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54
154화
154.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
아직 완전히 아중 그룹과의 연이 끊긴 것은 아니었지만 아중 건설의 김정수 사장은 노골적으로 독자 노선을 타겠다는 행동을 보여 주고 있었다.
아중 이노베이션이 정상화를 찾을 때쯤에 아중 건설의 사장으로 임명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김정수는 김무연 회장의 결정 이전에 스스로 아중 건설의 사장이 되었다.
“어…… 어떻게. 어떻게 정수가 자기 마음대로 결정을 내린 거지?”
“그린 홀딩스라고 하는 투자 회사가 김정수 부사장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거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예정이었던 경영진 일부가 김정수 부사장에게 넘어간 모양입니다.”
아슬아슬하게 김무연 회장과 다른 계열사들의 지분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하면서 반란은 성공했다.
“연금공단과 기업 은행 채권단을 통해 다시 뒤집을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아중 건설의 지분을 끌어온다면 다시 뒤집을 수 있다는 비서실장의 말에 김무연 회장은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의 아들이었다.
첫째 아들인 김자성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 미쳐 버린 지금 정수까지 완전히 갈라서게 되면 그땐 김무연 회장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최악의 상황에 아중 이노베이션만 포기하고 다시 그룹 정상화를 시도하려고 하기도 했었다.
그 때문에 정수에게 아중 건설의 지분을 일부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패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지금 그놈을 끌어내리면 더 감당할 수 없어.”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야만 했다.
김무연 회장은 대체 왜라는 생각을 했지만 사실 그도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갔다.
‘고생만 하고 결국 전부 형에게 빼앗길 것 같으니 그랬겠지.’
김무연 회장도 형제가 있었다.
김무연 회장이 후계자 싸움을 하고 있을 때는 아중 그룹이 현재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그도 치열한 싸움을 했었다.
그리고 그런 치열한 싸움에 호성 그룹의 서대영 회장의 도움이 있었다.
“그린 홀딩스는 뭐 하는 곳이야?”
“오영식이라는 자가 사장으로 있는 곳인데 약간 사짜 끼가 있는 투자 회사입니다.”
“양아치 새끼들이 끼어 있는 곳이냐?”
“오영식의 출신이 약간 그런 쪽입니다만 쩐주가 따로 있는 듯합니다.”
“그렇겠지. 그딴 양아치 새끼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그딴 짓을 벌였겠어. 쩐주가 누구인지 찾아내.”
“그게…….”
김무연의 아중 그룹이 꽤나 위태롭기는 하지만 무능한 곳은 아니었다.
그리고 김무연 회장의 주변에 있는 이들도 마냥 무능하진 않았다.
“뭐야? 알아낸 거냐?”
“쩐주가 서현준인 것 같습니다.”
“뭐? 현준이? 호성 그룹의 서현준?”
“예. 정확하게는 김정수 부사장과 공동 쩐주인 것 같습니다.”
“정수 그놈이 뭔 돈으로?”
한두 푼 들어가는 돈이 아니었다.
김정수가 특별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았다.
배당금이나 임원 연봉이 일반인들과 비교하면 매우 높다지만 그래 봐야 몇십억이고 몇백억이었다.
그에 반해 아중 건설을 집어삼킨 지분은 작게 잡아도 수백억 원이 넘었다.
아니 천억대에 달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클럽 이지스의 비자금인 것 같습니다.”
“하!”
그제야 이해가 가는 김무연 회장이었다.
첫째인 김자성이 클럽 빌리언츠로 비자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김정수도 형에게 배운 것인지 똑같은 짓을 했다.
다만 형 때의 교훈인지 바지사장을 두었는데 그것이 서현준이었다.
호성 그룹의 후계자 싸움과는 거리가 먼 현준은 여느 재벌 3세처럼 방탕하게 지내며 술과 여자를 즐기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현준이 클럽의 쩐주라는 소문도 돌고 있었으니 정수가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서 현준을 바지사장으로 이지스를 만든 것으로 여겨진 것이다.
그리고 그 비자금으로 그린 홀딩스를 동원해 자신의 지분을 크게 늘린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하! 하하! 그놈이 이토록 치밀했나?”
허탈한 듯이 웃는 김무연 회장이었다.
그 웃음에서는 배신감이나 허탈함은 없었다.
오히려 그 정도는 되어야 거대한 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현준이 그놈 불러와라.”
“서현준을 말입니까?”
“그래. 아니다. 내가 연락을 하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었다.
김무연 회장은 정수가 자신에게 서운한 점을 현준을 통해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미래교 일이나 확실하게 처리하게.”
“알겠습니다.”
아중 건설이 아중 그룹과 분리된다고 해도 결국에는 자신의 아들이 가져가는 것이었다.
‘정 안 되면 세영이한테 아중 물산을 물려줘도 되겠지. 나도 슬슬 물러날 때가 된 건가?’
김무연 회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결국에는 자신의 잘못이었다.
자식들로서는 자신들의 것을 챙기는 것이 당연했다.
이미 머리가 굵어진 성인이었으니 자신의 지시가 온전히 먹혀들어 가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다.
* * *
김무연 회장의 호출을 받은 현준은 순순히 김무연 회장이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하필 평일 저녁이었기에 퇴근을 하고 찾아간 고급 한정식집에서는 김무연 회장의 경호원들과 비서들이 현준을 가로막았다.
“오늘은 이곳을 전세 냈으니 돌아가십시오.”
“초대를 해 놓고서 오니까 가라고 합니까?”
현준은 촌스러운 안경을 벗고서는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경호원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현준을 알아본 경호원이 화들짝 놀라며 물러섰다.
“죄송합니다. 서현준 대표님.”
“회장님 계십니까?”
“예. 기다리고 계십니다.”
현준이 서민 체험 중이라는 사실을 떠올린 경호원과 비서들이었다.
그렇게 한정식집의 독채 안으로 들어간 현준은 김무연 회장의 비서실장을 보았다.
비서실장도 현준의 촌스러운 모습에 당황해했다가 이내 겉은 달라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떠올리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조카뻘인 현준이었지만 현준은 호성 그룹의 로열패밀리였다.
신분의 차이가 없는 세상이라지만 인류가 존속하는 동안 신분의 격차는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드르륵!
방 안으로 들어서자 김무연 회장이 창밖의 정원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늦었습니다. 작은아버지.”
현준이 입구에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김무연 회장은 현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고집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눈빛은 따뜻했다.
호성 그룹과 사이가 나빠졌지만 어린 시절의 현준을 기억하는 김무연 회장에게 현준은 여전히 귀여운 조카였다.
“그래. 오랜만이구나. 앉아라.”
“예.”
현준은 서류 가방을 풀어 바닥에 내려놓고서는 김무연 회장의 반대편에 앉았다.
“몸은 괜찮냐?”
“많이 좋아졌습니다. 콜록!”
“위험한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별것 아니었습니다.”
“그래. 회사 막내로 있다고?”
“인턴에 합격해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밀로 한다고 조금 우스꽝스럽게 다니고 있는데 이제 막 퇴근하고 와서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이 뭐 있나.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한테.”
음식이 나오기까지 둘의 대화는 다정스러웠다.
“이지 플랜 코리아에서 인턴 생활한다고?”
“예. 거기에 합격을 해서요.”
“신분 감추고 일하고 싶었으면 나한테 말하지 그랬냐?”
“그러면 어떻게든 알게 될 것 같아서요.”
“그래. 뭐 그럴 수 있겠지.”
원했다면 호성 그룹에서 인턴을 하든 사원으로 근무를 하든 할 수 있었을 터였다.
꽤나 공교롭게 이지 플랜에서 인턴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까지 캐물을 수는 없었다.
“한 잔 받을 테냐?”
“예. 주십시오.”
“그래.”
김무연 회장은 현준에게 술 한 잔을 따라 줬다.
조카 아들이자 사위로 점찍었던 현준이었다.
여전히 자신에게 스스럼없이 대하는 현준의 모습에 씁쓸해지는 김무연 회장이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김무연 회장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그래. 만나는 여자는 없고?”
“아직 없습니다.”
“세영이하고 다시 잘해 볼 생각은 없고?”
“…….”
대답이 없는 현준에 김무연 회장은 아쉬웠지만 그보다 집안일이 우선이었기에 술 한 잔을 마시고서는 물었다.
“정수가 시킨 거냐?”
“회장님께 실망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크음! 자식만큼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없긴 하지. 이지스라는 곳이 그리 장사가 잘되는 거냐?”
“대한민국 천지에 약 장사 외에 물장사가 가장 이윤이 많이 남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자신에게 순순히 이야기를 하는 현준에 김무연 회장은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수 놈이 너한테 뭘 준다더냐?”
“처음에는 계열사 하나 챙겨준다고 하더군요. 뭐 그건 세영이하고 결혼을 했을 때의 일입니다만 뭐 지금은 저도 별 욕심은 없습니다. 다만 자성이 형님이…….”
머뭇거리는 현준이었다.
“말해라.”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다는 것이…….”
김무연 회장의 눈치를 보는 현준에 김무연 회장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현준이 이대주와 몇 번 만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현준과 이대주의 관계는 상당히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던 김무연 회장이었다.
현준과 세영이 미성년자였던 시절에 세영에게 관심을 보였던 이대주를 현준이 두들겨 팼다.
그때는 어린아이들의 싸움이라 적당히 사과를 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현준은 그 이후로 이대주를 벌레 보듯이 했다.
그런 이대주와 갑자기 화해를 하고 같이 어울려 다닌다고 했지만 김무연은 현준이 꽤나 세련되게 이대주를 벗겨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대주가 아무리 미래 재단의 이사장이라고 해도 재벌가의 VVIP 룸들을 돌며 돈을 물 쓰듯이 쓸 수는 없었다.
물론 처음에는 어느 정도 감당이 가능하겠지만 결국에는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이었다.
그런 이대주와 김자성이 친하다는 사실을 현준이 모를 리 없었다.
‘자성이 그놈이 종교에 미쳐 그룹을 미래교에 전부 다 가져다 바치려고 했다고 생각한 거로구만.’
틀린 말도 아닌 듯했으니 정수나 현준이 이러는 것도 마냥 꾸짖을 수가 없었다.
“세영이하고 결혼을 하면 아중 그룹을 내 너에게 물려줄까 싶은데 어찌 생각하느냐?”
현준은 정수의 독립을 허락하고 남은 아중 그룹은 김자성이 아닌 현준에게 물려주겠다는 김무연의 말에 꽤나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무연 회장의 권력욕은 그리 작진 않았기에 자신이 죽는 그날까지 그룹의 경영권을 움켜쥐고 있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중 그룹을 장악하고 결국 아중 건설까지 집어삼킨 뒤에 완전히 먹어 치우는 것이겠지만…….’
자신으로서도 해피엔딩이겠지만 그건 김무연 회장에게 있어서도 해피엔딩일 터였다.
자신을 아중 그룹의 회장으로 삼겠다지만 사실상 지분은 세영이 전부 가지고 있을 것이었고 세영이 자신의 아이라도 낳게 되면 아중 그룹의 핏줄은 그대로 아중 그룹을 지배하는 것이었다.
그딴 것으로 복수를 끝낼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세영과 결혼을 하고 김자성과 김정수를 꺾어 아중 그룹을 손에 넣는 것이 더 나았다.
“세영이한테 남자 친구 있다는 사실 모르시는 겁니까?”
“…….”
현준의 말에 김무연 회장은 인상을 찌푸렸다.
자성과 정수의 일 때문에 막내딸의 문제에 대해서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김무연 회장이었다.
‘난장판이구만.’
차마 김무연 회장은 현준 너 때문이지 않냐는 말을 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