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171.
아중 그룹의 미래전략실에 배치된 오진호는 새벽 별을 보고 출근하며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출근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었다.
명칭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기업의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 내의 모든 일을 총괄 기획하는 부서에는 최고의 엘리트들만이 들어간다.
당연히 최고의 학벌을 가지고 있거나 해외 유학파 등 천재 중의 천재들이라 칭하는 이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오진호가 김무연 회장의 지시로 들어왔으니 다들 의아해했다.
“아중 물산에서 미래전략실로 옮겨 온 거라고?”
“그런가 봅니다.”
“흐음! 아중 물산에 김세영 상무 있지?”
“예. 어! 설마?”
“그 설마가 맞는 것 같은데. 운도 좋은 놈이었네.”
미래전략실의 직원들은 오진호의 낙하산 같은 인사이동에 오진호의 정체를 짐작해 냈다.
김자성과 김정수가 아중 그룹 내에서 제외되었으니 아중 그룹을 이을 이는 김세영 상무뿐이었다.
아중 물산에서 제법 경영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하는 김세영이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10년 정도 구르다 보면 계열사 사장 자리를 거쳐 그룹 내의 실세로 올라가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김세영의 남자 친구로 추정되는 오진호도 덩달아 고위 임원으로 올라가게 될 터였으니 미래전략실의 직원들은 오진호에게 잘 보여서 나쁠 일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확실하게 결혼까지 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호성 그룹의 서현준하고 결혼한다는 말이 돌았지만 결국에는 파투가 났으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남녀 사이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법이니까요.”
“아무튼 잘 살펴봐. 몇 년 내에 우리 상관이 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끄응! 알겠습니다.”
오진호의 능력을 테스트해 보기 위해 미래전략실로 인사이동을 시켰지만 현재 아중 그룹이 위기의 상태였기에 일이 무척이나 많았다.
비서실과도 면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움직여서 미래교의 베스트먼트와의 일도 처리를 해야만 했다.
베스트먼트의 투자금은 아중 이노베이션과 아중 전기라고 하는 기업에 투자되고 있었다.
둘 다 김자성과 연관이 되어 있는 기업이었다.
아중 그룹에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이 아중 이노베이션이었으니 어떻게든 아중 이노베이션을 정상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중국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이번에 이지 플랜과의 재거래 건도 문제 일으키지 않게 조심해!”
“알겠습니다.”
오브셀의 화재로 인해 공장 생산 중단이 일어나면서 이지 플랜과의 거래가 다시 개시되었다.
과거만큼 이득이 크진 않았지만 그래도 점점 살아나고 있는 중이었다.
“아중 이노베이션의 회사채 발행 무조건 성공시켜야 하니까. 금융사들 확실하게 구워삶아!”
금융사 직원들을 접대하는 것도 일이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업무량이 맞기는 한 건지 의아할 지경이었지만 오진호는 끝까지 버텨내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면 종종 화가 나 있는 듯한 세영을 볼 수 있었다.
오진호를 아버지에게 빼앗기면서 매일같이 보다가 일주일에 하루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 세영이었다.
오진호의 사정이 어떠한지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편치 못한 것이다.
“아니 대체 거긴 왜 이렇게 늦어!”
“그러게.”
“하아! 밥해 놨어. 먹어.”
“나 조금만 잘게.”
“…….”
퇴근하면 마치 영혼이라도 빠져나간 것처럼 피곤해 보이는 오진호에 세영도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오진호는 세영의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서는 좁은 방에서 새우잠을 잤다.
한 시간쯤 잠이 들었다가 조금 피로가 풀린 것인지 눈을 뜬 오진호에 세영이 입을 열었다.
“그냥 퇴사할래?”
너무 힘들어하는 오진호와 시간 내서 데이트도 즐기지 못하는 것에 세영은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을 했다.
오진호라면 다른 어디를 가든 충분히 제 밥값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 걱정해 주는 거야?”
“걱정은 무슨! 남자 친구하고 오붓한 데이트도 못 해서 그런다!”
오진호 걱정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 불만 때문이라고 말을 하는 세영이었다.
오진호는 그런 세영에 피식 웃었다.
“이번 아중 이노베이션 회사채 발행만 성공하면 조금 시간이 날 거야.”
“아마 안 그럴걸.”
“뭐? 왜?”
“아중 물산 물적 분할 추진 될 거야.”
“네 승계 때문에?”
“어. 아중 그룹의 지배 구조 때문에 현재 아중 물산에서 패션 부문을 분리할 거 같아. 현재 패션 부문 지분을 내가 확보하는 과정이 이루어질 거야.”
“우리 자기 갑부 되겠네.”
오진호는 편법으로 세영이 수천억 원의 재산을 가져간다는 것에 살짝 질투가 나기도 했다.
자신은 이렇게 일을 해도 한 달에 몇백만 원이 전부였던 것이다.
“나중에 다 니 자식이 물려받는다고 생각하고 일해.”
“내 자식 낳아 주려고?”
“하는 거 봐서.”
“그러면서 퇴사하라고 그러냐?”
“힘들어 보이니까 그러지.”
“끄응! 더 열심히 일해야겠네.”
현준이 경고를 한 것과는 달리 세영은 오진호의 눈에 순수해 보이는 여자였다.
물론 살아온 삶이 너무나도 달랐기에 일부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게 나쁜 여자는 아니었다.
‘내가 세영이의 전부를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말이야.’
버텨 볼 생각이었다.
그 끝이 파국이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지금의 삶이 그리 썩 나쁘진 않았다.
오진호는 세영과 늦은 식사를 했다.
* * *
세영과 집 데이트나 종종 할 뿐이었지만 오진호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아중 이노베이션의 회사채 발행이 성공하며 한숨을 돌릴 수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아중 증권이 판매한 베트남 채권이 크게 손해를 볼 것 같습니다. 거기에다가 아중 이노베이션이 발행한 회사채를 매입하느라 유동성이 크게 약화 된 상태에서 대량의 채권의 기한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대체 어디길래? 기한을 연장해 주지 않겠다는 거야?”
“호성 증권입니다.”
“…….”
호성 그룹이 아중 생명의 채권의 기한 연장을 해 주지 않겠다고 통보하자 김무연 회장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제는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되었으니 호성 그룹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아직 상당하게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곧장 두 그룹 간의 관계가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다른 곳으로 대출이나 회사채 판매를 할 수 있나?”
“그게. 호성 증권에서 기한 연장을 하지 않기로 하는 바람에 다른 투자 은행에서도 만기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아중 증권을 보증해 준 것이 호성 증권이었으니 호성 증권이 손을 털자 아중 증권의 신용이 약화 되었다.
본래라면 호성 증권이 거래를 끊더라도 별문제는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김정수가 아중 건설 그룹으로 독립해 나가면서 아중 그룹의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버렸다.
수익 또한 아중 건설에서 내고 있었기에 아중 그룹은 아중 이노베이션이 파산했다면 대기업의 지위도 잃어버렸을지도 몰랐다.
“정대 그놈이 대체! 무엇 때문에.”
“아무래도 호성 건설에 대한 복수인 듯합니다. 호성 증권에서 아중 증권의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중 생명을 노리는구만.”
“예. 옛날부터 아중 생명에 군침을 흘리고 있었으니까요.”
호성 증권은 아중 증권보다는 한 등급 떨어졌다.
고객 수부터 계좌 수와 예치금까지 특히나 보험 쪽인 아중 생명은 호성 증권이 꽤나 부러워하는 사업 분야였다.
서정대에 대해서는 김무연도 잘 알고 있었다.
호성 그룹의 세 형제 중에 가장 냉정한 성격이었다.
정수와 동갑이었지만 김정수와 그리 사이가 좋은 편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인정에 호소할 상대가 아니었다.
“쉽지 않을 거야.”
“그게 아중 건설의 계열사들이 가진 아중 증권의 지분을 호성 증권에서 가져간다면 상황은 알 수 없을 겁니다.”
“뭐?”
“정수 도련님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호성에서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비서실장의 말에 김무연 회장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순환 출자로 인해 각 그룹 내의 계열사들의 관계는 꽤나 복잡했다.
정수가 아중 건설 그룹을 아중 그룹으로부터 독립시키면서 지배 구조가 약화 되었지만 지분 관계가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었다.
아중 건설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호성 증권이 도움을 주게 된다면 아중 증권의 지분을 호성에 넘길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김정수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 것이었으니 쉽게 선택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건 또 모를 일이었다.
“차 대기시켜.”
“알겠습니다.”
자식에게 자신이 찾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굴욕적이었다.
이미 호출을 했지만 찾아오지 않은 김정수였다.
자신의 말을 들을 것이었다면 이런 일을 벌이지도 않았을 터였다.
그렇게 김무연 회장은 자신의 둘째 아들을 만나러 아중 건설의 본사 건물로 향했다.
* * *
“회장님.”
“김 회장 있나.”
더 이상 김무연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무연 회장으로부터 지시를 받던 아중 건설이었다.
김무연 회장이 직접 찾아오자 아중 건설의 임원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 그게.”
김정수가 김무연을 만나지 않고 있었지만 아버지가 직접 찾아왔는데 안 만나겠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아중 건설의 임직원들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이미 김정수가 회사 내에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왔기에 김무연은 그대로 김정수의 회장실로 걸어갔다.
아무도 그런 김무연 회장을 막지는 못했다.
“어! 저기 회장님!”
김정수의 비서들이 회장실의 입구에서 김무연을 막으려고 했지만 김무연 회장의 몸에 손 하나 댈 수 없었다.
덜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 김정수가 임원들에게 사업 보고를 듣고 있었다.
김정수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들어온 사람에 입구를 바라보았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전무. 나머지는 내일 보고 받도록 하지.”
“예. 회장님.”
김정수에게 한창 보고하고 있던 임원들도 김무연 회장을 보고서는 곧장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그리고서는 회장실을 나가면서 김무연 회장에게 허리를 90도로 접으며 인사를 했다.
이제 더 이상 자신들에게 월급 주는 회장님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김정수의 회장실에서 임원들이 다 나가자 김정수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가장 상석을 양보하고서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어쩐 일이십니까?”
“너는 아비가 이렇게 직접 찾아와야 하겠냐?”
“회사 일로 급했습니다.”
“고얀 놈.”
화를 내기는 했지만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회사를 집어삼킨 김정수였다.
과거 김무연 회장이 알고 있던 김정수라고 하기에는 놀랄 만큼 달라져 있었다.
“호성 증권의 제안을 거절해라.”
“회사채를 아중 증권에서 소화해 줄 수 있으시겠습니까?”
“힘들다.”
이미 아중 이노베이션의 회사채를 소화한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그리고 그건 김정수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아중 그룹이 무너질 수도 있어!”
“아중 건설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가만히 있었으면 아중 그룹이 네 것이 될 수 있었다!”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김정수는 김무연 회장을 불신했다.
자신에게는 작은 계열사 하나 물려줬을 터였다.
그 작은 계열사도 아중 건설과 같이 아중 그룹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계열사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계열사였을 것이 분명했다.
어차피 내 것이 아니었으니 이제는 어찌 되든 김정수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