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5
5화. 폭탄
[거너스의 사령관, 망치의 머리가 되다.]2026년 7월 10일 금요일.
런던의 일간지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는 런던의 시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 이게 사실이야!?”
“아직 공식적으로 나온 사실은 아무것도 없어!”
“다른 곳도 아닌 이브닝 스탠더드야! 오, 이럴 수가! 거너스의 커맨더가 해머스가 된다니!”
“구체적인 내용은 없어.”
“여기를 봐! 해머스의 감독인 그랜트와 발굴자 리처드가 레스토랑에 함께 있었다는 기사야!”
“리처드는 해머스의 스카우터였어. 둘이 만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지.”
“하지만, 커맨더의 FA가 발표되고 난 후 아닌가!?”
무료로 배부되는, 지역 최고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를 움켜쥐며, 믿을 수 없는 내용에 사람들은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것에 감사했다.
오늘부터 런던의 모든 펍에서 커맨더의 이야기로 시끄러워질 것이다.
런던에 떨어진 폭탄의 후폭풍은 유럽으로 뻗어 나갔다.
재활의학이 발달한 독일에서도 다시 한치우의 재활과 재기 가능성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며, 지금이라도 분데스리가 클럽이 한치우를 영입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이적이 어려워진 한치우의 가치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던 다수의 하위 팀과 2부 리그 클럽들도 상황을 주시하며 존 리처드와 연결되기를 희망했지만, 현재 발굴자는 연락이 안 되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한 건, 이적설이 도는 게 다른 곳도 아닌 동런던의 웨스트햄이란 점이었다.
물론 한치우가 토트넘이나 첼시와 이적설이 터졌다면, 이것은 그냥 폭탄이 아니라 핵폭탄이 떨어진 것이었지만, 웨스트햄 역시 발톱을 숨긴 채 왕좌의 자리를 노리는 맹수로 성장해 오고 있었다.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가 시작한 한치우의 이적설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릭과 존은 미소를 나누며 라거를 마셨다.] [웨스트햄의 망치는 아스날의 병기고를 부술 준비를 마쳤다.] [런던에서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순식간에 추측 기사들이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쏟아졌고, 릭과 존이 만났던 템스강 근처의 레스토랑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이 동런던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릭과 존에게 맥주를 건넸던 종업원은 금요일 저녁 근무를 하지 못한 채,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어제저녁에 있었던 일을 설명해야만 했다.
“아…… 예. 두 손님은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맥주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라거 계열의 맥주를 추가로 주문하며 얘기를 나누었지요. 분위기요? 간간이 존이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둘이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지 저도 알 수는 없습니다. 저녁 레스토랑의 조명은 적당히 어두웠고, 둘의 소리는 작았으며, 손님들은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망할 커맨더가 여기 해머스로 온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 종업원 역시 아이언이었다.
팬들의 분노를 의식했는지, 아스날과 웨스트햄은 각자의 채널을 통해 추측 기사를 자제하여 달라고 먼저 요청했다.
그리고 보도 자료를 통해 클럽의 생각을 밝혔다.
“아스날의 프레딕 고든 대주주는 커맨더의 미래를 위해 FA라는 가슴 아픈 결정을 내렸고, 하루라도 빨리 그의 미래에 투자할 클럽이 나타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습니다.”
“웨스트햄의 구단주인 실버 형제는 거너스의 사령관이 해머스가 되는 일은 생각하기도 힘든 일이라고 했지만, 만일 커맨더의 수리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망치를 들 수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런던의 경찰은 주말을 통해 서포터즈가 충돌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한다고…….”
아스날의 서포터즈는 금요일 저녁부터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광장에 집결하여 시위를 진행했다.
“프레딕 고든은 거너스의 영광보다 황금에 눈이 먼 노망난 늙은이일 뿐이다!”
“사령관을 잃은 거너스의 용맹스러운 병사들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커맨더를 런던의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돌팔이 의사 해리 보틀을 당장 집으로 돌려보내라!”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오! 세상에! 그래요. 커맨더는 아프죠. 다른 클럽에서 재활에 성공해서 재기했으면 좋겠어요. 진심이에요! 하지만 저 빌어먹을 단단한 것밖에 모르는 해머스로는 절대 갈 수 없어요! 왜냐고요? 그건 그들이 해머스이기 때문이에요! 당신, 아이언이야!?”
취재하는 동안, 아스날의 팬들은 한치우의 이적은 이해할 수 있어도 절대 웨스트햄으로의 이적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동런던의 모습도 북런던과 다르지는 않았다.
“우리는 구단주의 독단에 절대 함께할 수 없다!”
“부상병으로 추락한 커맨더는 동런던의 땅을 밟지 못할 것이다!”
“망치의 단단함으로 아스날을 부숴 버리자!”
아이언들은 어디서 구해왔는지 한치우의 유니폼에 불을 지르며 분노를 표출했다.
“커맨더! 멍청한 거너스에서 버림받았다고 우리가 받아 줄 거란 착각은 하지 마! 우리는 절대 너를 해머스로 인정할 수 없으니까!”
유니폼에 불을 지른 아이언이 카메라에 대고 노골적으로 한치우를 향한 적의를 드러냈다.
그의 눈빛만 봐서는, 한치우가 앞에 있다면 바로 죽여 버릴 기세였다.
“거너스의 고장 난 사령관은 필요 없다!”
런던 스타디움 앞에서도 분노의 시위는 계속되었다.
아직 구체적인 이적 협상과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이라, 각 클럽의 서포터즈는 자신들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클럽의 수뇌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역사상 처음으로, 서로 원수같이 여기는 서포터즈가 같은 뜻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런던의 경찰들도 긴장했다.
주말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월드컵과는 별개로, 세계의 이목이 런던에 집중되고 있었다. 서포터즈의 충돌로 일어난 사고는 영화로 제작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한치우는 아직 대한민국에 있었고, 존은 철저하게 자신의 아파트에서 나오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금요일 밤은 긴장을 유지한 채로 지나가고 있었다.
월드컵이 진행 중인 주말이었지만, 런던의 경찰들과 시민은 월드컵을 즐길 수 없었다.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도 아스날과 웨스트햄 팬들이 몇 번이나 충돌할 뻔했고, 시위는 밤새도록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토요일까지 이어지는 시위에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었다.
2026년 7월 11일 토요일 저녁.
먼저 아스날의 프레딕 고든 대주주가 공식 발표를 했다.
“우리의 목표는 언제나 거너스의 영광에 있습니다. 주주들은 목표를 위해 투자를 하고, 유지하며, 또 고쳐나갑니다. …… 거너스의 영광을 위해 싸웠던 커맨더를 이제 보내 줘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그의 헌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 우리는 사령관을 대신할 유능한 전력을 영입할 것입니다. 4년 전, 커맨더가 거너스의 일원이 되었을 때처럼 말입니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최소 세 명의 빅 네임을 영입하리라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 축구는 절대 폭력과 무질서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평화의 상징이 되어야 합니다. 저도 커맨더의 이적이 가슴이 아프지만, 그의 미래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미리 얘기된 것인지, 웨스트햄의 론 실버 구단주의 발표가 바로 이어졌다.
“해머스는 변화할 때입니다. 오랜 전통은 미래를 준비하는 기반이 되어 주지만, 때로는 새로운 현실에 부딪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저 위에 있고, 온 힘을 다해 싸워야 합니다. …… 어제의 원수가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하는 법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진정 바라는 목표에 훨씬 가까워질 수 있는 것입니다. …… 챔피언스 리그를 경험했고, 아스날을 런던의 주인으로 이끌었습니다. 우리의 망치는 그를 새로운 아이언으로 만들어 줄 것이며, 그는 우리 망치의 머리가 되어 줄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런던의 주인은 우리 해머스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 공식적으로 한치우가 해머스로 이적할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한 것이었다.
* * *
“존. 너는 괜찮은 거지?”
“응. 아파트 주위에 경찰이 쫙 깔려 있어. 네 런던 자택을 미리 팔아 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런데 동런던에 내가 집을 구할 수는 있을까?”
“당분간은 클럽에서 마련해 준 아파트를 사용하면 될 거야. 그런데 어차피 한동안은 재활 때문에 회복실에서 살아야 하지 않아?”
“그것은 두고 보면 알 일이고, 클럽에 얘기해서 내가 머물게 될 아파트에 보안을 신경 써 달라고만 전해 줘.”
“걱정하지 마. 나도 아파트를 옮겨야 할 판이야. 이제 조금 있으면 잉글랜드의 경기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덕분에 지금 많이 조용해졌지.”
“존. 돈은 걱정하지 말고 뛰어난 경호원을 섭외해. 물론 네 경호원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클럽에서도 가드를 배치해 줄 텐데.”
“개인 경호원이 따로 필요할 것 같아. 난 다리에 칼 맞기 싫고, 내 친구가 위험해지는 것은 더 싫어.”
“알았어. 푹 쉬고, 조심히 넘어오라고. 미스터 한.”
“그래. 끊을게.”
나는 전화를 끊었다.
일요일 이른 새벽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몸은 더 가벼워지고 있었다.
‘엄마가 우리 치우에게 다시 행복을 돌려줄게. 이제는 너를 위해서 살아야 한다.’
아침에 깰 때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를 위해 살 것이다.”
나는 나만의 주문을 외우고, 내 운동실로 들어갔다.
→ 이게 말이 됨?
→ 국대 은퇴, 아스날 은퇴, 다음은 런던 은퇴인가?
→ 그래도 대단하지 않음?
→ 치우천왕은 꺼지세요!
→ 한치우 때문에 아스날 응원하게 됐는데, 이제 어쩔!?
→ ㅇㅇ 계속 아스날 응원하면 됨.
→ 구너는 꺼지세요!
→ 그런데 한국에 웨스트햄 팬은 있음?
→ 있음! 절대 있음! 죽어라 커맨더! 우에에에엑!
→ 한치우 완전 패륜!
→ 런던 난리 났다는데, 아주 글로벌하게 민폐.
→ 한국에 있는 꼬라지도 맘에 안 들고, 빨리 런던으로 꺼져! 가서 훌리건에게 처맞아라!
→ 훌리건 개무서움!
→ 그래도 짱개로 안 가고 잘도 버팀.
→ 한치우 싫은데, 짱개는 더 싫음!
→ 한치우나 짱깨나! 한치우 축구는 가능함?
→ 재기해도 월드 글래스가 보여 줄 퇴물 축구! 글래스(Glass)는 영원하다!
→ 글래스는 깨진다!
→ 깨진 거 잘못 맞으면 졸 아픔. ㅠㅠ
[한치우! 런던 비극의 서막을 열다!] [중국의 황금보다 망치의 강철이 더 단단했다.] [런던은 긴장 상태! 한치우 런던으로 갈 수는 있나!?]대한민국은 난리가 났다.
다들 한치우가 중국으로 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뿌려 대는 황금은 세계 축구 시장을 예전부터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축구 팬들은 한치우가 웨스트햄으로 간 것을 두고도 연일 조롱과 비난을 일삼았다.
기자들은 한치우를 취재하기 위해 남성시 은산동에 있는 한치우의 자택으로 몰려들었다.
강병석도 이번에는 참지 않았다.
국가대표 은퇴는 이미 발표해 버린 것이었고, 이적? 축구판에서 이런 이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새벽부터 이러는 꼴에 더는 참지 못하게 된 것이다.
“병석아! 지금 동네에 기자들이 난리이다!”
이번에는 오히려 어머니께서 전화가 먼저 왔다.
“기레기 새끼들!”
어차피 일요일이었다. 감독님께 집에 다녀오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바로 남성시로 향했다.
열심히 밟고, 휴게소도 들리지 않아 점심 전에는 도착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한치우의 집 주변은 방송국 차량과 언론사에서 취재로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했다.
몇몇은 굳게 닫힌 대문에 매달려 있었고, 초인종을 계속 눌러대는 기자도 보였다.
카메라를 든 사람들은 정원 나무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 한치우의 집을 담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강병석은 머리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 새끼들아!”
강병석이 고함을 지르며 대문으로 달려들었다.
“어, 어!?”
대문에 매달린 기자들과 초인종을 누른 기자가 깜짝 놀라며 옆으로 비켜섰다.
“시팔! 많이 뜯어 먹었잖아! 여기 전부 치우 땅인 거 몰라!? 허락은 받고 취재하는 거야!? 그렇게 괴롭히고, 국가대표까지 은퇴시켰으면 됐지! 뭘 뜯어먹을 게 남았다고 여기까지 와서 지랄이야!”
팟! 파밧! 파바바바바바바!
기자들은 처음 강병석이 나타났을 때는 당황스러워서 피하기 바빴지만, 나타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곤 빠르게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렸다.
“강병석 선수! 한치우 선수의 이적과 관련하여 아는 게 있으십니까!?”
“중국에서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굳이 런던에 남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내일 출국 일정이 잡혔다는데, 오늘 한치우 선수와 만나기로 약속하신 겁니까?”
강병석은 눈앞으로 들이미는 마이크와 쏟아지는 플래시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달려드는 기자들이 어이가 없어 헛웃음까지 나왔다.
‘출국 일정!’
강병석은 기자들이 쏟아내는 말 속에서 한치우가 영국으로 내일 떠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쁜 새끼! 말이라도 해 주지!’
우우웅-
강병석이 섭섭한 눈으로 한치우의 집을 바라보았을 때, 진동음이 느껴졌다.
[조용한 곳에 가서 전화해. 조금 이따 경찰이 올 거야.]한치우의 메시지였다.
* * *
러닝머신에서 두 시간이나 뛰었더니 배가 고팠다.
밑에서는 인터폰이 요란하게 울려 댔지만, 양 기사님은 문을 열어 주지 않을 것이다.
나는 2층 식당으로 가서 간단하게 점심을 차려 먹었다.
양 기사님은 절대 2층으로 올라오시지 않는다.
예전부터 2층은 나와 서우만의 공간이었고, 청소와 요리를 해 주시는 아주머니께서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올라오실 뿐이었다.
냉장고에는 반찬이 가득했고, 유럽에서 혼자 지낸 시간이 많은 나였기에, 있는 반찬에 즉석밥을 돌려먹는 일은 익숙한 것이었다.
띠리링-
2층으로 연결된 인터폰이 울렸다.
양 기사님이시다.
“예.”
“밑에 강병석 군이 왔습니다. 기자들과 충돌한 것 같은데요.”
“후! 예. 고마워요. 아! 그냥 놔두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요. 지구대에 연락해서 민원을 넣어 주세요. 일요일인데 동네 분들께도 민폐겠어요.”
“예.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 이 멍청이!”
나는 병석이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바로 병석이의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예? 어머니께서요? 예. 예. 여기는 걱정하지 마세요. 경찰에 연락했어요. 예. 병석이는 제가 잘 타일러서 내려보낼게요. 예. 들어가세요.”
전화를 끊고, 설거지하려는데 전화가 울렸다.
“야!”
“안 죽었어. 살살 말해.”
“언제까지 참고 살 거야!? 네가 뭐가 아쉬워서! 내가 너라면, 다 가만히 안 놔뒀어!”
“네가 이렇게 나 대신 화를 내주니까 내가 할 일이 없는 거야.”
“웃기는 소리.”
“됐고, 빨리 내려가라.”
“저것들 정리되는 거 보고.”
“강병석. 잘 들어.”
“으, 응.”
“가을 아시안 게임에서 네 목에 금메달이 걸려 있지 않으면, 내 얼굴 다시는 못 볼 거야.”
“야!”
“끝까지 들어! 금메달 따고 유럽으로 와! 내가 전부터 얘기했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유럽 1부 리그를 경험하지 못한 포지션이 골키퍼라고.”
“어, 어!”
“내년에 유럽에서 보자. 난 내 친구가 대한민국 최초로 유럽 1부 리그에서 뛰는 골키퍼가 될 수 있다고, 아주 오래전부터 믿고 있었으니까.”
병석이는 대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럴 때 병석이가 얼마나 악착같이 집중하는지를.
우-웅!
흐릿하게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지구대에서 경찰이 온 것 같았다.
“아! 아! 거기, 거기, 거기! 모두 민원인의 사유지입니다! 나오세요!”
“뭐, 뭐야!”
“여기 도로도 개인 땅입니까!?”
기자들은 경찰들이 와서 해산시키려 하자 반발을 했다.
“거기 도로도 원래는 민원인의 사유지였습니다. 시에 기부해서 도로가 생긴 것이지! 그리고 시청에 공문 보냈어요? 도로 점용 허가 신청하셨습니까!?”
“그, 그건 아니지만, 이 정도는 원래 봐 주는 거 아닙니까!?”
“맞아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전국에서 왔는데, 거! 너무 하는 거 아니오!?”
“전국?! 전국적으로 맞아 볼래!? 야! 황 순경! 빨리 안 쫓아내고 뭐 해!?”
그때, 은산동의 동네 주민이 몰려왔다.
“야! 이 경장! 네가 누구 때문에 경찰 노릇이라도 하고 있는데! 잊지 말고 빨리 여기 정리해! 그리고 여기 기자들 남성시에서 방 못 잡을 줄 알아!”
“식당도 오늘 다 문 닫았으니까! 밥 먹고 갈 생각도 하지 마!”
“나쁜 놈들! 일요일 새벽부터 동네 시끄럽게 뭣들 하는 짓인지!”
기자들은 경찰보다 동네 주민이 더 무서웠다.
직업상 경찰들과는 친하게 지내지만, 민심 무서운 곳에 잘못 발을 들이면 제일 무서운 사람이 동네 주민이었다.
“빨리 해산하세요! 빨리요!”
경찰들도 동네 어르신들의 성화에 빨리 기자들을 해산시켰다.
* * *
밖이 조용한 것을 보니 정리가 된 모양이었다.
“양 기사님. 경호원들 섭외는 다 되었죠?”
“예. 내일 새벽에 여기로 올 것입니다.”
“감사해요.”
“아닙니다. 내일은 제가 2층으로 올라가겠습니다.”
“예. 쉬세요.”
내일 새벽에 공항까지는 경호원들과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집 주위에도 보안 직원을 배치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나 혼자 사는 동네가 아니었고, 동네 주민은 우리 집안에 해가 되는 분들이 아니라 오히려 아까와 같이 내게 울타리가 되어 주시는 분들이다.
하지만 내일 여기를 떠나면 울타리를 벗어나게 된다.
기자들은 반드시 내가 내일 새벽에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2026년 7월 12일 일요일.
새벽부터 즐거웠다.
중국이 토너먼트 1차전에서 나이지리아에 여섯 골을 내어주면서 월드컵은 치욕적인 패배로 끝이 났다.
→ 아! 진짜 월드컵 예전으로 돌려놔라. 토너먼트가 이게 뭐냐!
→ 원래 짱개 실력.
→ 짱개의 나라 주작국. 조별 리그부터 대진도 좋았음.
→ 우리는 ㅈㄴ 잘한 거임 ㅇㅈ?
→ 염병! 그래서 어쩌라고!
→ 토너먼트는 진출했어야지!
→ 어차피 이번 월드컵은 끝났음.
→ 아! 한치우 런던 가는 날 아님?
→ 한치우가 너 친구냐?
→ 내일 한치우 피살.
댓글 꼬라지 하고는.
나는 가벼운 차림으로 입고 목발을 챙겼다.
양 기사님의 부축을 받으며 내려온 나는 어둠과 하나가 된 경호원들을 보며 덥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시지요.”
“잠시만요. 양 기사님. 저 없는 동안 잘 부탁할게요. 나중에 서우가 들어오면, 신경 써 주세요.”
“예. 건강히 지내십시오.”
나는 벤에 오르기 전에 양 기사님께 인사를 드렸다. 기사님의 눈은 이미 촉촉해져 어둠에서도 반짝이고 있었다.
2026년 7월 13일 월요일 새벽.
나는 경호원들이 주위를 지켜 주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의 출국장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