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0
20화
20.
세영은 자신의 오빠인 정수에게 따지려 정수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아니! 걔는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아중 그룹의 계열사인 아중 건설의 임원으로 있는 자신의 둘째 오빠였다.
정수의 사무실로 가며 현준이 왜 자신을 혐오하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현준에게 잘못을 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물론 현준의 약점을 가지고 협박을 조금 한 것이 있기는 했다.
그 약점을 까발리면 현준이 대한민국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몰랐기에 최후의 최후까지는 꺼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자칫 현준과 자신의 문제뿐만 아니라 아중 그룹과 호성 그룹 간의 적대적인 관계까지 형성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최후의 카드로 사용을 하려고 하고 있었고 세영도 옛날에 비해서는 멋있어지고 남자다워진 현준과 잘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오빠 있죠?”
“예? 아! 예! 아가씨. 잠시만요! 아가씨!”
오빠 비서의 대답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듯이 정수의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세영이었다.
사무실 안에서는 정수가 다른 직원들과 무언가 열띤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응? 세영이?”
“오빠! 약속하고 다르잖아!”
세영은 사무실 안에 누가 있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정수에게 따지려고 했다.
“세영아! 지금 오빠가 엄청나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나중에 이야기하자!”
정수는 지금 현준이 알려준 정보로 정신이 없었다.
정수로서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잘만 해서 성과를 보인다면 아중 그룹의 후계자가 자신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클럽도 가지 않은 채로 며칠씩 일에만 파묻혀 있는 정수였다.
정수는 어버버하는 세영을 자신의 사무실 밖으로 밀어내고서는 자신이 직접 만든 팀원들과 만곡동 재개발 건에 대해서 회의를 계속했다.
“아! 뭐야아!”
세영은 현준이 자신의 오빠가 자주 가는 클럽을 드나든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오빠에게 현준에 대해서 부탁했다.
현준이 클럽에서 놀지 못하도록 하든지 엄한 여자들을 끼고 놀지 못하게 관리를 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아랑곳도 하지 않고 자신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민지영과 공민지를 양옆에 끼고 놀아대는 현준이었다.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 그녀는 질투심과 분노로 이를 갈았다.
“민지영 이 여우 같은 계집애 때문이야.”
현준이 자신을 싫어하게 된 이유가 민지영 때문이라 생각하는 세영이었다.
갑자기 고등학교 때 공부를 하기 시작한 현준은 항상 전교 2등만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항상 전교 1등은 민지영이었다.
매번 한참을 등수 표를 바라보던 현준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도리가 없었지만 세영은 1등인 민지영의 이름을 보았으리라 여겼다.
세영도 그런 두 사람에 자극을 받아서는 고액 과외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았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항상 공주처럼 대우받아 오며 살던 그녀가 처음으로 모멸감을 느낀 것이다.
“가만두지 않겠어.”
민지영과 함께 있는 현준의 모습에서 민지영이 현준에게 불여우처럼 꼬리를 흔들었다고 생각을 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현준이 자신을 그렇게 철저하게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세영은 민지영을 혼내주기로 마음먹었다.
세영에게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 * *
“지영아. 소개팅 갈래?”
“됐어.”
“야! 이렇게 좋은 날에 젊음이 아깝지도 않아? 얼음 미녀긴 해도 얼굴도 반반해. 몸매도 좋아! 대가리도 지식으로 꽉꽉 차 있어!”
지영은 자신의 과 동기 친구가 소개팅 주선을 해주려고 하면서 헛소리를 해 대는 것에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었다.
과에서 자신은 얼음 미녀로 통하고 있었다.
얼굴에 감정 표현이 별로 없다는 의미였다.
“소개팅은 고마운데. 별로 생각이 없어.”
“왜? 왕자님 때문에? 사귀는 사이는 아니라며.”
한국대의 퀸카야 각 학부마다 그리고 학년마다 있다지만 한국대의 킹카는 몇 없었다.
물론 킹카라 불릴 만큼 잘 생기고 멋진 남학생들은 몇 있었지만 그런 남학생들을 왕자님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단 한 명 재벌가의 아들이 한국대에 다니고 있었다.
한국대에 입학한 이상 일단 머리는 통과였다.
거기에 잘 생기고 몸까지 좋은 서현준은 왕자님이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그런 현준과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민지영이었고 자주 캠퍼스에서 밥도 먹는 사이였으니 민지영에게 여느 남학생들이 눈에 들어올 리는 없을 터였다.
“공민지라는 여자애하고 같이 만나는 거야?”
“그런 거 아니야.”
“그런데 듣기로는 왕자님 김세영이라고 하는 애하고 결혼할 사이라고 하던데.”
친구의 말에 민지영은 자신이 보고 있던 두꺼운 법전을 탁 소리가 나도록 덮고서는 친구의 얼굴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럴 일 없어.”
“어?”
“그럴 일 없을 거라고.”
왠지 모르게 화가 난 듯한 민지영의 모습에 친구는 당황했다.
“어. 그런가? 아. 미안. 나도 소문으로 들어서.”
왜 민지영이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나 먼저 갈게. 교양 수업이 있어서.”
“그래.”
민지영은 자신을 귀찮게 하는 친구들을 피해 건물 밖으로 나왔다.
무척이나 날씨가 좋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공부만 하던 그녀였다.
학창 시절 남녀 공학이었음에도 그녀는 그 흔하다던 남녀 교제도 해 보지 못했다.
물론 자신에게 고백한 남학생이나 선배 그리고 후배도 있었다.
하지만 전부 거절을 한 것은 그녀였다.
처음에는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였고 그다음에는 한 남자가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다.
항상 2등만 하던 남자.
그다지 노력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혹시나 자신을 밀어내고 1등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딱히 그러지도 않았다.
자신을 구해줬다는 것도 기억하지 못하던 남자였다.
친구의 말처럼 왕자님이었다.
일반 중산층의 집안인 자신과는 달리 키우는 개도 오만원권 지폐를 물고 다닐 거라던 재벌가의 막내아들이었다.
사실 재벌가 막내아들이었지만 심성은 양아치였다.
친구들을 괴롭히고 자기 멋대로였다.
어떤 사고를 당했다고 들었다.
그렇게 다시 학교에 왔을 때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모범생에 예의 발랐고 친구들에 대한 배려심도 강해졌으며 무엇보다 친구들을 괴롭히는 일진 애들을 교육했다.
“자기도 양아치였으면서.”
개과천선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과는 상관없을 일일 터였다.
민지영은 현준의 비밀 하나를 알고 있었다.
현준이 세영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비밀이었다.
사실 비밀이라 할 것도 없었지만 세영과 가문끼리 결혼을 한다는 것이 정해져 있었고 현준은 그런 정해진 운명을 거부하고 있었다.
세영도 모든 것을 다 가진 공주님이었다.
“왕자님은 공주님을 싫어해.”
민지영은 자신이 왕자님의 옆에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얼음 공주라는 자신의 표정에 살짝 미소가 지어지고 얼굴에 홍조가 생기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민지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현준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처음으로 느끼는 사랑의 열병인지 현준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왔다.
하지만 현준은 결코 자신을 여자로 봐 주지 않을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준과 함께 클럽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을 때도 자신과는 달리 너무나도 신나게 노는 공민지를 볼 때도 현준의 눈빛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현준은 자신의 나이에 맞지 않은 모습을 보이곤 했다.
마치 자신의 아버지뻘인 듯한 그런 모습들이 엿보이고는 했다.
그것이 너무나 편안하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했다.
20대 초반의 허세만이 남은 여느 남학생들과는 달라서 너무 좋았다.
그렇다고 아저씨의 외모도 아니었으니 보고 있다면 가슴이 콩딱이는 것도 좋았다.
“문제는 내 것이 아니니까.”
그것이 가장 가슴 아픈 것이었다.
여우의 신 포도처럼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이다.
민지영은 고개를 내저으며 걸었다.
판사나 검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의대도 충분히 갈 만한 성적이라 했지만 피를 보면 공포에 질리는 자신의 성격으로는 힘들었다.
그렇게 한국대 법대에 입학했으니 과거처럼 사법 고시가 있었다면 졸업도 전에 사법 고시를 보았을 터였다.
한국대 법학 대학원에 진학하고 법조계로 갈 계획이었다.
“현준이에게 도움이 될까?”
혹시나 현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자신을 봐주지 않을까 하는 어린 마음이었다.
“이봐! 너 민지영이지?”
남자의 목소리.
현준의 목소리였다면 반응을 했겠지만 그 외의 남자는 관심 없었다.
너무 예쁘게 태어나도 피곤했다.
물론 너무 못생겼으면 현준이 자신과 같이 있어 주지도 않을 것 같았기에 자신의 외모가 고마웠다.
그렇게 자신의 외모만 보고 들이대는 여느 남자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기에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민지영은 자신의 팔을 강하게 붙잡는 느낌에 인상을 찡그렸다.
“아악!”
“사람을 왜 무시해! 나하고 이야기 좀 하자고!”
학교의 학생은 아닌 것 같았다.
민지영은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하필이면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죄송하지만 제가 바빠서요. 이거 놔 주세요!”
“왜 사람을 무시하냐고!”
“죄송해요! 이거 좀 놔주시라구요.”
“아! 씨! 이거 기분 나쁘네! 꼭 내가 나쁜 놈인 것처럼 보이잖아!”
상대는 애초부터 시비를 걸려던 것인지 막무가내였다.
민지영의 팔을 잡은 손은 놓지 않은 채로 반대편 손이 들어 올려졌다.
“경찰 부를 거예요!”
“불러! 불러 봐! 이 XX이!”
대체 왜인지 모를 일이었다.
두들겨 맞다 못해 몹쓸 짓까지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민지영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
지금까지 했던 공부는 지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팍 씨!”
민지영의 얼굴을 향해 남자의 팔이 휘둘러진다.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너…… 넌 뭐야?”
남자의 손은 민지영에게 휘둘러지지 못했다.
한 남자가 괴한의 팔을 붙잡은 것이다.
민지영은 멍하니 괴한의 팔을 붙잡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 남자는 민지영도 알고 있는 남자였다.
“철호?”
“응? 나 아냐?”
박철호였다.
“어째서?”
운명의 수레바퀴가 기이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박철호는 민지영을 바라보았고 민지영도 박철호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구한 것이 현준이었으면 좋았으리라 생각이 들었지만 누구라도 자신을 구해 준 것에 안도가 되는 민지영이었다.
철호는 괴한의 팔을 꺾으며 괴한을 쫓아내 버렸다.
* * *
괴한을 쫓아내고 난 뒤에 철호는 민지영과 자신이 고등학교 동창임을 알게 되었다.
“아! 전교 1등 민지영!”
“그래.”
고등학교 때도 공부밖에는 안 했기에 언제나 전교 1등으로만 불렸다.
옛날에는 무섭기만 하던 철호였지만 지금은 사람 좋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야! 이런 인연이 있네.”
“여긴 왜?”
“아! 현준이 만나려고. 너 현준이 알지? 전교 2등!”
“알아.”
현준이를 만나러 학교에 찾아온 철호가 민지영을 구한 것이다.
“여기 너무 넓어서 길 잃었거든. 야! 잘 됐다! 나 길 좀 알려 줘.”
고등학교 때는 철호가 자신을 괴롭히고 현준이 구해줬었는데 이번에는 철호가 자신을 구해 준 것에 민지영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