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174.
클럽 이지스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현준이었다.
현준을 알아본 클럽의 가드들이 현준을 보고서는 인사를 해 왔다.
“오랜만입니다. 대표님.”
“잘 지냈어? 지혁이 형은?”
“그게 잠시 미국 가셨습니다.”
“미국에? 어! 말도 없이 혼자 놀러 갔네.”
현준은 클럽의 지배인인 방지혁이 미국에 가서 지금 한국에 없다는 말에 아쉬워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오늘도 물 좋은지 홀을 둘러보는 현준이었다.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다 보니 외국인들도 꽤나 많아졌다.
과거에는 남자 외국인들만 많더니 이제는 여성 외국인들도 제법 보였다.
물론 남자 중에 상당수는 주한 미군일 터였지만. 그렇게 일반 홀을 둘러본 현준은 VIP룸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다가 바 형식으로 되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용히 마시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도록 바 형태로도 해놨다는 연락을 전에 받은 것이 있었다.
그렇게 조금은 한산한 듯한 바 쪽으로 바로 걸어간 현준은 외국인 바텐더가 컵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피식 웃었다.
“그래도 할 건 다 해놨네.”
현준은 외국인 바텐더의 앞에 앉아서는 한국어로 물었다.
“한국말 할 줄 알아?”
외국인 바텐더는 힐끔 현준을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자신의 앞에 앉은 현준이 누구인지는 알아보았다.
“조금 할 줄 압니다.”
“발렌타인 몇 년 산까지 있어?”
“30년짜리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그럼 온더락으로 한 잔 줘.”
“예. 그러지요.”
자존심 강한 바텐더였지만 상대는 자신의 직장의 실질적인 대표였다.
나이도 어린데 반말을 하는 것이 싸가지 없어 보였지만 싸가지 없어도 될 만한 인물이었다.
‘후우! 나이를 먹어가니 사람이 점점 예의가 없어지네.’
현준의 신체 나이야 아직 30도 되지 않았지만 정신 연령은 이제 70을 넘볼 시기였다.
어쩔 수 없이 존댓말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형들에게도 간간이 반말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물론 형들이야 현준의 친밀감의 표현이라 생각해 그냥 넘어가고 있었지만 현준으로서도 정신적인 피로감이 상당히 컸다.
그렇게 스카치위스키로 온더락이 한 잔 현준 앞에 놓이자 현준은 살짝 떨리는 손으로 술잔을 잡았다.
그런 현준의 모습을 바텐더는 보았지만 이내 못 본 척을 했다.
현준의 건강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낀 외국인 바텐더였다.
지독한 불면증으로 인해 오는 두통과 쇠약해져 가는 정신은 젊은 육체마저도 깎아 먹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술이 조금 들어가자 현준은 몸의 긴장이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었다.
조용히 몇 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다.
‘잠을 푹 잘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현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녹아 들어가는 잔 안의 얼음을 바라보았다.
당장은 녹아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결국에는 자신처럼 완전히 녹아 사라질 터였다.
그렇게 술잔 안의 얼음을 바라보고 있을 때 현준의 옆자리로 웬 여인이 다가와 앉았다.
“안녕하세요.”
“이년 치워.”
말을 걸어오는 여인에 현준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로 치우라고 말을 했다.
“저기.”
“치우라고 했잖아.”
현준이 바텐더를 노려보자 바텐더는 당황해하다가 이내 입구 쪽의 종업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종업원들이 다가왔다.
“편하게 술 좀 마시자. 날파리 좀 안 달라붙게 못 하냐?”
“죄송합니다. 대표님.”
“치워.”
현준의 말에 종업원들은 현준에게 말을 걸었던 여자를 데리고 나갔다.
“기분이 많이 안 좋으신가 봅니다.”
“기분 좋으려고 술 한잔하는 거지. 한국말 잘 못 한다면서 생각보다 잘하네. 어디서 왔어?”
“유타에서 왔습니다.”
“아! 유타.”
현준은 미국 유타에서 왔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은?”
“자식이 둘 있는데. 아내와는 이혼을 했습니다.”
“자식들은 미국에 있고?”
“예.”
“요즘 세상에 이혼하는 것이 뭐 흠잡을 만한 것도 아니고. 왜 이혼했는데?”
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꽤나 선을 넘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바텐더는 현준이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동질감을 가지고 하는 질문임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취객들이 헛소리하는 거야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많이 겪었다.
대부분은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것이었고 깊은 이야기까지는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지스의 바텐더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꽤나 오랫동안 관련 직종에서 근무를 했던 이였다.
‘뭐지? 총각인 것 같은데.’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혈기 왕성한 나이의 현준이라면 방금 접근한 여자를 하룻밤의 욕구 해소용으로 사용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제가 방랑벽이 조금 있습니다.”
바텐더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현준의 반응을 살폈다.
그리고 문득 현준에게서 지독한 고독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고독의 정체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바텐더는 잘만 하면 현준이 자신의 속마음을 밝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텐더가 꽤나 대단한 심리 상담가이긴 해도 현준 역시 쉽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진 않았다.
오히려 현준은 눈앞의 외국인 바텐더가 CIA의 전문 심리분석가임을 눈치채고 있었다.
이 정도의 능력자는 한국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이였다.
상담 치료사에게 상담이라도 받아 보고 싶었지만 현준은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의 정체가 공개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여자들을 끼고 술을 마시며 허세를 부려 봐야 마지막에 남는 것은 깊은 허무감뿐이라는 사실을 현준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바텐더를 통해 속에 응어리진 것을 조금이나마 마사지하려는 것이다.
현준은 바텐더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주며 남은 잔을 비웠다.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하셨나 봅니다.”
“왜? 그래 보이나?”
“제가 여러 사람을 만나 보다 보니 사람들의 아픔을 조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뭔가 복수 이후의 허무함을 걱정하고 계신 것 같군요.”
“허무함이라.”
현준은 확실히 바텐더가 눈치가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바텐더는 방지혁에게도 보고를 할 것이 분명했다.
“자네는 복수를 하는 것이 좋겠나? 아니면 용서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가?”
“힘이 없는데 복수를 하지 않는 것은 하지 못하는 것이고 힘이 있는데 복수를 하지 않는 것은 미련한 법이지요.”
“복수는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나 보군.”
“복수를 하고 후회를 하는 것이 복수를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나은 법입니다.”
“딱 미국인스러운 생각이구만.”
현준의 미국인다운 말이라는 말에 바텐더도 피식 웃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가지는 미국인에 대한 선입견을 현준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바텐더는 현준이 어떤 대상에 대한 복수심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대상이…… 후우! 내가 판단을 할 위치는 아니지.’
현준의 심리 상태에 대해서는 보고를 할 뿐 판단을 내리는 것은 상부에서 할 일이었다.
바텐더가 현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는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현준이 이지 그룹의 실질적인 오너라는 사실도 바텐더가 알기에는 너무 고급 정보였다.
그냥 클럽 이지스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재벌 3세 정도로만 알고 있었으니 여러 한국인 중 한 명의 정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킵 해 놓도록 하지.”
“다음에도 모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팁 달라는 소리 같구만.”
현준은 지갑에서 수표 한 뭉치를 꺼내어서는 바텐더에게 주려다가 지갑 안에 1억짜리 수표가 있는 것을 보고서는 피식 웃었다.
1억짜리 수표는 따로 빼고서는 수표 몇 장을 바텐더의 앞에 놓아두고서는 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용하던 바와는 달리 홀은 사람들도 더 많아져서인지 꽤나 요란했다.
쾌락과 흥겨움이 느껴지는 광경들이었다.
현준은 지끈거리는 두통을 느끼며 그냥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요. 저 괜찮아요. 저 같이 온 동료 있어요!”
“헤이!”
웬 한국인 여인이 서양인 남자에게 붙잡혀 있었다.
서양인 남자는 한국인 여인의 몸을 잡아끌면서 연신 영어로 무어라 말을 하고 있었다.
현준은 승강이를 벌이고 있는 남녀를 바라보았다.
클럽에서는 꽤나 익숙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심하지 않다면 굳이 끼어들 필요 없었다.
심하다고 해도 클럽의 종업원들이 알아서 나설 일이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같이 온 동료가 도와줄 터였다.
하지만 평소 주량에 비한다면 많이 마신 것도 아니었지만 현준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남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서는 외국인 남자의 몸을 붙잡았다.
“뭐야?”
“여자 동료. 꺼져.”
“서현준 씨?”
윤미래는 멍하니 서현준을 바라보았다.
이런 곳에서 현준을 보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현준도 예상하지 못했다.
외국인 남성도 술에 취해 있던 것인지 현준이 꺼지라는 말을 하자 험악한 모습으로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현준을 집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따라오고 있던 이지스의 가드들이 바로 뒤에 있었다.
가드들은 곧바로 현준에게 달려들려던 외국인 남성을 밀어내었다.
험악한 덩치들이 다가오자 외국인 남자도 뭐라고 불만 섞인 말을 토해 냈지만 혼자서는 어찌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뒤로 물러섰다.
물론 외국인 남자에게 관심도 없던 현준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윤미래를 보며 말을 했다.
“쓰러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곳에 와.”
만나자마자 험한 소리를 들은 윤미래는 기가 찼지만 현준에게 도움받은 것이 있었기에 별 내색은 하지 않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몸은? 아니. 이런 곳 와서 술이나 마시고 있는 거로 봐서는 몸은 괜찮나 보네. 콜록!”
윤미래는 자신이 아는 현준과는 참 성격적으로 차이가 많이 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왜인지 모르게 화를 내던 현준은 자신이 생각해도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듯이 몸을 돌렸다.
윤미래와는 더 이상 엮일 생각이 없었으니 그만 가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 현준의 몸이 휘청였다.
“대표님!”
“꺄악! 현준 씨!”
휘청이며 바닥에 쓰러지는 현준에 이지스의 가드와 종업원들이 현준을 부축했다.
하지만 현준은 의식을 잃은 것인지 몸이 늘어져 있었다.
“구급차 빨리 불러! 빨리!”
“예! 알겠습니다!”
현준에게 문제가 생기면 자신들도 꽤나 곤란했기에 이지스의 가드와 종업원들은 곧장 구급차를 불렀고 현준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저…… 저도 갈게요! 저도!”
“빨리 타세요!”
구급차에는 윤미래도 함께 탑승했다.
얼떨결에 탄 윤미래였지만 현준이 길거리에서 쓰러졌던 자신을 구해 줬던 적이 있었기에 윤미래도 현준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렇게 병원의 응급실에 도착한 현준과 윤미래는 의사의 진료까지 한참 기다려야 했다.
현준이 호성 그룹의 재벌 3세라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다 보니 일반 환자들처럼 기다리게 된 것이다.
“일단 혈액 검사를 해보고 결과 나오는 대로 상태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기다리세요.”
“아. 예.”
현준의 피를 뽑아가는 간호사에 윤미래는 현준을 놓아두고 갈 수는 없어서 현준의 옆에 앉아 현준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때 현준의 입에서 뜻밖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윤 대리님.”
“예?”
현준의 입에서 분명 자신의 직책이 흘러나왔다.
재벌 3세 서현준의 입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