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71
71화. 내가 보여 줄게!
“클라우디오! 나와!”
도밍구스가 몸까지 돌리며 죽을힘을 다해 외쳤다.
한치우의 인스텝 킥 타이밍만 막는다면,
아니, 적어도 빠른 속도로 달릴 줄 아는 오른쪽 날개나, 크로스가 뛰어난 왼쪽 날개만 잘 묶어도 웨스트햄의 역습을 허용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 풀백들은 한껏 위로 올라와 양쪽 날개를 잡아주고 있었고, 도밍구스 역시 리스, 비토르와 함께 한치우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 달려든 것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 날아가는 카운터는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캡틴 해머스가 아닌 스위퍼의 발에서 터진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숨을 죽이며 잔뜩 웅크려 있던 흑표범이 드디어 탄력 넘치는 신체를 활짝 펴고, 먹잇감의 숨통을 끊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아슈르의 속도를 감당할 센터백은 아쉽게도 맨유 안에는 없었다.
맨유의 오랜 라이벌인 리버풀의 센터백 빔 쿠만이라면 혹시 잡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도밍구스는 골키퍼에게 골대를 비우고 나오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디오 역시 머뭇거리지 않고, 달려오는 흑표범의 앞쪽으로 떨어지는 공을 향해 뛰었다.
촤아아아-
페널티 에어리어를 넘어 손을 사용할 수 없는 곳에 이르자 바로 몸을 날리며 긴 슬라이딩 태클로 미끄러졌다.
‘제발! 공이 걸려라!’
“악!”
하지만 아쉽게도 클라우디오의 발끝에 걸린 것은 흑표범의 발바닥이었다.
삑!
주심의 휘슬이 울렸지만, 서로의 발에 상처를 남긴 둘은 넘어진 상태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파울! 경고!”
주심의 주머니에서 노란색의 카드가 나오며 쓰러져 있는 클라우디오를 향해 냉정한 선물을 주었다.
하지만 누구도 반박할 수는 없었다.
클라우디오의 태클은 누가 봐도 잔디에 떨어지며 솟아오른 공을 향한 것이 아니라 공을 향해 달려가는 아슈르의 발로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퇴장을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상황이었다.
클라우디오가 한발 늦은 것이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
클라우디오를 향해 야유가 쏟아지는 그라운드로 양 팀 벤치에서 의료진이 급히 들어왔다.
“아쉬! 괜찮아?”
“어. 발을 들어서 다치는 것은 피했어. 오히려 저 녀석이 더 아플 거야. 내 스터드에 발등을 맞았을 테니까.”
한치우가 얼른 뛰어가 아슈르의 상태를 살폈지만, 다행히 괜찮아 보였다.
“혹시 모르니, 파스를 좀 뿌리겠네.”
한스 박사가 아슈르의 발목에 스프레이를 뿌리며 응급처치를 했고, 아슈르의 주위로 선수들이 모여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클라우디오 역시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의료진이 빠르게 벤치로 돌아가며 주심은 골대를 정면으로 보는, 페널티 에어리어 2m 앞에 하얀 스프레이로 프리킥 지점을 찍어 주었다.
“더! 더, 더 왼쪽으로!”
클라우디오가 인상을 쓰며 수비벽의 위치를 예민하게 조절했다.
지금 공을 밟고 서 있는 한치우의 프리킥은 비토르 못지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내가 차도 될까?”
그때, 한치우의 옆으로 마이크가 다가오며 프리킥을 양보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물론이야. 마이크, 긴장하지 말고 언제나 연습했던 것처럼 골대를 맞춘다고 생각해. 너라면 비토르보다 더 멋진 프리킥 골을 넣을 수 있을 거야.”
한치우는 웃으며 마이크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마이크는 비토르에게 자극받은 것이 틀림없어. 지난 경기에서 실점했던 책임을 계속 느끼고 있었을 거야.’
한치우는 마이크가 비토르에게 승부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 리그 경기에서 실점한 책임도 느끼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마이크는 골대를 맞추는 시합에서 골대를 맞추지 못한 공을 모두 골문 구석으로 꽂아 넣었지!’
아예 옆으로 물러나며 확실히 마이크에게 프리킥을 양보한 한치우는 마이크가 프리킥에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발이 느리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백 번씩 공을 차는 연습을 반복하고 발목에 밴드를 걸어 힘을 기르는 훈련을 쉬어 본 적 없는 마이크였다.
“마이크! 이 경기를 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에게 너의 킥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 줘!”
한치우는 자신의 믿음을 담아 마이크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믿을 때는 확실히 믿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양보한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나 후회와 미련이 남지 않는 법이다.
“후!”
마이크가 골대를 노려보며 숨을 골랐다.
‘수비벽은 신경 쓸 것 없다. 언제나 연습한 대로 골대 상단을 노린다.’
마이크는 눈을 감고 날마다 연습했던 킥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삑!
주심이 차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고,
퍼어엉-!
마이크의 왼발이 공의 왼쪽 아래를 정확히 감으며 힘껏 차올렸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공이 솟구친 수비의 머리 위를 순식간에 지나고,
클라우디오의 손끝을 우롱하듯 더 휘어지며 골대 오른쪽 상단 안으로 들어갔다.
촤라라라라-
만일 공이 조금이라도 높았다면, 마이크가 골대를 맞춘 횟수가 하나 늘었을 정도로 정교한 킥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와! 마이크! 대단해!”
수비벽 옆에 있던 릴이 가장 먼저 달려와 쏟아지는 함성 속에서 마이크를 안아 주었다.
“역시! 해낼 줄 알았어!”
“한, 고마워!”
“자! 아이언들에게 인사하러 가자!”
한치우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관중석으로 함께 뛰어가지는 않았다.
대신,
“로빈! 최고의 카운터였어!”
하프 라인에 서 있던 로빈에게 뛰어가 엄지를 들어주었다.
로빈이 씩 웃으며 한치우에게도 똑같이 엄지를 보여 주었다.
드디어 아이언 실드에 두 대의 대포(Double Cannon)가 장착되는 순간이었다.
비록 한 대는 수리 중이었지만 말이다.
* * *
하프 라인에 공을 밟고 서 있는 데얀 요한손의 표정이 심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아마 저 녀석의 시선은 나를 넘어 로빈의 얼굴로 향해 있을 것이다.
‘어떻게 나올 것이냐?’
나 역시 데얀을 놔두고 비토르와 리스, 그리고 도밍구스의 얼굴까지 차례로 살피며 맨유의 역습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했다.
여기서 물러날 상대가 절대 아니었다.
삑-
데얀이 휘슬을 듣자마자 뒤에 서 있는 도밍구스에게 공을 밀어주고 전력 질주로 나를 지나쳤다.
‘역시!’
나는 재빨리 시선을 왼쪽으로 돌렸다.
여기서 도밍구스가 킥을 해 주면 다행이었지만, 아직 압박에서 자유로운 비토르를 그냥 두고 공을 찰 정도로 머리가 나쁜 녀석은 아니었다.
퉁-
도밍구스는 빠르게 오른쪽 하프 라인에 있는 비토르에게 공을 연결했다.
“마이크! 괜찮아! 아직 여유 있어!”
발이 느린 마이크가 어떻게든 타이밍을 빼앗으려고 해 보지만, 킥오프로 시작한 공격의 시작을 잡아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마이크에게 외치며 몸을 돌려 밑으로 내려갔다.
파앙-
내 뒤로 발에 공이 맞는 소리가 들렸다.
앞에서 필립과 조나단에 고개를 위로 들어 올리는 것이 이미 비토르의 크로스가 빠르게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무 빠른 크로스의 속도에 조나단이 제대로 뛰어오르는 데얀을 견제해 주진 못했지만,
데얀 역시 골대와 거리가 있는 상황에서 바로 헤딩슛으로 골을 노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툭-
슛하는 대신에 데얀은 이마를 돌리며 필립의 앞쪽으로 공을 떨어트렸다.
‘그럴 줄 알았지!’
내가 몸을 돌려 뛰어간 곳은 누구도 아닌 리스가 서 있는 방향이었다.
데얀이 선택한 것은 리스의 발이었겠지만, 나는 대충 예상하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킥오프로 이어지는 공격, 데얀이 골대로 뛰어가는 속도 이런 것들을 생각했을 때 비토르의 빠른 크로스를 제대로 살릴 방법은 리스의 슛이었을 것이다.
촤아아아악-
나는 주저하지 않고, 습기를 잔뜩 먹은 잔디 위를 미끄러지며 리스가 슛하기 전에 떨어지는 공을 태클로 먼저 건드렸다.
“젠장!”
리스의 분한 목소리가 내 머리 위에서 들리는 것이 조금만 늦었다면, 슛을 허용했을 것이다.
영리한 필립이 재빨리 굴러가는 공을 가져가며 달리기 시작한 릴을 향해 공을 차는 것이 보였다.
‘상대가 빨리 움직인다고, 우리까지 상대의 리듬에 휩쓸리면 안 돼!’
몸을 일으키는 상황이라 내 생각은 말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빠르게 넘어간 공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도밍구스의 모습이 보였다.
“필! 차리라 밖으로 걷어버려! 시간을 끌거나, 공을 아껴야 해!”
“아, 그래!”
이런 것도 한두 번 겪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에 밸 때가 올 것이다.
우리 팀에서 결승전을 경험한 선수는 나와 아슈르밖에 없었으니까.
다시 맨유의 공격은 데얀의 머리로 향했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고생하는 것은 로빈이었지만,
데이비드가 없는 상황에서 몇 번 경기를 경험했듯이, 조나단과 함께 데얀의 헤더를 막는 요령이 점점 늘고 있었다.
툭-
이번에도 역시 데얀의 헤더는 정확하지 않았고, 빗맞은 공이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으로 굴러나갔다.
“아!?”
필립이 놀라는 이유는 하필이면 굴러가는 곳에 비토르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나도 잠깐 놓쳤어.’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정신없이 공방을 주고받다 보면, 한순간의 빈틈은 언제든지 생기게 마련이었다.
촤아아아-
“어?”
이번에는 내 입에서 나는 소리다.
마이크가 미끄러지며 공에 발을 가져다 대고 있었는데, 파울이 불린다면 위험해질 수 있는 위치였다.
툭-
하지만 마이크는 내가 보아도 정확하게 비토르의 발을 건드리지 않고, 굴러오는 공만을 건드렸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지 않는 정확한 태클이었다.
‘이제 마이크는 마음의 짐을 모두 내려놓게 되었구나!’
“폴! 빨리!”
다급하게 외치는 마이크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태클을 하며 얼마나 집중했는지 입가에 풀이 묻었다는 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 오늘 트로피는 우리 거야. 내가 보여 줄게!’
이런 것이다.
맨유 역시 오늘 반드시 승리하여 트로피를 차지하고 싶겠지만, 130년이 넘는 클럽의 역사에서 리그 컵 우승 트로피가 없는 우리만큼은 아닐 것이다.
“폴!”
나는 공을 잡고 몸을 돌리는 폴에게 공을 달라고 외쳤다.
비토르는 넘어진 마이크와 엉켜 있었기 때문에, 내가 공을 잡고 몸을 돌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바로 마이크와 비토르를 지나치며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툭, 툭, 툭
“멈춰!”
세 번 정도 공을 밀고 나간 것 같았다.
도밍구스가 땀에 젖은 얼굴에도 눈에 불을 밝히며 내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아쉬!”
나는 달리는 속도의 리듬을 살짝 줄이며 오른 다리를 뒤로 들고, 시선을 아슈르에게 주었다.
“안 돼!”
허리를 내리고 서 있던 도밍구스가 내 몸짓에 급히 다리를 뻗어 왔다.
툭-
이런 기본적인 눈속임에 당할 정도로 도밍구스가 조급해졌다는 것이겠지만, 처음부터 패스를 줄 생각이 없었던 나에게는 고마운 일이었다.
나는 도밍구스의 다리 사이로 공을 밀어 넣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발밑으로 하프 라인으로 보이는 하얀 선이 지나가고 있었다.
타다다다-
그 사이에 따라붙었는지 오른쪽으로 리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두 다리에 힘을 더 넣어 속도를 끌어올렸다.
솔직히 요즘 내가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는 나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훈련장에서도 적당히 원래의 기록을 유지하며 달렸다.
왜냐하면, 내 속도가 확실히 더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투웅- 타닷!
공을 이제까지 밀어낸 길이보다 더 길게 밀어 넣고 달리는 폭의 길이도 늘려 버렸다.
당황했는지, 리스의 숨소리가 더 거칠어진 것이 느껴졌다.
“나와! 다 나와!”
리스의 외침에 아슈르와 무어를 잡고 있던 센터백 둘이 그냥 나를 향해 달려왔다.
이 녀석은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맞다.
지금 내 눈에는 오로지 공과 골대밖에 보이지 않았다.
리그 컵 우승? 예전에 아스날에 있었을 때 해 봤다.
하지만 오늘 결승전은 달랐다.
무어가 내 곁을 떠날지도 몰랐고, 마이크가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되었다. 로빈은 조나단과 함께 수도 없이 데얀의 헤더를 막아 내고 있었고, 릴은 죽으라 달리고 있었다.
필립과 폴, 리치는 공과는 상관없이 상대만을 쫓아다니고 있었고, 헤르만은 데얀의 헤딩슛이 언제 어떻게 날아올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다.
아슈르는 넌 우승해 봤으니까.
오늘 처음 결승전을 경험하는 내 동료를 위해 승부의 쐐기를 박을 것이다.
다시는 덤벼들지 못하게 철저하게 밟아 줄 것이다.
촤악- 투욱, 툭!
투웅- 툭!
동시에 달려오는 두 센터백의 앞에서 처음에는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은 상태에서 오른발로 공을 당겨 왼발 앞으로 가지고 왔다.
먼저 도착한 센터백 한 녀석이 내 중심에 따라 기우뚱거리는 사이 둘의 사이를 파고들며 속도를 살짝 죽이며 왼발 앞에 놓인 공을 다시 오른쪽으로 당겨와 앞으로 밀었다.
“으아아아!”
촤아아아아-
발을 바꾸며 두 번 연속 라 크로케타로 둘을 지나쳐 버리자,
뒤에서 리스의 목소리가 분명한 외침과 함께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여기서 걸려 넘어질 생각이 절대 없었다.
이제 눈앞에는 내가 넣어야 하는 골대와 그곳을 지키는 수문장뿐이었으니까.
툭- 타닥!
나는 속도를 더 끌어올리며 리스의 백태클을 무효로 만들어 버렸다.
투웅-
그리고 클라우디오가 나오든 말든, 나는 모든 감정을 담아 공의 밑을 찍었다.
내 눈앞으로 초승달이 그려지며 뛰어나오던 클라우디오의 키를 한참 넘어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공이 보였다.
* * *
〈고, 골! 골! 골! 골입니다! 골입니다! 와악! 미치, 아니, 믿을 수가 없는 골입니다! 보셨습니까!? 지금 몇 미터를 질주했는지 말입니다! 놀랍습니다! 리그 컵 결승전입니다! 결승전이요!〉
〈예! 아마 거의 70m에 가까운 드, 드리블 돌파가 아니었나 보입니다. 후! 어떻게 저 상황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개인기를 연달아 펼칠 수 있는지! 제가 아는 한치우가 맞는지 이제는 저도 정말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아는 한치우가 맞습니다! 해설 위원님! 이제 우승은 확실히 웨스트햄의 것이 아니겠습니까!?〉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그라운드 위에 누워 있는 맨유 선수들의 모습을 보시면 알 수 있듯이, 승부의 추는 기울었습니다. 맨유의 추격 의지를 완벽하게! 한치우가 꺾어 버렸습니다! 한치우는 리그 컵 결승전 역사상 가장 멋진 골을 터트렸고, 웨스트햄은 한치우의 영입으로 클럽 역사상 최초의 리그 컵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이게 정말 치, 치우라고?”
웨스트햄의 임시 코칭 스태프 명찰을 목에 걸고 한스 박사의 옆에 앉아 있던 박용우는 지금 벌어진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웸블리 스타디움을 울리는 뜨거운 함성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동료와 세레모니를 하는 한치우만을 눈에 담으려고 애썼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이래서, 이래서 한식이가 나를 보냈구나…….”
“왜 그러십니까?”
옆에 있던 한스 박사가 박용우가 이상한 표정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를 계속 중얼거리자,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한스 박사님! 치우의 한의 무릎이 정말 괜찮은 게 맞습니까!? 지금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닙니까!?”
“닥터 박.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한이 웨스트햄에 합류했을 때는 몸이 다 회복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은 누구보다 열심히 제가 주문한 내용을 철저히 지키며 관리를 받고 있죠. 그리고 어떤 선수보다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그가 하는 노력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도 되는 겁니까?”
박용우는 거의 울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보여 주는 한치우의 모습은 그동안 티브이 화면으로 봤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얼마나 원했던 장면이란 말인가.
‘드디어 치우 네가 국가대표의 짐을 벗고, 훨훨 날아오르는구나! 정말 잘했어! 잘됐어!’
박용우는 한스 박사의 팔을 붙잡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한스 박사도 박용우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한치우를 아끼는지 느낄 수 있었다.
‘닥터 박. 제가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한스 박사 역시 한치우의 몸 상태에 관해 의문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누구보다 빠른 신체 회복 능력과 점점 높아지는 근육의 밀도, 그리고 금방 달렸을 때는 확실하게 스피드도 더 빨라진 것이 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의 몸 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온 정성을 쏟아 관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한스 박사의 목표였다.
한스 박사의 눈에도 한치우와 함께 기뻐하는 웨스트햄의 선수들이 보였다.
모두 자신을 귀찮게 하는 말썽꾸러기 녀석들이었지만, 그만큼 훈련을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한. 자네 덕분에 나 역시 이곳에 올 수 있었지. 자네의 재활을 위해서 고용되었으니까. 솔직히 내가 한 것은 없지만, 이제 나도 이곳이 좋아졌어. 내가 해머스에서 일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정말 고마워.’
한스 박사의 눈에 웨스트햄 선수들의 모습이 가득 담기며 뿌연 물을 만들었다.
* * *
“한! 눈이 왜 이리 붉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