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68
68화. 오늘 좀 과한데?
“드디어 웨스트햄과 맨유의 리그 컵 결승전이 이제 경기 시작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맨유는 정확히 10년 만에 이 대회 정상을 노리고 있고, 웨스트햄은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컵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금 웸블리 스타디움에 웨스트햄의 팬들이 더 많게 보이는 것은 제 개인적인 느낌일까요?”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이번 시즌, 웨스트햄 팬들의 수가 늘었다고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맨유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수가 많다고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축구 팬들도 오늘 경기에서 한치우가 활약하길 바라시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과연, 오늘 우승 트로피를 동런던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인지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경기를 중계하는 문언변의 얼굴이 보기 좋게 달아올라 있었다.
중립을 지키며 방송을 해야 하는 자리임에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치우와 웨스트햄을 응원하는 마음을 숨기기 어려웠다.
김한식도 마음을 추스르며 흔들리지 않고자 애쓰고 있었지만, 지금 그는 경기보다 런던에 가 있는 사람들이 걱정되어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최 기자가 잘해 줘야 하는데……. 다른 기자를 보낼 걸 그랬나? 아니. 너무 경험이 없다는 게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재영이는 믿을 만한 녀석이니까.’
김한식은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박용우가 갔기 때문에 큰 걱정은 덜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제 갓 입사한 최재영이 실수는 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중요한 취재에 신입인 최재영을 보낸 이유는,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때가 많이 묻지 않았고, 기자는 신입일 때 정의감이 가장 투철하기에 주변의 유혹을 잘 이겨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아직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신입 기자였기 때문에 주위에서 접촉할 위험이 적었다.
공식적으로는 축구 협회의 팀 닥터인 박용우가 협회의 일로 런던을 방문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기에 최재영이 공식적으로 드러날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축구 협회의 구렁이가 무슨 일을 꾸민다면, 반드시 최재영을 이용할 것이다.
김한식은 최재영에게 조심해야 할 것을 단단히 일렀고, 협회에서 연락이 온다면 무조건 박용우와 상의하라고 지시했다.
“부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도 한치우 선수가 국가대표를 은퇴했을 때는 진짜! 제가 협회 새끼들을 다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런던으로 가지 전, 최재영이 김한식에게 한 말이었다.
부상으로 축구를 그만둔 경험이 있는 최재영은 한치우가 안타깝게 국가대표를 은퇴했을 때 누구보다 분노한 사람이었다.
‘그래. 믿고 맡긴 일이다.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하자.’
“오늘은 결승전인 만큼 무조건 승부가 나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프리미어 리그에서 이번 시즌 두 팀의 전적은 2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번 시즌의 진정한 승자가 가려지게 되는데요. 이 경기의 승자가 우승 트로피와 이번 시즌 전적에서 우위까지 가져가게 됩니다! 정말 드라마 같지 않습니까?”
문언변이 경기 전에 중계방송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내용의 멘트를 하고 있었지만, 생각에 잠긴 김한식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아! 오늘부터 런던에서 촬영을 시작한다고 했지?’
문언변이 봐도 김한식은 자신의 중계보다 런던의 촬영에 더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흠, 흠. 아! 드라마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문언변이 김한식의 눈치를 보며 능숙하게 멘트를 이어 갔다.
“경기는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한치우 선수의 이적 관련 소식은 그래도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요? 맨유의 구단주 가문을 비롯해 윌슨 감독까지 한치우 선수의 영입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 이 경기에서 한치우가 활약을 하게 되면 맨유로서는 더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데요. 부장님, 아니 해설 위원님?”
문언변은 피디의 눈치를 살피며 일부러 부장님이라고 먼저 불렀다.
역시 그의 예상대로 김한식은 부장이라는 단어에 바로 반응하며 생각에서 깨어났다.
“아! 하하! 예.”
“한치우의 이적설은 드라마가 될 것 같습니까?”
문언변이 재빨리 멘트를 간단하게 정리하며 다시 물었다.
“흠, 맨유로 이적하게 된다면 드라마가 되겠죠.”
김한식은 이야기의 진행 상황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짧게 답하며 문언변에게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다행히도 경기가 시작되며 난처한 상황은 자연스럽게 경기 중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어? 도밍구스 자갈루 선수의 움직임이 조금 과한 것 같습니다. 저럴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문언변 캐스터는, 이번에는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 때문에 또 당황해야 했다.
* * *
삐!
맨유의 킥오프로 리그 컵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9만 관중이 한꺼번에 지르는 함성은 주심의 휘슬 소리도 묻어 버릴 정도였다.
서로 다른 응원가를 부르는 서포터들의 목소리가 묘한 화음을 만들며 그라운드를 울렸다.
툭- 툭-
차근차근 뒤로 연결된 공을 밟은 도밍구스의 눈이 앞에서 달려오고 있는 한치우를 보며 빛을 냈다.
도밍구스 자갈루.
브라질 출신의 미드필더이다.
브라질 명문 클럽인 산투스 FC(이하 산투스)에서 맨유로 이적했고, 두 시즌 만에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브라질 출신답게 웬만해서는 공을 뺏기지 않는 개인 기술이 좋았고, 시야가 넓었다.
긴 다리로 스윙을 하며 빠르게 날아가는 패스는 좌우, 문전을 가리지 않고 맨유의 공격 라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의 포지션은 좌우 미드필더보다 내려와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자리였다.
도밍구스는 맨유의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였다.
보통은 여기서 공을 받으면 공격의 방향을 결정하고 빌드 업을 시작하거나 빠르게 뛰어 올라가는 포워드 라인을 향해 롱킥을 연결한다.
하지만 도밍구스가 선택한 것은 빠른 드리블이었다.
오른쪽에 있는 비로르의 당황한 시선을 지나며, 자신의 위치보다 훨씬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도밍구스는 달려오는 한치우를 상체를 흔들며 헛다리 짚기로 가볍게 따돌렸다.
파앙-
그리고 스위퍼 앞에 만들어진 포백 라인이 가까워지기 전에, 도밍구스는 나름 강력한 중거리 슛을 찼다.
아주 빠른 속도로 골대 위를 넘어가 버렸으니 말이다.
“일부러 골대 안으로 차지 않은 거야. 하지만 다음에는 구석으로 넣어 주지.”
도밍구스가 고개를 돌려 한치우에게 말했다.
한치우는 고개를 돌리다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뭐야!? 공을 뺏지도 못한 주제에 그 표정은!?”
“자갈루! 너야말로 뭐 하는 짓이야! 이렇게 소유권을 쉽게 넘겨주면 어떡해!? 빨리 네 위치로 내려가!”
맨유의 왼쪽 미드필더이자 주장인 리스 테일러가 쓸데없이 한치우에게 말을 거는 도밍구스를 자제시켰다.
“주장! 미안해!”
도밍구스는 리스에게 빨리 사과하고 몸을 돌려 자신의 위치로 내려갔고,
한치우를 지나쳤을 때는 분명한 적의를 가지고 노려보았다.
‘뭐지? 전에는 이런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뭐 쇼맨십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오늘 좀 과한데? 그리고 설마, 아까 나를 돌파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한치우는 어이가 없었다.
뭐, 그래도 돌파를 허용한 것은 맞으니 억울할 것은 없었지만,
지나가도록 그냥 놔둔 것이었다.
자신을 향해 공을 가지고 달려드는 도밍구스의 모습에 당황한 것도 있었지만, 좌우를 살펴보니 리스나 비토르보다 위로 올라가 버려서 도밍구스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포워드 라인에게 연결하거나 중거리 슛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역습 상황도 아니었고, 금방 시작한 경기에서 로빈과 필립, 조나단이 아무리 긴장 상태라 해도 멍청하게 달려드는 상대 선수에게 골을 허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잠깐, 이거 어쩌면 오늘 경기 쉽게 풀 수도 있겠는데? 로빈의 긴장을 빨리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선제골이 필요했는데, 잘됐어.’
한치우는 자기 자리로 내려가는 도밍구스의 등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촤- 촤!
“어떠냐!?”
파박!
“흥!”
그 후로도 역시 도밍구스는 공을 잡으면 이상할 정도로 한치우에게 달려들며 일대일 승부를 걸어왔다.
‘마치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네.’
한치우는 자신에게 집착을 보이는 도밍구스가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
리스와 비트로가 손을 들며 공을 달라고 신호를 계속 주고 있었지만, 도밍구스는 한치우만 보이는지 모두 그쪽으로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적당히 이 상황을 계속 유지해야겠어.’
한치우는 그래도 혹시 몰라 패스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 신경 쓰며 간격을 유지했다.
몇 번은 공을 뺏어올 수 있었지만, 도밍구스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도록 발을 뻗지 않았다.
‘흥! 잔뜩 얼어붙었군!’
도밍구스는 움찔대는 한치우의 발끝을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
“도밍구스! 주고 가!”
“헤이! 여기!”
리스와 비트로의 외침도 모두 무시했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이 자식만 무너트리면 다 끝나니까. 미안하지만, 오늘 첫 골은 내가 넣어야겠어. 브라질의 리듬을 보여 주지!’
퉁- 퉁-
도밍구스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한치우를 앞에 두고 발등 위로 공을 올려 한치우의 머리를 가볍게 넘겼다.
한치우가 고개를 돌리며 넘어가는 공의 방향을 따라 상체를 돌렸다.
‘내가 빨라!’
타닷! 퉁-
돌아가는 한치우의 몸의 옆으로 도밍구스의 검고 긴 다리가 먼저 떨어지는 공을 건드리며 한치우의 눈앞에서 다시 방향을 뒤로 바꾸었다.
‘돌려라! 그렇지!’
촤악- 툭-
도밍구스의 눈에 다시 몸을 돌리는 한치우의 어깨가 보이자, 이번에는 떨어지는 공에 머리를 갖다 대며 한치우의 어깨너머로 공을 밀었다.
탁!
‘윽!’
그런데 공을 따라 몸을 빼려던 도밍구스의 어깨 안으로 한치우의 어깨가 들어오며, 빠져나가려는 움직임을 막아 버렸다.
도밍구스는 자신에게 취해 있어서 보지 못했지만, 한치우는 도밍구스가 공을 컨트롤하는 동안 양발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상체만 움직여 공의 방향을 주시했을 뿐이었다.
‘너무 보이잖아.’
한치우는 도밍구스가 공을 띄웠을 때부터 이미 어떤 식으로 돌파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이런 기술은 수비가 당황하며 발을 떼는 순간을 노리고 공의 방향을 바꾸어 중심을 무너트리는 것이지만, 하체의 중심을 뺏기지만 않는다면 뺏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동안 도밍구스의 공을 뺏지 않은 건 리스와 비토르에게 공이 가면 안 되기 때문에 두고 본 것이었지, 둘이 저렇게 양옆에서 외쳐도 주지 않는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한치우는 들여놓은 어깨에 힘을 주어 도밍구스의 몸을 밀어 버리고는 떨어지는 공을 잡아 안전하게 뒤에 있는 로빈에게 연결했다.
“아악!”
‘하는 짓거리 하고는.’
한치우의 뒤에서 도밍구스의 비명이 들렸다.
딱 봐도 파울을 얻어내려는 다이빙이었다.
리스와 비토르의 어이없는 시선이 보일 만큼 저질이었다.
그리고 주심 역시 어깨 안쪽으로 들어간 정당한 몸싸움이었기에 파울을 선언하지도 않았다.
“주심! 이 자식이 밀었다고! 파울! 파울이야!”
주심이 무시하며 계속 경기를 진행하자, 도밍구스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삐비빅!
하지만 계속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는 도밍구스 때문에 주심이 휘슬을 불어 잠시 경기를 중단시켰다.
“6번! 계속 시끄럽게 한다면 경고를 주겠다. 내 판단에 이의를 달지 마!”
결승전 경기의 주심을 볼 정도라면,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것이다.
도밍구스의 얕은꾀에 넘어갈 수준은 오래전에 모두 겪었다.
“젠장!”
도밍구스가 거칠게 잔디를 걷어찼고,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 * *
“로빈!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빌드 업을 시작해!”
나는 경기가 다시 시작되자, 로빈에게 말했다.
흥분한 도밍구스와는 달리 맨유의 다른 선수들은 아직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맨유의 조직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이번 시즌에 우리가 상위권을 유지하는 바람에 5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남은 세 경기에서 언제든지 리버풀을 끌어내리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올 저력이 있다.
“자갈루! 네 위치를 지켜! 내 주문은 기억하고 있는 거야!? 바로 비토르에게 연결해!”
내 귀에 맨유 감독이 화가 잔뜩 묻어난 목소리가 들렸다.
“잘하고 있어요! 소리 지르지 마세요! 녀석이 저를 밀었다고요!”
그리고 어이없게 감독에게 화를 내는 브라질 녀석의 목소리도 들렸다.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개인행동을 하는 선수에게 감독이 소리 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거기에 대드는 선수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다.
신사라고 소문난 비토르의 얼굴도 이번에는 심하게 구겨지는 것이 보였다.
‘미안하지만, 오늘 네 동료를 이용해야겠어.’
나는 비토르에게 속으로 사과를 건넸다.
승부의 세계에서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기도 했다.
맨유의 빠른 조직력이 살아나기 전에 선제골을 집어넣고, 브라질 녀석이 그라운드에 있는 동안을 철저하게 이용해야 한다.
그 사이 우리의 수비 조직력이 살아난다면, 오늘 우리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것이니까.
“필! 이리 줘!”
나는 일부러 방향을 비토르에게 맞춰 달리며 공을 가지고 있는 필립에게 외쳤다.
툭-
공이 나를 향해 굴러오자, 내 시야에 달려오는 도밍구스가 보였다.
내가 일부러 비토르를 향해 방향을 맞추었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툭-
나는 도밍구스와 비토르가 겹치는 순간에 공을 안전하게 뒤에 있는 폴에게 밀었다.
“뭐 하는 짓이야! 내려가!”
비토르도 이제 참지 않고, 도밍구스에게 소리를 질렀다.
“봐! 내가 도와주러 오니까 녀석이 올라가지 못하고 공을 뒤로 돌리잖아! 모르면 닥치고 있어!”
‘흡!’
나는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급히 막았다.
저렇게까지 자신만만한 상태였는지는 몰랐다.
“폴!”
나는 다시 공을 달라고 외쳤고, 계속 비토르의 영역에서 공을 돌리며 둘이 겹치는 상황을 유도했다.
“젠장!”
도밍구스가 계속 나를 향해 위로 올라오자, 비토르가 결국 폴을 향해 라인을 위로 더 끌어올렸다.
팀을 위한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도.
‘이제 선제골을 넣을 차례야!’
“여기!”
폴이 비토르가 달려오는 틈 사이로 내게 공을 굴려 주었고, 나는 내 뒤로 도밍구스가 달려오는 것까지 확인했다.
퉁-
굴러오는 공의 밑을 발끝으로 강하게 찍었다.
회전이 걸리며 솟아오른 공이 내 머리와 도밍구스의 머리 위를 넘어갔다.
턱-
도밍구스가 몸을 돌려 내가 빠져나가는 것을 등으로 막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앞으로 나갈 생각이 아니었다.
투웅-
나는 다리를 길게 뻗어 도밍구스의 앞으로 떨어지는 공을 발등으로 당기듯이 차올렸다.
공은 다시 방향을 바꿔 도밍구스의 머리를 넘었고, 내 쪽으로 돌아왔다.
아까 도밍구스가 나를 돌파하려고 시도했던 개인기도 아닌 기술을 그대로 흉내 내었다.
“까랄료!”
도밍구스가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인상을 구기며 다시 몸을 돌렸다.
녀석의 입에서 나도 파울루 때문에 잘 알고 있는 욕이 튀어나왔다.
나는 도밍구스의 욕을 귀로 흘리며 떨어지는 공에 다시 오른발을 뻗었다.
아까 도밍구스는 여기서 공을 다시 차올리며 넘기려고 시도했었다.
그래서인지 몸을 돌리는 도밍구스가 내 쪽으로 바짝 붙지 않고, 약간 거리를 두어 자세를 잡는 것이 보였다.
‘쯧쯧! 내가 너냐?’
툭-
나는 떨어지는 공을 다시 올리지 않고, 발등으로 감싸며 잔디 위로 떨어트렸다.
“개자식!”
도밍구스가 당황하고 분한 얼굴을 하며 여유롭게 웃고 있는 나를 향해 바로 달려들었다.
촤악- 툭!
나는 달려드는 도밍구스의 왼쪽으로 공을 잡아당기며 발을 바꾸어 보이는 공간으로 몸을 앞으로 밀었다.
달려드는 상대를 라 크로케타로 벗겨 내는 움직임은,
흥분하며 날뛰는 황소의 시야를 망토로 가리며 몸을 옆으로 빼는 투우사의 날렵한 몸짓이었다.
탁-
그리고 내 어깨를 잡아채려는 도밍구스의 오른손을 가볍게 뿌리치며, 브라질 황소의 귀에 나도 할 수 있는 포르투갈어를 들려주었다.
“또마 노 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