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155.
“다 했어?”
“조금만 더.”
“언제까지 할 거야. 대충 해.”
“대충 해서 될 것이 아니라고.”
아중 물산의 임원인 세영은 아직도 일에 매달려 있는 남자에 투덜거렸다.
“배고파아! 밥 먹으러 가자.”
“잠시만.”
“야! 말이 짧다! 인턴 주제에 상사한테!”
“하아! 그만둘까?”
“누구 마음대로!”
회사였다면 임원인 상사에게 사원도 아닌 인턴이 반말을 할 수는 없겠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곳은 회사가 아닌 일반 가정집이었다.
그 가정집도 원룸인 좁은 집이었으니 회사 일을 하고 있던 남자는 자신의 침대 위에서 칭얼거리고 있는 여자에게 한숨이 나왔다.
자신이 할 일이 아니었다.
‘그놈의 사랑이 뭔지. 그리고…….’
오진호는 누군가를 떠올리고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중 그룹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중 그룹이 망하진 않더라도 꽤 몰락할지도 몰랐다.
최악의 경우에는 망할지도 몰랐다.
뭔가 성과를 내야만 했다.
물론 이제 곧 대학을 졸업할 나이의 청년이 거대 기업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니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하는 데까지는 해 봐야 한다고 여겼다.
오진호는 월요일에 세영이 추진할 신규 사업의 보고서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 오진호에 칭얼거리기는 했지만 세영도 마냥 오진호를 방해하진 않았다.
자신과 아중 그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는 비밀로 하고 있었지만 세영과 오진호는 연인 관계였다.
현준 앞에서 현준이 그랬던 것처럼 오진호를 질투가 나게 이용해 먹으려고 하기도 했지만 현준에 대해서는 생각을 접기로 했다.
약혼을 할 사이니 결혼을 할 사이니 생각을 했지만 그거야 부모님들 사이에서 결정을 했던 것이고 지금은 그마저도 어그러졌다.
현준의 전생에서도 실제로 맺어지지도 않았으니 세영은 현준에 대해서는 마음을 정리하고 오진호의 등을 발로 콕콕 찌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 다 했다.”
“정말?”
“그래. 밥 먹으러 가자.”
오진호의 완벽주의자적인 성향 때문에 며칠째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건지 두 눈 가득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다.
인턴이라지만 회사에서는 사실상 세영의 비서 겸 심부름꾼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부서 내에서도 로열패밀리인 세영이 오진호를 부려 먹는 것에 뒤에서나 수군거릴 뿐 당연하게 여길 정도였다.
“배달시킬까?”
나가서 먹으려고 옷도 꽤 예쁘게 입고 온 세영이었다.
하지만 피곤해 보이는 오진호의 모습에 미안함을 느낀 세영이 배달을 시킬까 물었다.
“아니야. 조금만 쉬었다가 나가자.”
오진호도 그냥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될 세영이 좁고 지저분한 자신의 원룸에 와서 기다려 준 것도 자신과 데이트를 하려는 것임을 알기에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긴장이 풀려서인지 피로감을 느낀 오진호는 잠시만 쉬자는 말을 했다.
“침대로 올라와. 깨워 줄게.”
“그래.”
좁은 1인용 침대였다.
벽과 세영 사이에 끼어 꽤나 불편해 보이기는 했지만 오진호는 이내 곯아떨어졌다.
잠이 든 오진호를 빤히 바라보는 세영은 자고 있는 오진호를 깨물어서 깨워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참느라 고생을 해야 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남자는 아니었다.
너무나도 평범하고 하찮은 남자였다.
‘사랑이 뭔지.’
세영은 좁은 침대 위에서 잠들어 있는 오진호의 가슴에 안겨 눈을 감았다.
비싼 미용실에서 한 머리와 오진호의 원룸 보증금보다 비싼 옷이 구겨졌지만 그 정도 돈을 신경 쓸 세영은 아니었다.
그렇게 오진호와 함께 잠이 든 세영이 눈을 뜬 것은 온통 깜깜해진 뒤였다.
화창해서 너무 좋은 주말 낮을 날려버린 것에 세영은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잠깐 누워 있는다는 것이 오진호의 품에서 깜빡 잠이 들어 버린 모양이었다.
오진호의 몸을 꼬집는 세영이었다.
“아윽! 뭐…… 뭐야? 아파! 아프다고!”
몸을 꼬집는 세영에 잠에서 깬 오진호는 계속 꼬집는 세영을 붙잡아서는 힘으로 내리눌렀다.
잔뜩 화가 나 있는 세영이었지만 방 안이 온통 어두컴컴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
오진호는 자신이 너무 늦게까지 잠이 들었음을 알고서는 일어나려고 했지만 자신의 몸을 꼬옥 잡고 놔주지 않는 세영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달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며 오진호는 세영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서로 대화는 없었지만 오진호는 파르르 눈썹을 떨며 눈을 감는 세영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결국 밖으로 나가지 못한 세영은 오진호가 끓여주는 라면을 먹으며 투덜거려야만 했다.
어쩌다 보니 너무 늦은 시간이라 나가도 식당이 없었고 배달을 기다리기에는 허기짐이 심해 라면으로 허기를 달래야 한 것이다.
그렇게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은 세영이었다.
* * *
주말에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푹 쉬었지만 피로에 절어 있는 듯한 오진호가 출근을 했다.
“어머? 진호 씨! 어디 아파요?”
“예? 아. 아니요. 그…… 냥 조금 피곤해서요.”
“월요병이에요?”
인턴이기는 하지만 세영의 잔심부름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업무도 함께 하는 진호에 동료 직원들이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좋은 아침!”
“안녕하세요! 팀장님!”
힘겨워하는 오진호와 달리 얼굴에 윤기가 나는 세영이 기분 좋은지 콧노래까지 부르며 출근을 했다.
진호와 세영의 너무나도 상반되어 보이는 모습에 다들 주말 내도록 두 사람이 한 방에 있었다는 것을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세영은 재벌 3세였고 오진호는 그냥 평범한 대학 졸업 예정자였던 것이다.
“진호 씨. 잠시 내 방으로 들어와요!”
“하아! 예.”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는 세영의 뒤를 흐느적거리며 따라가는 오진호의 모습에 다들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팀장실이 굳게 닫히고 잠시 조용해졌다가 이내 세영이 화를 내는 듯한 목소리가 팀장실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오진호가 팀장실에서 나오자 다들 오진호를 다독여줬다.
“힘들지?”
“예? 아닙니다.”
“본래 미녀는 가시가 있다잖아. 본래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다 그런 거야. 가자고. 커피나 한잔 사줄게.”
오진호는 차마 밝힐 수 없는 이 비밀 연애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도 기운 내라고 세영이 진한 뽀뽀를 해 준 뒤였다.
그렇게 주말 동안 고생을 한 오진호의 보고서를 통해 세영은 신사업을 추진했다.
아울러 오진호의, 아이언 스틱의 물류 창고를 낙찰받으라는 제안에 세영은 아이언 스틱의 물류 창고가 경매에 나오자 곧장 낙찰을 받았다.
그 안에서 각종 문제가 터지기는 했지만 아이언 스틱의 물류 창고 그 자체는 위치적으로나 매출적으로 상당히 이득이 되었다.
물론 큰돈이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중 물산 물류와의 시너지 효과가 좋았기에 오진호의 제안에 물류 창고를 매입한 아중 물산은 오래지 않아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었다.
더욱이 오진호가 기존 고객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기에 물류 창고는 빠르게 정상화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공로는 세영이 차지하면서 세영에 대한, 경영과 안목이 상당하다는 인식을 끌어냈다.
김무연 회장이 아중 물산을 장악하기 위한 낙하산이라 생각을 했지만 예상외로 능력을 보여주는 세영에 아중 물산의 경영진들과 직원들도 세영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런 능력은 아중 물산의 장악에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아중 건설의 김정수가 아중 건설 그룹으로 아중 그룹에서 독립해 나가면서 김세영에 대한 위치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김무연 회장이 막내딸인 김세영을 그룹 내에서 밀어주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김세영이 아중 그룹의 차기 회장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게 된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세영에 대한 태도를 달리해야만 했다.
“김세영 상무보님하고 결혼하면 아중 그룹 회장이 되는 거 아니야?”
“회장은 무슨. 회장은 김세영 상무보님이 되고 부회장이나 등기 이사나 되겠지. 대신 아들이 회장님이 될 거지.”
“그렇겠지. 하! 김세영 상무보님하고 누가 결혼을 하려나?”
“왜? 온달 장군이라도 되고 싶은 거야?”
“하하하! 그러면 얼마나 좋아. 그런데 진호 씨는 여자 친구 없나?”
“예? 저요? 하하! 예. 아직.”
“보니까 정규직 전환이 거의 확실한 것 같던데. 축하해.”
“예.”
오진호는 동료들과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대화를 하다가 자신의 정규직 전환이 확실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냥 대학원 진학을 할까 심각하게 고민이 될 만큼 고된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오진호였다.
일은 일대로 하고 퇴근하고서도 쌩쌩한 세영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그 온달이 여기 있습니다.’
동료들이 말을 한 온달이 자신이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물론 미래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오진호가 세영과 결혼을 할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현준과는 완전히 정리가 된 것 같아 보였다.
들리는 말로는 현준도 서민 체험으로 오브셀에서 인턴 체험을 하고 있으면서 그쪽 여직원과 친하게 지낸다고 했다.
현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오진호로서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세영도 별 볼 일 없는 자신을 만나고 있으니 그것도 모를 일이었다.
‘부자들의 생각은 나도 모르겠단 말이지.’
나중에 세영과 정말로 결혼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비밀로 해야 할 것 같았기에 오진호는 입을 꾸욱 다물었다.
그렇게 위태롭기는 하지만 대기업인 아중 그룹 정규직 사원에 여자 친구도 없는 오진호는 그리 나쁘지 않은 남자 친구나 남편급이었다.
실제로 그런 오진호에게 호감을 표하는 여직원들도 있었고 여자를 소개해 준다는 이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진호 씨가 약간 너드남 스타일 아닌가?”
“오! 요즘 여자들이 선호한다는 그 너드남?”
“그러게. 우리 옆 부서의 이 대리도 진호 씨한테 관심 있는 것 같던데.”
“예? 아하하하! 아니에요. 저 인기 없어요.”
“왜? 관심 있으면 한번 대시해 봐. 저녁때 술 한잔하자고 말이야. 아니면 내가 대신 이야기해 줄까?”
“예? 아닙니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아직 그럴 상황이 아니어서.”
진호는 연신 사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진호는 아중 물산 인사과로부터 정규직 전환 통지서를 받게 되었다.
이미 세영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제로 통지서를 받은 오진호는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면서도 씁쓸해졌다.
이제는 도망도 못 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인지 주변의 미혼 여직원들이 급격하게 오진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관심을 보이는 여직원들에 오진호도 당황스러웠지만 은근히 느껴지는 세영의 눈빛이 따가울 정도였다.
자신보다 훨씬 눈치 빠른 세영이 다른 여직원들의 오진호에 관한 관심을 못 알아차릴 리가 없었다.
오진호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삐진 세영을 달래주기 위해 또 고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힘겨운 회사 생활이었지만 오진호는 본격적으로 제 능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세영의 서포트를 해 주고 있었지만 자신의 능력 또한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오진호가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세영도 알게 모르게 도와주고 있었으니 오진호의 능력은 꽤나 돋보였다.
그 때문에 미혼의 여직원들에게 더 관심을 받게 되어 고통을 받아야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회사 생활에 바빠진 오진호가 회사 복도를 걷고 있을 때 맞은편에서 뜻밖의 남자를 보았다.
‘김무연 회장님?’
비서와 임원들을 따르게 한 채로 걸어오고 있는 김무연 회장이었다.
사장실로 가는 것도 아니고 뒤에 아중 물산의 사장도 있는 것으로 봐서는 세영에게 가는 듯했다.
오진호는 황급히 통로의 가장자리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 그때 비서가 김무연 회장의 귀에 무언가를 말했다.
김무연 회장은 오진호를 지나치려는 그 순간 걸음을 멈추어서는 오진호를 바라보았다.
“…….”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자네가 오진호인가?”
“예! 맞습니다. 회장님.”
“큼!”
김무연은 그다지 곱지 않은 표정으로 오진호를 노려보다가 이내 탐탁지 않아 보이는 헛기침을 하고서는 그대로 오진호를 지나쳐 갔다.
다들 김무연 회장의 행동이 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번씩 오진호를 쳐다보고서는 김무연 회장의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