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
2화
2.
하얀 천장.
오래된 천장 벽지의 누런 색이 아니었다.
평범남은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라리 이 고통이 더 이상 없도록 영원히 잠들었으면 좋으련만.”
복수를 하지는 못하겠지만 차라리 죽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삑삑거리는 소음과 푹신한 침대 그리고 커튼을 쳐놓기는 했지만 커튼 틈 사이로 비춰 들어오는 햇살은 분명 자신이 병원 병실에 입원해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꽤나 고급 병실인 듯했지만 평범남도 아중 그룹의 상무까지 올라갔던 이였다.
과로로 몇 차례 병원 입원을 했었을 때도 최고의 시설과 최고의 의료진들에 의해 치료를 받았었다.
그러니 지금의 독방 병실은 익숙한 것이었다.
물론 모든 것을 잃은 자신에게 사치스러운 독방 병실은 더 이상 없을 것이었다.
그렇게 몸을 뒤척일 때 병실의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들어왔다.
“어머!”
간호사는 평범남이 깨어났음을 알고서는 황급히 병실을 나섰다.
아마도 의사를 부르러 나간 모양이었다.
안 그래도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로 폐인처럼 지내왔을 테니 몸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만사가 다 귀찮은 평범남이었기에 의사가 무어라 하든 관심조차 없었다.
이번에는 운이 좋은 듯했지만 다음번에도 운이 좋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잠시 후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와 함께 처음 보는 귀부인이 달려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현준아! 괜찮니? 괜찮아?”
자신의 얼굴을 붙잡으며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귀부인의 모습에 당황했다.
“선생님! 우리 현준이 괜찮은 거죠?”
“방금 막 깨어나서 아직 정신이 없을 겁니다만 별문제는 없을 겁니다.”
발작을 일으키며 병원에 실려 온 현준은 곧장 안정제 처방을 받았다.
약 기운에 취해 잠이 들었다가 이제야 깨어난 것이다.
잠든 사이에 뇌파 검사와 뇌 단층 검사 등 검사를 했지만 이상 소견은 없었다.
그렇게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말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귀부인이었다.
“누…… 누구?”
현준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의 이름이 일단 현준이 아니라는 것은 뒤로하고 처음 보는 귀부인이 연신 자신의 몸을 어루만져대고 있는 것이다.
40대의 나이였으니 자신보다 많아 봐야 10살 정도나 더 되는 귀부인이 얼굴과 손을 만져 대는 것이 당황스러운 것이다.
“응? 현준아. 뭐라고 했니?”
“누구세요?”
현준의 말에 귀부인은 커다래진 눈동자로 의사를 바라보았다.
의사 또한 당황스러운 듯이 현준을 바라보았다.
발작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분명 이상 소견은 없었다.
그런데 기억 상실에라도 걸린 듯한 모습은 장난을 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VIP였다.
아니 VVIP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병원장이 귀부인 앞에서 쩔쩔매던 상황이었다.
당연히 아무런 이상 없이 퇴원을 시켜야만 했다.
현준이 깨어났다는 소식에 현준의 아버지도 한달음에 달려왔다.
“현준아! 현준이가 뭐 어쩐다고?”
평소에는 엄한 아버지였지만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여느 아버지와 다를 바 없었다.
“여보. 우리 현준이가!”
울음을 터트리는 자신의 아내를 잠시 다독여 주고서는 병실 침대에 앉아 있는 자신의 아들에게 달려갔다.
현준은 그렇게 자신에게 달려온 장년의 남자를 보고서는 무심결에 입을 열었다.
“서대영 회장님?”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아중 그룹의 경쟁 라이벌 기업이었으니 라이벌 기업의 회장인 서대영을 현준이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다만 전보다 젊어 보인다는 것이 기이했다.
그렇게 자신을 알아보는 아들에 서대영 회장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애비는 알아보는구나!”
응석받이인 막내아들답게 평소에는 엄한 자신에게도 아빠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현준이었다.
갑자기 기억 상실에 걸린 것 같다는 아내의 연락에 일정도 내팽개치고 달려왔는데 그나마 자신의 이름은 기억하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 것이다.
“아무래도 발작으로 인해 부분적인 기억 박리 현상이 일어난 듯합니다.”
“치료법은?”
“현재로써는 치료법이라고 할 것은 없고 회장님의 성함을 기억하는 것으로 봐서 일시적인 현상인 듯합니다. 익숙한 환경을 접하다 보면 본래의 기억이 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의사의 말에 서대영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기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은 기억하는 것에 증상은 크게 심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게 안도를 하는 서대영 회장이었지만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현준이었다.
‘서대영 회장이 아버지? 그게 무슨?’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호성 그룹의 서대영 회장이 왜 자신의 앞에 있는지 알 수 없었으며 왜 자신을 아들이라 부르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 잠시 화…… 화장실 좀!”
“그…… 그래. 계속 움직여야 건강이 좋아지지.”
“엄마가 부축해 줄게. 현준아!”
“괜찮아요.”
현준은 자신을 향해 안절부절못해 하는 사람들을 밀치고는 병실에 붙어 있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뭐…… 뭐야?”
자신의 얼굴이 아니었다.
어린 학생.
잘 봐줘야 고등학생 정도나 되는 나이의 젊은 외모의 얼굴이 거울에 비치고 있었다.
혹시 이것이 꿈은 아닌가 싶어 얼굴을 꼬집어 보았지만 아팠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내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여인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현준아! 괜찮아? 엄마가 도와줄까?”
“아! 아니에요! 엄마!”
무의식적으로 엄마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나이 40이 넘고서 엄마라고 부르기에는 낯간지러웠다.
물론 자신의 친엄마도 아니었으니 현준은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화장실 밖의 서대영 회장과 그의 아내이자 현준의 어머니인 이연수 여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늦둥이로 본 막내아들이었다.
그 때문에 다소 버릇이 없는 듯했지만 그래도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자신들의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갑자기 아팠으니 얼마나 놀랐는지 지금까지도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엄마도 알아보기 시작한 현준에 다들 안도를 했다.
현준은 차가운 물로 몇 번이고 세수를 했다.
환자복이 물에 젖어들어 갔지만 꿈이라면 빨리 깨기를 기원하며 연거푸 세수했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다.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서대영 회장과 이연수 여사 그리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현준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어…… 엄마.”
“어! 그래. 현준아.”
“배고파.”
“어? 배고파? 그래! 우리 현준이 배고프겠다! 잠시만. 요…… 요리. 아줌마는…… 아! 집에 있지!”
이연수 여사는 자신의 막내아들이 배가 고프다는 말에 우왕좌왕했다.
음식을 해 줘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 주기가 어려운 것이다.
“나 여기서 나갈래. 집에…… 집에 가고 싶어.”
여전히 혼란스러운 듯했지만 딱히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 것에 서대영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집에 가자. 김 기사!”
“예! 회장님!”
“퇴원 수속 하고 차 대기시켜!”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다시 발작을 일으킬 수 있었지만 주치의를 집에 대기시키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현준은 고급 외제 차의 뒷좌석에 서대영 회장과 이연수 여사의 가운데 자리에 앉아 대저택으로 돌아왔다.
대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현준이었지만 딱히 감흥은 없었다.
이미 아중 그룹의 김무연 회장의 저택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자신도 웬만큼 큰 집에서 살아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익숙한 듯 행동을 하는 현준에 서대영과 이연수는 자신의 아들의 영혼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이것이 꿈이 아니라면.’
현준은 자신이 호성 그룹의 서대영 회장의 아들로 환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 *
며칠 서대영 회장의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 조사를 했다.
위로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두 명의 형이 있고 자신은 막내아들이었다.
두 형은 이미 호성 그룹의 임원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현준은 호성 그룹의 후계자가 되기에는 힘들었다.
아마도 호성 그룹의 계열사 하나 받아 편히 먹고살 것이었다.
퇴원한 당일 두 형도 집으로 찾아와 자신들의 동생을 보고 갔다.
둘 다 현준에게는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아중 그룹의 경쟁 기업의 주요 임원이었기에 그들의 신상명세는 꿰고 있었다.
그렇게 이름부터 나이와 배우자 그리고 자식들의 이름까지 다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의심을 사지는 않았다.
세세한 부분은 발작을 통한 일시적 기억 상실이었으니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며 자신이 환생했다는 사실을 완전히 받아들인 현준이었다.
서민 가정의 평범한 남자가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환생한 것이다.
“문제는 하필이면 고등학생인가.”
조금 더 나이가 많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는 했지만 고등학생의 나이였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이는 없었지만 대한민국에서 적어도 고등학교는 나와야 했다.
재벌가의 막내가 방탕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뭘 하려면 대학은 나와야 했다.
그렇게 현준은 걱정스러운 이연수 여사를 안심시키며 현준이 다니던 고등학교로 등교를 하기로 했다.
더 이상 발작도 하지 않고 기억도 되찾아가는 현준의 모습에 안도가 되었다.
물론 성격이 조금 많이 변한 것 같기는 했다.
막내여서 오냐오냐 키운 덕분인지 장난기가 많고 다소 거친 성격이었는데 아프고 나자 무척이나 차분해지고 조금은 음울해졌다.
“본래 아프고 나면 사람의 성격이 변하기도 한다잖아. 크게 아픈 것도 아니니 그냥 지켜보자고.”
“알았어요. 안 아프고 잘 크기만 하면 되죠.”
바뀐 성격도 아프고 나서의 변화라고 치부했다.
그렇게 마침내 현준이 다니던 세화고등학교에 등교했다.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인 세화고등학교는 부유층이 꽤나 많이 다니는 학교였다.
한 해 학비만 대학교 학비를 넘는 학교였다.
그렇게 입시에 꽤나 목을 매는 듯한 학교였지만 진짜 부유층들은 딱히 입시에는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진짜 부유층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해외 유학길에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현준도 그런 케이스에 따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에 미국 유학이 예정되어 있었다.
물론 현준은 이번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명문대라는 한국대학교를 생각하고 있었다.
현준의 머리라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터였다.
그렇게 자신의 교실이라는 곳으로 들어가며 현준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교실의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당연히 기억이 날 리 없었다.
하지만 단 한 명은 기억이 났다.
“야! 서현준!”
“김세영?”
자신의 아내였다.
아니 이제는 전 아내라는 것이 맞는 말일 터였다.
고등학생일 때의 아내가 현준의 앞에 서 있었다.
도무지 믿기지 않았지만 현실이 된 것이다.
현준은 당장에라도 찢어 죽이고 싶은 세영의 모습에 입술을 비틀어가며 미소를 지었다.
‘하늘이 복수를 하라 허락해 주시는구나.’
처음으로 현준은 신에게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