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122.
알 수 없는 편안함.
현준이 세영을 싫어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오진호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현준과 세영 사이에 파고 들어갈 틈이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왔던 소꿉친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오죽하면 고등학교를 넘어 대학까지도 같은 학교를 나왔다.
마치 부부 같은 느낌마저도 들 정도로 현준과 세영의 분위기는 친밀해 보였다.
그 오랜 시간의 추억을 오진호로서는 쉽게 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렇게 현준과 세영이 말투는 딱딱했지만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자선 행사의 주최자인 미래 재단 이대주 이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힘든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후원을 해주는 좋은 취지의 행사였다.
비록 이대주라는 인간이 최악의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겉으로는 성인군자와 같이 인격적으로 훌륭한 인간으로 보였다.
이대주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눈도장을 찍으려고 안달이 나 있는 사람들에 미소를 지었다.
나름 자신들의 세계에서는 목에 힘깨나 주는 인간들이었지만 이대주 앞에서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버러지들.’
사실 이대주에게 잘 보이려는 것보다는 이대주의 아버지인 이영성 교주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었지만 이대주는 어차피 그것이 그것이라 생각했다.
“안녕하십니까. 이사장님. 정말 좋은 행사를 주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사장님 같으신 분이 계셔서 대한민국의 앞날이 창창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낯 간지러운 아부였지만 이대주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귀찮게 하는 사람들의 인사를 하나하나 받아 주었다.
“이렇게 찾아주셔서 자리를 빛내 주시니 저는 참으로 감사합니다.”
돈이나 내놓고 꺼져주면 될 작자들이었다.
그래도 앞으로도 계속 돈을 뜯어내야 했으니 적당히 관리를 해야 할 터였다.
그렇게 저명인사들도 경제인도 그리고 정치인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자선 행사장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 이대주의 눈에서 순간 불길이 치솟았다.
자신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값비싸 보이는 옷을 입고서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남녀가 이대주의 눈 안에 들어온 것이다.
‘서현준. 김세영.’
김세영의 뒤에 서 있는 오진호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두 선남선녀는 이대주가 주인공이어야 할 공간을 마치 자신들의 것 인양 만들고 있었다.
‘일 처리를 그따위로밖에는 못 해서!’
죽이지는 않아도 최소한 팔다리 하나는 못 쓰게 만들어 놓겠다고 자신하던 박중섭이었다.
‘그런데 그놈 오늘 어디 간 거야? 연락도 없고!’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지 오늘 온종일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대주는 현준과 세영이 다정스럽게 대화 중인 것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중 그룹과 호성 그룹의 사이가 최악으로 변했고 그렇게 더 이상 현준과 세영 사이의 관계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둘 다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광경을 계속 지켜보고 있자니 배알이 꼴렸다.
자신이 농락하는 여자들과는 급이 다른 여자가 세영이었다.
소황제인 자신의 옆에 세영 정도라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대주였다.
물론 이대주는 결혼을 했었다.
다만 만족하지 못하고 아내를 버렸지만 그것이 세영을 자신의 아내로 삼는 데 문제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이대주는 현준과 세영에게 다가갔다.
“이게 누구야. 서현준 도련님하고 김세영 아가씨 아니신가.”
이대주가 말을 걸어오자 현준과 세영은 이대주를 바라보았다.
사람 좋은 모습으로 다가와 있는 이대주였지만 현준이나 세영 모두 그다지 곱지 않은 눈빛이었다.
그 눈빛들에 이대주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었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많았고 현준이나 세영 모두 자신이 쉽게 어찌할 수 없는 상대였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는 없었기에 이를 악물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구면이지?”
“오랜만이네요. 대주 오빠. 진숙 언니는 잘 지내요?”
세영은 이대주가 이미 이혼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전 아내의 안부를 물었다.
“아! 진숙이하고는 헤어진 지가 꽤나 되어서.”
“아! 그래요. 미안해요. 그런 줄도 모르고.”
세영은 정말 몰랐다는 듯이 사과를 했지만 세영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아는 현준은 세영이 일부러 말을 꺼냈음을 알았다.
‘하여간 이 여편네는 바뀐 것이 없네.’
살짝 일그러지는 이대주의 표정이 통쾌해서 현준도 딱히 뭐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일단 이대주에 대한 기억은 지금의 현준에게 없었다.
전생에서도 스치듯이 본 기억은 있겠지만 이대주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꽤나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이대주였다.
“오랜만이네요. 대주 형님. 잘 지내셨어요?”
현준은 싫은 티를 내는 세영과는 달리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이대주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 그래. 현준아. 너 몸은 괜찮냐?”
“아휴! 말도 마세요. 아주 죽다 살아났습니다.”
엄살을 부리는 현준에 이대주는 미소를 지으며 현준의 손을 붙잡았다.
둘 다 그다지 좋은 감정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다.
“어릴 때는 제가 철이 없어서 형한테 대들고 했는데 크고 보니까 제가 정말 철이 없었던 것 같더라구요. 형이 이렇게 좋은 일도 하고 훌륭하신데.”
“응? 하! 뭐 어릴 때야 다 그런 거지. 아직도 그런 거 생각하고 있었어? 나는 기억도 안 나는데.”
대범한 모습을 보이는 이대주였다.
그런 이대주의 앞에서 연신 굽신거리는 현준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형님.”
마치 간신 모리배같이 굽신거리는 현준이었다.
그리고 그런 현준을 보는 세영이나 오진호는 다소 어이없다는 듯이 현준을 바라보았다.
현준이 이렇게 남들 앞에서 굽신거리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둘 다 현준이 뭔가 속셈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자신에게 굽신거리는 현준과 대화를 하고 있을 때 행사 관계자가 이대주에게 다가왔다.
“이사장님.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 그래. 그럼 다음에 보지.”
“예! 들어가세요. 형님.”
이대주가 현준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가자 굽신거리던 현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이대주의 손이 닿은 자신의 어깨를 더러운 것을 털어버리려는 듯이 손으로 털어대었다.
“뭐 주워 먹을 것이 있어서.”
“주워 먹을 거 많지. 아중 그룹도 주워 먹으려고 온 거 아니었어?”
“…….”
현준의 말에 현준을 노려보는 세영이었다.
현준의 말처럼 주워 먹을 것이 꽤나 많은 이대주였다.
“아주 확 벗겨 먹어야지. 같이 벗겨 먹을래?”
“어떻게?”
“어떻게는. 저런 스타일 조금만 부둥부둥해주면 속옷까지 다 벗어 주는 놈인데.”
“속옷은 필요 없는데. 돈만 벗겨 먹고 싶은데.”
현준과 세영은 꽤나 잘 맞는 듯이 이대주를 벗겨 먹을 대화를 나눴다.
둘 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결코 좋지는 않았지만 현준과 세영은 제법 오래 함께 살았었다.
서로에 대해서 거의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물론 결혼 이후는 세영이 알지 못하지만 현준은 세영과 함께 살면서 세영의 버릇까지도 다 알고 있었다.
그렇게 투덕거리며 잘 맞는 현준과 세영에 오진호는 기가 찰 뿐이었다.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이길래?”
오진호의 질문에 현준과 세영이 대답을 했다.
“쓰레기.”
“인간쓰레기.”
오진호는 현준이나 세영이 더 끔찍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그런 두 인간이 이대주를 쓰레기라고 할 정도면 얼마나 쓰레기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너 오진호는 왜 데리고 다니냐?”
“남이야. 왜? 질투나?”
“질투는. 진호 보통 놈이 아니야. 나중에 크게 후회할 수도 있어.”
현준의 말에 세영은 오진호를 바라보았다.
순해 빠진 모습을 하고 있는 오진호였다.
그런 오진호에 비해 현준이 더 기가 세 보이고 자기 멋대로인 것처럼 보였다.
“이놈 피도 눈물도 없는 새끼야.”
“야! 서현준.”
오진호는 현준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한마디 했지만 현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진호가 옆에 없다는 듯이 오진호의 앞담을 하는 것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내가 잘생긴 남자 배우들 소개해 줄게. 노리갯감으로 쓸 만할 거야.”
“아이고. 우리 현준이가 질투를 하는 것은 처음 보내. 왜? 진호 씨하고 나하고 결혼할까 봐? 이 여자 저 여자 다 건들고 다니더니 이제는 급한가 봐. 왜? 여자 좀 소개해 줄까?”
세영도 만만하지는 않아서 맞받아치는 것에 현준은 입맛을 다셨다.
자신이 이래 봐야 별 효과는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뭐 아무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나 원망하지 마라.”
“후회 따위 안 하니까. 너나 후회하지 마.”
현준은 자선 행사가 시작되자 더는 있을 필요 없다는 듯이 행사장을 나가 버렸다.
“나쁜 새끼!”
세영은 현준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오진호가 듣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이 현준을 욕했다.
이대주보다 현준을 더 싫어하는 듯한 세영이었지만 현준에 대한 감정은 꽤나 복잡한 듯 보였다.
그리고 그런 세영에 오진호도 생각이 꽤나 복잡해져야만 했다.
“대체 왜 현준이하고 그렇게 사이가 나빠진 거야?”
“나도 정말 알고 싶네! 그 이유를!”
세영도 현준이 행사장에서 떠나고 나자 몸을 돌려서 이대주의 자선 행사장을 나가 버렸다.
오진호도 세영을 따라 행사장 밖으로 나갔다.
이대주에게 얼굴 비쳤으니 더는 있을 필요가 없었다.
물론 현준과 세영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단상에서 본 이대주만 이를 갈 뿐이었다.
그나마 현준이나 세영 모두 이대주의 자선 행사에 꽤나 두둑하게 돈을 내놔서 나중에 이대주도 제법 놀라야 했다.
* * *
이대주의 자선 행사장에서 나온 현준은 자신에게 온 연락을 확인하고서는 차를 몰고 출발을 했다.
혹시라도 자신을 따라오는 차는 없는지 살펴보는 현준이었다.
“자! 우리 춘구 형님께서 얼마나 일 처리를 잘해 주셨는지 확인을 해 볼까.”
아침부터 쫓아다닌다는 강구역을 말리느라 고생깨나 해야 했다.
철호의 훈련을 도와주라고 간신히 떼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현준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서는 변장까지 하고서는 집 밖으로 나왔다.
집 밖의 공원으로 한참을 걸어가 차 한 대를 타고 약속 장소로 향하자 그곳에서 춘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네.”
“다시 찾아왔더라고.”
“또 나를 납치해 달라는 의뢰?”
“아니. 딴 놈.”
“참 바쁘다. 바뻐. 뭐하는 놈이길래.”
돈이 아닌 고서적을 받는다고 해도 싸구려를 받는 건 아니었다.
“아무튼 약속이나 지켜.”
“걱정 마쇼. 이미 적당한 곳 알아봤으니까.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손을 씻으려고 하시네.”
현준은 춘구가 원하던 것을 찾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적으로 킬러나 그런 일을 하던 사람은 아니었다.
물론 이쪽 업계에서 꽤나 전설적인 인물이었고 그 때문에 벗어나고자 해도 쉽게 벗어날 수가 없었다.
좋든 나쁘든 스스로 감내를 해야만 했다.
현준은 차에서 챙겨온 연장을 들고서는 폐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현준의 모습에 춘구는 필리핀에서의 일이 떠올랐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미친놈.”
춘구 자신도 딱히 할 말은 없는 인간이었지만 현준은 훨씬 제정신이 아닌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현준 덕분에 춘구는 자신이 원하던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죽이지만 말고 팔다리를 못 쓰는 병신으로 만들어 달라던 의뢰도 오직 납치만 해 준다고 거부한 춘구였다.
그리고 그 의뢰주는 현준의 손에 넘겨졌다.
자신을 보호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것은 아니었으니 춘구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었다.
이쪽 업계의 불문율 같은 것은 춘구하고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