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158.
제네스코의 상속녀인 제시카는 동양의 한 남자에게 사랑에 빠졌다.
물론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돈이라면 자신만큼 아니 어쩌면 자신보다 더 많은 남자였고 이성적으로도 매우 매력적이었다.
주변에서는 여자들이 들끓었고 남자는 그런 여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를 도우면 자신을 돌아볼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생명의 은인.
망가질 뻔한 삶의 은인.
제시카는 상속을 받기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비싼 명품들을 쇼핑하고 즐거운 파티도 하며 잊으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쉽게 정리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더욱이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라도 가 버렸다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아무 일 없었다구요?”
“예. 의장님.”
그녀의 경호원이자 후견인이었던 델은 조금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제시카를 바라보았다.
델도 제시카가 현준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한국에도 찾아가지 않은 채로 잊으려고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델도 현준의 소식을 제시카에게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제시카는 웬만한 소식은 미리 알고 있었다.
현준이 연애라도 하는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닌 듯했다.
미련 없이 떠난 현준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미국으로 온다고 했지요?”
“예. 대학 졸업 후에 휴가차 오시는 것 같습니다.”
“훗! 휴가라.”
현준이 미국에 오는 것이 휴가가 아님은 제시카나 델도 잘 알고 있었다.
이지 그룹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오는 것일 터였다.
이미 이지 그룹의 지주 회사인 이지 네버와 거래를 해 왔던 제시카였다.
그로 인해 제시카 또한 상당히 큰돈을 벌 수 있었다.
현준이 비밀로 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비밀로 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현준의 정체를 철저하게 비밀로 해 주고 있었다.
오히려 가끔은 현준을 도와주고 있기도 했으니 이지 그룹과 제네스코는 서로를 돕고 있었다.
그렇게만 보면 딱 사업적인 파트너였다.
“제가 남자 보는 눈이 참 없나 봐요.”
“…….”
제시카의 힘 없는 목소리에 델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상속받기 전에 사귀던 남자 친구도 그렇고 파티에서의 남자도 그렇고 그다지 좋은 남자는 아니었다.
지금도 돈 많고 젊은 제시카를 노리는 남자는 꽤나 많았다.
파티를 열면 제시카에게 끈적거리는 눈빛을 보내오며 접근을 했다.
하나같이 잘생긴 외모에 과거였다면 제시카도 꽤나 가슴 두근거렸을 터였다.
하지만 하필이면 현준을 보고 나니 제시카의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렇게 델이 보기에도 현준이라면 꽤나 괜찮은 남자였지만 문제는 현준이 제시카에게는 이성적으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짝사랑만 하고 있는 제시카에 델도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좋은 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됐어요. 만나 봐야 다 내 돈이 목적일 테니까.”
성공한 사업가나 연예인 그리고 스포츠 스타가 결혼을 하고 난 뒤에 이혼을 당하고 엄청난 위자료를 내는 뉴스를 보는 것은 미국에서는 꽤나 흔한 것이었다.
단순히 돈만 잃는 문제가 아니었다.
사업체의 지분 절반이 날아가면서 기업의 경영권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었기에 결혼을 하지 않은 채로 동거만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었다.
제시카가 여자였지만 제시카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남자와 결혼을 했다 이혼을 하면 가진 재산을 빼앗기는 건 마찬가지인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 때는 이러지 않았다던데.”
“신자유주의의 폐해지요.”
“자유연애의 문제인가 봐요.”
“그래도 사랑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아! 일방적인 사랑은 싫어요.”
“그럼 이번 방문 때는 다른 일정을 잡아 드릴까요?”
현준이 미국에 올 때 다른 일정을 잡기를 원하느냐는 델의 말에 제시카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현준과 만나지 않도록 유럽이라도 가 있다 올 수 있었다.
꽤나 속 보이는 짓일 수도 있었지만 현준이라면 별생각은 하지 않을 터였다.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제시카는 그래야 자신의 마음 정리가 빨리 될 것이라 생각을 했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얼굴 보고 싶어요.”
“방문일에 저녁 식사 자리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제시카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밥만 먹는 정도라면 별문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분명 그렇게 생각을 했다.
* * *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푹신하고 커다란 침대에 현준이 자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현준의 옆에 제시카도 알몸으로 누워 있었다.
꽤나 근사한 저녁을 먹고 술도 적당히 마셨던 현준과 제시카였다.
남녀 관계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지만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제시카였다.
제시카는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서는 얼굴을 붉혔다.
현준이 일어나기 전에 도망을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움직이면 현준이 깰 것 같았다.
아니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을 때 눈을 뜬 현준과 눈이 마주쳤다.
“…….”
몽롱한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현준의 모습에 제시카는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섹시해.”
하얀 피부와 조각 같은 얼굴을 가진 현준에 무심결에 나온 제시카의 목소리였지만 제시카는 이내 얼굴을 붉히며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에 뛰어들 만큼 창피해진 것이다.
그렇게 이불 속에 머리를 파묻은 제시카에 현준은 어제 일을 더듬거렸다.
“시차 적응 때문인가?”
술을 마시긴 했지만 취할 정도로 마시진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취해 이성이 날아가 버린 듯했다.
한국에서 미국까지 날아오는 동안 시차 적응도 되지 않았을 테고 피곤했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래도 현준은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다.
더욱이 제시카도 꽤나 매력적이었고 현준도 아직은 혈기 왕성한 시기였다.
젊은 청춘 남녀가 사고를 치는 것은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현준은 뭔가 조금 이상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이미 저질러 버린 일을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이불 속에 숨어 버린 제시카를 불렀다.
“제시카 님.”
“까아악!”
현준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제시카는 비명을 지르고서는 이불 속에서 외쳤다.
“미안해요! 현준! 정말 미안해요!”
왜 제시카가 미안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준은 몸을 반쯤 일으켜서는 침대의 헤드보드에 등을 기대었다.
“제시카. 괜찮으니까 나와 봐요.”
“아악! 미안해요! 현준! 미안!”
제시카는 한참을 미안하다고 하다가 울먹이는 눈동자로 이불 밖으로 나왔다.
이내 조각상처럼 잘 다듬어져 있는 현준의 상체를 보고서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아우. 좋네요.”
“풋!”
너무 솔직한 제시카에 현준은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옷을 먼저 입으실래요?”
“어! 저기…….”
“네? 아! 할 말이 있나요?”
제시카가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듯하자 현준은 말을 해 보라고 했다.
제시카는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더 해요.”
“예?”
“아니! 어제 기억이 잘 안 나서요. 이대로 끝나면 후회할 것 같아서요.”
“저…… 저기!”
현준은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해 버린 제시카에 당황했지만 몸을 감싸고 있던 이불이 흘러내리면서 제시카의 나신이 그대로 드러났다.
거기에 현준의 몸도 반응한 것을 제시카도 보게 되었다.
그것이 현준의 대답이라고 생각을 한 제시카는 현준을 덮쳤다.
복수만을 위한다며 몸에 대한 본능을 외면해 왔던 현준이었다.
문제가 생길까 싶어 클럽에서도 자신에게 달려들던 여자들과 마지막까지는 가지 않았다.
꽤나 곤혹스러운 일이었지만 지금까지 잘 버텨왔던 것이 여기서 실패를 한 듯했다.
“저…… 저기 제시카! 잠시만! 콘돔!”
“괜찮아요! 오늘 안전한 날이에요!”
현준도 그 말에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그렇게 그날은 호텔 방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나마 식사 시간마다 시키지도 않은 룸서비스는 나왔다.
결국 제시카에게 온종일 시달린 현준은 다음 날 오후에야 호텔 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덕분에 일정이 엉망으로 꼬여 버린 현준이었다.
제시카의 예상대로 현준은 이지 그룹을 관리할 목적이었다.
물론 이지 그룹의 CEO인 벤자민과 일부 직원들만 장악하면 되었지만 이지 그룹이 과도하게 커지는 상황이었기에 더 이상 장막 속에서 지시를 내리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나는 복수를 하기 위해 사는 인간이야. 그렇기에 복수가 끝나기 전까지 누군가를 사랑하기는 힘들어.”
“복수가 끝나고 나서는요?”
“복수가 끝나고 나서라. 아직은 생각해 보지 않았어. 그리고 생각할 생각도 없고.”
복수가 끝나고 난 뒤에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현준이 왜 복수를 하려고 하는지는 제시카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준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자신을 복수의 수단으로 쓰길 원했다.
완전히 사랑에 빠진 제시카에 현준은 분명히 경고를 했다.
“나 때문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어. 복수가 언제 끝날지 나도 모르는 일이니까.”
“괜찮아요! 나중에 저 버려도 돼요. 원망 안 할게요.”
“…….”
제시카의 돈까지는 딱히 필요가 없었지만 제시카를 이용할 방법은 꽤나 무궁무진했다.
“그럼 부탁이 하나 있는데.”
“뭐든지.”
복수를 위해 자신의 복수와는 무관한 여인을 이용해 먹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현준은 복수 전까지 뭐든지 이용하기로 했음을 떠올렸다.
‘꽤나 편히 지낸 모양이군. 이토록 마음이 약해지다니.’
현준은 잘 먹고 잘살다 보니 마음이 꽤나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이 인간에게 준 망각은 시간이 갈수록 복수심마저도 누그러트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준은 전생에서의 수모를 되새기며 이를 악물었다.
그런 현준의 모습에 제시카는 무엇이 그리도 현준을 괴롭히고 있는 것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현준이 그 괴로움에서 벗어날 때까지 돕고 싶었다.
그렇게 현준은 이지 그룹의 일을 은밀하게 처리하면서 제시카와 미국 관광을 다니며 휴가를 보냈다.
제시카가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나름 미국 내에서의 유명인이어서인지 파파라치들이 몰래 사진을 찍어가고는 했다.
미국 내에서 제시카와 열애설이라도 나게 될 듯했다.
물론 제시카는 오히려 그런 열애설을 반길 정도였지만 현준의 눈치를 봐야 했다.
그렇게 현준의 미국 일정을 계속 따라다닌 제시카였다.
“했네! 했어!”
현준과 제시카를 쫓아다니던 파파라치는 결정적인 장면은 포착하지는 못했지만 점점 화사해지는 제시카에 비해 점점 피곤해 보이는 현준을 보며 둘의 열애설이 기정사실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제시카는 현준과의 열애설을 한사코 부인했다.
해명을 하는 동안 입술을 실룩이는 것이 포착되어 제시카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어차피 연예인도 아닌 그녀였기에 기자들의 해명 요구를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제시카에게 문제가 생겼다.
“아! 안전한 날 아니었나 보다.”
안전한 날이라고 현준에게 말을 했지만 아닌 듯했다.
물론 이 주 가까이 계속 붙어 다녔으니 안전하지 않은 날까지 가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제시카는 현준의 아이를 임신해 버렸다.
고민 끝에 제시카는 현준에게 비밀로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