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6
16화
16.
철호의 국내 챔피언 도전권을 둔 타이틀 매치가 열리고 있었다.
현준에 의해 완전히 인생이 바뀌어 버린 철호였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철호야! 알았지?”
“후우! 후우!”
관장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철호는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번만 이기면 국내 챔피언에 도전을 할 수 있었다.
그걸 넘으면 이제 국제무대로 올라갈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말썽깨나 부리던 철호였다.
할아버지가 4선 국회의원이었고 아버지는 유명 로펌의 변호사였다.
하지만 철호는 그런 집안의 기대를 저버렸다.
집안에서도 사실상 내다 버린 자식이나 다를 바 없었다.
철호는 링에 올라가기 직전 관중석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현준을 보았다.
‘보통 사랑하는 여자가 눈에 들어와야 하는 거 아냐.’
철호에게도 사랑하는 여자는 있었다.
학창시절 일진 같은 자신이야 여자들이 무서워서 피했지만 운동을 하고부터 자신을 걱정해 주는 여자가 생긴 것이다.
그런 여자도 관중석의 어디선가 자신을 위해 기도를 하며 걱정을 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철호는 현준이 먼저 두 눈에 들어왔다.
집안에서 내다 버리다시피 한 철호가 끝까지 운동을 할 수 있게 후원을 해 준 것은 다름 아닌 현준이었다.
사실 현준이 미웠다.
자신의 위에 있는 현준은 모든 것을 다 가졌다.
돈도 학벌도 그리고 여자까지.
생긴 것도 곱상하고 처음 운동을 할 때는 자신보다 강하기까지 했다.
운동을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하고 있었다면 진작에 국내 무대를 넘어 세계 무대를 넘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자존심 강한 철호에게 있어서는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준에 대한 질투보다 이기는 것을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링에 올라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철호를 주시했다.
평생 두려움 반 경멸 반의 시선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박철호! 박철호! 박철호!”
잔뜩 기대하는 눈빛과 호명에 철호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야! 박철호! 다 깨부수고 세계로 가자!”
“사내새끼로 태어나서 세계 챔피온 한 번 먹어 봐야지!”
돈이라도 자신에게 걸었는지 악을 쓰는 중년 남자들의 목소리에 철호는 피식 웃었다.
철호는 기대주, 유망주였다.
하지만 세상에 수많은 기대주와 유망주가 있었고 그들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어느 순간 사라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철호는 기대만 주고 사라지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땡!
시합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자신보다 10살은 많은 노련한 상대였다.
세 번째 챔피언 도전이라고 한다.
무언가 절박해 보였다.
철호도 힘겨운 운동을 해보다 보니 상대의 절박함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갔다.
격투기도 승자 독식의 구조다 보니 랭킹 안에 들지 못하면 운동을 계속 이어가기 힘들었다.
아직은 몇 년의 시간이 더 남았다지만 그 몇 년 밖에는 남는 시간이 없었다.
상대의 공격은 매서웠다.
노련했고 집요했으며 절박했다.
현준과 같이 상대의 공격을 피해가며 공격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기에 돌주먹 같은 주먹을 맞아가면서 상대에게 파고 들어가야만 했다.
‘아프다.’
셀 수 없이 많은 스파링을 했고 프로 선수들과도 경기를 했지만 매번 맞을 때마다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현준에게 죽을 듯이 두들겨 맞았을 때보다는 아프지 않았다.
‘할 수 있다.’
상대는 뛰어났지만 생각보다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철호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잘하네.”
현준은 철호가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종합 격투기 협회의 간부에게 입을 열었다.
“일 차로 백억 정도 후원을 할 테니. 철호 녀석 챔피언으로 만들어 주세요.”
“백억이나 말입니까?”
“예. 국제무대까지 계속 후원을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뭐 저 정도면 부정한 방법을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협회에서도 스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이고! 그럼요. 그렇구 말구요.”
협회 간부는 물주가 되어 줄 현준에 입이 귀밑까지 찢어질 정도였다.
호성 그룹의 막내아들이었다.
무려 백억을 후원하겠다는 것에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역시 재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 스포츠에서 재벌 기업의 후원은 그리 드물지 않았다.
철호가 승리하고 나면 협회에서는 철호를 스타로 띄워 줄 생각이었다.
대대적으로 광고도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철호의 경기 영상도 올리고 하며 띄워 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국내 무대를 넘어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철호의 스토리를 연출할 생각이었다.
현준은 철호가 결국 상대를 K.O로 쓰러트리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매니지 하나 만들어야겠네.”
돈 벌려고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철호가 마약왕이 되어 대한민국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투자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백억이라는 돈은 현준에게 그리 큰돈도 아니었다.
“문제는 네놈이 어렸을 때 꽤나 학폭으로 시끄러웠다는 것이 문제인데.”
현준 자신도 학창시절 학생들을 괴롭히기는 했다.
물론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철호가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문제가 될 것은 분명했다.
“하! 새끼! 그러게 똑바로 살았어야지!”
학폭 문제로 시끄러워질 것이 분명해 보였지만 어떻게든 매니지를 만들어 해결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가족 문제도 해결해야겠지.”
현준은 링 무대에서 철호가 관장님에게 안겨서는 두 팔을 위로 올리고서는 기쁨에 환호를 내지르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현준도 철호가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철호의 운동뿐만 아니라 생활비까지도 현준이 도와주고 있었다.
현준은 관중석을 둘러보다가 역시나 철호의 부모님이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현준이 철호의 아버지에게 철호의 경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오지 않은 것이다.
아직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다는 것에 현준은 귀찮았지만 할 건 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지 자식인데. 안 오고는 못 배기게 해 주면 되겠지.”
현준은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 미소를 지었다.
* * *
얼마 뒤 철호의 챔피언 도전은 종합 일간지의 1면 광고에 크게 박혔다.
현준의 막대한 후원에 의해 협회에서 챔피언과 도전자인 철호의 경기 일정 홍보를 신문뿐만 아니라 지하철 등으로도 시작한 것이었다.
종합 격투기가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고 있었지만 아직 메이저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전면적인 광고를 하기에는 규모나 자금력에서 밀렸다.
그걸 돈으로 해결해 버리는 것이다.
당연히 철호의 아버지인 박병석도 철호의 챔피언 도전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박 변호사. 자네 아들 아니야?”
로펌의 동료가 신문을 가지고 와서는 그의 아들이 아니냐고 물어왔다.
자신처럼 변호사가 되거나 아내처럼 의사가 되기를 원했던 아들이었다.
위의 누나와 형은 의대나 법학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너무 미치지 못했다.
더욱이 사고도 많이 쳐서 사고 수습을 하느라 고생도 많았다.
“맞아. 챔피언인지 뭔지 한다고 하더구만.”
“어! 대단하네. 자네 아들한테 이런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어.”
로펌의 동료 변호사는 박병석의 아들이 맞는다고 하자 감탄했다.
“별로 대단치도 않아. 챔피언도 아니고 도전자에 불과한데 말이야. 주인공은 챔피언이지.”
박병석의 말대로 주인공은 챔피언일 수 있었다.
챔피언 또한 이번 타이틀 매치 이후 세계 무대로 도전을 하기로 결정되어 있었다.
당연히 다들 도전자보다 챔피언에 시선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긴 해도 어린 나이에 대단하구만. 이기면 챔피언에 세계 무대 도전 아니야! 하! 우리 아들놈은 뭘 하는지!”
동료 변호사는 자신의 아들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다.
박병석은 별것 아니라고 계속 이야기를 했지만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동료가 놔두고 간 신문의 일면을 힐끔 보는 박병석이었다.
사실 이미 신문은 자신에게 있었다.
아침 출근과 함께 국내의 종합 일간지 전부가 비서에 의해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이는 것이다.
신문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자신의 일을 하는 박병석이었지만 시선은 계속 신문 위의 자신의 아들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큼!”
이러다가는 일을 제대로 못 하겠다며 신문을 뒤로 뒤집어 버리는 박병석이었다.
그렇게 다시 일에 집중했지만 뭔가 마음에라도 걸렸는지 슬쩍 신문을 본래의 앞면으로 뒤집어 놓았다.
그리고서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박병석이었다.
“아! 예! 아버지. 예! 접니다. 아! 철호 녀석이 다음 달에 챔피언 도전을 한다고 하네요. 아! 알고 계셨습니까? 운동 한지는 뭐 얼마 안 되어가지고 뭐 어떻게 잘할까 싶기는 합니다만 한번 경험이다 하고 하는 거겠지요. 아! 입장권이요? 뭐 한번 구해는 보겠습니다. 아! 예! 걔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 닮아서 장군감이라는 소리는 들었지 않습니까! 하하!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난 박병석은 다시 일에 집중을 하다가 몇 군데 더 전화를 걸고 다시 일을 하기를 반복했다.
“오늘은 먼저 들어가 보지! 다들 퇴근하게.”
“예!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날은 일찍 퇴근하는 박병석이었다.
박병석의 서류 가방에는 신문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 * *
“야! 약속이 다르잖아!”
짜증을 부리는 철호의 목소리에 현준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대표님이라고 불러.”
“대표는 무슨!”
“너한테 들어간 돈이 얼마인지 아냐? 나 한 살 때부터 받은 세뱃돈까지 전부 다 털었다.”
현준의 말에 철호는 한마디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현준이 자신의 소속사를 만들었다.
아직 대학생이었지만 소속사의 대표가 되어서는 철호의 경기에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승리하면 거하게 한잔 사주겠다는 약속에 기대를 하던 철호였지만 철호가 보더라도 자신에게 가지고 있던 돈을 다 쏟아부은 것 같았기에 더는 할 말이 없었다.
물론 현준이 가지고 있는 돈의 극히 일부였지만 철호가 그 사실을 알 리는 없었다.
그렇게 자신을 위해 노력을 해주는 친구에 고마움이 드는 철호였다.
“한 잔 받아. 다음 파이트 머니 들어오면 좋은 곳 데리고 가 줄 테니까.”
지금이라도 당장 회원제 클럽에라도 데리고 가 줄 수 있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었다.
‘괜히 사람 때리기라도 하면 엉망이 되어 버리니.’
삼겹살집으로 철호를 데리고 온 현준이었다.
그곳에서 소주 한 잔을 따라주고 있었으니 꽤나 소박한 축하 파티였다.
철호도 처음에는 화를 내었지만 이내 묵묵히 현준이 따라준 소주를 받아 마셨다.
“크으! 좋다.”
“많이 먹어.”
“안 그래도 먹을 거야! 아우! 감량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지금 많이 먹어라. 다음 경기 때도 해야 하니까.”
“윽!”
철호는 매번 경기 때마다 지옥 같은 감량을 해야 한다는 것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음 경기는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왜? 질까 봐?”
“기회는 많으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거지.”
“야! 나 박철호야! 박철호!”
철호는 다음 챔피언 도전에서 질 것 같다는 듯한 현준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이 박철호임을 알렸다.
그런 철호가 귀여워 보이는 현준이었다.
“그래. 니가 박철호다. 너한테 엄청난 돈 투자했으니까 세계 챔피온은 해야 나도 본전 찾지. 열심히 해.”
“걱정 마라. 너한테 빌린 돈은 내가 이자까지 쳐서 갚을 테니까.”
철호의 호언장담에 현준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때 철호를 알아본 것인지 몇몇 여자들이 다가왔다.
“저기 박철호 선수시죠?”
“예?”
“저 팬이에요!”
“꺄아악! 싸인 좀 해 주세요!”
“아! 저…….”
“뭐해! 팬분한테 팬서비스 안 하냐?”
현준의 한 마디에 철호는 얼굴을 붉히고서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자신의 팬들에게 사인과 사진을 같이 찍어 주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마약왕이 될 철호였지만 자신을 좋아해 주는 팬들 앞에서는 어리숙한 양과 같았다.
그런 철호의 모습에 현준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