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202.
리리나의 미팅 장소에 간 현준은 꽤 의욕적으로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그런 리리나를 지켜보던 현준은 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비서가 기다리고 있는 현준을 발견하고 회의를 잠시 중단시키려고 했지만 현준은 그럴 필요 없다며 비서를 만류했다.
회의가 길어질 듯했기에 현준은 다시 대표이사실로 돌아가는 대신 회사 내의 다른 사무실들을 둘러보았다.
회사 자체가 엔터 산업 쪽은 복장부터 자유로운 분위기였지만 경호 쪽은 복장들이 꽤 격식 있는 편이었다.
여자 직원들도 경호 쪽은 검은 정장 타입이었으니 양쪽 모두 어디 쪽에 속해 있는지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그렇게 회사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던 중에 현준은 공민지와 마주쳤다.
“오늘은 촬영이 없나 보네.”
현준은 대표였고 공민지는 소속사 연예인이었지만 회사 내에서도 스스럼없이 대했다.
그 누구도 인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떠한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기에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더욱이 같은 대학 동기이기도 했기에 사적인 자리에서는 거의 친구처럼 지냈다.
그렇게 간만에 회사에 나와 있는 공민지에게 인사를 한 현준은 이내 자신을 노려보는 공민지의 사나운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도 공민지와 사석에서 만났던 현준이었다.
그리고 별다른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
물론 철호의 문제로 의견 충돌이 있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하지만 공민지는 뭔가 자신에게 감정이 좋지 않은, 매우 화가 나 있는 모습이었다.
‘설마?’
현준이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할 때 공민지가 현준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어제 그 전화 뭐야?”
“빌어먹을.”
현준의 입에서 어울리지 않게 욕이 나오자 공민지는 자신에게 욕을 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아닌 현준 본인을 향한 욕설인 걸 알아챘다.
“몇 시에 내가 너에게 전화했지?”
“7시 반.”
현준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전화를 건 목록이 없었다.
목록을 지웠거나 아니면 다른 전화로 한 것인지 몰랐다.
“잠시만 따라 와.”
현준은 공민지의 손을 붙잡고서는 끌고 갔다.
현준의 심각한 모습에 공민지는 뭔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서는 순순히 현준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때 현준과 공민지가 함께 복도를 지나가는 것을 회의가 끝나 복도로 나온 리리나가 보게 되었다.
현준이 자신의 미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는 현준에게 인사를 하러 나온 것이다.
“서 대표…….”
현준을 부르려고 했지만 매우 심각해 보이는 모습으로 공민지와 함께 대표이사실로 향하는 현준의 뒷모습을 보게 된 리리나였다.
일본에서도 꽤나 유명한 공민지였다.
현준이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작품에 넣어주다 보니 자연히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생긴 그녀였다.
워낙에 선남선녀들인 둘이었기에 리리나는 공민지가 현준의 여자 친구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인이 아니다 보니 현준과 공민지의 관계에 대해서 자세히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현준과 공민지가 손을 잡고 가는 것에 두 사람이 그냥 공적인 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무래도 조금 이따가 인사드려야겠네요.”
“아. 예.”
회사 관계자들도 현준이 공민지를 끌고 가는 모습에 당황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현준은 공민지를 자신의 대표이사실로 데리고 들어오면서 여비서에게 절대 그 누구도 들어오지 말라는, 다소 오해가 생길 말을 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누구도 들어오지 말라는 말과 함께 문까지 잠가 버린 현준에 공민지까지 당황해했다.
“현준아! 우리는…….”
“헛소리하지 말고. 그놈이 뭐라고 그랬어?”
“뭐? 그놈?”
“그래. 그놈!”
현준의 그놈이라는 말에 공민지는 멍하니 현준을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도 된다는 듯이 말을 하고 있는 현준이었다.
“너 정말 서현준이야?”
“네가 알고 있는 서현준이라면 맞아. 그놈이 뭐라고 했지?”
공민지는 현준이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어제 휴대폰 너머로 들었던 현준의 말투와는 왠지 모르게 살짝 다르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 못 한다고 했어.”
“인정?”
“그래. 내가 서씨 집안의 핏줄이라는 걸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했어.”
사실 현준에게는 공민지가 서대영 회장의 사생아이든 뭐든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현준이 호성 그룹에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공민지로 인해 상속 재산이 문제가 될 수도 있었고 일반적인 경우라면 당연히 사생아를 자신과 같다고 인정할 리가 없었다.
“대체 왜 그래?”
“내가 한 말이 아니야.”
“뭐?”
“내 다른 인격. 아니 어쩌면 본래의 인격이 한 말일지도 몰라.”
“본래의 인격?”
“어제 일이 기억이 나지 않아.”
공민지는 현준이 이중인격일지도 모른다는 것에 무척이나 놀랐다.
“하지만 어제 분명 네 목소리였어.”
“목소리는 같을 수밖에.”
현준은 소파에 등을 파묻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혼을 믿지 않았다.
만일 자신의 영혼이 서현준의 몸에 깃들어 있다면 지금의 오진호를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영혼이라고 해도 설명을 하긴 어려웠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현준의 인격이 서현준의 몸의 본래의 주인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병원 가서 치료해야 하는 건가?”
공민지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을 하는 것에 현준은 먼저 서랍에서 공민지와 철호의 계약서를 찾았다.
그리고서는 무언가를 적고서는 자신의 도장을 찍었다.
“뭐해?”
“전속 계약 파기서.”
“뭐?”
“가지고 있어. 아니 촬영하자.”
“뭐 하는 거야?”
“내 인격이 돌아오지 않을 때를 대비하는 거야.”
현준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공민지와 철호의 전속 계약 파기서에 자신의 도장을 찍어 주었다.
“내가 달라지면 이걸로 전속 계약을 파기해.”
“현준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거다.”
현준의 눈빛에 공민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준과 공민지 사이에 몇 가지 비밀이 없었다면 현준에 대한 믿음을 가지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그나마 너희 어머니 살아 계신다는 거 말을 해 둔 것이 다행이네.”
현준은 자신이 기억을 잃었을 때의 인격이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운이 좋게도 빨리 알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일 본래의 인격이 은밀하게 행동을 했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현준은 공민지와 철호의 전속 계약 파기서를 건네주고서는 절대 자신이 전속 계약 파기 서류를 다시 한번 검토하자고 하지는 않을 것이니 그런 말을 하면 절대 자신이 아니라고 말했다.
“철호에게도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니야?”
“굳이 그럴 필요 없어. 아직 확실하진 않으니까.”
현준은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현준은 전생의 서현준의 인격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었다.
물론 굳이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으니 알아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학창 시절을 보면 꽤나 제멋대로인 재벌가 망나니였다.
당장 어제 룸에서 여자들과 광란의 술 파티까지 한 것으로 봐서 그리 치밀하진 않은 듯했다.
“정말 괜찮겠어?”
“괜찮아. 신경 쓰지 마.”
현준은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기던 현준은 공민지에게 물었다.
“베스트 프랜드 지분 줄까?”
“뭐?”
“혹시나.”
“됐어! 그냥 병원 가서 치료해!”
공민지는 현준이 마치 곧 사라질 것처럼 행동을 하는 것에 겁이 났다.
“내 다른 인격이 그리 좋은 놈은 아닐 수 있어.”
“니 지금 인격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거든.”
“…….”
공민지의 말에 현준도 딱히 할 말은 없었다.
공민지의 말처럼 현준의 인격도 좋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만 아니라면 자신도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공민지에게 철호의 것까지 전속 계약 파기서를 써 준 것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일단 의식을 잃은 것이 한 번뿐이었기에 좀 더 지켜봐야 했다.
그렇게 공민지를 보내고 난 현준은 사무실에서 고심을 했다.
그때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대표님. 오진성 상무님께서 뵙기를 청하시는데요.”
“오 상무님?”
현준은 정신이 들어서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현준도 모른 채 시간이 꽤 지나 있었던 것이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잠시 후 오진성 상무가 들어왔다.
“대표님. 레이나 프로덕션의 관계자 분과의 저녁 약속은 어떻게 할까요?”
“아! 아직 계십니까?”
“예.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진작 이야기를 하실 것이지!”
현준은 목소리를 높여 말하고서는 대표이사실로 모시라고 말을 했다.
저녁 약속을 잡기는 했지만 너무 기다리게 한 것이다.
그렇게 리리나가 들어오자 현준은 최대한 냉정하게 마음을 다잡으며 인사를 했다.
“어떻게 좋은 시간 되셨나 모르겠습니다.”
“관계자분들께서 도와주셔서 뜻깊은 시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다행이군요. 쿨럭!”
“몸은 괜찮으세요?”
“아! 예! 괜찮습니다.”
기침을 하는 현준에 리리나가 걱정스러운 듯이 묻자 현준은 괜찮다고 대답했다.
“제가 괜찮은 식당 예약을 했는데 괜찮으시면?”
“아! 시간도 늦고 제가 피곤해서.”
정중하게 거절하는 리리나에 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러면 편안하게 쉬시고 다음에 기회를 잡아보도록 하지요.”
“예. 감사합니다.”
내일 일정도 있었고 피곤하다는 리리나에 현준은 쉬라는 말과 함께 오 상무에게 호텔까지 잘 모시라는 말을 전했다.
현준도 리리나에게 집중하기 어려웠기에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리리나와 잠깐의 면담을 마친 뒤 현준은 곧장 퇴근했다.
‘제시카의 아이가 내 아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 기억을 잃었다. 존재해야 할 목적을 잃은 것 때문인가?’
현준은 곰곰이 생각을 한 결과 복수라는 원념이 희미해지면서 자신의 인격이 사라지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억측일 수도 있었기에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현준은 퇴근 후에 역시나 뒤척이며 불면증의 밤을 보냈다.
다행히도 그날은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인지 있었는데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현준은 자신의 의지로 충분히 제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오만이었음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다.
너무나도 피곤했던 어느 날 또다시 의식이 뚝 끊어지는 소리가 들린 듯한 느낌과 함께 현준은 잠들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깨어났다.
“빌어먹을 놈. 남의 몸을 이렇게 차지하고 있다니.”
그는 투덜거렸다.
“아직이야. 아직 완전히 다 차지하지 못했어. 하지만 곧 완전히 내 것으로 빼앗을 수 있다.”
그는 자기 몸을 빼앗은 현준을 없애버리고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동안 현준이 만들어 둔 재산은 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큼 대단했다.
물론 정확하게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까지는 다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점차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으니 제 몸을 차지한 현준이 없어지는 순간 자신의 것이 될 터였다.
위로 두 명의 형이 있어서 호성 그룹을 차지하기는 어려웠지만 호성 그룹을 뛰어넘는 부를 이루었다는 것에 그는 그나마 만족해했다.
“그 돈 잘 써 주마.”
그동안 즐기지 못한 것을 즐기기 위해 서현준은 옷을 입었다.
조금도 조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 몸을 빼앗은 현준이 보통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괜히 자극했다가는 자신만 곤란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래도 세영이를 빼앗긴 건 아까운데.”
서현준은 옷을 갈아입고서는 밖으로 나섰다.
밤의 황제의 시작이었다.