도 존의 얼굴에서는 미소만 보일 뿐,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그때, 아까의 건장한 남자의 손에 귀엽게 보이는 칵테일 잔과 온더록스 잔이 들려 있었다.
존은 유리잔이 깨지지는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남자는 이런 일이 자주 있었는지 능숙한 솜씨로 둘의 앞에 잔을 내려놓았다.
“흠, 시원하군요.”
존이 파란 칵테일을 한 모금 입에 물었다.
로만 역시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한치우의 주급은 17만 파운드가 될 것입니다.”
존은 칵테일 잔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조금이라도 흔들릴까 집중하면서 말이다.
“출전 수당, 공격 포인트 수당, 승리 수당, 또 뭐가 좋을까요? 이런 것은 당신의 전문 분야이지 않습니까?”
로만은 존이 거절할 틈을 줄 생각이 없는 사람이었다.
존의 미소보다 더 진실하게 보이는 로만의 미소는 자신감으로 넘쳤다.
“아! 지금 동런던에서는 아파트에서 지내신다고요? 한과 함께?”
“예. 동런던은 조금 위험해서요. 아파트가 오히려 안전하죠. 남자 둘이 지내기에도 충분한 시설도 갖추어져 있고요. 물론, 이제 뉴엄구 안에서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언들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경호원들은 계속 고용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 그들은 필요한 사람들이죠. 한과 제가 뉴엄구 안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기 템스강 위쪽에 괜찮은 저택이 한 채 있습니다. 둘이 지내시기에 좀 넓은 감은 있지만, 발굴자께서도 이제 좋은 분위기 안에서 업무를 보셔야죠.”
‘이건 뭐, 당장 몸만 넘어오라는 건가? 러시아의 재벌은 화끈하다는 말이 사실이었군.’
존은 생각을 정리하며 칵테일을 다시 목으로 넘겼다.
“정말 저희를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지만 미스터 넴초프. 한은 이적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제 한은 해머스의 묠니르가 되었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온 것은 오늘 한의 경기가 풀럼에서 벌어지고 있고, 당신과는 좋은 인연을 이어 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한은 블루스로 가지 않습니다.”
존의 입에서 차가운 음성이 흘렀다.
이런 얘기는 정확하면서도 감정이 들어가 있으면 안 된다.
“역시. 당신들은 의리를 아는 남자들이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한이 멍청한 거너스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런 실수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제안한 내용은 전부 내년 여름 이적 시장까지 유효합니다.”
로만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다시 한 방을 존에게 날렸다.
“하하! 벌써 내년 여름을 생각하시고 계시다니, 놀랍군요.”
“아직 제 얘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년 여름까지 유효하며, 블루스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음 시즌부터는 치우 한을 중심으로 팀을 재구성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