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124.
장기나 바둑은 상대방의 대응에 따라 대응 방법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인생사도 장기나 바둑처럼 상황에 따라 대응 방안이 매번 유동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현준은 패를 잔뜩 움켜쥔 상태로 이대주의 대응을 기다렸다.
그러는 와중에 자신이 외면하기 힘든 공민지의 문제도 대응을 해야 했다.
이런저런 사건들로 인해 공민지의 문제가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듯했지만 현준의 납치 사건으로 인해 수많은 헛소문이 떠돌았다.
공민지가 범죄 조직과 연관이 되어 있어서 현준에게 보복을 한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헛소문이었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고 흥미를 돋울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헛소문은 재생산될 수 있었다.
잠시 몸을 숨겼지만 계속 숨을 수는 없었다.
공민지는 대중 앞에 나와 해명을 해야만 했다.
“평생 먹고 사는 것에는 지장 없도록 해 줄 수 있다. 이름도 바꾸고 얼굴도 조금 고치면 알아볼 이들도 없을 것이고 일이 하고 싶으면 작은 회사 하나 마련해 줄 수도 있다.”
공민지는 서대영 회장의 말에 말없이 자신의 앞에 놓인 물잔을 바라보았다.
몇 번 보았던 서대영 회장이었다.
자신에게 왜 그토록 잘 대해 준 것인지 처음에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아빠.’
아빠라고 한 번 불러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평생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앞으로도 찾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엄마는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험한 일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어 어떻게든 찾고 싶었다.
살아만 있다면 자신이 평생 잘 돌봐주며 살고 싶었다.
비록 자신을 버린 사람이라 해도 지금껏 외로움으로 생긴 상실감을 조금이나마 채우고 싶었다.
아무런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는 공민지에 서대영 회장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구나.”
먼저 사과를 해야 했다는 것이 그제야 떠오르는 서대영 회장이었다.
그리고 그 사과에 어째서인지 공민지는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를 찾기 전까지는 절대 울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던 결심이 무색하게도 쏟아져 내리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민지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사과를 하는 공민지에 서대영 회장은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수건을 내밀었다.
안아주고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도 가득했지만 그런 행동에 서툴렀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미안하다. 너를 알았다면…….”
서대영 회장은 공민지가 태어난 것을 알았다면 어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도 공민지를 자신의 딸로 인정하기 쉽지 않았다.
자신의 체면도 가족들의 눈치도 봐야만 했다.
그것 하나 인정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렵냐고 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서대영에게는 매우 어려웠다.
“저는 괜찮습니다. 회장님.”
공민지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며 아버지가 아닌 회장님으로 서대영을 불렀다.
서대영 회장이 어떤 입장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아버지 없이도 잘 살아왔던 자신이었다.
지금보다 더 끔찍한 삶을 살아오기도 했던 자신이었다.
이제 와서 아버지가 있다 한들 달라질 것은 없었다.
“저 계속 배우가 하고 싶어요. 서현준 대표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제가 유명해지면 어머니께서 찾아오실 거라고. 그런 영화도 있잖아요. 설령 찾아오시지 않아도 이렇게 예쁘게 자란 딸을 보면 흐뭇하게 웃어 주실 수 있을 거라고.”
서대영 회장의 말처럼 도망을 갈 수도 있었다.
이름을 바꾸고 얼굴도 고치고 대한민국이나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길지는 않았지만 연기를 하며 너무나도 즐거웠던 공민지였다.
공민지도 자신의 앞에 놓인 길이 험난한 가시밭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정말 괜찮겠니?”
“예.”
“그래. 네가 그렇다면 알겠다.”
서대영 회장은 자신을 닮아 굳세게 살아가겠다는 공민지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대기실의 문이 열리고 현준이 들어왔다.
“공민지 씨. 기자 회견 준비됐습니다.”
현준의 말에 공민지는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런 공민지에 현준은 한숨을 내쉬고서는 공민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 가려고? 아주 기자들한테 난리가 나겠네. 야! 화장 다시 하고 서클 렌즈 가지고 와! 민지 눈동자하고 딱 맞는 색깔로.”
“알겠습니다.”
현준은 울어서 화장이 번져 있고 눈도 붉어져 있는 공민지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런 현준에 공민지의 얼굴이 붉어졌다.
“얼굴 화장만 하고 목은 왜 안 했냐? 일 똑바로 안 하냐?”
“미…… 미안.”
“미안은 무슨. 계속 배우 할 거면 더 단단해져야 해.”
“알았어.”
의기소침해 있는 공민지에 현준은 스타일리스트에게서 화장품을 빼앗아서는 공민지의 화장을 직접 해주었다.
“대본대로 해. 대본대로. 지금 대한민국 사람들 다 속이는 연기를 한다 생각하라고. 뭐 속든 안 속든 상관없으니까.”
현준이 공민지에게 계속 툴툴거리자 서대영 회장이 심기가 불편한 듯이 헛기침을 했다.
“큼!”
“본래 형제자매들 사이에서는 그러는 거예요. 그래도 이 정도로 챙겨주는데 얼마나 예뻐. 본래는 쌍욕도 하고 그러는데 말이야. 안 그래? 민지 배우님?”
“풋! 예. 현준 대표님.”
“저는 지금 대표 아니구요. 지금 민지 배우님하고 스캔들 난 억울한 남자입니다. 난 처음 볼 때마다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어. 왜 그랬나 했네.”
“저도 그랬거든요. 뭔가 싸가지 없는 것이 몸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더라구요.”
“그럼 됐네.”
현준은 공민지의 화장이 제대로 되었다는 것에 미소를 지었다.
“렌즈 낄 필요 없겠네. 어차피 회견장에서 울어야 하니까.”
“우는 거 나 잘 못 하는데.”
“그럼 오늘부터 연습을 해 봐. 가자.”
현준은 공민지를 데리고서는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괜찮을까?”
“걱정 마. 돈 좀 먹여 놨으니까. 그리고 이지스에서 접대도 끝내주게 해 줄 예정이야. 쟤들 돈하고 여자에는 환장하잖아.”
“풋!”
현준의 말에 공민지는 남자의 속성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웃음을 터트렸다.
“후우! 손해 본 거 채우려면 열심히 벌어야겠네.”
“당연하지. 80살 때까지 굴릴 예정이니까 소속사 바꾸거나 하면 안 돼.”
현준은 엄포를 놓고서는 공민지와 함께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갔다.
수십 명의 연예계 기자들 앞에서 공민지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물론 조금은 각색이 되어 있었다.
“어릴 때 집을 나가신 아버지에 저는 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어머니께서 저를 키울 돈을 벌기 위해 떠나셨습니다.”
“집을 나가신 아버지가 서대영 회장님이 맞으신가요?”
“제 어릴 때의 기억의 아버지의 모습과 서대영 회장님과는 닮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소문이 돌게 되었는지는 저로서도 알 수 없어서 매우 당황스럽네요. 아무래도 저와 열애설이 나신 저희 소속사의 서현준 대표님과 제가 닮았다는 루머 때문에 그런 소문이 난 듯합니다. 그런데 사실 보면 그렇게 닮진 않았는데 말입니다.”
공민지의 말에 서현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서현준 대표님. 공민지 배우님과의 열애설이 진실이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현준에게 질문이 돌려지자 기자회견장의 한쪽에 서 있던 현준에게 마이크가 향했다.
현준은 마이크를 받아서는 대답을 했다.
“예. 공민지 배우님과의 열애설에 대해서는 제가 오히려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인이시고 뛰어난 배우와의 열애설은 모든 남자의 희망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공민지 배우님은 기생오라비 같은 스타일이 취향이 아니시라고 하더라구요.”
현준의 재치 있는 답변에 공민지도 피식 웃었다.
“그러면 서대영 회장님과 공민지 씨 사이는 혈연적으로 무관한 사이시고 서현준 대표님과의 열애설도 사실무근이라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숨으신 거지요?”
“그건 너무나도 황당한 루머에 대응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도 있지만 그때는 제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해외 촬영 일정이 무척이나 힘들기도 했구요. 더욱이 서대영 회장님의 교통사고와 서현준 대표님의 사고 소식에 소속사에서도 대응을 할 타이밍을 잡지 못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를 찾고 계신 겁니까?”
“그 부분은 예. 맞습니다. 가끔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하지만 부모님 모두 사정이 있으셨던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서현준 대표님과 저는 같은 학교 동기입니다. 학교에서 친해졌고 제 고민을 서현준 대표님께 말씀을 드렸을 때 서현준 대표님께서 그러시더라구요. 유명해지면 부모님께서 저를 찾아올 것이라고.”
영화 같은 이야기에 기자들이 다시 현준을 바라보았다.
두둑하니 취재비와 광고비를 넣어준 보람이 있었다.
“아! 처음 공민지 씨를 봤을 때 딱 스타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공민지 씨가 연예계 활동을 딱히 원하지 않으시더라구요. 아시다시피 공민지 배우님은 한국대를 다니실 만큼 명석한 분이시기에 배우가 아닌 다른 일을 하셔도 잘하셨을 분입니다만 저는 그 끼를 보게 된 것이지요. 그런 도중에 공민지 씨의 과거 일을 듣고서는 부모님을 직접 찾기보다 부모님께서 찾아오게 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지금도 공민지 배우님은 부모님을 찾아 행복한 삶을 되돌리기를 꿈꾸고 계십니다.”
공민지의 불우한 삶과 부모를 찾고자 하는 인터뷰가 이어졌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여러분들께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을 할 생각입니다.”
“은퇴가 아니라 계속 활동을 이어서 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앞으로도 좋은 모습으로 사랑과 관심에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서현준 대표님의 납치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에 대해서 한 말씀 해 주십시오.”
한 기자가 얼마 전에 서현준이 납치된 사건에 대해서 대답을 해 달라는 질문을 하자 공민지는 서현준을 바라보았다.
“그 부분은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일입니다. 갑자기 서 대표님께서 납치되셨다는 말을 들었고 저도 무척이나 걱정을 했으니까요.”
정말로 공민지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그 부분은 공민지 배우님과는 무관한 일로 지금 경찰에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자세한 이야기는 드리기 힘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공민지 배우님의 배후에 뭐가 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정말로 루머라는 사실입니다.”
현준이 루머라는 말로 자신의 납치 사건에 공민지는 전혀 무관하다며 일축을 했다.
물론 현준도 이 정도로 루머가 해소되지 않을 것은 알고 있었다.
“정말 괜찮을까?”
“안 괜찮으면 뭐 어쩔 건데. 뻔뻔하게 해. 뻔뻔하게. 정 안 되면 딴 일 하면 되지. 빽이 얼마나 좋은데.”
공민지는 자기 일 아니라는 듯한 현준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게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루머와 약간의 동정 여론에 공민지는 다음 드라마에 캐스팅이 되었다.
결국 대중들의 시선을 돌리는 것은 시선이라며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공민지였다.
그런 공민지의 혼신의 연기를 본 현준은…….
“저거 왜 저렇게 연기가 안 느냐?”
놀랍도록 늘지 않는 공민지의 연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광고는 잘 따서 광고의 여신이 되기는 해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