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2
12화
12.
오랜만에 체육관을 찾았다.
고등학생일 때처럼 자주 찾아가지는 않았지만 한 번씩 땀을 흘리고 싶을 때는 찾아가고는 했다.
“관장님.”
“응? 어! 현준이 왔냐?”
정말이지 키워보고 싶어 했던 현준이 오랜만에 놀러 오자 반가워하는 관장이었다.
“그동안 뭐했냐?”
“미국에 가 있었어요.”
“미국? 아 그래?”
현준이 체육관을 찾아오지 않은 지 3개월은 족히 넘었으니 미국에서 꽤나 오래 있다 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호는요?”
“안에 있다.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신경 꽤나 예민해져 있어.”
경기를 앞두고 감량이 한창인 듯했다.
“이번에 이기면 랭킹권인가요?”
“그래. 국내 무대는 거의 씹어먹고 있으니 이번에 이기고 나면 국제무대로 나가야지.”
“그놈이 그렇게 열심히 할 줄은 몰랐네요.”
현준의 말에 관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 처음 봤을 때 그냥 놔두면 무조건 사고 치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래서 데리고 온 거예요. 안 바뀌면 제가 죽이려고 했거든요.”
꽤나 살벌한 말을 웃으면서 하는 현준이었지만 관장은 왠지 모르게 등줄기가 오싹했다.
정말로 철호를 죽이려고 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그럴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하는 관장이었다.
현준은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남자들의 짠내가 물씬 풍겨왔다.
그 가운데 철호가 두꺼운 옷을 입은 채로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철호야.”
“하아! 하아!”
철호는 꽤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예리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절친인 현준이 오랜만에 찾아오자 줄넘기를 한 쪽에 내려놓고서는 현준에게 다가왔다.
“스파링?”
“안 힘드냐?”
“시끄럽고 올라와.”
현준은 막무가내인 철호에 어깨를 으쓱였다.
취미로 운동을 한 자신과 이 악물고 운동을 한 철호의 수준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철호의 스파링 상대를 해 주기 위해 현준은 글러브와 헤드기어 그리고 보호장구까지 꼈다.
이제는 나름 절친이 되었다지만 아직도 고등학생 때 두들겨 맞은 악감정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듯했다.
링에 올라가자 서로 글러브를 마주치고서는 한숨 내쉬기가 무섭게 철호가 밀고 들어왔다.
현준은 침착하게 철호의 공격을 피하면서 철호의 움직임을 살폈다.
‘전보다 더 빨라졌네.’
이제 현준의 승산은 없었다.
스파링이 끝날 때까지 버텨내는 것이 현준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어디 갔다 왔냐?”
“미국.”
“뭔 일 하러?”
“돈 좀 벌었다.”
“비트코인?”
현준과 철호는 스파링을 하며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풀었다.
점차 숨이 거칠어 지고 있었지만 둘 다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비트코인도 아냐? 하아!”
“운동만 한다고 세상사에 귀 닫고 있는 건 아니다. 후우! 돈 좀 벌었겠네.”
“네놈 술 한 잔 하아! 하아! 사줄 돈은 벌었다. 하아!”
“새끼가! 이번 경기 끝나고 한턱 쏴라.”
“니가 쏴야지. 이기면. 나한테 쏘라고 그래. 하아! 크윽!”
“벌써 지치냐? 후우!”
마음 같아서는 현준을 링 위에서 때려눕혀서는 연신 두들겨 패 버리고 싶었지만 철호도 적당히 하고 있었다.
“후우! 다시 운동할 생각 없어?”
“운동은 무슨. 나 할 일 많다.”
“하긴. 그래도 아직 몸은 살아있네.”
“후우! 죽겠네. 이번에 꼭 이겨라.”
“그런 말 안 해도 이길 거야. 형님을 뭐로 보고.”
철호는 현준의 말에 숨을 골랐다.
현준이 더 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에 스파링을 중단한 것이다.
“그래. 나 보자고 온 것은 아닐 거고. 뭐 궁금한 거라도 있어서 왔냐?”
절친이라고는 하지만 철호는 현준이 대인관계에 그다지 매달리지 않는 성격임을 알고 있었다.
나름 사람을 끌어모으는 외모와 배경이었지만 현준에게서 인간 불신이 있음을 철호는 알 수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런 성향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
그래도 친구는 친구였으니 오랜만에 보면 반가워했고 철호도 현준이 아니었다면 원장이나 선배들의 말처럼 지금도 사고나 치는 개망나니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나 고등학교 때 사고 많이 쳤냐?”
“사고? 음! 너나 내 기준으로 사고라고 할 것까지는 없겠다만 남들 입장에서 보면 사고라고 할 수 있겠지. 아직도 기억 안 나냐?”
“안 나.”
“속 편한 놈.”
“그래서 그런데 혹시 나 사고 친 것 중에 김세영한테 약점 잡힌 거 있냐?”
“김세영? 니 약혼녀?”
“약혼 안 했다.”
“안 했어도 곧 할 거 아니야. 아직도 세영이하고 결혼하기 싫은 거냐?”
철호는 현준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세영이 정도면 돈 많지 예쁘지.”
“성격 독하지.”
“그건 맞지.”
현준의 말에 철호도 동의를 했다.
“하긴 돈이라면 너도 세영이 만큼 많지. 생긴 것도 기생오라비처럼 생겼지. 아! 하나 같은 것은 있네.”
“성격 더러운 거?”
“잘 아네. 천생연분이다.”
현준이 세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준의 옆에 있었던 철호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남들이야 미쳤다고 하겠지만 현준이 세영에 비해 나쁠 건 없었다.
“걔한테 내가 고등학교 때 약점 잡힌 거 없냐고.”
“글쎄. 우리가 그때야 개망나니였다지만 그래도 상대 봐가면서 건드렸으니까.”
현준도 그리고 철호도 세영을 건드릴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러니 세영에게 약점이 잡힐 만한 일을 한 것은 없었다.
그렇게 철호는 그다지 아는 것이 없다는 것에 현준은 역시나 세영이 괜히 해 본 말이었다고 생각을 하려고 했다.
“아! 맞다. 너 1학년 때였나? 그때 세영이 눈치를 엄청나게 봤었지.”
“눈치를 봤다고?”
“어. 그래. 세영이가 뭐라고 하면 큰 소리도 못 내고 세영이 눈치 보고 그랬지. 거의 한 달 넘도록.”
뭔가를 떠올린 듯한 철호에 현준은 고약한 문제가 있기는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그것이 무엇인지는 세영만이 알고 있는 듯했다.
“그래. 고맙다.”
“뭐야. 약점 잡힌 걸 기억 못 해서 그러는 거냐? 그냥 세영이하고 결혼해. 그러면 해결되는 문제잖아.”
“나가 뒤지는 일이 있어도 그딴 짓은 못한다.”
“하! 어차피 너희 그룹하고 세영이네 그룹하고 협력 관계 유지하기 위해 너희 둘 결혼 시키는 거 아니었냐? 거부하기 힘들 텐데.”
현준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아는 철호였다.
“몰라. 아무튼 경기나 열심히 해.”
“그래. 알았다.”
현준은 별다른 소득 없이 체육관을 나왔다.
“제길! 고등학생 따위가 사고 쳐 봐야 얼마나 쳤겠어. 앞으로 칠 사고보다 더하겠냐.”
현준은 계속 방탕한 재벌 3세의 일탈을 연기하기 위해 다시 클럽으로 향했다.
같이 갈 만한 사람이 없어서 혼자 뻘쭘했지만 처음이 힘들지 두 번째부터는 할 만했다.
“아이고! 형님! 오셨습니까!”
“오늘도 신나게 한번 놀아보자!”
“아이고! 그럼요! 오늘도 물이 너무 좋아서 싱싱한 X들이 팔짝팔짝 합니다요! 헤헤!”
다시 온 호구에 이종우는 현준에게 재롱을 부렸다.
“오늘은 여러 명으로 하자.”
“아이고! 그럼요! 제가 반반한 애들로다가 쫙 넣어 드리겠습니다!”
공민지가 왔는지 안 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더는 공민지와 어울릴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현준은 잘 나가는 재벌 3세라며 끌고 온 세 명의 여자들과 어울렸다.
“오빠! 호성 그룹 재벌 3세야?”
“그렇다니까. 재벌 처음 보냐?”
“나는 처음 봐.”
“나도. 재벌들은 어떻게 노나 궁금했는데. 오늘 알겠네.”
“호호호! 그러게.”
“자! 한 잔 마셔! 오늘 제일 잘 마시는 애한테 내가 명품 가방 하나 준다.”
“까아악! 오빠 대박!”
돈을 물 쓰듯이 쓰는 현준이었다.
다만 물이 담긴 곳이 바다는 안 되어도 댐은 될 정도였으니 물 쓰듯이 써도 별 티는 나지 않았다.
그렇게 왁자지껄 여자들의 허벅지를 주물러 대며 노는 현준이었다.
‘하아! 힘드네. 오늘은 이 정도만 할까?’
현준은 노는 것도 쉽지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여자애들에게 가방 살 돈이나 쥐여주고서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시 만날 생각은 없었다.
그러려면 깔끔하게 해야 뒤탈이 없는 법이었다.
정수의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배운 경험이었기에 현준은 기분 좋게 마지막 잔을 마시고서는 여자들에게 수표 몇 장씩을 쥐여주었다.
“오빠! 이거 뭐야?”
“뭐긴! 오늘 기분 좋게 해 줬으니까 가서 마음에 드는 가방 하나 사! 오빠가 약속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지키는 남자다!”
“오빠 진짜 멋있다! 오빠 오늘 밤 나 집에 들어가기 싫다!”
“예! 뭐니! 호호호! 오빠 나도!”
“아우! 취한다! 종우야!”
현준은 여자들이 더 매달리기 전에 몸을 일으키며 룸에서 나갔다.
계산하고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클럽의 복도로 나가는 순간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그렇게 더럽게 놀고 자빠졌어!”
“뭐? 이 X이!”
“뭐? X? 야!”
현준은 목소리의 주인에 한숨이 나와서는 다른 쪽으로 가려다가 공민지에게 손찌검을 하려는 남자에 결국 남자의 손을 붙잡았다.
“뭐? 뭐야? 이 새끼는?”
“술은 곱게 처먹어라. 개처럼 처먹지 말고.”
“현준아.”
“뭐? 개? 이 새끼가!”
남자가 현준에 대해서 알 리가 없었으니 주먹을 휘둘러 왔다.
술에 취하기는 했지만 프로 격투기 선수의 스파링도 해 줄 수 있는 현준이었다.
퍼억!
“꺄아악! 현준아! 야! 너 미쳤어! 얘! 호성 그룹 막내아들이란 말이야!”
“뭐?”
“미친놈아! 건들 사람이 없어서 재벌 3세를 두들겨 패냐!”
공민지는 현준의 정체를 밝혔고 그제야 자신들이 재벌 3세를 팼다는 사실에 술이 확 깨는 남자였다.
이내 클럽의 종업원들도 달려왔다.
클럽의 호구 아니 클럽의 VIP를 팼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손님!”
“아니! 이 새끼가 먼저!”
험악한 종업원들의 모습에 현준을 때린 남자는 변명을 하고자 했지만 자신이 건든 상대의 배경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우! 씨X! 돈 많나 보네. 합의금 얼마 불러야 하나?”
현준은 볼을 감싸며 일어났다.
맞는 순간 얼굴을 돌려서는 별 타격은 없었다.
현준이 때려눕히는 거야 별로 어려울 것도 없었지만 그렇게 시끄럽게 굴 생각은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정신을 차린 것인지 현준에게 사과를 하는 남자였다.
물론 현준이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종우야.”
“예! 형님!”
“경찰 불러라.”
“죄송합니다! 한 번만 봐 주십시오!”
“봐주긴 뭘 봐줘. 사람을 때렸으면 죗값을 치러야지. 안 그래?”
“죄송합니다. 한 번만.”
“하! 참! 문명인으로 내가 때릴 수도 없고. 그럼 이렇게 합시다. 합의는 봐야 하겠고 내 술값 대신 좀 내줘.”
“예?”
“아직 계산 전이라서 술값 대신 내주면 없던 일로 해 줄게. 뭐 아니면 검찰까지 가고.”
남자는 현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현준의 술값을 자신이 계산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준을 공민지는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현준이 얼마나 쓰는지를 떠올리고서는 피식 웃었다.
이런 클럽에 오는 사람들 치고 돈 없는 사람들 없다지만 꽤나 배 아플 만큼의 술값을 대신 계산해 줘야 할 터였다.
그렇게 현준은 안 그래도 돈 아까웠는데 공짜 술을 마시게 되어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