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153.
오늘도 녹초가 되어 퇴근하는 현준은 고급 차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둘째 형을 보게 되었다.
“타라.”
“아니. 연락을 하고 오지. 왜 연락도 없이 찾아와.”
“니가 연락을 할 수단이 없게 만들었는데 뭘 어쩌라고. 빨리 타.”
“하! 진짜.”
현준은 힐끔 뒤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직장 동료를 보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첫째 형만큼 불같지는 않았지만 서 씨 가문의 남자였다.
정도의 차이만 있지 열 받으면 어떤 상황일지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다.
결국 현준은 직장 동료들 몇 명이 보는 앞에서 조수석에 타야만 했다.
누가 봐도 고급스러운 정장에 비싼 차를 탄 서정대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자신의 차의 운전석에 탔다.
그리고서는 차는 떠나갔다.
“뭐야? 지금 상황?”
“그러게. 현준 씨 가난한 집안 자식 아니었어?”
“둘이 친한 사이처럼 보이던데.”
현준과 정대의 대화를 듣지는 못했지만 금단의 상상을 꿈틀거리게 하기에는 딱 좋아 보이는 그림이었다.
현준이 본래는 부잣집 자식인데 집안 문제로 홀로 떨어져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거나 아니면 부잣집 첩의 자식인데 라는 막장의 드라마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물론 현준의 개인적인 사생활이었으니 그 사생활을 캐려는 것은 꽤나 예의 없는 일일 터였다.
현준을 태우고 차를 출발시킨 서정대의 입이 열렸다.
“서민 체험 재미있냐?”
“재미있어. 형도 한번 해 봐. 의외로 재미있네. 콜록!”
“몸은 괜찮냐?”
“많이 좋아졌어.”
기침을 하는 현준에 서정대는 인상을 찡그렸다.
오브셀의 화재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그 화재 현장에 현준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서는 다들 깜짝 놀란 것이다.
“어머니께서 걱정 많으시더라.”
“통화는 했어.”
“어릴 때부터 말은 죽어도 안 듣더니. 철 좀 들어라. 철 좀.”
“에이. 사람 본성이 그리 쉽게 변하나. 죽을 때까지 안 바뀔 거야. 그런데 왜? 바쁠 텐데.”
회사 일이라면 자신보다 서정대가 더 바쁠 것이 분명했다.
드라마처럼 여직원과 노닥거리는 것은 일반 직원들이나 가능하지 회사 대표가 그러기에는 힘들었다.
“회사 일 바빠도 집안일보다 중요하겠냐. 아까 우리 보고 있던 아가씨가 그 아가씨냐?”
“응? 무슨 아가씨?”
“니가 오브셀에서 구한 아가씨.”
“구하긴 뭘 구해. 그냥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있어서 데리고 나온 거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현준이었다.
서정대는 역시나 서민 체험을 하며 즐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치고는 표정이 좋더라.”
“사람 감시하는 건 악취미야. 나는 호성 그룹의 경영권에 관심 없어.”
“형이 그런 인간으로 보이냐?”
“권력이라는 것은 피도 눈물도 없는 법이니까.”
“걱정 마라. 그럴 일은 없으니까.”
“그럼 감시하지 말라고.”
현준의 칭얼거림에 서정대는 피식 웃었다.
자신이라고 해도 자신 몰래 자신을 살펴보고 있다면 불쾌했을 터였다.
“장은주라는 아가씨하고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왜? 원내대표님께서 아버지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계셔?”
“압력이라기보다는 너를 꽤나 탐내시는 것 같더라.”
“하여간 지지배가 잘난 남자는 알아 가지고.”
현준의 농담이었지만 서정대가 보기에도 현준의 X랄 같은 성격만 아니라면 남편감으로는 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결혼해서 안정적인 가정을 가지는 것도 딱히 나쁜 건 아니다.”
“거참. 아직 대학 졸업도 안 했소. 요즘 세상이 어디 아버지 때 세상도 아니고 벌써 인생의 무덤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나?”
“무덤 같은 소리 하네. 네놈이 방황을 하니 안정적으로 정착하라는 거지.”
“됐네. 그리고 장원문 위원님이 미래교하고 연관되어 있다는 건 알고 나한테 장은주하고 결혼을 하라고 하는 거야?”
“…….”
현준의 말에 서정대의 몸이 움찔 떨렸다.
“운전 똑바로 해. 정말 몰랐어? 하여간 은근히 샌님이라니까.”
“어떻게 안 거냐?”
“뭘 어떻게 알아. 이대주한테 내가 돈을 얼마나 썼는데. 더욱이 RPG 게임 하다 보면 여관 술집에서 정보가 모여드는 거 몰라? 아! 그런 거 안 해 봤으려나?”
“확실한 거 아니면 넘겨짚지 마라. 신중해야 해.”
“뭐 그러긴 하지. 내가 좀 덤벙거리기는 하니까. 콜록! 콜록!”
현준은 연신 기침을 했다.
그런 현준에 서정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현준을 바라보았다.
말썽을 많이 부리던 동생이었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동생이었다.
성인이라지만 부모님이 현준을 보는 것처럼 서정대에게도 현준은 마냥 어린아이로만 보였다.
“병원 가 봐.”
“안 그래도 계속 가고 약 먹고 있어. 옆에서 챙겨주는 아가씨도 있고.”
“그 아가씨 너 정체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나중에 니 정체 알고 나면 배신감 느낄 텐데.”
“다음 달쯤이면 인턴 기간 끝나.”
“계속 안 다니려고?”
“서민 체험하겠다는 거지. 서민 되겠다는 거 아니야. 무슨 내가 사랑의 도피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그런 거 못 버틴다. 호성 그룹 못 가진다고 아버지 유산도 안 받겠다는 건 아니야. 형이라고 해도 그것까지는 용납 못 해.”
현준은 서정대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자신의 정당한 유산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현준이었다.
물론 서대영의 유산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걱정 마라. 니가 방탕하게 살아서 거지가 돼도 먹고 살게는 해 줄 테니까.”
“그건 고맙네. 형한테 잘해야겠어. 첫째 형은 괜찮아?”
현준은 서영수에 대해 물었다.
서민 체험 중이라지만 귀 막고 눈 감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것이다.
“이번에 실수를 너무 크게 했다.”
“축하해.”
“…….”
현준의 축하가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었다.
살짝 빈정거림이 깃든 말이었지만 이대로 큰 문제만 없다면 서정대가 호성 그룹을 장악하게 될 것이었다.
“아중 건설이 독립할 가능성이 커.”
“정수가 결심을 한 것이냐?”
“그럴 것 같아. 콜록! 아중 그룹을 집어삼킬 기회야. 뭐 빈 껍데기지만 적어도 아중 증권 보험 쪽을 잡아먹으면 형의 지위도 확고해지지 않겠어?”
“너 세영이하고는 완전히 갈라설 생각이냐?”
“세영이 옆에 남자 있던데.”
“그건 너 때문이잖아. 매번 클럽이나 다니면서 여자 뒤꽁무니만 쫓아다녔으니 말이야.”
“하하하! 뭐 그건 그러네. 형도 좀 즐겨. 너무 진지하면 여자들한테 인기 없는 법이라고.”
“조카가 아주 좋아라 하겠다.”
“하하하! 그러긴 하네. 콜록! 콜록!”
현준이 아직 결혼을 할 생각도 없고 이지 플랜에 계속 다니지는 않을 거란 걸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내려.”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난리네. 콜록!”
서정대는 현준의 집 앞에 차를 세웠다.
현준이 투덜거리며 서정대의 차에서 내리자 서정대는 현준을 바라보며 불렀다.
“현준아.”
“응? 왜?”
“아니다. 힘든 일 있으면 형한테 이야기해.”
“싱겁긴. 큰형 너무 몰아붙이지 마. 심성은 나쁘지 않으니까.”
“형 그렇게 나쁜 놈 아니다.”
“사람이 나쁜가. 욕심이 나쁜 거지. 알았어. 들어갈게. 형도 조심히 들어가.”
현준은 자기 집으로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이거 눈치를 챈 건가? 슬슬 비밀을 지키기 힘들어지는 것 같은데.”
현준은 금융 쪽에 있는 서정대라면 자신의 뒤를 캐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중 삼중으로 위장을 하고 있었지만 결국 파고 들어간다면 그 끝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터였다.
“뭐 그때는 그 누구도 날 막지 못하게 될 테니까. 상관없으려나.”
현준은 미소를 지었다.
* * *
아중 건설의 주주총회가 얼리는 날이었다.
이번 주주총회의 안건은 특별한 것은 없었다.
일부 임원진들이 김정수 부사장의 비리를 대신해 퇴진을 하고 새로운 경영진 일부가 포함되는 것이었다.
당연히 새로운 경영진들에는 아중 그룹의 임원들이 포함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위장된 것이었고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주주총회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수는 잔뜩 굳은 표정이었다.
그런 김정수는 여유로운 표정인 그린 홀딩스의 오영식과 눈이 마주쳤다.
그린 홀딩스의 오영식 사장은 김정수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왔다.
‘현준 녀석. 결국 그놈이 말한 대로 되어 버렸군. 아니. 괜히 망설인 건가.’
자신이 망설이지 않았다면 반쪽짜리 아중 그룹이 아니라 아중 그룹 전체를 온전히 보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만만한 형의 그늘에 신세 한탄조차 못 하던 그가 망해 가는 아중 그룹을 살리는 주역이 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아버지는 자신의 결정을 극렬하게 반대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해야만 했다.
“지금부터 아중 건설의 새로운 사장 임명을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무슨 소리야? 새로운 사장 임명이라니?”
주주총회에 참석 중이던 이들은 새로운 사장 임명이라는 말에 당황했다.
웅성거리는 분위기였지만 이미 아중 건설을 장악하고 있던 김정수에 의해 회의는 강행되었다.
“첫 번째 안건으로 김정수 부사장님이 아중 건설의 사장으로 취임하는 것에 대한 가부를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부는 지분에 따라 결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오늘 안건은 임원진 퇴진 여부이지 김정수 부사장의 사장 임명 여부가 아니지 않소!”
“반대를 하시겠다면 안건에 따라 반대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중 그룹에서 반대를 하면 반대가 될 일이었다.
하지만 김정수와 함께 대주주인 그린 홀딩스가 전폭적인 지지를 하고 아중 건설의 퇴진 임원들도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지분대로 김정수를 지지했다.
아직 임원진들이 아중 건설을 장악하고 있었으니 아중 건설도 아중 그룹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이다.
“이것으로 김정수 대표이사님의 아중 건설 사장 취임이 결정되었습니다. 두 번째 안건은 김정수 대표이사님께서 진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김정수에게 넘겨주었다.
아중 그룹에서 온 관계자들은 경악한 채로 김정수를 바라보았다.
사실상 아중 그룹의 후계자인 김정수였으니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지만 김무연 회장의 뜻과는 어긋난 일이었다.
“이렇게 뜻깊은 주총에 참석을 해 주신 주주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다들 바쁘시니 빠르게 제2 안건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일반 주주들은 얼떨떨해했지만 대주주들 중 아중 그룹 쪽의 관계자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로열패밀리인 김정수에게 큰 소리를 낼 수 없었다.
황급히 총회장 밖으로 나가 김무연에게 연락을 했지만 총회장 밖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수가 없었다.
“뭐 하는 짓이야? 저리 안 비켜!”
“주총 밖으로 나가신 뒤에 다시 입장하실 수 없으십니다.”
“이 자식들이! 내가 누군지 알아! 빨리 비켜!”
“원칙이 그렇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이 새끼야! 나 회장님 지시라고!”
아중 건설이 섭외한 굿 프랜드의 경호원들이 입장 불가라며 막아선 것이다.
김정수를 너무 믿은 것이 문제였다.
김정수는 자신의 사장 취임뿐만 아니라 아중 건설이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들의 사장들과 경영진들을 교체하며 계열사들을 장악했다.
김무연의 사람들을 물갈이하는 것이다.
바로 아중 건설 그룹으로 독립을 하지는 못했지만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
아울러 아중 이노베이션과 아중 물산 등의 지분을 매각해 경영 정상화를 진행하겠다며 아중 그룹과의 연계를 끊는 일을 진행했다.
이 소식을 들은 김무연 회장은 커다란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아중 이노베이션의 회생으로 만들어진 기회의 발판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